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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 Back 지구를 다시 지구로, 지금을 다시 지금으로 만들기: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를 즐기며 05 GG Vol. 22. 4. 10. *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 요소가 있습니다. 지구를 지구로 만들기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말을 점점 더 자주 듣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기이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자본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을 사업의 최종적인 목표로 여긴다는 이야기가 동시대 자본주의 세계의 신화처럼 전해진다. 테라포밍은 말 그대로 어떤 행성을 ‘지구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보통은 지구 바깥의 다른 행성을 지구처럼 만들어 인간이 이주하거나, 식민지로 삼기 위한 계획을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개념이다. 테라포밍이라는 말은 1942년에 발간된 잭 윌리엄슨(Jack Williamson)의 SF소설 『충돌 궤도』(Collision Orbit)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 이후 1961년에는 저명한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이 금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뜬구름이었던 상상에는 조금씩 구체성이 부여되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문학과 영화 그리고 게임 등 다양한 방면의 창작물에서 활용되며 SF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생각해보면 테라포밍은 굉장히 식민주의적인 발상이다. 인간의 생존이나 욕망을 위해 지구 바깥의 행성을 인간의 공간으로 뒤바꾸는 것만큼 궁극적인 식민주의가 있을까. 실제로 테라포밍은 행성 간 자원개발 같은 문제와 함께 다루어지며 식민주의의 알레고리로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테라포밍은 단순한 착취에서 나아가 어떤 생태계를 통째로 전환하는 것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성과 인간/자연 이분법의 극한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지구 안의 생태계에서도 인간들은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무려 지구 바깥의 다른 별을 ‘지구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끔찍한 상상인가. 그러나, 여타 ‘-되기’의 문제가 그렇듯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것을 지구로 만드는 일에 구체적인 형상을 부여하면서 그 자체로 ‘과연 무엇이 지구를 만드는가’하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구가 아닌 것이 지구가 될 수 있을까. 대체로 물과 에너지원의 존재,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대기 상태, 물질의 합성이 잘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등이 꼽힌다. 그러나 정말 그것이면 어디든 ‘지구의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렇게 우리가 딛을 수 있는 땅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앞에서 〈호라이즌〉 시리즈의 세계관은 고유의 탁월한 설정으로 흥미로운 영역을 열어낸다. 〈호라이즌〉 시리즈를 거칠게 요약하면,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하는 것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유저 경험이나 그래픽에 대한 호평도 눈에 띄지만 〈호라이즌〉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관에 있다. 〈호라이즌〉 시리즈는 세계가 멸망한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소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서사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전형성을 크게 벗어난다. 고대와 미래가 이상하게 꼬여있는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그려내고, 무엇보다 자연과 로봇이 어우러진 생태계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렇게 독특한 세계관은 지구가 완전히 파괴된 이후에 그것을 다시 복구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 지구가 멸망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우리의 세계처럼 지구의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그에 따른 분쟁도 격화된다. 물론 그만큼 환경을 위한 기술도 거듭 발전했지만, 역시나 문제는 자본주의. 테드 파로라는 자본가는 유기물을 스스로 분해하여 에너지로 만들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여 큰돈을 번다. 그러한 기술은 처음에는 생태와 융합을 지향하는 친환경적인 솔루션이었고, 망가져가는 지구 생태계에 희망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된다. 2050년대에 들어서면 파로 오토메이티드 솔루션사(社)의 군사용 로봇이 선진국 군대의 대부분을 대체한다. 인류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군사용 로봇 시스템은 계속 발달하여 자체적으로 에너지원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통해 로봇들이 스스로 생산하고, 통제하는 일종의 생태적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수준에 도달한다. 그렇게 고도로 발달한 로봇 시스템은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결국 ‘파로 역병’이라고 불리는 결함이 확산되면서 로봇들은 끊임없이 개체 수를 늘려나가며 지구의 모든 유기물과 생명체를 자신의 에너지원으로 바꾸어 나간다. 인간들은 저항해보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지구 상의 모든 생명과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광경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 테드 파로는 로봇들의 군사 목적 활용을 반대하며 퇴사했던 핵심 개발자 엘리자베스 소백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보안을 핑계로 로봇에 접근할 수 있는 코드를 제대로 구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로봇들이 지구를 모두 파괴하기 전에 그들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소백이 찾은 유일한 방법은 지구가 완전히 황폐화된 이후에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즉 지구를 다시 테라포밍할 시스템을 갖추어 놓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지구를 포맷하는 것. 이것이 〈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드러나는 ‘제로 던’ 프로젝트의 전말이다. *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가이아’의 홀로그램 모습. 그 프로젝트를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은 지구의 멸망을 준비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을 구축한다. 전체 테라포밍 시스템을 총괄하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가이아’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진 9개의 하위 기능이 각각의 역할을 하며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시스템이 계획된다. 1) 기본적인 세계관은 이 정도로 언급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17년에 첫 출시된 〈호라이즌: 제로 던〉이 엘리자베스 소백의 복제인간인 주인공 에일로이의 탄생 비화와 이러한 세계관의 구조를 밝혀나가는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신작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는 하데스 시스템의 오류로 문제를 일으킨 가이아의 테라포밍 시스템을 다시 복구하고, ‘제로 던' 당시에 방주를 타고 지구 바깥으로 피신했던 21세기의 고대인들과 조우하는 이야기가 핵심에 있다. 초반부에 백업된 가이아의 데이터를 찾으면, 가이아의 홀로그램과 관계를 맺으며 그의 하위 기능들을 복구해나가는 퀘스트를 통해 게임의 핵심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데 지구의 명운을 짊어진 인공지능들이 모두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가졌다는 점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이러한 설정뿐만 아니라, 〈호라이즌〉 시리즈 전반의 서구중심주의를 먼저 비판적으로 짚을 필요가 있다. 지구를 죽이고 살린 인물들과 모든 주요 사건이 모두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거나, 심지어 미국 서부의 IT자본들이 그 모든 것의 주체가 된다는 설정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또한 신생 인류 각 부족의 모습이나 풍습을 그려내는 방식에서는 전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의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을 입체적으로 견지하더라도 가이아가 흑인 여성의 이미지로 재현되었다는 점은 단순한 ‘PC 요소’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다. 가이아는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과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가 주장한 ‘가이아 가설’을 연상시킨다. 가이아 가설은 대기의 원소 구성이나 해양의 염분 농도가 오랜 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지구에 살고 있는 다종다양한 생물들의 영향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구를 무생물적 기반이 아니라, 생물과 무생물이 복합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관점이다. 러브록은 지구를 가이아로 부르며 지구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조정하는 지적인 생명체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이른바 에코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사상적 흐름의 기반이 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가이아의 존재가 〈호라이즌〉의 세계관에서는 테크놀로지와 완전히 결합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지점이다. 자연을 총괄하는 여신이 인공지능 알고리듬이라는 설정은 독특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기술과 자연의 이분법을 가로지르게 된다. 여기에서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신적인 존재와 실제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나아가 그것은 생태계의 일부, 아니 생태계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에서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 『사이보그 매니페스토』의 “여신이 되기보다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선언은 한 번 더 뒤집어지면서 전복적인 의미가 발생된다. 지금을 지금으로 만들기 이러한 요소 이외에도 〈호라이즌〉이 흥미로운 여성 서사인 이유는, 단지 주인공 에일로이가 여성이라는 점이나 에일로이가 태어난 노라 부족이 모계 사회라는 설정을 훨씬 초과한다. 2) 오히려 21세기 인류의 지식과 역사를 신생 인류에게 전달했어야 할 남신 아폴로의 이름을 딴 인공지능이 파괴된 상태로 리셋된 지구가 서사의 배경이라는 점이 더욱 근본적인 차이를 만든다. 생물학적인 이분법에서의 여성이 아니라, 남근적 대문자 역사와의 관계 속에서 여성적인 것의 위상을 고민해야 한다. 플레이어가 에일로이와 함께 탐험하는 세계는 고대(21세기)와 역사적 단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고대의 사물들은 말 그대로 고고학적 사물이 된다. 푸코(Michel Foucault)는 『지식의 고고학』 등 텍스트를 통해서 고고학을 역사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역사는 세계를 선형적이고 논리적인 시간에 배치하는 작업이다. 또한 역사는 서술하는 주체의 관점에서의 질서이다. 그러나, 고고학은 땅에 파묻혀 있던 것을 갑자기 지금-여기에 튀어나오게 하면서 잘 정리되어 있던 역사적 배열을 깨뜨리곤 한다. 그렇기에 고고학적 사유에는 일종의 변증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 테낙스 부족이 신전으로 삼고 있는 과거의 전쟁기념관에서 포커스로 데이터를 발견했다. 설정에 따라 데이터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내용의 일부가 누락되곤 한다. 〈호라이즌〉 시리즈에서 플레이의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는, 에일로이가 관자놀이에 끼고 다니는 ‘포커스’의 활용이다. 일종의 AR기기인 포커스는 플레이어가 버튼을 누르면 주변 공간을 스캔하면서 기존과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낯선 공간에 진입하면 패드의 버튼을 연신 눌러대며 새로운 요소는 없는지, 혹은 유실된 데이터 포인트는 없는지 말 그대로 발굴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게 발견되는 데이터 포인트의 정보들은 게임의 퍼즐 요소에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게임 속 세계의 고대(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근미래인 21세기 중반)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그것은 단지 읽을 거리를 제공할 뿐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이상하게 뒤틀리는 감각을 주어 흥미롭게 작동한다. 듀얼센스를 잡고 있는 플레이어의 시간에서 현재가 게임 속 에일로이의 시점에서는 고대가 되면서,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지금을 발굴하는 작업하게 된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에서는 북미 대륙의 서쪽으로 나아가면서 동부 출신인 에일로이 입장에서는 야만적이고 호전적인 종족으로 여겨졌던 테낙스 부족을 만나게 된다. 처음 그들이 등장했을 때, 현대식 군대 제식에서나 볼 수 있는 경례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이 성지로 삼고 있는 공간은 21세기의 전쟁기념관이었다. 그들은 그곳의 홀로그램 자료들을 기반으로 일종의 종교를 만들어 고대의 전사들을 섬기면서, 전쟁기념관의 프로파간다 영상들이 제시하는 이념에 맞추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공간 이외에도 〈호라이즌〉에는 데이터가 보관된 서버룸이나, 일종의 시드볼트, 심지어 인류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는 수장고가 등장한다. 결코 불가능한 영원성을 전제하면서 시간들을 하나의 지평에 물질적으로 모아내는 장소인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이례적인 위상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기도 하다.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감각을 꼬아내는 설정은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전개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에서도 작동하는데, 가이아의 백업 데이터를 처음 발견하는 곳에서 플레이어는 정말로 뜬금없이 구 인류의 생존 세력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전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보호막을 입고 있기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활을 쏘는 것 밖에 없는 상황에서 플레이어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다. 플레이어를 당황시키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꼬여있어서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할지도 헷갈린다. 비슷한 맥락에서 게임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퀜 부족은 에일로이처럼 포커스를 지니고 있어서, 고대의 데이터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소벡 박사와 똑같이 생긴 에일로이를 ‘살아있는 선조’(living ances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계관 전반의 이렇게 꼬여있는 시간성을 통해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지금이라는 시간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 지구로 돌아온 구 인류의 일원인 틸다 판 더 미어는 자신의 수장고에 고대 인류의 미술품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설정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라익스미술관(Rijksmuseum)과 협업 프로젝트로 이루어졌다. 관련 링크: https://blog.playstation.com/2022/04/06/preserving-art-through-tildas-vault-in-horizon-forbidden-west/ 회복이 아닌 전복 SF, 특히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은 이렇게 지금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또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세계가 몽땅 망해버린 이후에도 이야기를 이어갈 누군가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희망의 서사이기도 하다. 파국을 뜻하는 카타스트로피(catastrophe)는 아무것도 없는 절멸을 뜻하지 않는다. 어원적으로 그것은 ‘아래로 뒤집다.’ 혹은 ‘반전’이라는 뜻과 통한다. 그러한 세계의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것은 사실 무언가 뒤집어져 쏟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라이즌〉의 서사도 인류에게 희망을 주고, 결국 인류는 승리할 것이라는 인간중심적인 감동을 주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그런 측면을 부정하기 어렵다. 홀로그램으로 과거의 라스베가스의 화려한 모습이 복원되는 장면 등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인류애를 자극하는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에일로이의 동료들과 그 시대의 인간들이 ‘우리’ 인간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 시대의 인간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도 깽판을 치고 결국 복제인간인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한다. 에일로이와 동료들은 단지 시대적으로 우리 시대 이후의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복제인간이거나 대부분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배양되어 태어난 말 그대로의 포스트-휴먼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라이즌〉은 인류를 회복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인류를 전복시키는 이야기이다. 〈호라이즌〉은 이렇게 인간 너머의 인간들, 그러니까 인간이 아니기에 인간이라는 존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이런 식으로 〈호라이즌〉은 같아 보이는 것의 다름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인간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 지구이면서 지구가 아닌 것, 지금이면서 지금이 아닌 것. 지구를 다시 지구로 만드는 작업은 반복이지만, 차이를 가지고 있는 반복이 된다. 아니, 사실 차이는 반복을 통해서만 드러난다. 여기에서 시간의 문제는 특히 중요하게 작동한다. SF가 가지는 근본적인 가능성은 그러한 시간성에 있다. SF의 시간성은 순간적으로 우리의 지금을 돌아볼 수 있는 틈새를 만든다. 우리는 오직 미래를 통해서만 현재를 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가 아닌 존재들을 통해서만 우리를 돌아볼 수 있다. 1) 가이아의 하위 기능들의 역할을 간략히 정리한 메모를 덧붙인다. 미네르바는 인류가 멸종한 이후에도 파로의 로봇들을 멈추기 위한 코드 분석을 지속하여 결국 로봇들을 멈추는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미네르바가 군사용 로봇을 멈추면, 헤파이토스는 지구 곳곳에 소위 ‘가마솥’(cauldron)이라고 불리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동물 형태의 생태적 로봇들을 만들어 지구에 순환 시스템을 복구한다. 동시에 아이테르는 대기를, 포세이돈은 바다를 정화하고, 데메테르는 토양을 복원하여 식물이 다시 생장하도록 돕는다. 아르테미스는 생체 동물들의 유전자를 복원하여 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엘리우시아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생태계가 복원되면 인간을 배양하여 태어나게 만들고, 나아가 인큐베이팅까지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간들은 정보와 지식의 아카이브인 아폴로를 통해 21세기 수준의 지식을 다시 복원하고,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파로 역병’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공유한다. (사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는데, 제로 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로가 자신의 과오가 영원히 남는 것이 두려워 아폴로를 파괴해버렸기 때문이다. 