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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제너레이션::필자:: 박정서

    박정서 박정서 시각 예술 분야에서 전시 기획, 글쓰기, 워크샵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비)과학적인 현상에 관심을 두고 뉴미디어 아트와 비디오게임을 연구한다. Read More

  • 공포와 액션의 사이에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 Back 공포와 액션의 사이에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19 GG Vol. 24. 8. 10. * 어떤 공포 게임의 차기작 이미지이지만 팬메이드인, 가짜. ‘공포’ 게임 공포는 흥미로운 감정이다. 감정 중에서도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가장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동시에 유희의 방법으로도 활용이 되는 모순된 감정이다. 이 특징 때문에 공포 장르는 흥행이 어렵다. 무서우면 재밌지만, 무서우면 꺼려진다. 이 모순의 균형을 해결하는 것이 모든 공포 장르의 숙제다. * 반복되는 공포는 학습이 되어 무뎌진다. 이 친구는 이제 더는 무섭지 않다. 문학, 연극, 만화, 영화, 게임 등에서 구현된 모든 공포 장르의 기본 구도는 같다. 가장 중요한 극중 갈등은 인물과 인물 외부의 세계 혹은 ‘무언가’다. 인물 외부에는 불가해한 무엇이 존재하고 그 무엇은 인물의 생존을 위협한다. 인물은 이 위협에서 도망치거나 위협을 극복해야만 한다. 하지만 방법은 알 수가 없고, 위협의 근원이 주는 공포로 인해 갈등 극복은 어려워진다. 마침내 인물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위협을 물리치거나, 위협에서 도망치거나, 가끔은 이겨내지 못하고 위협에게 잡힌다. 이런 구조 속에서 나오는 서사가 공포 장르의 서사, 생존 투쟁의 서사다. 수용자는 이런 일련의 서사를 유희의 도구로서 감상한다. 체험이 특징인 게임만은 다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공포 장르의 진입 장벽은 높다. 수용자는 생존 투쟁의 스트레스를 유희로서 받아들일 만큼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유희로서의 몰입을 할 정도로는 가까워야 한다. 유희로서의 공포에 관해서 윤장원은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의 놀이이론을 공포 게임에 적용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윤장원 교수의 가장 중요한 문장은 이렇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로제 카이와는 놀이의 속성을 네 가지로 나누었는데, 그 중 일링크스(ilinx)는 ‘현기증’으로 대표되는 감각 자극의 속성이다. 윤장원은 공포 감정이 일링크스 영역에 주로 해당한다고 하면서, “이것들은 흥분의 즐거움, 환상의 즐거움, 합의된 혼란의 즐거움, 약한 충격의 즐거움, 안전한 충격의 즐거움들이다.”( 윤장원, “공포게임속 유희적 공포를 중심으로”, 2008.05, 조형미디어학 제11권 제2호 )라고 썼다. 즉, 공포 장르의 공포는 ‘언제든 피할 수 있는 공포’이기 때문에 유희가 된다. * 작중에서 아무리 피할 수 없는 공포가 등장한다 해도, 작품 바깥은 내 생존에는 영향이 없다. 공포 ‘게임’ 다른 공포 장르에서의 공포는 관람하는 유희지만, 게임은 체험의 양식이다. 그래서 ‘돌파하여 극복하는’ 구도를 수용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게임은 앞선 모순점의 숙제를 훨씬 더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여기서 민감하다는 의미는 모순의 저울이 하나가 아니라는 의미다. 공포와 안전이 1번 저울의 쌍이라면, 2번 저울의 쌍은 신선한 공포와 무뎌진 공포다. 게임에서 위협적인 대상을 만나면, 플레이어는 게임의 특성에 따라 교전이나 도망을 수행한다. 그리고 숙련도가 쌓이게 되면서 점점 더 익숙해진다. 공포란 낯설고 생경한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 기본이다. 익숙해진 공포는 더 이상 공포가 아니고, 공포 게임에서 공포가 옅어지면 큰 재미 요소를 잃는 것이다. 공포의 수위 문제인 1번 저울의 경우엔 작품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공포의 희석이라는 2번 저울의 모순은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만나게 된다. 아무리 컨텐츠의 수행 패턴을 바꾸면서 낯설음을 유지하려고 해도, 플레이어는 점차 적의 행동 패턴을 연구하고 공간을 학습하고 기괴한 디자인에 적응한다. 그렇게 자신을 쫓아오는 괴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응 방법을 손쉽게 수행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2회차 플레이부터는 공포 요소의 위치가 익숙해지게 되면서 공포 게임이 아닌 기억력 퍼즐 같은 플레이가 되기도 한다. 가장 질 좋은 공포는 최초 탐험인지라, 공포 게임은 장르의 시작부터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예언 받은 셈이다. 그래서 게임에서 공포 장르는 생존 공포라는 특징이 대세가 된다. 1989년 일본의 영화 ‘스위트홈’의 게임판에서부터 시작된 생존 공포라는 세부 장르 명칭은 중복 형용인 것 같지만, 운명적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묻어나는 이름이다. 이 장르에서 플레이어는 대항 행위에 쓸 자원을 제한적으로만 받게 된다. * 게임 스위트홈에는 한정된 공간, 치명적 함정, 초자연적인 적 등의 생존 공포 요소가 구현되어 있었다. 바이오하자드 1편은 이 게임을 리메이크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했다는 설이 있다. 공포 장르의 요소 중에는 제한적 공포 요소가 있다. 활동의 제약을 주는 공간적 제한, 정보의 제약을 주는 시각적 제한에 이어 능력의 제한 요소는 공포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공포 게임은 이 능력 제한 요소에 ‘대응 수단’을 집어넣으면서 생존을 가장 중요한 위치로 끌어왔다. 그리하여 모자란 자원 때문에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적도 도망쳐야 할 대상이 되었다. 대응 자원은 아끼고 아껴서 가장 필요한 순간, 예컨대 보스전 같은 때에 써야 한다. 다른 적들은 왠만해서는 상대하지 않고 피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보스전에서 전투를 수행할 숙련도와 캐릭터 업그레이드는 필요하니 완전히 안 싸울 수는 없다. 결국 어느 적은 피하고 어느 적은 싸울지를 정하면서 이 모순을 헤쳐간다. * 이 장면 앞에서 도망치는 자는 공포 게이머, 싸우는 자는 액션 게이머. 결과적으로, 조우하는 모든 요소가 나를 공격하는 생존 위협의 상황이자 집단 광기의 상황이 손쉽게 만들어진다. 이는 2번 저울의 모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는 영리한 방법이다. 그리고 자원 제한이라는 이 능력 제한 요소를 가장 잘 사용하였고 그것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된 장수 시리즈가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다. ‘공포’ 액션 바이오하자드를 요약하면, 좁은 공간에서 총으로 좀비를 쏘는 게임이다. 그리고 초기작인 1~3편에서는 제한된 탄약으로 인해 쏘는 행위보다 피하는 행위가 더 많았다. 시작점인 1996년작인 1편의 경우에는 3D 기술을 연습하자는 제작사의 의도가 있었다는 일설도 있는 바, 기술적 완성도는 약간 떨어졌지만 오히려 능력 제한 요소로 받아들여지면서 생존 공포를 공포 게임의 주류로 만드는 첫 빗방울이 되었다. 동시에 이 일설에 의해 3D 액션으로 형식이 정해지면서, 바이오하자드는 액션으로 공포를 피하고 극복하는 게임이 되었다. * 경찰 특수부대가 외딴 집에서 좀비들과 조우하는 내용의 1편. ‘Wow, What a mansion!’이 먼저 떠오른다면 밈적 사고화를 주의하자.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제한적 공포 요소는 매우 충실하다. 0편에선 고립된 기차 안, 1편에선 외딴 저택 안, 2/3편에선 폐허가 된 도시라는 식으로 공간 제한이 있다. 시야 또한 0/1편은 문으로 나뉘어진 방이라는 식으로 제한이 되는데, 당시 기술의 한계로 인해 로딩 시간을 문이 열리는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이 또한 공포 요소로 작용했다. 2/3편은 광원이 많은 도시가 공간이지만 폐허가 된지라 어두운 골목이나 수풀 같은 시야 제한 요소를 활용했다. 또한 2/3편에는 특정 시점 전까지는 절대 죽일 수 없는 거대한 적이 쫓아오는 요소도 있었다. 이런 구성에 자원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탄약 소모를 최소한으로 하여 위험 지역을 돌파하고 안전 지역에서 정비한 후 다음 위험 지역의 공포로 뛰어드는 플레이 패턴이 정립되었다. 공포 ‘액션’ 제한된 실내 공간 혹은 좁은 폐허 공간이었던 0~3편과 달리 4편부터는 야외 공간이 조금씩 넓어지고 많아지기 시작했다. 2편의 경우, 도시가 배경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플레이는 무인 상태의 경찰서 건물이었고, 그나마 야외로 나간 3편은 소개(疏開)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폐허가 된 도시라 넓은 공간도 많지 않았다. 반면 4편부터는 실내라도 넓은 공간이 생겨났고, 벌판이나 마을 내지는 도시 공간도 활용되었다. * 이런 공간에서의 조우는 결국 전투, 필연적으로 액션 요소가 된다. 그만큼 다양한 교전 상황이 만들어지긴 했다. 그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체술’이라는 형태의 액션 공격-반격-회피가 도입되었다. 조금씩 자원 제한이 해제되고 있던 것이다. 