지구의 테라포밍 이후에 다시 태어난 인류가 고대 문명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데스는, 테라포밍이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대비하여 이 모든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모든 것을 다시 초기화한 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2) 물론 〈호라이즌〉은 거대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지구의 운명을 건 서사이고, 때로는 에일로이가 남성 영웅의 여성 버전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는 플레이의 중요한 기점 곳곳에서 주어지는 대화의 선택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다. 에일로이는 선형적으로 전개되는 서사의 인물이 아니라, 게임의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큐레이터, 미술비평가) 권태현 글을 쓰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예술계에서 활동하지만 쉽게 예술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들에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예술 바깥의 것들을 어떻게 예술 안쪽의 대상으로 사유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정치적인 것을 감각의 문제로 파악하는 관점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7000eichen@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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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 Vol. 10 대규모 인력과 자본을 투여해 만들어지는 트리플 A 게임은 현대 비디오게임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 얻게 되는 가능성 뿐 아니라 한계도 동시에 존재한다. 트리플 A의 의미를 곱씹어본다.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어이쿠, 왕자님>, 게 섯거라 이놈아! 버틀러는 이러한 패러디적인 창조성을 원본이라는 것 자체도 원래 본질적으로 원본인 것이 아니라 원본이라고 가정되는 이상적 자질을 모방을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원본이 동시에 모방본이라는 점에서 원본과 모방본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모방본도 원본도 원본의 상상적 특성들을 모방하는 것이고,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의 모방적 자질을 드러내주는 것이라면 이제 오히려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한다는 역설적인 생각까지 가능해진다. 이는 원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와 패러디의 모방본이 가진 창조성의 가치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며, 오히려 패러디 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모방본이 원본에 선행하여 더 높은 창조적 위치를 점유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Read More Prompt2Videogame: 더빙의 오래된 미래 이러한 맥락을 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데스티니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 너머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다. 1조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질 GPT-4(혹은 그것을 뛰어넘는 모델)에 연동된 데스티니는 플레이어와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그녀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대사를 반복해서 중얼거리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가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은 ‘잠재적인 사운드’에 대해서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리 녹음을 했거나 혹은 기계적으로 만들어 놓은 사운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플레이어의 대답에 따라 반응이 3가지 정도로 나뉘는 고전적인 NPC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 역시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대화의 분기가 한 10가지쯤 될 것이라고 쉽게 추측할 수도 없다. 그녀는 플레이어의 대답에 긴밀하게 반응하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하며, 그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대사나 대화에 있어서 데스티니에게 기존 게임 사운드의 특성들을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Read More The Coevolution of Arcade Games, Gamers, and Interfaces As such, interfaces may evolve to accurately construct the ideals projected on the design, but that design can easily change based on coincidental chance. The modified interface also brings about transformation to one’s gameplay itself, and this change in gameplay can change the experience provided by the game, thus bringing about an effect that makes the game itself feel different. Therefore, the interface is not merely a simple input device nor a factor that does not bring any fundamental changes to the game, but rather is the very hardware that constitutes the game and simultaneously the “physicalized” mechanical object connected to the gamer. The interface does not evolve or progress according to the game’s design; it lies in the process of ever-changing co-evolution while interacting with the game, the gamer, and all environments tied to the self. Read More Three Trends in Western AAA Games Research: Creators, Culture, and Cash. The AAA space continues to be one where art, industry, and culture coalesce. What games research attunes us to most is that each of these elements, while moving forward, seems to be stuck in stasis where the problems of the past remain unresolved. In the pleasure of the next big release, the anticipation of the next hype cycle, and the excitement of the next awards ceremony, it’s clear that AAA development is no-doubt heading full-bore into a future of even greater artistic heights, but these heights come with even more troubling extremes. Despite interventions on the part of games journalists and academics, and mobilization attempts from game workers, long-standing and pervasive issues with the legitimacy of games, and the exploitation of workers and players alike, persist. Academic work on the AAA space shines a spotlight on the issues that continue to go unresolved while major gaming studios propel forward in the perpetual quest for artistic recognition, prestige, and the almighty dollar. Read More [Editor's View] 트리플 A, 거대한 만큼 희미한 개념을 헤치며 안녕하세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입니다. GG의 호수가 오늘로 두자릿수에 진입했습니다. 격월로 나가는 호로 10회니 벌써 20개월을 지나왔다는 이야기겠지요. 매 호마다 GG는 오늘날 게임문화담론의 주요한 테마가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그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기획을 실어왔습니다. 때로는 기술에, 때로는 문화에 초점을 맞추며 지난 10호는 한국 게임문화담론을 이루는 여러 기초적인 요소들을 탐색해온 바 있습니다. Read More [논문세미나] “Sexuality does not belong to the game” - Discourses in Overwatch Community and the Privilege of Belonging 한때 전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AAA급 게임 〈오버워치(OVERWATCH)〉. 〈오버워치〉는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내 다양한 논쟁이 오갔던 2010년대 후반을 상징하는 게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 인기를 입증하듯, 〈오버워치〉에는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쏟아져나왔고 이를 통해 드러난 현상과 논의들이 논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기를 풍미한 〈오버워치〉는 작년 10월, 서비스를 종료해 후속작인 〈오버워치 2(OVERWATCH 2)〉로 재탄생했다. 이 글은 Triple A!라는 주제를 맞아, 2010년대 후반을 대표한 AAA급 게임 〈오버워치〉에 관한 한 논문을 다루고자 한다. 바로 오버워치 속 ‘퀴어’를 다룬 논문이다. Read More [인터뷰] : “중꺾마”의 장본인,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인터뷰 흥미로운 점은 해당 표현을 처음 사용한 문대찬 기자가 ‘게임 전문지’가 아니라, 종합일간지의 기자라는 점이다. 문대찬 기자가 소속된 쿠키뉴스는 2005년에 만들어진 온라인 뉴스 서비스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단순히 인터넷 종합일간지가 게임을 다룬다는 점을 넘어, 게이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미디어 일반에 진출하면서 만들어지는 변화를 보게 한다. ‘중꺾마’의 대중화만 하더라도 게임과 게임 산업의 맥락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게임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장된 사례이다. 이번 호에서 편집장은 ‘중꺾마’의 장본인인 문대찬 기자와 만나, 게임이 서브컬쳐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Read More 古典名著邂逅现代科技: 《黑神话:悟空》与中国的3A游戏想象 但就在这“一切朝钱看”的时代与产业环境里,名不见经传的《黑神话:悟空》(흑신화:손오공,后文简称《黑神话》)却在2020年8月20日如电影《大话西游》(대화서유)里“身披金甲圣衣、驾着七彩祥云”的盖世英雄一般横空降世,不仅搅动整个中国游戏业,甚至点燃了社会舆论对中国游戏业的期待。人们在民族主义情绪的激荡下,憧憬着古典文学《西游记》与现代科技虚幻引擎(Unreal Engine)的“邂逅”能第一次铸就伟大的中国3A游戏。 Read More 개발자, 문화, 그리고 현금: 서구 AAA 게임계의 세 가지 경향 AAA게임은 예술, 산업, 문화가 결합되는 영역으로서 지속되어왔다. 게임 연구는 그러한 요소들이 - 진전을 계속하는 가운데 - 과거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상태에 정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거대 차기작 출시에 대한 기대 및 차기 하이프 사이클에 대한 예측 그리고 다가올 시상식에 대한 흥분 속에서, AAA게임 개발이 보다 높은 예술적 수준의 미래를 향해 최고의 속도로 내달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높이에 도달하기까지 훨씬 큰 극단의 고통이 수반될 것이다. 게임 언론계나 학계의 간섭, 그리고 업계 종사자들의 노동 관련 운동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적법성, 노동자와 플레이어에 대한 착취 등 오랫동안 존속되어온 문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Read More 게임 to 현실, 현실 to 게임: <게임의 사회학> 서평 〈게임 사회학〉은 저자 스스로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었다. 저자가 스스로 게이머들이 왜 이런 행동을 보였을지 이유를 추적하고 그 인과성을 검증하는 모델을 세우는 과정을 보였기 때문이다. 즉 정량적인 연구라도 연구 문제를 설계하고 모델에 어떤 변수를 채택하고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 일은 다시 사람의 몫이다. 전통적인 사회과학이나 통계학 연구자들이 딥러닝을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딥러닝 모델이 독립변수와 종속변수의 관계를 설명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필요성이 부각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XAI는 알고리즘이 왜 이런 결과를 내놓았는지 추적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정량적인 연구와 정성적인 연구가 연결되는 지점이며, 앞으로 게임과 그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사회과학 연구가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Read More 게임백서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들과 알려주지 않는 것들 2023년 1월 2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이하 ‘백서’ 혹은 ‘게임백서’)〉를 발행했다. 백서는 연 1회 발행되며, 1년 간의 국내 게임산업 현황(산업, 수출입, 제작 및 배급업체, 종사자, e스포츠 등), 게임이용 동향(플랫폼별 이용, 게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등), 해외 게임산업 현황(플랫폼별·국가별) 등을 다룬다. 국내외 산업규모, 이용행태를 파악하고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정책수립이나 연구조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백서 발행의 목적이다. Read More 고전 명작과 현대 테크놀로지의 해후: 『검은 신화 : 오공』과 중국 AAA게임의 상상 2017년부터 중국 게임산업의 실제 매출은 확고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 중국 게임산업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AAA게임이야말로 한 나라의 게임산업의 종합적인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 게이머들에게 뼈아픈 점은 중국이 내내 자체적인 3A게임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관련된 시도조차 부족하다는 사실에 있다. 다시 말해, 상업적 성장 측면에서 중국 게임산업은 ‘최고의 시대’이지만, 문화예술과 창조성의 측면에서는 ‘최악의 시대’라는 것이다. Read More 고전게임 리메이크에서 트리플 A를 고려하는 방식에 관하여 세간에서 말하는 트리플A 게임만의 매력은 뭘까? 아무래도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세대의 가장 앞선 기술을 다각도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포기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특히 게임 장르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게임-문법은 이미 앞세대의 게임에서 대개 구현이 완성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트리플A 게임은 그것을 어떻게 규정하든 비주얼과 사운드라는 면에 방점을 찍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은 생산비 증가와 개발 기간의 장기화라는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트리플A 포기론’까지 나올 정도이다. Read More 규모의 문화상품 - 블록버스터 영화와 트리플A 게임 약간의 오해를 감수하고 말해보자면, 어느 순간부터 게임 시장은 트리플A 게임과 인디게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이는 트리플A 게임과 종종 비교되곤 하는 영화의 블록버스터 개념과도 차이를 보인다.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범주 속에 블록버스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상업영화가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중저예산의 로맨스, 코미디, 호러 영화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영화들은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등 비상업적 영역에 속해 있지 않다. 다만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 유통, 홍보되는 영화가 아닌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일 뿐이다. 게임은 그 반대의 위치에 놓인다. 영화는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텐트폴 영화’라 부르며 그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저예산 상업영화, 독립영화, 예술영화 등으로 구성된 시장을 지닌다. 게임도 몇몇 트리플A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스트레이〉(2022), 〈잇 테이크 투〉(2021)와 같은 인디게임들이 흥행을 기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2022)처럼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게임은 트리플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상업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비상업적 게임”이라는 어색한 어감의 단어조합은 극소수의 예술적 게임, 혹은 전시나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몇몇 게임만이 속해 있을 뿐이다. Read More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입장에서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에 대해 생각해보기 2022년 9월 29일 구글 스태디아의 서비스 종료가 발표되었다. 스태디아는 클라우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또 한가지의 특징은 월정액으로 구글이 계약해서 제공하는 여러 게임을 플레이할수 있는 게임 라이브러리 구독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다만 따로 돈을 내야하는 게임도 있어서 완전한 구독형 서비스는 아니었다. 제공하는 게임이 썩 만족스럽지 않았고 최신 게임을 하려면 월정액 요금 외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내야했기 때문에 구글 스테디아는 이용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구글의 의지 부족으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Read More 산업의 트리플A, 이용자의 트리플A 한 때 트리플A가 상징했던 것들을 더욱 소중히 간직하기 위해서, 그 이상의 신성함을 게임에서 꿈꿔보자. 하나의 통일된 지향을 추구하기 보다는, 여러 방향의 주변화된 상상력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적될 때 인류에게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더욱 경이로운 경험을 우리는 협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이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가능한 것의 경계를 계속 확장하고, 그 진화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Read More 엘든 링: 황금 나무가 솟은 정원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순간에 도달한다. 완성한 지도에서 더 이상 가지 않은 장소는 없으며, 무한한 탐험을 약속하던 세계는 더 이상 광야가 아니다. 그때 〈엘든 링〉은 그림 같은 정원에 가까워진다. 자연물과 폐허를 포함한 정원은 “열정적인 기억, 회한, 달콤한 멜랑콜리를 더 잘 자극할 목적으로 새로이 부재를 만들어낸다.”16) 설령 엔딩이 일종의 종말을 선언한 이후에도, 플레이어들은 불완전한 총체성을 해소할 길 없이 꿈꾸며 정원을 헤맨다. Read More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에 이렇게 진부한 요소들이- <승리의 여신: 니케>의 SF 세계관과 캐릭터 디자인의 충돌 〈승리의 여신: 니케〉(이하 〈니케〉)는 2022년 11월 시프트업에서 제작하고 레벨 인피니트에서 서비스하는 FPS/TPS 모바일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광고에서 이미 한차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2019년 처음 트레일러가 발표되었을 당시 캐릭터들의 섹슈얼한 디자인과 가슴과 엉덩이의 모핑(morphing)이 과도하게 부각된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화젯거리가 있었기 때문인지, 2022년 출시를 앞두고서도 미디어를 통한 광고에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부각된 광고가 있었다. Read More 채찍과 당근의 자강두천,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 공포 게임의 UX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행동 패턴을 유도하고 또 감정선을 조절하는데 가장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때론 위협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면서, 무작정 사실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현실적이지도 않은 범위 안에 플레이어의 경험을 위치시키기 위해 수많은 요소가 무대 뒤에서 암약한다. 