다양한 대응 방법이 지급되면서, 이 게임의 좀비와 괴물은 ‘도망칠 수 있는 공포’에서 ‘쳐부술 수 있는 공포’로 바뀌어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리즈의 인기와 흥행이 올라가면서 외전작들과 다양한 트랜스미디어 작품들이 쌓여갔다. 이러면서 작중 세계에 대한 정보가 누적되었다. 잘 설명되는 것은 익숙한 것이지 공포가 아니다. 최건과 장지영은 디아블로 3의 공포 요소가 실패한 원인을 지나친 언어화에서 찾았다. ( 게임과 공포 서사를 통해 살펴본 언어화와 공포의 비대칭적 상관관계에 대한 비교연구, 최건, 장지영, 2022.02, 비교문학 제86호 )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게임 속에서 만나는 공포 상황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게임 안팎에서 여럿 제시가 되면 상황을 공포가 아니라 전투로 인식하게 된다. 서사와 설정의 측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작중에서 등장하는 좀비와 괴물은 모두 바이러스나 기생생물로 인해 변이한 인간이다. 작중의 정식 명칭도 그래서 ‘생물 병기’이고 좀비 아웃브레이크 상황은 ‘생물 재해’다. 이런 생물 재해를 일으키는 방법은 당연히 테러고, 그래서 4~6편은 테러에 대응하는 액션 장르에 가깝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숙달을 통과하면서 공포가 희석되는 과정이 시리즈 전체 진행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공포, 모순 활용법 2017년의 7편,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부터는 1편의 컨셉으로 돌아가는 것 이상이었다. 공간은 다시 좁은 실내 위주로 바뀌었고, 주인공도 새로운 인물이며, 등장하는 적은 기존의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아닌 새로운 생물 병기였으며, 2/3편의 저항할 수 없는 적 요소도 돌아왔고, 아예 시점마저 제한성이 높은 1인칭 시점이 되었다. 역대 변화에 쉼표를 찍은 소프트 리셋의 느낌이었다. 반면 다양한 무기와 액션으로 대응 방법을 다각화하는 요소는 4~6편의 방향을 계승했다. ‘무뎌진’ 후의 액션 장르로의 해석 또한 긍정하는 방향이었다. * 7편의 플레이에서, 4~6편의 넓은 공간과 다양한 대응 요소는 후반부에 가야 제시된다. 그전까지는 이런 상황에서 회피 위주의 전투라는 1/2편의 요소를 해결해야 한다. 전작의 두 줄기, 공포와 액션의 요소를 둘 다 계승하는 것은 모순을 해소하는 방법이 아니다. 공포 게임은 그 개념의 시작부터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공포라는 광의의 장르부터 모순의 장르이며, 공포 게임은 그 모순이 극대화되는데, 생존 공포 장르에 액션을 도입한 것부터가 모순적인 시도다. 어차피 게임은 경험의 매체이고, 경험은 사람을 바꾼다. 경험 진행에 따라 수용자가 변화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이 시리즈의 생명력의 근간에 있을지도 모른다. 태생적 모순을 전제하고 세계를 펼쳐냈으니, 그 세계의 비극미는 강조된다. 거기서 피어낸 인물들은 매력적이고, 그들과 그들의 세계는 영화, 만화, 연극으로 확장했을 때도 매력을 가진다. 수용자의 성장을 전제하는 모순이니, 이 모순을 인정한다는 것은 수용자를 신뢰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포 게임의 공포는 반드시 옅어지고, 무뎌지고, 희석되고, 탈각된다.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이 9개의 넘버링과 3개의 외전과 3개의 리메이크, 그 외 다수의 서브 작품을 진행하면서 얻은 결론은 이 태생적 모순을 피하거나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7편의 방향성을 2~4편의 리메이크작과 8편 또한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다. 긍정하고 활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 물론 가끔 실수는 나온다. 8편의 인형제작소 구간은 1번 저울, 공포의 정도 조절 모순을 실패한 측면이 있다. 너무 무서워서 플레이를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했지만, 그래도 그 공포의 질은 매우 높았다. Tags: ​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덕질인) 홍성갑 프리랜서 기자. 이 직업명은 ‘무직’의 동의어라고 확신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 커리어를 시작하여 국정원 댓글 조작을 최초로 보도했다. 애써 뺀 살이 다시 돌아온 것에 자신을 탓하지만 어차피 인생은 돌고 도는 윤회의 쳇바퀴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 ​

  • [북리뷰] 추억의 게임들을 지탱하는 기술들을 찾아서

    < Back [북리뷰] 추억의 게임들을 지탱하는 기술들을 찾아서 06 GG Vol. 22. 6. 10. 광속과 인터넷 속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흥미 있는 글을 좋아하는 분이 계시다면 500마일 문제( https://edykim.com/ko/post/500-mile-email-problem/ )를 들어보셨을 지도 모르겠다. 아직 읽지 못한 분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학내 이메일 관리를 하는 직원이 교수에게 500마일(800km) 혹은 그보다 약간 먼거리를 넘어가는 장소에 이메일을 보내면 실패한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몹시 흥미롭지만 이 곳에 다 소개하기에는 분량이 충분하지 않으니 직접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미리 결말을 이야기하자면 서버설정에 문제가 생겨서 0.003초 안에 답을 받지 못하면 에러가 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답을 이야기 하자면 광속 * 0.003초 는 899km 이다. 우리는 인터넷이 세계을 연결한다고 생각하고 그 연결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신호는 빛이고 빛의 속도는 분명히 정해져있기도 하다. 현대의 게임들은 대부분 서버와 클라이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회사들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적어도 클라이언트가 서버와 통신을 할때는 기본적으로 500ms 의 지연이 발생한다고 가정하고 설계하는 것이 좋다고 배웠다. 이러한 물리적인 한계는 게임의 기획이나 구현 과정에 영향을 주고, 게임개발자들은 이러한 물리적한계를 속이기위해 여러가지 트릭을 사용하기도 한다. 게임디자인이 이러한 물리적 한계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게임 연구에서 많이 놓치는 부분이기도 했다. 2010년쯤 되서야 MIT 출판사의 플랫폼스터디즈 시리즈 같은데서 이러한 하드웨어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접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아타리2600을 다룬 “Racing the Beam” 에서는 아타리2600에서 다루는 7개의 게임이 아타리 2600 게임기의 기술적인 한계를 게임이 어떻게 극복해냈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다루고 있다. 〈팩맨〉에 등장하는 네가지 유령의 색들이 아타리가 한번에 출력할수 있는 색상의 한계보다 더 많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회한 방법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아타리 2600용 〈팩맨〉을 망겜으로만 치부하기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 아타리 2600의 팩맨 게임 플레이 화면 (옛날) 게임을 지탱하는 기술 추억속 아케이드 게임을 이끌어온 기술의 저자는 마쓰우라 겐이치로와 쓰카사 유키로 이들의 저서 중 “슈팅게임 알고리즘 매니악스”나 “탄막” 같은 게임매니악스 시리즈는 게임개발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고, 언급한 두 책은 슈팅게임에서 등장하는 각종 패턴들을 수식으로 풀어내어서 해당 장르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필수도서로 알려져 있다.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전설의 아케이드게임을 지탱하는 기술” 로 일본에서는 이미 “~~~를 지탱하는 기술”이라는 기술서적이 상당수 나오기도 했고 국내에도 번역된 책이 많아 익숙한 제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목들의 책은 서비스나 게임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를 돕고 최신 기술을 다룬다면 “추억속 아케이드 게임을 이끌어온 기술”은 과거의 게임과 기술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 일 것이다. 이 책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주요 게임들을 소개하며 게임이 가진 의미와 게임에서 사용되는 기술을 소개하는 구성으로 아무래도 게임들 역시 최신 게임이 아니다보니 게임에 대한 소개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다. 브라운관 TV 같은 옛날 기술을 다루고 있다보니 텔레비전 역시 구현부터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텔레비전이 평면TV로 PDP를 넘어 OLED나 LCD 중심으로 제품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여기서는 브라운관의 원리부터 설명하고 있다. 