마치 영화 ‘캐빈 인 더 우즈’ 에서 미스터리 단체의 직원들이 주인공 일행에게 하나씩 위협을 던져주며 가지고 놀듯이 말이다. 만약 이런 시선으로 공포 게임을 본다면, 이제는 한 번쯤 그 의도와 예상을 부숴주겠다는 불순한 생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Read More 탈출 없는 삶에서 의미를 만드는 게임적 방법 〈하데스 Hades〉는 혹평이 거의 없는 좋은 게임의 정석 같은 게임이다. 2020년 하반기 최고작으로 뽑히며 더 게임 어워드(The Game Awards, TGA) 올해의 게임 노미네이트, 각본상, 인디 게임상, 액션 게임상을 수상했고, 메타크리틱 게임 리뷰에서 93점의 높은 점수를, 현재 스팀에서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SF 문학상인 네뷸러상과 휴고상까지 수상하니, 국내의 한 게임 비평지에서는 “하데스는 깔 게 없다”고 평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렇게 길게 수상 목록과 긍정적인 평가를 굳이 덧붙이는 이유는 〈하데스〉가 보편적으로 잘 만든 게임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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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 Vol. 7 GG의 첫 번째 게임비평공모전에서 입상한 주요 작품들을 수록하였다. [Editor's view] 게임비평공모전에 부쳐 GG 7호는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들을 중심으로 꾸몄습니다. 게임비평이라는 영역 자체가 사회 전반에서는 다소 낯선 부문일 수 있겠지만, 무려 93건의 응모작이 들어온 것을 보면서 적어도 게임에 대한 비평적 접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심사 과정에서 가졌던 고민들과, 공모전과 GG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드리고자 합니다. Read More 〈디스코 엘리시움〉 하나의 세계에서 태동하는 모순, 적대, 역설의 게임(장려상) 그럼에도 비평적으로 찬사를 받으며 우뚝 선 ZA/UM의 개발자들은 이제 비디오 게임이야말로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예술이라고 밝히는 데에 이르렀다. “타인의 기억에 남고 싶다면, 체계적으로 반감을 사야 합니다. 반감을 살 준비가 되었다면, 정말로 역사적인 기회를 얻게 됩니다.”3)는 말은 그들에게 매우 적절하지 않을까. Read More 게임은 XX다: 동어반복적 회로를 차단하기(최우수상) “장르에 무관하게 예술 작품은 환언하기가 불가능하다. (중략) 지식은 언제나 위로 환언하기 혹은 아래로 환언하기에 해당하지만, 예술은 소크라테스적 철학과 마찬가지로 지식의 일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Read More 게임을 산책하기(장려상) 지난 5월 2일 민형배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상공간에서의 가상인물을 통한 음란행위”를 성범죄로 규정하고 있다1). 물론 민형배 의원의 개정안은 현실의 성폭행 범주를 고스란히 옮겨와 메타버스 속 성범죄를 온전히 규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 개정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메타버스라는 아바타를 신체의 확장으로 바라보며, 아바타의 경험이 실제 신체의 체험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Read More 그들만의 게임 바깥에서 서성거리기 : 다크소울3과 ‘프롬갤’의 ‘요르시카 살해 전통’ (장려상) 다크소울3은 나의 첫 패키지 게임이었다.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이 게임을 소개하는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 고딕 건물이 빛바랜 색감과 얽혀드는 게임 속 광경이 매력적이었고, 그렇게 난생처음으로 스팀 게임이라는 걸 구매해 봤다. 무턱대고 시작한 게임은 참 까다로웠다. 알고 보니 다크소울은 어려운 난이도로 이름이 높은 타이틀이었다. 이 게임의 디자인은 다양한 함정이나 어려운 전투를 활용해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부각한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죽고 화면에 떠오르는 'You Died' 문구는 일종의 밈이 될 정도였다. Read More 리듬 게임, 가장 빈곤해서 가장 자유로운(우수상) 거듭 말하자면 리듬 게임은 빈곤한 장르다. 그러나 그 빈곤함은 게임 일반에 공통된 특정한 요소를 급진적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세공된 빈곤함이다. 가위바위보를 할 때조차도 우리는 상대와 ‘동시’에 손을 내밀어야 하고, “안 내면 술래”다. 동궤에서 리듬 게임은 유한하고 폐쇄적인 장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유한성과 폐쇄성 덕분에 우리는 극도의 해방감을 체험하게 된다. Read More 불멍을 넘어, 소비자본주의 너머: 게임 〈리틀 인페르노〉 비평(우수상) 물건을 태워서 종잣돈을 늘리고 새로운 물건을 해금한다. 그리고 일종의 업적이기도 한 특정 물건의 조합을 찾아 태우는 재미는 분명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주된 게임성을 경험하게 하는 시스템을 플레이어로 하여금 회의하고 그 밖을 사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재촉한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리틀 인페르노〉는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세지가 게임적 시스템과 충돌한다. Read More 비디오 게임이라는 강신술의 세계에서(장려상) 미래의 비디오 게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구차한 물음에 수많은 미디어들은 상당량 유사한 패턴으로 반응한다. 이를테면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이자 해당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 〈레디 플레이어 원〉은 육체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아바타 캐릭터로 이루어진 초대형 MMORPG라는 형태로 구현되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구태의연한 표현에 가깝다. 1994년 방영을 시작한 〈기동무투전 G 건담〉에서도 이미 플레이어의 육체를 트레이싱해 반응하는 아케이드 대전 액션 게임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주장하는 미래의 비디오 게임은 통상 플레이어 육체의 즉시적 피드백, VR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세계의 확립, 대체 육체가 활동할 수 있는 사이버 스페이스적 환경이라는 3개의 요소를 고정된 표징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Read More 심사위원장 총평 제 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연세대학교의 윤태진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이번 응모작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심사위원들이 기대했던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 좋은 원고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습니다. 응모해주신 90여명의 예비 비평가 모두에게 감사와 격려를 전합니다. Read More 아서 왕의 죽음: 〈레드 데드 리뎀션 2〉, 기사 로맨스, 종말과 지연의 이중주(장려상) 락스타 게임즈의 웨스턴 RPG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주인공 아서 모건을 아서 왕에 빗댄다. 이들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끝물의 무법자를 별안간 중세 원탁의 기사에 견준다면, 에필로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잭의 독서는 여태 플레이한 내용을 또 한 편씩의 기사 로맨스로 요약한다1).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Read More 자각몽으로서 게임(우수상) 비디오 게임의 모순적인 표현을 지적하는 말로 ‘루도내러티브 부조화’(Ludonarra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쓰이곤 한다. 이는 게임 디자이너 클린트 호킹이 〈바이오쇼크〉를 비평하며 제시한 용어로, 말 그대로 게임 플레이(ludo)와 게임의 스토리(narrative) 사이의 부조화를 의미한다. 그는 〈바이오쇼크〉에서 플레이를 통해 경험하는 규칙이 게임 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의 내용과 상충하고, 게임의 진행에 따라 강제되는 선택이 전자에서 제시된 딜레마를 소거한다는 모순이 있음을 지적한다. Read More 제1회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 발표 안녕하십니까, 게임제너레이션입니다. 제1회 게임제너레이션 게임비평공모전 수상작을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Read More

  • 아서 왕의 죽음: 〈레드 데드 리뎀션 2〉, 기사 로맨스, 종말과 지연의 이중주(장려상)

    < Back 아서 왕의 죽음: 〈레드 데드 리뎀션 2〉, 기사 로맨스, 종말과 지연의 이중주(장려상) 07 GG Vol. 22. 8. 10. 아서: 우리 집안은 영국인도 아니었다고. 숀: 아무렴, 아서왕이시여! 미키: 좋은 이름이에요. 강한 이름입죠. 왕 같은 이름! 저만의 왕 같은 분이세요, 아서 씨. 존: 서부 모험 얘기가 재밌나 보지? 잭: 이젠 별로요. 기사 얘길 읽고 있었어요. 있잖아요, 원탁의 기사들요. 존: 거기 왕 이름이 뭐더라? 잭: 아서 왕도 있고, 랜슬롯 경이랑, 귀네비어 왕비랑, 잔뜩 더 있어요. 존: 그 이름… 잭: 좀 맘에 들어요. 존: 그거 알아? 아빠도 그래. 락스타 게임즈의 웨스턴 RPG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2〉)는 여러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주인공 아서 모건을 아서 왕에 빗댄다. 이들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 끝물의 무법자를 별안간 중세 원탁의 기사에 견준다면, 에필로그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잭의 독서는 여태 플레이한 내용을 또 한 편씩의 기사 로맨스로 요약한다 1) .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본디 〈레데리2〉가 장르적 상상력을 빚진 할리우드 웨스턴 시네마의 원형적 트로프가 중세 기사 로맨스와 공유하는 바가 많다는 점, 나아가 웨스턴 장르의 발달에 크게 영향을 미친 일본 사무라이 시네마가 중세 유럽 봉건제와 흔히 비교되는 에도 시대 사회 구조를 모티프 삼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인유 자체는 그리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그러나 〈레데리2〉의 기사 로맨스 인유는 단지 두 장르의 표면적 유사성을 가리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사 로맨스 장르를 참조점 삼아 〈레데리2〉는 내러티브는 물론 오픈월드까지 아우르는 고유한 주제의식을 구축한다. 자기기만의 루도내러티브 협박, 갈취, 폭행, 재물절도, 가축절도, 침입, 강도, 강간, 밀렵, 살인미수, 탈옥 2회. 이는 〈레데리2〉에서 자행 가능한 범죄를 열거한 것이 아니다(이 게임이 제공하는 범죄-유희의 목록에 성폭력은 포함되지 않는다). 영국 중세 말, 로맨스 『아서 왕의 죽음』을 집필한 기사 토마스 말로리 경의 화려한 범죄 경력이다. 아서 왕 전설을 집대성하며 그처럼 고귀한 기사도의 공동체를 그려낸 장본인이 정작 “기사도라기보다 모범적인 깡패질의 기록”(Cooper x)에 수렴하는 삶을 살았다는 사실은 말로리의 독자들을 꾸준히 당혹스럽게 만들어 왔다. 명예로운 신념이 이끄는 삶에 대한 선망과 직업범죄자로서의 삶의 이력을 한 사람 안에 어떻게 화해시킬 것인가? 어쩌면 〈레데리2〉의 플레이어야말로 말로리의 자아분열적 모순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단지 앞의 질문이 무법자 아서 모건을 플레이하는 경험을 요약하는 문장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레데리2〉가 자기기만이 얼마나 강력하게 자기모순을 지탱하는 기제인지, 나아가 자기성찰이 과연, 어떻게, 얼마나 가능한지 묻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 아서의 일기. “매번 끝이 없다. 현상금사냥꾼. 핑커튼. 법집행인. 가는 곳마다 문명이 더 늘어선다. 어쩌면 앞으론 이게 다일지도 모른다. 차차 알게 되겠지. 이곳이 슬슬 기분나쁘다. 서부의 탁 트인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나마 남아있는 땅으로라도. 하지만 그곳마저도 내가 기억하던 모습이 아니다.” 손글씨에 드로잉을 곁들인 일기는 이 과묵한 무법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내밀한 창구이자, 플레이어의 정서가 주인공 및 게임의 내러티브와 호응하도록 조율하는 가이드로 기능한다. 1899년. 오프닝에서부터 〈레데리2〉는 한 시대의 끝을 배경으로 삼겠다 선언한다. 〈레데리2〉의 세계는 문명 대 야생이라는 오래된 신화적 내러티브의 시공간이다. 선형적 흐름으로 표상되는 근대 ‘역사의 진보’와 함께 백인 문명은 기어이 서부의 야성을 길들였다. 제도적 권력보다 개인의 물리적 폭력이 훨씬 선명한 실체를 지니던 서부의 경계적 공간에서 활개 쳤던 무법자들은 이제 국가권력·자본주의·물리적 폭력의 결합체인 미연방 및 핑커튼 요원들에게 뒤쫓기는 처지다. 아서가 20년을 충성한 반 더 린드 갱은 낯선 풍경들 사이에 갇혀 이리저리 내몰리며 몰락의 수순을 걷고, 시나리오 후반부터 급격히 쇠약해지는 아서의 병든 육신은 플레이 경험을 세계의 풍경과 동기화시킨다. 역사의 흐름과 인간 문명의 발전을 ‘황금시대’로부터의 점진적 쇠퇴로 인식하는 중세 역사관처럼, 〈레데리2〉의 게임 세계는 새 시대의 도래를 기념하기보다 이전 시대의 종말을 애도한다. 과거에 대한 향수는 무법자의 존재론으로 거듭난다. 우리 시대는 다 지나갔으며 세상이 더는 우릴 원치 않는다는 아서의 한탄은 무법자들의 좌절감과 위기의식을 간명하게 요약한다. 〈레데리2〉 재현의 철학의 대변자이기도 한 동시대 사상가 에블린 밀러가 문명 대 야생의 신화적 구도를 구세계 문명의 퇴폐와 신세계 자연의 순수로 변주하고 후자로의 회귀를 주장한다면, 밀러를 정신적 지주로 삼는 더치 반 더 린드의 리더십은 이를 다시 문명 대 무법자의 구도로 전유함으로써 범죄에 반체제적 투쟁이라는 대의를 덧씌운다. 더치와 아서는 무법자가 현재에서 미래로 돌이킬 수 없이 나아가는 근대 역사의 선형적 시간성과 불화하는 존재라는 핵심적 인식을 공유한다. 더치가 설파하는 사회 개혁이나 원시의 지상낙원 타히티로의 도피라는 비전은 아서의 향수와 마찬가지로 다가올 미래가 아니라 ‘좋았던 과거’를 향한다. 하지만 무법자들의 세계관은 역사적 현실에 시대착오와 자기기만이 뒤섞여 만들어진 왜곡의 결과물이다. 그들 마음속의 더 조화롭고 더 단순했던 과거, 생계형 강력범죄자가 환영받았던 과거는 존재한 적 없다. 따지고 보면 문명 대 야생의 이분법에서 무법자가 야생의 영역에 속하며 문명과 적대해 왔노라는 단순명쾌한 환원부터가 환상이다. 그들은 스스로도 문명 없이는 존재 불가능한, 서부 개척 시대 백인 문명 경계의 최전선이지, 야생이나 자연의 일부였던 적은 없다. 인간 제도가 없는 타히티(식민주의적 환상이다)로의 탈출을 꿈꾸지만, 텐트에서 축음기로 오페라를 감상하고, 대도시에서 목격한 세련된 삶에 매혹을 숨기지 못하는 더치의 모순처럼. 인지왜곡을 바탕으로 무법자들은 시대착오를 반복한다. 익숙한 방식 이외에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응할 다른 방법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금을 기대하고 전차역 금고를 턴다거나(물론 푼돈밖에 없다) 석유 재벌 콘월을 살해하는(시스템화된 자본주의는 가령 적대 갱의 리더를 죽이면 전체가 와해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식의 행동은 집단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과오는 막연한 위기의식과 그럴듯한 수사를 갖췄을 뿐, (게이머에게는 『호모 루덴스』로 더 유명할) 요한 하위징아가 『중세의 가을』에서 조명한, 중세 말 부르고뉴와 네덜란드 등지 기사들의 시대착오적인 “기사도적 환상”이나(92), 리 패터슨이 초서를 통해 진단한, 중세 후기 영국 기사계급의 “자기인식의 실패”(230)에서 비롯한 정체성의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된다. 급변하는 역사적 풍경에 맞서 만들어낸 자기기만적 세계관의 폐쇄회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까닭이다. 추억보정이란 이름의 인지왜곡을 걷어내고 나면 과거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갱이 돌이킬 수 없이 와해되는 순간에야 아서와 존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더치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사람”이었던 적이 있는가? 기실 이는 아서를 대체해 다음 세대 주인공이 될 존 마스턴이 꾸준히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존: 가끔은 세상이 우리가 기억하던 그런 모습이었던 적이 있긴 했는지 모르겠어. 우리들이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사람들이었던 적이 있긴 했는지. 아서: 내가 그랬지, 그렇게 땅굴 파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마스턴. 그런 생각 아무 도움 안 돼. 이동 중 발생하는 이 대화는 무법자들의 세계관과 자기인식이 어딘가 뒤틀려 있음을 일찍부터 암시하는 중요한 실마리지만, 플레이어가 목표 지점까지 너무 빨리 도착하면 대사를 출력할 시간이 부족해 생략된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충직한 아서처럼, 당장의 임무 완수를 최우선 삼는 플레이어는 무법자들의 인지왜곡을 회의하거나 성찰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아서가 묵살했던 존의 질문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 아서의 결핵이 밝혀지는 시퀀스에서, 오직 명예 수치를 높게 쌓은 아서에게만, 보이스오버로 되돌아온다. 아서의 자기성찰은 오직 그를 조종하는 플레이어가 반복적인 선행을 통해 아서 내면에 선한 마음이 있으며, 그가 명예와 범죄 사이에서 자기분열적 모순을 치열하게 경험하고 있노라는 루도내러티브를 구성할 때라야만 가능해진다. 그렇게 죽음을 앞두고서야 아서는 선한 신념에 이끌리면서도 범죄를 일삼는 자기모순을 지탱해 온 것이 다름 아닌 스스로의 기만이었으며, 끝내 자신의 죽음을 결정한 것이 바로 그 자기기만이었음을 깨닫는다. 반면 명예 수치가 낮은 아서에게 자기성찰의 기회는 없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맞느냐는 질문은 악인에 가까운 아서의 뇌리를 죽는 순간까지 스치지 않는다. 또다른 ‘아서 왕의 죽음’으로서〈레데리2〉는 자기인식의 실패가 이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체험 가능한 서사로 구현한다. 종국에는 〈레데리2〉의 철학을 대변해 온 에블린 밀러도 같은 운명을 맞는다. 서구 문명의 병폐를 비판하는 내내 스스로 그 일부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밀러의 최후를 목도한 뒤 존은 일기에 적는다. 그 많은 학식도 가엾은 밀러 씨를 “자기 스스로 생각했던 것만큼”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진 못했노라고. 궁극적으로 이는 〈레데리2〉 자신조차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과오다. 〈레데리2〉는 무법자들을 역사적 몰락의 풍경에 깊이 연루된 존재로 묘사하기 위해 이들을 오히려 탈역사화하는 모순을 범한다. 에스더 라이트는 〈레데리2〉가 서부의 역사를 곧 서구 근대 문명 진보의 역사로 표상하는 전통을 성찰하는 태도를 취하지만, 종국에는 서구·백인·남성 중심 진보의 서부 역사관을 재생산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Rockstar Games,” “Women out of Date”). 이 재생산 과정에서 게임은 번번이 반 더 린드 갱이나 ‘옛 서부’의 과거를 상징적 인간 역사 이전의 상태로 표상하려는 충동에 시달린다. 결국 〈레데리2〉는, 어쩌면 필연적으로, 무법자들이 범하던 과거의 편집이라는 오류를 좀더 교묘한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레데리2〉에서 성찰은 가능하지만, 오직 최후의 순간에야 가능하다. 그리고 이 필연적인 완성이자 종말의 순간을 지연하는 것이 〈레데리2〉의 전략이다. 지연하는 오픈월드, 팽창하는 게임 오픈월드 시스템을 빼놓고 〈레데리2〉를 제대로 논의하기는 불가능하다. 세기전환기 미국 땅을 방대하고, 치밀하며, 상호작용 가능한 공간으로 구현한 〈레데리2〉의 게임 세계는 발매 이래 꾸준히 찬사의 대상이었고, 아직까지 번번이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하지만 이는 게임을 둘러싼 불평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레데리2〉의 오픈월드가 동시대 게임 테크놀로지로 구현 가능한 플레이어 자유도와 비선형적 게임 경험의 지평을 확장하는 반면, 상술한 메인 시나리오는 극단적으로 선형적인 플레이 경험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레데리2〉에서 시나리오 미션과 오픈월드 상호작용, 선형성/비선형성 간 괴리와 불협화음은 전례 없이 극대화된다. 로맨스의 오랜 관심사이기도 했던 이 긴장을 〈레데리2〉는 오직 디지털게임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주제화한다. 서사의 비집약성과 비선형성은 문학 양식이자 장르로서 로맨스를 특징짓는 요소다. 로맨스는 결말을 향해 내달리기보다 산만하게 떠돌아다니며, 우연한 조우를 통해 모험의 원래 목적과 상관없는 곁가지로 빠지기를 반복한다. 로맨스의 이러한 성격은 서사의 필연적 선형성에 저항하는 충동으로 해석되곤 한다. 패트리샤 파커는 로맨스가 불가피한 결말을 끝없이 지연하는 팽창의 양식이라고 정의한 바 있고(4, 63), 리 패터슨은 로맨스가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 주목함으로써 역사적 의식을 억누르는 힘을 지닌 장르라고 해석한다(107). 기사 로맨스의 주인공인 편력기사(knight errant)의 errant는 모험의 방랑을 뜻하지만, 인식적·도덕적 탈선을 뜻하는 error에서 파생된 말이기도 하다. 로맨스의 팽창하는 모험은 이야기를 지연하고, 필연적인 종말과 완성의 순간을 유예하며, 선형적 시간성에 저항하며 서사적·물리적·도덕적 방황 자체의 즐거움에 주목하는 일이다. 이는 〈레데리2〉가 역사에 뒤쫓기는 무법자 아서 모건을 플레이하는 경험을 통해 구현하는 바이기도 하다. * “실패: 잘못된 말에 안장을 얹었습니다.” 일단 시나리오 미션에 진입하면, 시시각각 개입하는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지시사항을 충실히 따르지 않았다간 온갖 기상천외한 사유로 게임오버를 당하기 십상이다. 〈레데리2〉의 시나리오는 선형적 시간성에 관한 자의식적 루도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증기기관차처럼 내달리는 근대 선형적 역사의 흐름을 구시대의 무법자는 거스를 수 없다. 〈레데리2〉가 전작 〈레드 데드 리뎀션〉(이하 〈레데리1〉)의 프리퀄임을 고려하면, 예정된 종말의 미래로 치닫는 〈레데리2〉의 시간의 흐름은 더더욱 필연적이고 불가피하게 다가온다. 아서나 플레이어는 한 시대의 끝을, 갱의 분열과 몰락을, 아서 자신의 죽음을 결코 막을 수 없다. 시나리오 미션이 구성하는 게임플레이의 선형성 역시 플레이어 행위자성의 감각을 저해한다. 시나리오 미션 내내 플레이어는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개입을 끊임없이 마주한다. 정확히 특정 지점으로 이동해 정확히 특정 행동을 수행하라는 지령은 종종 강제적인 조작 매뉴얼에 가까워지고, 여기서 이탈해 비선형적 플레이를 추구하는 시도는 게임오버로 차단된다. 결국 이 손쓸 수 없는 몰락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자유란 기껏해야 번번이 돌아오는 전투 구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살상을 자행할지 정도뿐인데, 이는 아서가 시대의 변화 앞에 좌절감을 느끼며 폭력적 충동을 다스리기 어렵다고 고백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주체를 좌절시키는 (역사와 게임 시스템의) 선형적 힘이야말로 〈레데리2〉의 서사와 플레이경험이 동기화되는 지점이다. 반면 〈레데리2〉의 비선형적 오픈월드 시스템은 이 선형적 시간성에 저항하는 지연과 팽창의 경험을 극대화한다. 오픈월드는 게임플레이를 시나리오로부터 이탈시키고, 사건과 사건 사이의 틈을 비집고 팽창시킴으로써 선형적 시간의 흐름을 지연한다.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두 세계는 암묵적으로 전혀 다른 법칙에 따라 작동한다. 시나리오 미션에서 반 더 린드 갱의 몰락이 조밀한 인과관계 속에서 긴박하게 진행되는 반면, 오픈월드에서는 밤낮이 수없이 바뀌며 아서의 수염이 자라고 체중이 변할지언정 갱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선형적 플레이를 조작 단위로 강제하던 시스템 인터페이스의 개입이 몰입적 플레이를 강조하는 오픈월드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은 물론이다. 오픈월드의 전례 없는 규모와 디테일, 높은 상호작용성은 물리적 플레이타임은 물론, 시나리오에서 좌절되었던 행위자성의 감각마저 팽창시킨다. 실패·도피·배신의 드라마의 구심점인 갱 캠프를 떠나 플레이어는 드넓은 자연을 탐험하며 수백 종의 동물들을 관찰하고 사냥하거나, 길에서 우연히 조우하는 행인과 상호작용하거나, 마을에 들어가 목욕과 이발을 한 뒤 포커를 치고 짐승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고, 갱의 명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온갖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비선형적 활동에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오픈월드는 자유로운 자기실현의 감각을 통해 플레이어를 끝없이 붙들어 놓는다(비약적으로 불어나는 플레이타임이 암시하듯 이 행위자성 감각의 팽창이야말로 게임플레이의 즐거움의 요체인지도 모른다). 〈레데리2〉 오픈월드의 비선형적 플레이경험은 선형적 역사의 시간에 맞서 종말의 미래를 끝없이 유예하는 지연의 시간성을 구성한다. 결핵으로 소진되어 가는 아서의 생명조차 선형적 시간이 지배하는 시나리오 미션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영원하다. 역사 바깥에, 비선형적 편력의 세계에 머무는 한 아서 왕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자기기만일 것이다. 서부의 가을, 또는 “끝없는 여름” 〈레데리2〉는 개인을 좌절시키는 역사의 흐름과 그것을 뿌리치려는 개인의 충동 간 긴장을 게임화한다. 이는 아서의 죽음 이후 에필로그와 포스트게임의 플레이어 캐릭터로 거듭나는 존 마스턴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에필로그에서 존은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나 정직한 삶을 일구고, 옛 배신자에게 복수함으로써 과거에 매듭을 짓는다. 엔딩크레딧 시퀀스는 〈레데리2〉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레데리1〉을 예고한다. 마침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진 존과 애비게일의 결혼식 장면과 정부 요원들이 그의 자취를 추적해 오는 장면이 교차하고, 그 위로 게임 클리어 업적을 달성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업적 이름은 “끝없는 여름”이다. 크레딧이 모두 지나가고 나면 마침내 시나리오 미션의 제약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포스트게임 오픈월드를 존과 플레이어는 영원히 누빌 수 있다. 〈레데리2〉의 결말로부터 〈레데리1〉의 오프닝으로 향하는 이 거역 불가능한 선형적 시간 한가운데서, 머지않아 또다시 찾아올 폭력과 죽음의 미래는 끝없는 여름의 정지된 시간 속에 언제까지고 유예된다. 하지만 이는 다가올 미래를 없는 일로 만들지는 못한다. 머지않아 불청객이 방문할 것이고, 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의 세계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유로워졌다고 믿었던 순간 자기 손으로 일군 농장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을 것이다. 결국 〈레데리2〉의 존은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착오에 빠진다. 그는 무법자였던 과거를 청산함으로써 개인의 역사로부터의 자유를, 복수를 통해 되찾은 돈으로 은행빚을 청산하고 자기 소유 농장을 유유자적 경영함으로써 동시대 사회라는 역사로부터의 자유를 얻는다. 포스트게임 오픈월드의 영원한 여름의 시간 속에서 선형적 시간은 힘을 잃고, 무한한 활동의 자유 속에 행위의 인과는 의미를 상실한다. 물론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그로부터 4년 뒤, 〈레데리1〉은 역사로부터 자유로운 * 엔딩크레딧 시퀀스 위로 뜨는 에필로그 클리어 업적 달성 메시지, “트로피 획득! 끝없는 여름”. 하지만 이 여름이 어떻게 끝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개인이라는 (미국적인) 꿈이 얼마나 큰 착각이며 자기기만이었는지 무자비하게 폭로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결국 존 마스턴은 다시금 세상이 자기가 생각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음을,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운명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모든 것이 가을을 가리키고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한 서부의 여름은 영원할 것이므로. 그렇게 아서 왕의 죽음 뒤에도 존과 플레이어는 다시 한번 종말을 지연하고 인식적 과오 속에서 즐거움이 팽창하는 ‘로맨틱한’ 편력을 계속한다. 끝없는, 여름이었다. 1) 오늘날 낭만적 사랑을 다루는 장르로 통용되는 로맨스(romance)는 본디 서양 중세에 등장한 서사 문학 양식이자 장르를 가리키는 말로, 주로 기사 개인의 모험과 탐색, 사회적 규범과 폭력적 충동 사이의 긴장, 숙녀와의 사랑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참고문헌 Cooper, Helen. Introduction. Le Morte Darthur: The Winchester Manuscript, by Sir Thomas Malory, edited by Cooper, Oxford UP, 2008, pp. vii-xxx. Huizinga, Johan. Autumntide of the Middle Ages: A Study of Forms of Life and Thought of the Fourteenth and Fifteenth Centuries in France and the Low Countries. Translated by Diane Webb, edited by Anton van der Lem and Graeme Small, Leiden UP, 2020. Parker, Patricia A. Inescapable Romance: Studies in the Poetics of a Mode. 1979. Princeton UP, 2015. Patterson, Lee. Chaucer and the Subject of History. U of Wisconsin P, 1991. Red Dead Redemption 2. Rockstar Games, 2018. Wright, Esther. “Rockstar Games, Red Dead Redemption, and Narratives of ‘Progress.’” European Journal of American Studies, vol. 16, no. 3, 2021, pp. 1-19. ---. “Women Out of Date.” Bullet Points Monthly, December 2018, https://bulletpointsmonthly.com/2018/11/12/women-out-of-date/. Accessed 11 June 2022.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연구자) 김선오 영문학을 전공하고 중세 로맨스에서 여성의 사랑이 재현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게임은 오랫동안 꾸준히 플레이해 왔지만, 특히 중학생 때 코에이의 대항해시대 프랜차이즈를 접하지 않았더라면 삶의 궤적이 전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비디오게임, 영화, 드라마 등 동시대 미디어가 역사, 역사적 배경, 그리고 역사와 개인(특히 여성)의 관계를 다루는 방식에 관심이 많다.

  • 온라인 시대에서 ‘PC방’이 살아가는 법

    < Back 온라인 시대에서 ‘PC방’이 살아가는 법 08 GG Vol. 22. 10. 10. 게임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우리들과 함께한 놀이 문화로 통한다. 처음에는 간단한 오락이 가능한 값비싼 콘솔기기로 시작해, PC 보급이 본격화됨에 따라 가정 내 기초 게임 환경 구축이 가능해졌고, 지금에 와서는 거리와 관계없이 편하게 온라인으로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열렸다. * 우리가 접하는 '게임'의 모습은 계속 달라져왔다. 이런 게임의 변천사를 논하는데 있어서, 특히 국내에 한정해서 본다면 ‘PC방’은 빠질 수 없는 주제 중 하나다. 이르게 본다면 그 태동이 이루어진 1990년대부터, 가장 활발했던 2000년대까지, 한국 게이머에게 있어서 PC방은 누구나 한번쯤 거쳐간 중요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게이머라면, 누구나 ‘PC방’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 당시 수많은 게이머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것은, 사실상 게임 트렌드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게임사들이 자사 게임의 인기를 확인하기 위해 PC방 순위를 확인했으며, 프로모션 역시 가장 먼저 PC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PC방은 여전히 존재는 하지만, 그 위세가 이전과 같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온라인 시대가 대두되면서 단순히 PC방이 쇠락한 것일까? 아니면 오프라인상에서 게임을 즐기는 문화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이번 칼럼을 통해, 지금 PC방이 점한 위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PC방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 곁에 ‘PC방’은 나름 오랜 시간 함께해왔다. 물론, 그 시작점은 어디까지나 외국의 ‘인터넷 카페’처럼 게임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보다는 PC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국내에 한정해서는 이 PC방은 그야말로 게임 하나만을 위한 시설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점이 PC방의 ‘황금기’로 통하는 2000년대 초다. 수많은 사람들이 PC방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시점으로, 이 시점에 이미 주요 가정에는 PC 보급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별다른 방해 없이 친구들과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PC방 혜택 제공 등이 맞물리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 시절의 분위기란… 아마 PC방이라는 단어를 듣고 친구들과 컵라면과 오다리를 먹으면서 게임을 즐기던 모습이 떠오른다면, 분명 이 당시에 PC방을 진하게 체험해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는 만큼, PC방에 대한 학부모 사이 경각심도 상당했다. 애당초 아직 게임을 즐기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고, 동시에 PC방도 아직 간접 흡연 같은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기에 점차 여러 규제들이 적용되던 시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 이때 축적된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나중에 PC방이 크게 달라진 후에도 걸림돌처럼 작용하기도 했다. 황금기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PC방은 e스포츠와 같은 게임 문화를 등에 업고 인기 시설로 군림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분위기마저도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PC방의 쇠퇴에 대해서는 매번 업계에서도 다양한 주장이 나오지만, 가장 많이 꼽는 것이 바로 ‘필요성’의 감소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게임을 위해 가정 내 고사양 PC를 구매하는 일이 일반화됐으며, 게임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많이 사라졌다. 아울러,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디스코드’와 ‘스카이프’ 같은 음성 채팅 프로그램이 떠오르면서 오프라인 모임을 고집할 이유마저도 없어졌다. 사실 그간 게임을 하면서 부족하게 느꼈던 부분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마당에, 게이머들 입장에서 더 이상 PC방을 선택할 이유들이 많이 사라졌다고도 할 수 있다. * 손님들의 게임 환경이 PC방을 뛰어넘은 셈이다. 이런 부분을 PC방 업계에서도 큰 위기로 인지하고, 이후에 크게 변한 모습이 우리가 현재 접하는 PC방 모습에 해당한다. 그저 게임 하나만을 보고 가던 시설은 복합 놀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상태며, 더 많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시설의 청결함과 다채로운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새롭게 달라진 PC방은 게임을 즐기는 손님의 편의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높은 고사양 PC와 주변기기는 기본이고, 보다 넓어진 좌석, 스마트폰 충전기 완비, 수준 높은 먹거리 판매, 그리고 특정 손님들 취향을 겨냥한 커플석, 단체석, 스트리머석 같은 좌석들도 존재한다. * PC방도 젊은 손님을 잡기 위해,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서비스의 발전을 반증하는 것처럼, 현 PC방의 매출에서 먹거리 매출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일부 PC방은 준수한 먹거리의 맛과 24시간 영업을 강점으로 내걸고, 배달앱까지 진출한 상태다. 주변 매장과의 경쟁이 점화될 수 있는 요금을 건드리는 대신에, 대부분 다른 서비스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다양한 업체와의 협력도 지금의 PC방을 논하는데 있어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하드웨어 브랜드, e스포츠 구단과 협력하여 이에 특화된 PC방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조금 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손님을 만족시키고, 단골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아끼지 않고 있다. * 먹거리도, 볼거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금의 PC방이 보여주는 모습은 우리가 자주 접했던 동네 PC방 시절과는 크게 다르다. 오히려 그 형태는 하나의 기업체에 가까운 편이며, 보다 철저하고 확실한 기획을 바탕으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아직 마무리 단계가 아닌 한창에 해당한다. 늘어난 선택지 속 ‘PC방’의 입지 위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지금의 PC방은 이전보다 훨씬 시설 면에서, 서비스 면에서 앞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손님이 늘어나는 일만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 좋은 시설이 해답은 아니다. 일단 소위 ‘황금기’로 통하던 시절과 지금 현재의 게임 문화 차이를 비교해보자. 일단 앞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과거에는 사실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애당초 집에서 게임을 즐기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값비싼 콘솔은 아예 논외였다. 그런 의미에서, PC방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게임을 위해 최적화된 PC 사양, 남들 눈치는 크게 보지 않아도 되는 환경, 아울러 일부 게임의 월 정액제를 대신하는 가맹 PC방만의 혜택도 있어서 그야말로 게임을 위한 아지트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근처 PC방에 우연히 들렀다가 가까운 친구를 만날 확률이 높을 정도로, PC방은 만남의 장으로써 역할도 톡톡히 수행했다. 자연히 친구들이 많이 가는 PC방은 집결의 장소가 됐고, 이런 부분에서는 한 시절을 풍미한 다른 오프라인 게임 문화 ‘오락실’의 입지를 계승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게임은 이제 가장 보편적인 놀이 문화로 자리잡았으며, 이를 위한 고사양 PC도 집에 대부분 갖추고 있다. 아울러, 굳이 PC가 아니더라 모바일, 콘솔과 같은 다른 플랫폼 선택지도 다양하게 준비된 상태다. 이런 시점에 PC방으로 향하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손님 연령대의 변화다. 지난 2021년에 공개된 엔미디어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PC방 이용자 수는 고등학생(17세~20세)과 대학생(21세~25세)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매출 관점에서 본다면 사회초년생(26세~30세)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들의 이용 요금이 먹거리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 간접적으로 PC방을 진득하게 이용하는 손님 태반이 연령대가 높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 엔디미어플랫폼 PC방 이용 유저 평균 사용 금액(시간) 현장 의견도 크게 다르진 않다. 이전과 달리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이 예전처럼 단골로 자리잡는 경우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PC방 업주들은 결국 과거 PC방을 경험해본 세대들이 PC방을 주로 이용하는 것이고, 보다 다양한 것을 접하고 있는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PC방이 오프라인 게임 문화로써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그 말처럼, 지금의 세대들에게는 굳이 게임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널려있다. 오프라인 게임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굳이 장소가 PC방으로 한정되지 않고, e스포츠 대회 관람, 게임 행사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그게 꼭 PC방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PC방이 더 이상 ‘필요’에 의해 가는 장소가 아닌 시점에, 현 PC방 업계가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품기 위해 다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대로, 지금 국내 게이머들 입장에서 오프라인상으로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전과 같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된 시기도 아니거니와,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시기도 아니기에 사실상 이전처럼 PC방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는 힘든 상태다. 어떤 의미로, 우리가 기억하던 PC방에서 함께 놀면서, 그야말로 랜파티가 수시로 일어나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정말 ‘추억’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 PC방이 아니더라도, 오프라인 문화는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게임 문화가 이전에 비해 쇠퇴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게임이 대표적인 취미로 자리잡으면서, 달리 PC방이 아니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방법은 e스포츠 대회, 코스프레, 오프라인 행사, 팝업스토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아울러, PC방도 이런 분위기에 밀려나지 않고, 그 나름대로 지속 발전해나가면서 게임을 즐기기 위한 건전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그대로 이전과 같지는 않다고 보는 시선들도 있지만, 그만큼 이러한 PC방을 즐기는 방식이 계속 변화하는 시점이기에 아직 온전히 바뀐 인식이 자리잡지 못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 마찬가지로 PC방도 그에 걸맞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시대에 접어들면서 게임업계에서는 PC방과 같은 오프라인 문화를 이제는 쇠퇴했다고 보고 다소 외면하는 시선도 있지만,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이 산재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게임을 즐기는 문화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NN 취재 기자) 이찬중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즐기는 것과 더불어, 지금의 PC방 모습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 Back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15 GG Vol. 23. 12. 10. 2023년은 풍년이었다. 