뒤가 불룩한 옛날 TV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면 이런 브라운관에 대한 설명은 생소할 것이다. CRT라고 부르는 음극선관은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레트로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나 예술작품등 일부 특수한 경우에는 계속 사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의 튜브가 CRT(Cathode-Ray Tube)의 튜브에서 기원한 텔레비전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있지 않다. 브라운관은 화면 뒤에 광선총이 위에서 순차적으로 화면을 한줄씩 쏘면서 화면을 만드는 것이고 책에서는 〈퐁〉부터 브라운관의 원리를 설명한다. 이러한 브라운관의 원리는 이후 등장하는 다양한 게임들에서 그래픽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방법들로 사용되기도 하고 한번에 출력할수 있는 스프라이트의 숫자에 제한이 생기는 등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리우스가 화면을 붙이는 방법 지금의 텔레비전은 베젤이 너무 얇아 거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브라운관 TV의 실물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이라면 그 거대함에 놀라고는 한다. 흔히 다라이어스라고 알려진 다리우스는 오락실에서 압도적으로 넓은 화면을 쓰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화면은 모니터 3개를 붙임으로써 가능했는데 화면이 거의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다는 것도 놀라운 부분이다. 큰 브라운관 TV로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냐면 사실은 거울을 이용하여 반사를 시켜 보여주면서 화면을 연결하는 트릭을 사용한 것이다. 언뜻보면 간단한 해결책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물리적 제약을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하다. * 다라이어스 캐비넷에서 거울을 이용하여 화면을 반사시키는 기술 (위키피디아) 건 컨트롤러가 화면을 인식하는 방법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오락실의 건 슈팅 게임에 대해서 언급한다. 이미 1984년에 닌텐도 패미콤에서 〈오리사냥〉이 대히트를 쳤고 비단 비디오게임이 아니더라도 총을 이용한 유희는 아케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놀이이기도 했다. 레트로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 알려져있긴 하지만 이러한 브라운관을 사용하는 건컨트롤러는 현대의 브라운관TV가 아닌 텔레비전에서는 동작을 하지 않는다. 건 컨트롤러가 어떻게 총이 화면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체크하는 방식이 브라운관 TV의 특성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덕분에 현대의 텔레비전에서 이러한 총 형태의 입력을 구현하기 위해 Wii의 센서바가 소개되는 것이 아마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가장 최신 기술이 아닐까 싶다. 현실의 게임 개발 책에서는 브라운관 이외에도 게임에 사용된 다양한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다리우스〉에서는 언급한 거울을 이용한 트릭 외에도 연사에 대한 설명이나 마지막에는 트랙볼의 원리를 설명하기도 한다. 언급되는 게임 중에 한국에서 가장 크게 히트한 흔히 갤러그로 알려진 갤러가에 대해서는 멀티코어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을 지탱하는 기술"에 대하 책들이 당장 개발에 필요한 지식을 다룬다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기술은 어떻다고 해야할까. 1989년. 그러니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을 제작하는데는 물리적인 한계가 많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개발자들의 실력이자 회시의 기술력이었다. 컴퓨터 칩 성능이 2년에 두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생각하면 1990년의 성능은 2020년에는 32768배는 좋아졌다. 책에서 가장 처음에 언급하는 1970년과 비교하자면 33554432 배는 좋아졌다. 