기라성 같은 게임이 대단히 많았기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으레 올해를 풍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쌍백만'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두 게임이 경쟁했던 일화는 훗날에도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올해의 게임을 고르기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2023년. 리듬+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쉬>(Hi-Fi Rush)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수작이다. <하이파이 러쉬>는 '디 이블 위딘' 시리즈와 <고스트와이어: 도쿄> 등을 내놓으며 호러 게임의 일가를 이룬 탱고 게임웍스가 만들고, 모회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가 유통한 게임이다. 그간 개발사의 이력과는 결을 달리 하는, 보여주지 않은 플랫포머가 가미된 3D 리듬 액션 게임이다. 2023년 1월 26일에 벼락 같이 출시되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게임을 수식하는 데 있어 가장 먼저 따라오는 말은 바로 '벼락같은 출시'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월 26일(한국 시간) '엑스박스 & 베데스다 개발자 다이렉트'라는 이름의 온라인 쇼케이스를 열었다. 엑스박스과 제니맥스가 한 몸이 되면서 덩치가 커진 이 쇼케이스는 이른바 '엑스박스' 진영의 퍼스트파티 게임들에 대한 정보가 발표되는 자리이다. 이곳에서 탱고 게임웍스는 "게임패스에서 바로 지금 <하이파이 러쉬>를 플레이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홍보 전략을 날렸고, 실제로 발표와 함께 게임패스에는 <하이파이 러쉬>가 추가되었다. MS, 베데스다는 물론 개발사까지 이 게임의 정체에 대해서 철저히 감춰왔기 때문에 그 전까지 <하이파이 러쉬>의 존재를 알던 외부인은 아무도 없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장 행사의 중량감이 줄어들며서 많은 개발사들이 온라인 쇼케이스나 론칭 트레일러, 온라인 유통망 페이지의 '찜하기' 등으로 자사 타이틀을 홍보해왔지만, 탱고 게임웍스는 '궁금하면 지금 가서 해보시라'는 놀라운 방법을 선택했다. 훗날 독일의 데브컴(devcom)과 한국의 지스타 컨퍼런스(GCON) 등에서 존 요하네스 디렉터가 술회한 바에 따르면, <하이파이 러쉬>는 회사에서도 소수 인원이 조용히 만들던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로 디렉터 자신이 기획, 스토리, 스크립트, 보스 디자인 등을 모두 책임지는 대신 프로젝트의 전권을 가져가는 형태로 개발되었다. 게임을 만들던 요하네스 디렉터와 개발진은 '이만하면 바로 선보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그 어떠한 사전 마케팅 없이 게임을 '벼락같이' 출시한 것이다. * 독일 쾰른에서 열린 데브컴에서 게임의 개발기를 소개한 존 요하나스 <하이파이 러쉬> 디렉터 (출처: 디스이즈게임) '게임을 지금 바로 해보라'는 도발적인 마케팅은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와 EA가 2019년 <에이펙스 레전드>를 내놓을 때도 펼쳐진 바 있다. 리스폰은 "전통적인 '타이탄폴' 후속작을 기대할 거라 예상했기에 게임을 비밀리에 출시하여 발표하자마자 바로 플레이할 수 있게 했다"며 "게임에 대한 예상 없이 직접 플레이해 보면 좋아하실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기습 출시의 배경을 밝혔다. 탱고 게임웍스도 이러한 종류의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속된 말로 게임이 '노잼'이었다면, <에이펙스 레전드>도 <하이파이 러쉬>도 별 다른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사라졌을 터. 2019년의 <에이펙스 레전드>가 전에 없던 진보한 핑 시스템과 역할 구분을 통한 협동을 강조한 F2P 게임이었다면(그때 <배틀그라운드>는 유료였기 때문에 비교 우위가 있었다), 2023년의 <하이파이 러쉬>는 다음과 같은 강점이 있었기에 300만 명의 게이머를 매료시켰다. * 지난 8월 16일, 탱고 게임웍스는 <하이파이 러쉬>의 플레이어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 리듬게임과 스타일리시 액션의 조화: 게이머와 미디어가 이 게임을 높이 사는 가장 주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이파이 러쉬>의 게임플레이는 매우 고도화되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시리즈가 떠오르는 빠르고 화려한 스타일리시 액션을 음악의 비트에 정렬하면서 음악에 타이밍을 맞추는 액션을 선보였다. 리듬과 액션의 조화는 오랜 아이디어다. <젯 셋 라디오>(세가, 2000)에도 플레이어 캐릭터가 음악의 비트에 맞추어 도시를 달리며 그래피티를 그리는 모습이 나온다. 더 넓게는 모든 액션 게임은 어느 정도 리듬성을 띠는데, 게이머들은 패턴을 리듬으로 인식해 몬스터의 공격에 응수하곤 한다. 이른바 '소울'(다크소울) 류에도 플레이어들이 보스 몬스터를 상대할 때 '읏따읏따' 같은 리듬을 만들어 외우며 플레이하곤 한다. <하이파이 러쉬>는 한 발 더 나아가 게임의 거의 모든 요소를 음악에 조화시켰다. 차이의 움직임은 물론 맵의 조명, 조력자 808, 몬스터의 움직임까지 박자에 맞춰서 움직인다. 거의 모든 액션 파트에서, 챕터마다 보스마다 변화하는 BGM에 따라서 강력한 시청각(컨트롤러를 쓰면 촉각까지)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잘 설계된 레벨 디자인에 맞춰서 약 공격, 강 공격, 회피, 패링 등이 학습되고 진행에 따라서 게임이 요구하는 난도, 즉 음악의 빠르기와 복잡도 또한 올라간다. * 회피와 패링을 섞어 써야 하는 보스 페이즈. 역시 리듬에 따라 흘러간다. * 전반적으로 박자를 맞추는 재미가 있어서 ‘스타일리쉬’의 재미가 배가된다. 요하네스 디렉터는 강연에서 싱글 플레이 게임임에도 발생하는 필연적인 입력 지연 등의 문제로 플레이어의 액션을 게임 단에서 보정하는 '리듬 싱크로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한 적 있다. 그를 위해 음악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뜯어서 분석하고, 거기에 몬스터와 오브젝트를 모두 조율한 가운데, 플레이어의 움직임에 조금의 보정을 넣어주었다. 쾌도난마와 같은 직관적인 재미 속에는 잘 설계된 메커니즘이 숨어있었던 것이다. 설령 리듬감이 좋지 않은 게이머라 하더라도 컨트롤러의 진동 반응이나 <크립토 오브 더 네크로댄서>에서 제공되는 것과 유사한 박자 노트의 도움을 받아 킥, 스네어, 심벌과 기타 연주를 즐길 수 있다. 심지어 리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클리어가 가능한 난이도가 있으니 박치라고 하더라도 도전할 가치가 충분하다. 게임에는 프로디지(The Prodigy)나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음악들이 수록됐다. 탱고 게임웍스가 만든 오리지널 BGM 또한 락에 대한 경의가 느껴지는 트랙들이 가득하다. 여담으로 필자는 아직도 <하이파이 러쉬>의 오피셜 사운드트랙을 즐겨 듣는다. https://youtu.be/f5H9S3JtBuo?si=JCfLG0StaSAF-8_w ⓑ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연출: <하이파이 러쉬>의 모든 리듬+액션은 미국 카툰 풍의 그래픽 위에서 작동한다. 개발진의 셀 셰이딩(Cel Shading) 결과물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매끄럽고, 또 만화적이다. 색은 절제되지 않았지만 눈을 방해하지 않는다. 차이가 탐험하는 SF 월드 디자인 또한 탄성을 자아낸다. 보스를 처치할 때 나오는 '코믹스 장면'은 ‘내가 해결했어’ 같은 성취를 제공한다. 개인적인 평가를 조금 강하게 넣어 보자면, <하이파이 러쉬>의 컷씬을 그대로 잘라 붙이면 그대로 OTT에 실려도 될 정도이다. 필드에서 적을 찾을 때까지 플레이어는 맵 곳곳을 탐험하며 강화에 쓰일 아이템을 모으는데 이 파트 역시 즐길 거리로 꽉 차 있다. 역시 셀 셰이딩 처리가 된 로봇들이 돌아다니는 만화 같은 월드에서 주인공 차이는 레일을 타거나, 자석이 붙은 곳에 와이어를 발사하거나, 동료들을 소환해서 총을 쏘거나, 벽을 부수는 형태로 탐험을 이어 나간다. <하이파이 러쉬>는 3D 플랫포머 파트까지 촘촘하게 잘 구성됐다. * 만화적인 연출을 아낌 없이 넣었다 * 플랫포머 파트 역시 대단히 흥미롭다. * 눈이 번쩍 뜨이는 월드 연출. ⓒ 무난한 스토리라인과 유머 코드: 사실 <하이파이 러쉬>의 서사 구조가 대단히 독창적이지는 않다. 오른팔이 부러진 락스타 지망생 차이는 거대 기업 반델레이의 신체 개조 프로젝트에 참여해 로봇 팔을 얻고, 그 과정에서 우연히 뮤직 플레이어가 가슴에 장착된다. 이어 이들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악덕 기업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차이는 동료들과 함께 반델레이의 간부들을 무찌르거나 회유하면서 정의로 한 발짝씩 나아간다. 'SF 세계에서 거대 기업에 맞선다'라는 설정은 클리셰의 영역에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무난한 설정은 오히려 게임플레이에 잘 맞아떨어진다. 아울러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앞서 설명한 셀 셰이딩 연출과 어우러지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카툰네트워크의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뿐 아니라 여기에는 <하이파이 러쉬>까지 유머 코드 튀지 않게 어우러지는데, 차이는 스토리 내내 시종일관 기행을 벌이며 웃음을 자아낸다. '로봇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직접 대포알이 되어 적진의 심장에 날아가는 차이는 세상 천진난만하다가도 결말부에서는 '밴드 멤버'들과 함께 진정한 락스타로 거듭난다. 이 성장담은 훈훈한 맛이 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나 <제노기어스>, <둠 이터널>의 패러디도 곳곳에 빛나고 있다. 귀여운 로봇 고양이는 어떤가? 차이의 조력자로 출연하는 고양이 808은 "엑스박스(진영)의 새로운 마스코트"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그전까지 엑스박스의 마스코트는 마스터 치프(헤일로)나 마커스 피닉스(기어스 오브 워)처럼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강력한 이미지의 전투 요원 아니었던가! * 이른바 ‘죠죠러’라면 잔조 파트가 분명 즐거울 터 (출처: Kakuchopurei 유튜브) * 그렇다. 리듬 게임은 너무 어렵다. 하지만 <하이파이 러쉬>는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해도 노멀 엔딩이 가능하다. 정리하자면, 2023년 탱고 게임웍스와 베데스다, MS 엑스박스는 그 흔한 사전 마케팅이나 얼리 억세스 없이 유저와 평단의 찬사를 받는 리듬+액션 게임을 만들어 냈다. 훌륭한 카툰 랜더링과 유머는 덤이다. 아직도 <하이파이 러쉬>의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는가? 지금이라도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유저들은 게임의 저렴한 가격 또한 <하이파이 러쉬>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물론 엑스박스 게임패스 구독자라면 그냥 할 수 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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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 북미 최대의 게임쇼, E3가 맞이한 변화와 도전

    < Back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 북미 최대의 게임쇼, E3가 맞이한 변화와 도전 01 GG Vol. 21. 6. 10. 여름은 언제 시작할까? 한국에는 입하라는 날이 있기 때문에 이 날이 공식적으로 여름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절기상 여름 말고 사람들은 누구나 본인의 문화적 배경이나 취향에 따라서 서로 다른 날을 여름의 시작으로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는 100 일간의 여름 (100 days of summer) 라는 개념이 있다 . 5 월의 마지막 월요일에 자리잡고 있는 공휴일인 메모리얼 데이를 여름의 시작으로 본다 . 한국으로 치면 현충일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메모리얼 데이는 가진 의미와는 상관 없이 그렇게 한국의 절기로 치면 입하같은 날이다 . 그리고 여름의 끝은 9 월의 첫째 월요일인 레이버 데이다 . 노동절 연휴가 되면 이제 여름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 대략 이 기간이 100 일이기 때문에 이 때를 100 일간의 여름이라고 부른다 . 한국에서도 소소한 인기를 끈 영화 500 일의 썸머 또한 이런 개념에서 제목을 빌려온 것이다 . 여름에 특별한 시작과 끝이 있다는 개념 . 이 개념에 입각해서 보자면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과 끝은 뭘까 ? 게이머들에게 여름의 시작은 E3 고 끝은 게임스컴이다 . 매년 E3 가 열리던 6 월은 게이머들에게 올해 대작들은 뭐가 나오는지 볼 수 있고 더운 여름 집 안에 혹은 사무실에서 ‘돌릴’ 게임이 뭔지 생각해 보는 시기였다 . 화려한 부스들이 가득한 E3 의 행사장에 가지 못하면 무척 아쉽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 역사적으로 봐도 E3 는 ‘산업종사자들을 위한 행사’였던 기간도 꽤 길다 .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행사장에 들어갈 수 없었을 때도 많았다는 이야기 . 하지만 E3 는 언제나 일반 게이머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 대형 게임사들이 발표하는 뉴스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기 때문이다 . 그래서 북미의 게이머들에게 E3 는 ‘게임의 여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꿔 놓는다 . 게임의 여름도 . 하지만 2020 년에는 게임의 여름이 없었다 . 코로나가 여름이란 존재를 삭제해버렸다 . E3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취소됐다 . 미국 내에서 2020 년에 가장 크게 유행을 탔던 말을 하나 꼽자면 ‘취소’ (cancel) 였을 정도 . 취소를 망설이면서 시간을 끄는 행사들은 온라인에서 ‘책임감없이 행동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 E3 의 오프라인 이벤트 취소는 너무 당연한 수순이었다 . E3는 아주 전형적인 공룡이었다 . 기업은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 재택 근무로 전환해야 하며 이런 유연성이 바로 기업의 경쟁력이라는인식에 기초해 볼 때 E3 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직된 회사였다 . 온라인 이벤트로 재빠르게 전향해서 브랜드를 살릴 기회가 없던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이벤트를 취소한 뒤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 온라인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능력이 없었다 . 게임의 여름은 신호탄 없이 표류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진공상태가 된 이 자리를 누가 채울까 하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 온라인 이벤트로 E3 에 모일 시선을 잡아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리고 그 자리를 치고 들어가서 가장 눈 길을 끈 것은 제프 킬리였다 . 진공상태를 채우려던 제프 킬리 제프 킬리는 캐나다 출신의 게임 저널리스트이자 게임 행사의 사회자이며 프로듀서다 .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E3 의 메인 행사들을 진행했었다 . 게임계 최대의 이벤트마다 호스트로서 함께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거대했다 . 본인이 주관하고 프로듀싱하는 ‘아카데미 스타일’의 게임 시상식인 The Game Awards(TGA) 를 시작한 2014 년 경부터 그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 보통 매체에서 선정을 하고 리스트만을 발표하던 기존의 게임 시상식과는 달리 TGA 는 화려한 쇼를 동반했고 그 중심에는 호스트인 제프 킬리가 있었다 . TGA 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GOTY 를 정할 때 메이저로 거론되는 행사에 꼽힐 정도로 급성장을 했다 . 그렇게 본인 자신의 브랜드가 그 어떤 게임계의 인사보다 커져감을 느낀 그는 사실 2020 년에 본인의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오랫동안 해오던 E3 호스트 역할을 고사했다 . 본인이 떠남으로서 무게감이 떨어진 E3 를 대체할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인들의 예상이었다 . 타이밍 또한 절묘했는데 그 동안 영향력이 꾸준히 하락해 온 E3 는 2020 년에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보였다 . 제프 킬리 외에도 행사장의 디자인을 책임지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하기로 했던 에이전시 iam8bit 또한 e3 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히면서 행사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 그런데 코로나는 이런 계획에 도움도 아니고 타격도 아닌 이상한 상황을 만들었다 . E3 가 없어진 진공상태를 만들었지만 제프 킬리 조차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완벽히 대비됐을리가 없다 . 그는 업계인들에게 Summer Game Fest(SGF) 라는 행사를 조직할 것이며 원하는 게임제작사나 퍼블리셔들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가능하다고 덱을 만들어 돌리기 시작했다 . 딱 봐도 허술한 느낌이 들었지만 급하게 만들어진 것 치고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 급조된 100% 온라인 이벤트긴 했지만 제프 킬리 개인의 브랜드를 통해 꽤 많은 게임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 E3 가 없어진 공간은 누구도 제대로 채우진 못했지만 그나마 제프 킬리가 앞서가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었다 . 승부의 해 2021 년 2021년에는 자연스럽게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 2020 년을 통채로 날려버린 E3 측은 이번에야 말로 100%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2 월부터 계획을 발표해나갔다 . 버추얼 부스와 온라인 컨퍼런스를 혼합한 형식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 공식적으로 게임의 여름이 돌아왔음을 알린 것이다 . 지난해 SGF 는 물론 TGA 까지 100% 온라인 이벤트로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은 제프 킬리는 2021 년을 E3 타도 원년의 해로 정한 것같이 매우 공격적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 E3 의 개최날짜가 발표되자 거의 비슷한 시기를 골라서 SGF 를 개최했다 . 정면승부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행사가 조금씩 가까워 오자 양측은 게임의 여름을 준비하는 퍼블리셔들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 닌텐도 , 마이크로소프트 , 유비소프트 , 소니와 같은 초대형 퍼블리셔들이 어떤 행사에 참가하는지가 이벤트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 주목도가 높은 이벤트에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 자신의 게임을 알려야 하는 중소 퍼블리셔들은 치열한 눈치게임에 들어갔다 . 게임의 여름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SGF 일지 E3 일지에 많은 이목이 쏠렸다 . E3와 SGF 누가 이겼을까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승부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 E3 는 전통의 강자답게 많은 퍼블리셔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 닌텐도 , 유비소프트 , 스퀘어 에닉스 , 엑스박스와 베데스다 등이 E3 의 브랜딩 아래 자신들의 행사를 진행했다 . 하지만 E3 의 버추얼 부스 및 행사의 진행은 최악이라는 평을 면하지 못했다 . 특히나 시스템 오작동으로 버추얼 부스를 운영해야 하는 벤더들이 접속조차 하지 못하는 사고가 기사화 되기도 했다 . 코타쿠가 쓴 ‘ E3 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직설에 가까운 기사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 SGF가 완승이냐고 하면 그렇게 말하긴 힘들다 . 많은 퍼블리셔들이 SGF 의 브랜드 아래서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 하지만 최소한 제프 킬리는 현재 게임계에서 가장 많이 기대를 받는 게임 엘든링을 본인의 행사를 통해서 공개하면서 이른바 ‘대세감’을 보여줬다 . 최소한 SGF 가 E3 와 ‘맞짱’을 뜰만하다는 인식을 심는데 성공했다 . 물론 엘든링을 제외하면 쇼 자체는 AAA 급 타이틀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실망스럽단 의견도 많았다 . 게임쇼의 미래 사실 그렇다면 SGF 와 E3 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 미국에서 격돌을 한 두개의 행사는 게임쇼의 미래를 가늠하게 한다 .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이벤트는 과연 우리에게 게임쇼라는 것이 필요한가 되묻게 한다 . 일주일 동안 벌어진 게임계의 축제는 E3 나 SGF 라는 ‘행사의 브랜드 네임’보다는 거대한 게임을 보유하고 언제 어떻게 이를 공개할지 칼자루를 쥐고 있는 퍼블리셔들에게 좌우됐다 .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동시시청자수를 기록한 것은 닌텐도의 이벤트였다 . 엘든링이 나온 SGF 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편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 닌텐도의 행사 자체는 닌텐도의 중역들이 어설픈 스피치를 하는 최악의 것이었지만 IP 의 힘으로 310 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이다 . 그렇다면 닌텐도의 발표가 E3 라는 브랜딩 아래 이뤄지지 않았다면 과연 주목도가 떨어졌을까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따라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 과연 게임쇼라는 커다란 우산을 필요할까 ? 퍼블리셔들이 그 우산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가 ? 이것에 대한 답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PAX 웨스트 때 다시 한 번 떠오를 것이다 .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꿨지만 가장 크게 바꾼 것은 게임쇼라는 개념 자체일지도 모른다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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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G Vol. 15 수많은 게임이 쏟아져나온 2023년. GG와 필자들에게 인상깊었던 게임 이야기를 함께 나눠본다. 2023 국정감사의 게임 이슈 톺아보기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1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국정감사장에서 거론된 게임 관련 이슈를 톺아본다. 공교롭게도 딱 10개 이슈가 나왔는데, 9개는 주무 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다뤄졌으며 하나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졌다. Read More 2023년, 되새기고 싶은 게임들 쏟아지는 게임들을 개인이 매년 다 챙겨 플레이해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직업이 직업인지라 꾸준히 신작들을 좇는 과정에서 느꼈던 올해의 여러 게임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면서 한 해의 게임들이 남긴 의미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GG는 딱히 평점을 매기거나 개별 타이틀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웹진은 아니지만, 한 해의 마무리로서의 의미 정도는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Read More - 부담 없는 플레이의 즐거움 를 통해 게임이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에 언제나 방대하며 무거운 내용과 숭고함, 비장함, 웅장함과 같은 중후한 인상들이 반드시 효용적이지만은 아닐 수도 있으리란 것을 생각해 볼 만하리라. 물론 그렇다고 또 즐거움이란 게 꼭 가벼울 필요도 없지마는, 게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경험’이란 무조건 부피와 무게를 늘려서만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Read More : 공포의 세계에서 배회한다는 것 선형적 서사에 있어 반복은 매혹의 대상이 아니다. 그 세계에서 무한한 반복이란 오직 탈출해야 할 환경에 불과하다. 이야기들은 그 사실을 붙잡고는 ‘사실 진짜 생은 반복의 바깥에 있어’라고 끝없이 주장한다. <팜 스프링스>가 흥미로웠던 것은 두 주인공이 일시적으로나마 반복에 매혹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국 탈출의 의지가 발생하고, 두 사람은 또다시 ‘진짜 삶’과 마주하기 위해 바깥으로 탈출한다. Read More <본토템>과 AI 애셋 시대로서의 2023년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는 대략 60년 정도 되는 디지털 게임의 짧은 역사 내에서도 꽤 큰 지분을 차지할 만큼 ‘근본 있는’ 장르다.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참신한 게임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올해 출시한 본토템 역시 기존 장르의 문법을 더 유저 친화적으로 유려하게 다듬을지언정 이 ‘오래된’ 장르를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탈바꿈시키는 식의 혁신추구형(?) 게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Read More <앨런 웨이크2> - 화려하게 돌아온 고전 컬트작의 속편 앨런이 갇혀있는 어둠의 장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앨런 웨이크 시리즈의 개발사인 레메디 엔터테인먼트(Remedy Entertainment, 이하 ‘레메디’) 및 이 개발사가 핀란드 게임업계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Read More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Read More DejaVu Sans The NFT Games Dream – is it yet another tulip mania or path to our future? Constraints can become stepping stones to innovation. The disproportionate market attention towards integrating blockchain technology into games is perhaps stemming from people’s desire to overcome the current constraints. Here, the idea of combining blockchains and games can be examined from two perspectives: First, exploring the intention behind advocating for this change, and second, discussing why such a change is deemed necessary at this time. Combining the findings from these two would allow us to acquire a comprehensive view of this matter and thus enable critical reflections on what the innovation could bring to our future. Read More [Editor's View] 무던히도 게임이 많았던 2023년을 마무리하며 2년 반동안 GG의 글들을 눈여겨 봐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내년 2월, GG는 여전히 디지털게임과 우리라는 주제를 들고 변함없이 돌아오겠습니다. 차분함과 평온함이 가득한 연말연시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Read More ‘K-의 거짓’ : 으로 바라보는 스탠드 얼론 게임을 향한 갈망 이라는 이례적인 작품의 사례는 그 플레이 경험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인식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대항 담론이라는 것이 어떠한 기준점에 부합함과 부합하지 않음으로 나뉘며 게이머 커뮤니티의 ‘진정성’을 강화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Read More ‘후원 경제’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스타필드>와 <발더스 게이트 3>를 중심으로 2023년 비디오 게임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RPG 게임을 꼽으라면, 대다수가 <스타필드>와 <발더스 게이트 3>를 꼽을 것이다. 여론은 <발더스 게이트 3> 쪽이 우세다. <스타필드>는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고 홍보에 힘입어 많은 판매량을 올렸지만, 게임 디자인에서 실망스러운 지점도 있어, 베데스다식 RPG 게임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을 받았다면 <발더스 게이트 3>는 풍부한 상호작용과 롤플레잉으로 RPG 장르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으며,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과 함께 올해의 게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Read More 감염, AI, 그리고 <발더스 게이트> 적어도 분명한 것은, 앞에서도 강조한 것처럼 이제 인류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든 피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루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가끔은 망상하듯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가령 고타쉬는 현실의 누구인가? 우리 곁의 ‘황제’는 누구 혹은 어떤 것이며, 어떤 모습으로 당신을 현혹하고 있는가? Read More 게임의 조건 : 게임은 스포츠 종목이 될 수 있는가? 예들 들어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이스포츠 대회’, ‘이스포츠 대학리그’, ‘동호인대회’, ‘전국장애학생e페스티벌’, ‘한중일 이스포츠대회’,‘세계이스포츠대회’의 공식 종목들이 궁극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Read More 마블 스파이더맨 2, 코믹스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서사를 하는 방법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그건 방법론도 다양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제대로 된 독자를 설정하지 못하면 어떤 좋은 이야기라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티븐 킹은 이야기를 쓰기 전에 가상의 독자를 설정하기를 당부했다. 그리고 매번 그의 가상의 독자 역할을 맡아준건 그의 부인, 태비사 킹이었다. 비록 그런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좋은 이야기에서는 필수적인 고민이다. Read More 애증의 가 2023년에 보여준 가능성 <와우>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지는 오래되었다. 열성 플레이어들도 나이를 먹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새로운 플레이어의 유입보다 기존 플레이어의 여전한 참여가 <와우>를 유지시키고 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와우>가 기존 플레이어들만을 만족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Read More 영상의 환상이 사라진 지금, 숙제를 남긴 2023년의 두 유비식 오픈 월드 2023년에 선보였던 대표적인 유비식 오픈 월드 게임인 <호그와트 레거시>와 <어쌔신 크리드 미라지> 모두, 다음 시리즈에서는 게임의 시스템과 세계관이 서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잘 융합된 충격적인 작품으로 돌아오길 응원해 본다. Read More 하이파이 러쉬: 2023년의 깜짝 락스타를 놓치지 마시라 기라성 같은 게임이 대단히 많았기에 게임 업계 종사자들은 으레 올해를 풍년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해는 한국에서도 과 <데이브 더 다이버>가 '쌍백만'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두고 두 게임이 경쟁했던 일화는 훗날에도 오래 기억될 만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올해의 게임을 고르기 어렵다'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2023년. 리듬+액션 게임 <하이파이 러쉬>(Hi-Fi Rush) 또한 빠져서는 안 될 수작이다. Read More 혼례-귀신-사랑 : <종이혼례복> 시리즈와 ‘중국식 공포’의 유행 최근 중국 내 추리 게임에는 ‘중국식 공포’가 유행하고 있다. <페이퍼돌스>(纸人; 리치컬쳐, 2019)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回门; 핀치게임즈, 2021)은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의 오래된 저택에 들어가 결혼과 장례, 장례용 종이인형, 풍수 등 민속을 바탕으로 스릴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Read More

  • 무엇이 이스포츠팀을 팀으로 만드는가

    < Back 무엇이 이스포츠팀을 팀으로 만드는가 03 GG Vol. 21. 12. 10. 2021년 10월말,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전기가 될만한 일이 일어났다. 북미의 명문 이스포츠 구단인 페이즈 클랜이 SPAC을 통해서 내년 상반기에 나스닥 상장을 노린다는 뉴스가 나온 것이다. 사실 이스포츠 구단들의 성장세는 가팔랐고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최초도 아니다. 덴마크의 이스포츠 구단 아스트랄리스는 2019년 나스닥 코펜하겐 거래소에 상장됐고 영국의 길드 이스포츠는 2020년에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란 것은 페이즈 클랜 측이 밝힌 기업 가치는 10억 달러였다. 10억 달러는 지나친 고평가라는 지적은 앞다투어 나왔다. 이스포츠 산업의 장래가 유명한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2020년 500억에도 못미치는 매출을 올린 회사가 조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페이즈 클랜의 가치에 대한 논의가 나올 때 가장 뼈아픈 지적은 페이즈 클랜이 결국 ‘후디 조직’이라는 것이었다. 후디 조직. 영어로 하면 Hoodie Organization이다. 이는 인기가 높은 이스포츠 구단들에 자주 붙는 멸칭이다. 이스포츠 자체로 내는 수익은 그다지 많지 않고 ‘후디’ 등의 의류를 비롯한 굿즈 판매로 돈을 버는 구단을 비하하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의 게임매체 더게이머의 제임스 트로튼은 페이즈 클랜의 전체매출 중 이스포츠로 올리는 수익은 2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스포츠 구단임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로 버는 수익의 규모가 작다는 것은 과연 구단이라는 조직의 존재의의가 뭔지를 생각하게 된다.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20프로에 미친다면 과연 이들에게 스포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스트리밍과 같은 미디어 활동과 브랜딩을 통한 수익창출이 주요수입원이라면 스포츠는 그저 그들에게 액세서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스포츠적인 측면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팬베이스가 늘어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존 스포츠 구단들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페이즈 클랜이 이스포츠 리그에서 우승을 해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사진은 그저 후디가 몇천장 더 나가는 식의 마케팅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스트리머들이 모인 집단과 이스포츠 구단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스트리머들이 모인 집단도 브랜딩을 할 수 있고 대회에도 참가를 할 수 있다. 프로로서 이스포츠 판에서 경쟁을 하는 선수들도 스트리밍을 자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둘의 차이점은 더 모호해진다. 두 개의 조직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이 보인다. 이런 차이점에 대해서 가장 잘 대답해 줄 수 있는 인사들을 인터뷰했다. 북미의 사정을 듣고나서는 한국의 사정도 궁금해져서 인터뷰를 했다. 예상치 못하게 같은 답을 들었다.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조나단 판이었다. 라이엇 게임스의 직원으로 일하던 그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 구단의 창립자이자 CEO로 일해줄 것을 제안 받은 것은 2015년 이었다. 그가 창단하게 된 팀 엠버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리그에 도전을 했다. 성적을 내지 못하고 1년도 안 돼 구단 자체가 해산됐지만 그 이후로도 그는 이스포츠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로, 이스포츠에 투자하는 투자자로, 아마존 게임스와 지금은 메타가 된 페이스북의 전략담당으로 일을 했다. 이스포츠의 짧은 역사를 생각할 때 이 표현이 적확할지는 미지수지만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국내 이스포츠 업계에서는 샌드박스 게이밍의 정회윤 단장이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아직도 현업에서 선수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날카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그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스트리머가 모이면 스트리머 집단이고 선수들이 모이면 구단이다.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든다. 게임을 잘하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는 무엇인가? 이미 엘리트 스포츠인들이 받아야 하는 훈련과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성립돼 있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달리 이스포츠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따라서 정말 게임을 잘하는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실력 차이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적은 편이다. 실력에서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인사이더들이 이야기하는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멘탈이었다. 그저 게임을 잘하는 아마추어 시절에는 수 틀리면 게임을 놓아버려도 되고 욕을 해도 된다. 한 개인으로서 인성에 대한 비판은 들을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다.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면 상황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언행에 대한 주목이 높아지고 미디어에 노출된다. 공인의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말들이 있지만 프로 선수가 된 이상 그저 게임을 즐기고 잘하던 시절과는 다른 언행을 보여야 하고 이런 언행들이 모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들은 공인의 면모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면 아마추어 선수들 때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압박이 가해지게 된다. 간단하게 말해서 책임감이 생기고 ‘짜증난다고 때려칠’ 수 있는 상황과는 멀어진다. 게임 한 판을 할 때마다의 압박도 전혀 다르다. 조나단 판은 “프로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멘탈적인 부분이다. 강도높은 훈련과 경기에서의 압박을 버텨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모든 게임을 잘하는 사람들이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스트레스와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정 단장 또한 “실제로 선수들을 이해하기 위해 몇일간 합숙한 적이 있는데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따라가기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도 논란거리를 만들면 안 되기 때문에 개인으로서의 소양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될만한 용어를 쓰면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북미에서도 선수들의 발언 때문에 논란이 생긴 사례를 쓰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런 선수들이 모두 인성을 비판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해서 생긴 실수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만한 언행을 경기 외적으로도 보여주는 것은 개인적 소양에서 나온다. 구단의 역할에 대해 강한 멘탈과 소양이 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 그렇다면 여기서 바로 따라오는 것이 구단의 역할이다. 단순히 선수를 모아놓는 것이 구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이스포츠 또한 선수는 항상 완성돼 있는 존재가 아니라 키워지는 존재기도 하기 하다. 그래서 구단은 선수들의 멘탈 케어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소양을 길러주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조나단 판은 엠버에서의 1년을 다큐멘터리로 남겨놓았다. 그들이 챌린저스 리그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At All Cost〉는 이스포츠 구단의 영광스러운 부분이 아닌 실패와 좌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특한 지점이 있다. 조나단 판은 구단을 운영하면서 선수들의 멘탈 케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서 이를 위한 시간을 따로 배분하고 체력적 부분과 정신력의 연결고리 또한 지적하면서 선수들에게 운동세션도 제공했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긴 시즌을 버텨내게 하는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고 스포츠 심리학자인 웰던 그린을 헤드 코치로 영입한 적도 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현재 완벽한 것은 아니며 결실을 맺기에는 아직 먼 것이 현실이다. 정 단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는 선수들이 스포츠 선수들의 멘탈리티나 소양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어린 연령대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성숙함이나 노련미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스포츠 선수들의 멘탈 관리는 결국 10대-20대 청년들을 케어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스포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군 - 학원, 아이돌, 심지어 바둑에서까지 많은 케이스를 연구하고 벤치마킹하려 한다”고 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비공식적인 통계가 말하는 프로 게이머의 선수생명은 5년 안팎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스포츠 선수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생명’이다. 이스포츠 구단이 스트리머 집단과 다른 점에 대한 짧은 연구는 전세계 이스포츠 업계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스트리머 집단이 아니고 구단으로 불리고 싶다면 제대로 된 지원체계를 확립해서 구단이 구단다워져야 한다고.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나성인) 홍영훈 캘리포니아에서 살면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출연하고 매체에 기고를 하며 많은 분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패션부터 게임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재밌는 글을 평생 쓰고 싶습니다.