예전에는 컴퓨터의 시간이 사람의 시간보다 비쌌지만 이제는 아니게 되면서 컴퓨터의 자원을 크게 아껴서 개발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좀 더 편하게 개발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 트렌드가 변화하였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대부분 게임엔진을 통해 개발하며 하드웨어의 성능을 극한까지 올려야 하는 경우는 임베디드나 휴대용 게임 같이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 스마트폰 플랫폼마저 요즘은 게임 엔진 제작사가 대응을 해줘서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텔레비전 역시 이제는 LCD가 주류를 차지하며 주사선등 약점을 가지는 CRT모니터의 한계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굳이 신경쓸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레트로게임을 당시 화면으로 즐기기 위해 소프트웨어적으로 에뮬레이션을 어떻게 할지 연구가 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여기에서 소개가 되는 기술들은 대부분 지금은 필요없거나 잊혀진 기술들이다. 지금와서 게임개발자들이 〈퐁〉과 〈컴퓨터스페이스〉 처럼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를 직접 회로로 연결해가면서 게임을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당시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호사가를 위한 것들일 수도 있다. 선배들을 따라가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는 게임디자인들에게 우리는 지금도 영향을 받고 있다. 경로의존성이라는게 있다. 남들이 앞서 간 길을 이미 따라가는 것인데 우리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예라면 두벌식과 QWERTY자판이 있을 것이다. 세벌식이 두벌식보다는 좀 더 좋은 점이 많고, QWERTY 자판의 경우는 드보락이 더 빠르다고 알려져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이미 익숙한 두벌식과 QWERTY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간길을 따라가기 쉬웠던 것 처럼 하드웨어의 한계 위에서 줄타기를 하며 만들어진 첫 번 째 시도들은 이후의 게임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별 생각없이 사용하고 있는 디자인 문법들의 뿌리를 찾아가면 이러한 시도들의 뒤를 따라가며 자리 잡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뿌리를 짚어보는 점은 더 새로운 시도나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고, 우리가 좀 더 게임디자인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설이 되지 못한 게임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의 번역된 제목이 “추억 속 아케이드 게임을 이끌어 온 기술” 인 것처럼 다루는 게임들은 대부분 일본의 아케이드 게임환경에서 익숙한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제목이 전설의 게임에서 추억의 게임으로 바뀐 것도 흥미로운 지점인데 특히 게임이 선정된 기준이 게임에서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느냐 아니냐이다 보니 추억 속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하기에도 1990년 이전 국내 오락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게임들이 많은 편이다. 전설이라고 하기에는 국내 인지도가 너무 낮은 게임들이 많아서 선택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그나마 가정용 게임들은 정식루트가 아니더라도 국내에 들어오거나 잡지를 통해 소개되거나 하는 경우도 많지만 중간에 게임소프트와 게임기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게임들과는 달리 아케이드 게임들은 따로 표준이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책에서 언급되기도 하지만 같은 기판을 활용하는 게임들이 아닌 한은 게임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물며 책에서 다루는 게임들의 경우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독특한 접근이 많다보니 그것만을 위해 국내에서 들어오는 경우는 적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0년 이후라면 게임잡지 등을 통해서 이름이라도 들어볼 수 있는 경우가 많겠지만 국내에서 게임전문지가 1990년에 창간된 것을 감안하면 여기 소개되는 게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된 경우가 많지 않을까 짐작된다. 하물며 대부분의 게임에 대한 소개들이 사진이나 실제 스크린샷이 아닌 그림이라는 점은 혹시 봤던 게임이더라도 어떤 게임인지 바로 알아보기 힘들게 만드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그림들은 기술을 설명할 때는 유리하긴 하지만 한국에 일본의 아케이드 게임이 소개되면서 이름이 바뀐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서 게임을 해온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 추억 속 아케이드 게임을 이끌어온 기술 쇼와시대의 아케이드 게임을 넘어서 책에서 다루는 게임들은 1989년까지이다. 