  •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 Back Alan Wake 2 – The brilliant sequel to a cult classic 15 GG Vol. 23. 12. 10. ***You can see Korean version of this article at this URL: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36aa6690-bf8c-4d72-ab97-33b03e4db055 Alan Wake 2 . The long-awaited sequel to the 2010 game that follows the protagonist of the same name, Alan Wake , who is a bestselling crime fiction author. The first game takes place in a fictional city of Bright Falls in the northwestern United States of America. Alan suffers from the infamous writer’s block and decides to travel for a vacation to Bright Falls with his wife Alice. They end up residing in a cabin on an island in the middle of a lake. However, after a nightmarish evening and a fight with his wife, Alan wakes up in a car he does not remember driving off road, or how he got there. The locals tell Alan that there has not been cabin in the lake for decades, and this marks the beginning of the spiralling story where Alan tries desperately to find his wife. Things get complicated when hallucinations and events of a book he does not remember writing start to come to life around him.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writer who has been trapped in an alternative dimension for over a decade navigating a warped version of New York City. He attempts to escape back to reality by writing a story involving an FBI agent Saga Anderson, the second protagonist of the game. Saga’s story takes place in the very same Bright Falls. Things turn to worse when different versions of Alan work against him and it is up to the writer to destroy them before they inflict too much damage and terror in the real world. Both games belong to the genres of third-person shooter and survival horror, somewhere between Resident Evil series and Silent Hill series in its tempo and pacing with action scenes. Before we delve a bit deeper into the Dark Place that has Alan trapped, I shall talk more about the developers of the Alan Wake series, Remedy Entertainment (henceforth Remedy ), and their impact on Finnish games industry. Remedy Entertainment – from Death Rally to first Alan Wake Remedy is a Finnish powerhouse with multiple massively popular game franchises and releases. With first game published all the way back in 1996, Death Rally , Remedy has been very well-known developer in Finland and globally. What really helped Remedy to become so powerful could be attributed to luck to some degree, but even more should be attributed to their ambition to push not only the gaming as experience but themselves with design decisions. The lucky part? Death Rally was published by Apogee (later 3D realms ) who also published Duke Nukem 3D around the same time. The popularity of Duke Nukem 3D helped Remedy to be part of a big publisher to ensure the future of the company. Death Rally managed to sell over 100 000 copies in the late 1990s, and that was more than enough to pave way for the next chapter for Remedy , Max Payne . Max Payne was released in 2001 and was the first massive international success for a Finnish game development team and truly started the shift of working on games from being “just for the nerds” to “a career to be taken seriously”. Max Payne is most known for its film noir style of storytelling and setting, but even more Max Payne is known for its “Bullet Time” mechanic where player can slow time and aim faster than their opponents. In 2002, Remedy sold the rights to the game series to Take-Two Interactive for ten million dollars, while Rockstar Games would publish the sequel The Fall of Max Payne in 2003. The games have sold reportedly over eight million copies, further ensuring the legacy of Remedy and Max Payne as the important events in Finnish game industry. With the tonal change and de-stigmatization regarding video games, more opportunities started to rise for those interested in studying and making games. There have been video games as topic for courses and classes in higher education institutes (HEI) in Finland ever since 2003 with multiple HEIs offering degree programmes focusing on video games at all levels from Bachelor’s to Master’s and all the way to doctorate degrees. The success story of Remedy is not the only catalyst for video games and gaming becoming so permeated in everyday life in Finland, but it is the first one to gather sizeable international attention. The history of video game industry in Finland goes back to the 1980s when hobbyism towards programming and the rising popularity of game consoles, and later in the 1990s Personal Computers (PC), gave birth to the “demoscene” (computer art subculture) that is still active. Programmers turned their hobbyism and experiences partaking in demoscene into a business. The very first development groups that started from demoscene with successful games are Bloodhouse (known for their Stardust and Super Stardust games) and Terramarque , who fused later to Housemarque . Housemarque is still going strong as their latest game, Returnal (2021), has been a commercial success. Further success stories from game companies, such as Remedy and Housemarque , have ensured that game industry, education, hobbyism, demoscene and gaming as career are still surging onwards with no end in sight. After Max Payne , Remedy spent time to develop new game ideas and after two years in 2005 Alan Wake was born. Microsoft Game Studios was chosen as the collaborator. The game was finally published in 2010 for Xbox 360, and somewhat later in 2012 for Windows PCs. Alan Wake did not sell as many copies initially as expected, but the game has since sold over four million copies and has become a cult classic in survival horror genre. In many ways Alan Wake was intended to be the opposite of Max Payne as Remedy wanted Alan’s story to focus more on the narrative and atmosphere than action. Not only that, but Max Payne was a cop which is suitable career for action, whereas Alan as an author is rather atypical choice. Further, the first Alan Wake is structured like a television program with episodic storytelling and progression. Remedy has said that they felt Alan Wake to be first season with the downloadable content to work as a bridge to what lies beyond the conclusion of the game. After Alan Wake – from 2010 to 2023 In retrospective it might be easy to say that Alan Wake was impactful enough to warrant a sequel soon after its release in 2010, but metrics that mattered to the publisher, namely sales, weren’t enough to justify a direct sequel at the time. Further, Microsoft reportedly wanted a new intellectual property (IP) focusing on interactive storytelling. So, back to the drawing board for Remedy to start the process from the scratch. In 2013 Remedy announced Quantum Break to be released in 2015 but was delayed avoiding competition with exclusive games set to be released for the Xbox One only. Quantum Break shifted the focus from dark and harsh environment to a cleaner science fiction where events take place in the 2010s. Quantum Break is about a time travel experiment gone wrong bringing a growing fracture in time while an existence threatening the end of the world looms around. The protagonist must use their time control abilities to prevent that. As is the case with previous games from Remedy , the game is also third-person shooter with further focus on action than Alan Wake . Remedy advertised Quantum Break as an “entertainment experience” and “transmedia action-shooter video game and television hybrid”. This means that Quantum Break incorporates a live action television show to be watched at certain points during the game play, called “junction points” in-game. The television show reflects the choices player makes and sets the stage for the next episode in the game. The gambit of doing two side-by-side productions for the same entertainment artefact paid off as the game received positive reception with its story, gameplay, visuals, and the performances of actors being praised. However, the inclusion of television show to be so closely interacting with the game was something that garnered rather mixed opinions. But that is the price to pay when you truly push the creative boundaries which Remedy is known for. Quantum Break was the best-selling new IP published by Microsoft during Xbox One console generation until it was eventually broken two years later by Sea of Thieves . After Quantum Break , Remedy separated from Microsoft and had their initial public offering (or stock launch) in 2017. The publishing rights to Quantum Break are still owned by Microsoft , but Remedy acquired the publishing rights to Alan Wake from Microsoft in 2019. The first new IP after this decade long partnership with Microsoft was a project called P7. At the same time Remedy announced that they were developing a story mode to the sequel of Crossfire by Smilegate . This shift in company practice from a partnership deal to a publicly owned company meant that project P7 needed to be developed more efficiently and in shorter amount of time to prevent the delays and inflation of the development costs. Alan Wake took seven years to publish and Quantum Break five years. Remedy managed yet another success story by completing the project P7 in three years. This project has become known as Control (2019). Control shifts the focus again, but this time the shift happens in how the game world reacts around the player rather than tonal change in story telling. Control focuses on the protagonist, Jesse Faden, exploring the paranormal headquarters of a secret U.S. government agency Federal Bureau of Control (FBC), called the Oldest House. Jesse is the new Director of the Bureau and must utilize various abilities and interact with the environment to defeat enemy only known as the Hiss that has invaded and corrupted reality. FBC studies Altered World Events and collects Objects of Power from these events inside the Oldest House, which itself is an Object of Power. The Game starts with Jesse arriving to the headquarters to seek answers related to her brother after a prior event in their youth that led to the brother being kidnapped and an Object of Power claimed by the FBC. It is up to Jesse to prevent the spread of the Hiss outside the Oldest House, understand what Hiss’ aims are and where her brother is. The town where she lived with her brother was called Ordinary. Control , like so many previous titles before by Remedy , was met with a commercial and critical success with its storytelling, world building, audiovisual presentation and the characters being praised. Even though Control has its contained story, literally in more than one way, its world is shared by a certain writer trapped in their own Dark Place, after all. The plunder of CrossfireX Before the massive success of Alan Wake 2 gets the spotlight it much deserves, there is one very, very important lesson Remedy had to learn from. That is the development of the story mode to the CrossfireX (2022) that Remedy worked on since 2016 as another project alongside Control . Short story short, Remedy missed the mark with the story mode massively even after that long time in development with reviews reporting bad pacing and tempo and shallow characters. Essentially many other game development studios could have done the same as Remedy did. The “mark of Remedy” was not in the story. What did Remedy learn from this? I strongly believe it is about playing to your strengths as studio and keeping your identity, rather than trying to play into others’ hand. However, the silver lining is that CrossfireX was shut down after mere sixteen months in May 2023 after its release in February 2022. The game is dubbed to be a massive misfire with awful controls, bland story mode, and very cliche multiplayer experience that didn’t reach its target audience in the Western markets. In the West, the first-person shooter genre is dominated by Call of Duty , Halo , Overwatch , and Battlefield , and it would have required more than an amazing story by Remedy to get a sizeable enough market share. Bringing it all together for Alan Wake, again After this both short and lengthy history of Remedy ’s past games, it is time to return to one version of our reality in this current time. The sequel to Alan Wake and why everything written above matters. Much like Bethesda has its imprinted style, so has Remedy . In Alan Wake 2 , Remedy successfully incorporates lessons learned from their previous games with continued passion to push the boundaries of what games are and how they are experienced. The Remedy style of episodic gameplay is present, and so are intersecting timelines and character stories. Furthermore, the player has the freedom to choose the order they engage in the stories being told, and the exploration of the perceived reality being shifted when one is going through their Dark Time. Alan Wake 2 continues the story of the author who has been trapped in the Dark Place for thirteen years. Alan feels that the only way for him to escape back to the real world is to write a horror story that takes place in Bright Falls where the events of the first game took place. The game combines survival horror and crime investigation game play styles with Remedy -esque focus on detail and storytelling through atmosphere that is always uneasy . One of the ways Remedy is pushing the medium of episodic presentation of games further is the given freedom in which order players want to complete the stories being told. The initial start and the eventual end are using forced perspective of Saga Anderson and Alan, respectively. These two separate stories will become intertwined with each other increasingly as the game progresses over its roughly twenty-hour duration. The success of Alan Wake is yet another feather in their cap, as Remedy truly shows through Alan Wake 2 that they have learned their lessons and are building upon their strengths. It is joyful to see the passion to provide entertainment experience through quality game play and storytelling in Alan Wake 2 , while the developers are experimenting with various puzzles and honing certain experiences to build upon for future games. 2023 has been a massively successful year for gamers with numerous amazing games released which each would have won numerous awards in any other year. Alan Wake 2 being released late in 2023 and still it managed to be nominated in eight categories for the 2023 Game Awards ceremony and won the Critics’ Choice Award at the Golden Joystick Awards 2023 earlier this year. The only game to rival Alan Wake 2 in this behemoth of a gaming year is Baldur’s Gate 3 in the number of nominated categories. Remedy went all out on Alan Wake 2 and that shows, and it is very delightful to see. Remedy is brining high quality survival horror to the front pages and setting the trend of their future with this sequel. This will bode only good news for Remedy and the Finnish game industry because the continued success of Remedy in the post-covid era shows that with proper development environment and direction of resources amazing things happen. In a world filled with scummy monetization practices, Remedy shows that when passion and love for games is given time and space to flourish, the success is nothing but guaranteed. Remedy is one of the flagship companies turning the ship from live services to complete packages and complete entertainment experiences. A feature-complete game is more wanted and treasured by the players than a shiny skin of a horse for more than half the price of a sixty-dollar, or nowadays seventy-dollar, game. The Future , The Present and The Past - Remedy Connected Universe Finally, or another beginning. What complicates the storytelling of Remedy games is the confirmation of Remedy Connected Universe becoming canon in Control ’s second expansion called “ AWE ” that features our dear writer, Alan Wake and the Dark Presence. However, in the base game of Control , players can find documents that FBC has been made aware of what is going on with and around Alan Wake. The creative director of Remedy , Sam Lake, made it clear that Control and Alan Wake games share the universe and Control: AWE was merely the first crossover. Sam Lake has mentioned earlier that they have at Remedy had the idea of connected universe for multiple years and through Control and Alan Wake they can finally utilize that aspect. Alan Wake 2 fully embraces this connection with FBC and what happens in the Bright Falls. Safe to say that Saga Anderson’s career as FBI agent gathers certain attention further pulling these universes together as she works to investigate and solve the murders in Bright Falls. Further connections between these worlds are in place and two of them are present in the spin-off Alan Wake’s American Nightmare . Namely, the town called Ordinary (see above about Jesse’s past) and another character that is quite head-scratching to deal with. Oh, and not to forget about Ahti, the FBC’s janitor having good times in Bright Falls. Remedy has confirmed to be working on the sequel to Control , and it can be assumed it further combines the workings FBC and Jesse to the ones of Saga and Alan. How? Who knows currently, but right now you can immerse yourself to Alan Wake and Saga Anderson in a fantastic survival horror game that does not let you go from its grasp. Be ready, be prepared, and don’t burn your light too fast. One of the best horror games in years is here and its a testament to Remedy ’s learned lessons and utilizing their own strengths to new heights.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Postdoctoral Researcher) Henry Korkeila PhD, MSc, is postdoctoral researcher whose recent work has focused on the avatarization of our analog cultures as they inevitably turn into digital cultures. Special focus has been on avatars themselves, usage of avatars in their different contexts including multiple online video game genres. He has approached avatars through the types of capital, or resources, they have. His recent works in progress continue to explore the cultures of MMOs, and game accessibility and inclusivity at large.

  • [논문세미나] Press X to Wait: The Cultural Politics of Slow Game Time in Red Dead Redemption 2

    < Back [논문세미나] Press X to Wait: The Cultural Politics of Slow Game Time in Red Dead Redemption 2 11 GG Vol. 23. 4. 10. 이번 세미나에서 리뷰할 논문은 지난 2022년 8월 ‘게임 스터디즈(Game Studies)’라는 저널에 게재된 〈Press X to Wait: The Cultural Politics of Slow Game Time in Red Dead Redemption 2〉이다. 번역하면 “X를 눌러 기다리시오: 레드 데드 리뎀션 2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게임 시간의 문화정치” 정도 될 수 있다. 이 논문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레드 데드 리뎀션 2〉과 시간에 대한 감각을 다룬다. 저자는 존 밴더호프(John Vanderhoef), 매튜 토마스 페인(Matthew Thomas Payne)이다. 둘 다 미국에서 미디어 관련 교수로 활동하고 있고, 특히 매튜 토마스 페인은 밀리터리 게임과 전쟁의 관계에 관한 저서를 쓴 이력이 있다. 게임 스터디즈는 게임의 학문적 연구를 주관하는 국제 학술 저널이다. 일반적으로 학교에 소속되어 있거나 열람권을 유료 결제해야 논문 전문을 읽을 수 있지만, 게임 스터디즈는 누구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웹에서 무료로 논문을 제공하고 있다. 웹 기반으로 운영되며, 2001년부터 지금까지 게임을 주제로 한 전세계의 다양한 논문들이 게재되어 왔다. 원문을 확인하고 싶다면 아래 URL에 접속하여 직접 읽어볼 수 있다: https://gamestudies.org/2203/articles/vanderhoef_payne 논문의 배경은 게임 리뷰에서 나타난 ‘불만’ 레드 데드 리뎀션2(Red Dead Redemption 2, 이하 레데리2)는 미국의 게임회사 락스타 게임즈(Rockstar Games)의 ‘레드 데드(Red Dead)’ 시리즈의 3번째 작이다. 동일 회사의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로 잘 알려진 오픈월드 시스템에 1800년대 말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게임이 펼쳐진다. 그래서 ‘서부판 GTA’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8년 콘솔 플랫폼에 먼저 출시되었고, 1년 뒤에 PC 플랫폼에서도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레데리2는 출시 되자마자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 게임은 매우 현실적인 그래픽을 보여주었고 게임 전반에 탁월한 현실 고증이 배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초원을 활보하는 카우보이가 된 듯하게 말을 모는 방법이나 공간 이동을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NPC가 플레이어의 상황에 반응하여 대화를 나누고, 야생 동물 등 주변 환경과 상호 작용이 현실감있게 구현 되었다. 레데리2의 자유도는 무궁무진해서 “이것도 될까?”하는 실험 영상 클립이 온라인 공유되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주목을 받았다. 2020년 스팀에서 올해의 게임을 수상할만큼 게임의 인기는 독보적이었고, 다수의 게임 어워드에서 노미네이트 되었다. 전작 이후 약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개발된 이 게임은 출시된 이후 락스타 게임즈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레데리2의 인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높은 평점과 별개로 사람들의 리뷰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불만이 있던 것이다. 장점을 언급한 다음 게임 플레이가 “너무 느리다”, “지루하다”, “답답하다”라는 표현이 일색인 것이 여러 리뷰에서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게임의 현실성이 장점으로 평가되었지만, 동시에 캐릭터가 현실적인 속도 그대로 행동하는 것을 지켜보는 데에 플레이어들은 지루하고 답답함을 느끼고 말았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이 현실성 구현이라는 단일한 특성이 가지는 양가적인 의미에 주목했다. "It is defiantly slow-paced, exuberantly unfun, and wholly unconcerned with catering to the needs or wants of its players" (이 게임은 분명히 느리고, 지루하며, 플레이어들의 요구나 욕구를 고려하지 않는다) – from 평론가 “game should be called Red Dead Slow Motion” (게임 이름은 '레드 데드 슬로우 모션'이라고 불려야 한다) – from 메타 크리틱 "It is a boring and tedious simulation game... with horribly unresponsive controls and terribly slow pacing” (이 게임은 지루하고 답답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흉측할 만큼 반응이 늦은 컨트롤과 지나치게 느린 페이스로) – from 메타 크리틱 * 논문에서 언급된 레데리2의 해외 부정적인 리뷰들 무엇이 게임을 느리게 할까요? 우리는 ‘게임적 속도감’에 익숙해져있다. 떨어진 아이템에 스치면서 ‘줍기’ 버튼을 눌러 인벤토리로 즉시 이동시키고, 식재료를 선택하여 ‘요리하기’ 버튼을 누르면 순간적으로 음식이 완성이 되는 것이다. 이동할 때면 포탈이나 워프 기능을 사용해서 멀리 떨어진 거리를 단숨에 찾아갈 수 있다. 어찌보면 게임의 현실은 진행 속도가 빠르다기보다, 뒤따라 이어지는 불필요한(현실에서는 필요한) 과정을 삭제하고 바로 결과값을 제공하고 있다. ‘과정의 삭제’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레데리2는 게임적 속도감이 적용되지 않는다. 논문에서 다양한 예시들이 언급되지만, 대표적으로 시체에서 아이템을 얻을 때 직접 허리를 굽혀 뒤적이는 것이 그 예이다. 집 안에서 파밍을 할 때면 방 전체를 돌아다니며 가구를 일일히 손으로 열어서 확인해야한다. 공간 이동의 경우, 원거리 워프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게임 안에 (눈에 안 뜨이게) 제공되고는 있지만, 레데리2는 드넓은 맵을 말을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하는 내러티브적 구조를 가진다. 게임에서 많은 일이 실제 우리가 행동하듯 벌어지도록 구현이 되어 있다. 이렇게 결과로 바로 이행되지 않고 현실처럼 모든 과정을 겪도록 하는 경험은 플레이어에게 불쾌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 ‘느린’ 감각을 게임의 부정적인 면으로 꼽고 있으니, 게임을 만든 회사의 입장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게임 가격은 게임에 푹 빠지기 위한 값이다 레데리2는 AAA(트리플 A)게임이다. 트리플 A를 특집으로 다루었던 GG 지난 호에서 충분히 언급되었듯, AAA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아주 긴 시간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력이 투입된다. 게임 산업에서 AAA는 영화 산업에서 쓰이는 ‘블록버스터’라는 말과 비슷하다. 게임의 퀄리티를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만큼 큰 자본을 투자했기 때문에 수려한 그래픽, 탄탄한 내러티브를 자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플레이어가 품을 수 있는 상상을 게임 내에서 최대한 허용하며 호불호를 줄이고 자유도와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한 테스트 과정도 거치며 게임의 모난 면은 둥글게 깎여나간다. AAA게임의 신작 출시 소식이 예정되면, 사람들은 게임에서 어떻게 시간이 ‘순삭’ 될지 기대한다. 지갑을 손에 쥐고 결코 저렴하지 않는 그 값을 기꺼이 지불할 순간만을 기다리기도 한다. 게임에 몰입한 채 내일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방대한 맵을 탐험하다 정신차려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잘 시간이 되어있는 게 AAA 게임 플레이의 감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AAA게임 플레이어가 가지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개발사는 게임 제작에 많은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 하나 하나 대충 그려내지 않기 위해 긴 시간동안 공을 들인다. 만약 표현이 어색해서 몰입이 깨지거나 개발 공수가 덜 들어간 것처럼 보여 게임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평을 듣게 되면 회사 이미지에 금이 갈 수도 있다. AAA 게임의 영역에서 게임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되는 그 ‘몰입적 리얼리티’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공수가 과도한 나머지 너무 디테일한 표현으로 플레이어가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기다려야하고 몰입이 깨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회사의 입장에서 게임의 현실감 추구가 가지는 모순적인 결과다. 논문의 저자들은 상업성의 최전선에 있는 AAA 게임이 현실적인 표현에서 두 가치의 충돌을 발생시키고 있는 현상을 문화정치(cultural politics)의 순간으로 보고 있다. 제목에도 쓰여 있는 문화정치라는 말은, 문화의 영역에서 다양한 의미들이 충돌하고 각각 관계와 역학이 드러나는 상태 를 뜻한다. 고자본 투입의 결과로 고급 노동력을 오랜 시간 투입하여 리얼리즘을 표방하는 AAA게임을 개발했지만 그 가치는 역설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일부 이끌게 되었다. 효율적인 진행을 추구하는 게임 시간의 헤게모니 2007년 게임 학술 기관인 DiGRA 컨퍼런스에 ‘플레이의 헤게모니(hegemony of play)’라는 주제로 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연구는 빠른 상호작용에 능숙하고 복잡한 공간을 파악해 공간 전환을 잘 하는 사람에게 맞추어진 게임 디자인이 산업이나 플레이어 담론에서 주류 혹은 지향되어야 하는 가치로 일컫어지면서, 게임 플레이에서 일종의 헤게모니를 형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문화 연구에서 주로 사용되는 헤게모니(hegemony)란 지배를 뜻하는 개념이다. 하나의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지배적인 위치에 놓여있는 것, 그러니까 어떠한 집단이 추구하는 가치가 더 우월하고 지배적으로 생각되는 상태를 말한다. 2007년의 발표에 이어, 본 논문의 저자들은 레데리2를 통해 ‘게임 시간의 헤게모니 hegemonic game time’를 말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빠르고 효율적인 진행을 추구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인정된다. 이는 하나의 게임을 어떻게 헤매지 않고 빠르게 클리어 했는지의 문제다.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최소한의 아이템과 시간을 소비하여 원하는 목표로 도달함은 ‘게임을 잘하는’ 능력이며 우월한 가치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러한 게임에서의 시간 개념은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와도 연결되고, 어떠한 헤게모니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어들에게 추구되어야 할 가치이며 개발사도 그에 맞게 어느 정도 ‘편리한’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레데리2의 개발사는 그와는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게임을 통해 발견하는 우리 사회의 시간 개념 시간이라는 개념은 점차 발전해왔다. 산업자본주의, 후기 산업자본주의, 신자유주의를 거치며 시간은 낭비되어서는 안되는 귀한 가치로 여겨져 왔다. 동일한 시간 안에 더 많은 효율성을 추구하자는 목적 아래에 사회 시스템 전반의 모든 장치들이 움직이고 있다. ‘경제성’은 같은 의미를 뜻하는 말이다. 이러한 사회가 요구하는 시간 개념에 부합하기 위해서, 심지어 즐거움조차도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한다. 이 논문과 마찬가지로, 최근 발간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도 비슷한 현상에 주목했다. 사람들은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15초 뒤로’ 또는 ‘배속’ 기능을 통해 빠르게 시청할 수 있다. 또는 영화를 시청하는 대신, 영화 줄거리를 간략하게 전달하는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간 압박이 발생하는 나머지 여가생활의 일환으로서 영화 한 편을 2시간동안 시청하는 과정보다 ‘영화를 봤다/안봤다’, ‘영화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라는 경험의 유무로서 또는 지식의 습득으로서 콘텐츠 소비가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회적 시간 개념에서 즐거운 여가생활이란, 시간이 낭비된다는 감각이 드러나지 않는 상태에서 달성될 수 있다. 따라서 레데리2에서 플레이어가 주인공 아서 모건의 지난한 인생을 기다리는 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키패드에 손이 결박되는 것처럼 느끼는 답답함과 그로 인해 몰입이 끊기면서 내가 얼마나 게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다시 ‘현생’을 자각하게 되는 이 감각은 우리 사회에서 귀중한 시간의 가치를 드러낸다. 온라인 리뷰에서 보이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 가치와 멀어질 때 발생하는 긴장감과 불안함으로서 볼 수 있다고 분석될 수 있다. “(X)를 눌러 사색 하시겠습니까?” 이 논문은 그렇다고 레데리2가 극도로 느린 게임은 아니라고 주의한다. 글 전체에 걸쳐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지루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을 분석하고 있지만 게임을 더이상 못할 정도로 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논문 또한 레데리2가 지루하다는 리뷰에 하나 더 첨가되는 것이 아니라, AAA게임으로서 추구되어야 하는 리얼리즘이라는 가치가 담겼으나 그것이 ‘과했을 때’ 플레이어들에게 부정적인 감각이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게임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떠한 가치가 추구되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목적 하에 연구를 전개해나갔다. 콘솔 게임기 패드에서 ‘X’는 어떤 행동 수행을 결정하는 키다. 하지만 레데리2에서는 X는 곧 플레이어에게 (잠시의) 기다림을 요하는 키이기도 하다. 레데리2라는 게임을 통해 AAA게임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임 디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에 퍼진 시간 압박 인식은 어떤 의미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더 나아가 이 논문을 통해 과정을 삭제하고 결과로 직행하는 ‘게임적 속도감’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게임이 현실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게임이 정말 현실과 같아졌을 때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인지해야 한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연구자) 보라무 사회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연구합니다. 게임이라는 도구를 통해 결국 인간을 탐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금은 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이코'에서 '갓오브워'까지: 사랑의 대상과 게이머의 나이듦에 대하여

    < Back '이코'에서 '갓오브워'까지: 사랑의 대상과 게이머의 나이듦에 대하여 16 GG Vol. 24. 2. 10. 게임 규칙을 넘어선 감정 투영 대상으로서의 등장인물 초창기 게임의 역사 속에서 가족은 게임 안이 아니라 게임 밖의 존재였다 . 플레이어 캐릭터는 대체로 혼자 위험천만한 스테이지들을 돌파해 나갔지만 , 그런 게임을 플레이하는 환경은 게임사의 광고에 의해 늘 가족적인 무언가로 일컬어지곤 했다 . 닌텐도 등의 가정용 콘솔 기기는 항상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거실에서 온 가족이 함께 게임하는 장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와 함께 하는 이들은 가족이라기보단 주로 ‘ 동료 ’ 라는 이름으로 호명되었다 . 롤플레잉 게임의 파티 시스템 , 여러 게임에 등장하는 조력자 등은 나름의 끈끈함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기능적인 관계맺음을 플레이어와 이어나가는 동료로서의 존재였다 . 2000 년대 들어와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 이코 ’ 는 그런 점에서 눈에 띄는데 ,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시작부터 끝까지 모험을 함께 하는 요르다는 ‘ 동료 ’ 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엔 사뭇 이질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 플레이어는 딱히 공격력이 없는 요르다의 손을 붙잡고 게임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 분명 퍼즐과 같은 요소들에서의 해결을 돕는 조력자의 포지션이지만 실제로 ‘ 이코 ’ 를 플레이한 이들이 요르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동료보다는 조금 더 진한 무엇이었다 . 함께 싸우면서도 플레이어가 반드시 지켜내야 하는 존재로서의 요르다는 동료이자 퍼즐의 열쇠라는 기능적 관계 이상의 존재로 플레이어들에게 각인된 바 있었다 . 유사가족 관계의 조엘과 엘리 ‘ 이코 ’ 로부터 대략 10 여 년이 지난 뒤에 출시된 게임 ‘ 라스트 오브 어스 ’ 는 유사 가족 관계에 놓인 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며 모험을 풀어가는 새로운 시점을 선보였다 . 중년의 남성 주인공 조엘은 게임 프롤로그에서 딸을 잃었고 , 그런 그에게 임무로서 맡겨진 엘리라는 아이는 잃었던 딸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십대 소녀다 . ‘ 이코 ’ 처럼 둘은 서로 도와 가며 험난한 세계를 헤쳐나가지만 , ‘ 이코 ’ 에 비해 좀더 엘리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변화 혹은 발전이 있었다 .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무대 속에서 조엘과 엘리의 이야기는 단순히 모험의 기승전결을 풀어가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잘 맞지 않았던 두 사람이 일종의 유사 가족 관계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진한 감동을 만들어낸 바 있었다 .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 라스트 오브 어스 ’ 로부터 받은 감정은 삭막하고 외로운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감정을 함께 기댈 수 있는 존재라는 유사 가족 관계가 유독 더 따뜻하게 빛났기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 '갓오브워'에 이르러 혈연 가족으로 등장하는 조연 2001 년 ‘ 이코 ’ 에서 동료를 넘어선 무언가로 , 2013 년 ‘ 라스트 오브 어스 ’ 에서는 유사 가족 관계라고 이름붙여도 좋을 , 플레이어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존재는 2018 년의 ‘ 갓 오브 워 ’ 에서는 본격적으로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으로 등장한다 . 전쟁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 시대를 휩쓸었던 주인공 크레토스는 후속작에서 아들을 둔 중년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 크레토스의 캐릭터는 이러한 관계설정의 변화를 통해 크게 바뀌는데 , 전작에서는 가족을 잃은 뒤 신의 아들로서 자녀의 포지션을 맡았던 크레토스가 후속작에서는 가족관계 안에서의 아버지 포지션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 실제로 게임 안에서 크레토스와 아들 아트레우스의 관계는 철모르는 아이의 육아를 도맡는 크레토스의 관점으로 그려진다 . 아트레우스는 나름의 전투력은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며 , 내러티브를 통해 크레토스는 아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풀어낸다 . 후속작 ‘ 갓 오브 워 : 라그나로크 ’ 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사춘기를 맞아 방황하는 아트레우스의 옆에서 자녀의 성장과 함께 부모가 맞는 새로운 도전들이 함께 그려지는 것을 보면 , ‘ 갓 오브 워 ’ 의 북유럽 시리즈는 상당부분 자녀라는 새로운 가족관계를 맞았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될 지는 모르는 부모의 입장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나이들어가는 게이머 게임 안에서 기능적 조력자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는 캐릭터와 주인공 캐릭터 사이의 관계는 ‘ 이코 ’ 의 2001 년부터 ‘ 갓 오브 워 ’ 의 2018 년 사이 근 20 여년 속에 점차 변화해 왔다 . 이 변화는 지켜야 할 동료에서 ‘ 라스트 오브 어스 ’ 의 유사 가족관계를 거쳐 마침내 혈연관계로 점차 가족이라는 구성을 향해 움직였는데 , 이는 특히 주인공 자체의 변화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 명확하게 ‘ 소년 ’ 의 포지션이었던 ‘ 이코 ’ 의 주인공과 달리 ‘ 갓 오브 워 ’ 의 크레토스는 명백하게 중년 남성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다 . 현실의 시간 변화를 함께 생각해 보면 게임 속 주인공 캐릭터의 나이듦은 마치 현실의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2001 년에 소년이었던 주인공은 2018 년이 되면 열 일곱 살을 더 먹게 되는데 , 만약 2001 년 당시 20 세였던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가 2018 년이 되면 37 세가 되는 것이다 . 단순한 생물학적인 나이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 이 20 년 사이의 간극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갖는 주변 인간관계를 크게 변화시키고도 남을 시간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 ‘ 이코 ’ 를 플레이하던 청년은 20 년 후 중장년이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20 년 전의 게이머들이 지금보다 젊은 세대였다면 , 이제 게이머 집단은 과거보다 조금 더 폭넓은 연령층이 되었다 . 디지털게임 이용자층은 연령과 성별 , 지역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과거보다 보편화되며 넓어졌고 , 과거 단지 어린이들의 놀잇감으로만 여겨졌던 게임은 적어도 ‘ 갓 오브 워 ’ 에 이르면 명백하게 중년기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삼는다 . ‘ 갓 오브 워 : 라그나로크 ’ 에서 다루는 사춘기 자녀의 방황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을 게임 주인공 캐릭터에 덧씌우는 일은 간접적으로 오늘날의 게이머들이 갖는 평균 연령이 어디쯤에 위치하는지를 의미한다 . 게임이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일련의 유대관계와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면 , 이 사랑은 게이머 집단의 나이듦에 따라 다른 형태로 묘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20 년 전의 게이머들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남성중심인 집단이었고 , 그런 그들에게 사랑은 가족보다는 신비함을 간직한 여성 캐릭터에게 투영된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중장년이 된 그들에게 사랑의 투영 대상은 이제 자녀라는 , 가족이라는 새로운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는 대상이 된다 . 이러한 변화는 꽤 곳곳에서 감지된다 . 2023 년 출시된 ‘ 디아블로 4’ 에서는 기존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수많은 서브 퀘스트들이 등장하는데 , 이 중 적지 않은 분량이 자녀를 둔 등장인물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 자녀의 훈육을 위해 감옥에 보낸 부모가 결국 자식을 잃은 뒤 후회하는 내용이라거나 , 집나간 아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해오는 등 ‘ 디아블로 4’ 에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감정을 다루고자 하는 퀘스트들이 포함된다 . 비슷하게 2020 년대에 출시된 게임 중 ‘ 잇 테이크스 투 ’ 또한 게이머 집단의 세대 변화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사례다 . 어린 자녀를 가진 중장년기 부부의 이혼 위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이 게임 또한 사실상 중년 부부가 만날 수 있는 삶의 시기를 스케치한 결과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오늘날 스탠드얼론 게이머의 중심은 중장년이다 게임 주인공 캐릭터를 둘러싼 가족관계에서 나타나는 트렌드 변화가 주로 PC, 콘솔 기반의 스탠드얼론 게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또한 곱씹어볼 여지를 남긴다 .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거치면서 점차 PC 는 가정의 필수 가전제품이어야 할 이유를 상실하기 시작했고 , 게임을 하기 위해 구비해야 하는 게임전용 PC 는 이제 꽤나 고가품의 영역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 콘솔게임기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지만 , 일정 수준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기본적으로 요구되고 , 타이틀 가격이 8~10 만원을 오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아이들의 문화활동으로만 보기 어려운 비용 장벽을 가진 셈이기도 하다 .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유료 기반의 온라인게임들과 달리 ,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간과 시간 , 비용을 요구하는 PC/ 콘솔 기반의 스탠드얼론 게임들은 이제 확실히 중장년을 메인으로 삼는 활동이 되었다 . 게이머가 나이를 먹어 가는 과정과 함께 게임 콘텐츠 또한 나이를 먹었고 , 나이들어간다는 변화 속에서 게임을 통해 표현되는 게이머와 주인공 주변의 인간관계 또한 다르게 그려진다 . 모두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연애 – 결혼을 거치는 이른바 ‘ 정상가족 ’ 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 적어도 기술복제를 통해 대량유통되는 미디어 콘텐츠인 디지털게임은 산업적 관점에선 정상가족 안에서 부모라는 위치 혹은 그와 비슷한 세대가 겪게 되는 감정의 과정들을 다루고 싶어한다 . 지난 수십 년간 게임에 일어난 변화는 그래서 단지 기술의 발전과 이용자층의 확대만이 아니라 , 이 매체가 다루고자 하는 감정과 관계에도 나타난다 .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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