1989년은 일본의 연호가 쇼와에서 헤이세이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1989년이란 해는 1990년과 그 이전을 나누기도 하고 1990년대와 그 전을 나누기도 하는 적절한 분기점일수도 있겠다. 당연히 그 이후로도 게임은 개발되고 있고 여전히 개발자들은 하드웨어의 한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예전보다 하드웨어에 대한 제약이 줄어든 것은 사실지만 렌즈의 왜곡을 이용하여 화면크기에 대한 한계를 극복한 VR헤드셋들이라던가 기기한계를 정해놓고 한계 안에서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하는 인디게임들도 존재한다. 여전히 기술과 컨트롤러 등의 물성은 게임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런 영향을 탐구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게임은 미국이나 일본의 상황과는 달리 여전히 게임기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고 컴퓨터는 게임을 하라고 만들어진 시스템이 아니다 보니 이 곳에서 언급되어있는 하드웨어에서 지원해서 쓸 수 있는 상당수 기술들은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컴퓨터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스프라이트라고 부르긴 했지만 컴퓨터에서는 스프라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가속은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id소프트의 〈커맨더킨〉이, 한국에서는 〈리크니스〉등이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하고 게임기처럼 부드러운 스크롤을 구현해냈다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 우리에게는 탐구해볼만한 환경과 게임들이 많다. 척박한 국내 도서 시장에서 아케이드 게임을 시작으로 가정용 게임과 컴퓨터게임들을 지탱하는 기술들을 보고 싶은 것이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Tags: ​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게임개발자, 연구자) 오영욱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 ​

  •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 Back 독점 게임의 새 지형도: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09 GG Vol. 22. 12. 10. 독점? 그땐 그랬지… 2D 횡스크롤 플랫폼 게임의 역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긴 '록맨' 시리즈. 보스의 무기를 빼앗아 쓴다는 기믹과 대단히 어려운 난이도, 그리고 귀엽고 다부진 주인공 록맨으로 출시와 함께 게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캡콤은 1987년부터 30년 넘는 세월 동안 이 프랜차이즈를 이끌고 있다. 〈록맨〉(1987)은 닌텐도 패미컴(ファミコン)의 독점 게임이었다. 클래식 록맨의 정식 넘버링 타이틀 기준, 록맨은 패미컴으로 6편, 슈퍼 패미컴으로 1편(록맨 7, 1995),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1편이 출시됐다. 2년 터울을 두고 출시한 〈록맨 2〉(1988)와 〈록맨 3〉(1990)은 나란히 1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넘기며 '캡콤 플래티넘 타이틀'에 올랐다 . 1987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록맨은 패미컴의 킬러 타이틀 중 하나였다. 클래식 록맨 시리즈가 PS에 이식된 것은 1999년의 일이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들 게임을 해볼 방법은 패미컴을 구하는 길밖에는 없었다. 마찬가지로 〈가디언 히어로즈〉(1996)나 〈그란디아〉(1997)를 하려면 세가 새턴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런 게임들이 시간에 흘러 타 플랫폼에도 이식되거나 리메이크되면서 (특정 기기를 소유하지 않은) 소비자는 아쉬움을 덜고, 공급자는 (이미 재미를 본) 타이틀의 재발매를 통한 경제적 효과를 보는 일이 예사였다. 그리고 어느 한편에서는 '늘 그렇듯이' 답을 찾으려는 몇몇 긱(Geek)들은 에뮬(Emulator)이라는 괴물을 창조하는 등의 방식으로 콘솔 없이 고전게임을 구동했다. 아무튼 오늘날까지 일본 주요 게임사들은 기간 한정 독점 발매 전략을 잘 쓰고 있다. 앞서 록맨 시리즈의 예를 든 캡콤이 대표적이다. 〈몬스터 헌터: 월드〉(2018)는 PS4, XBO 독점작으로 1월 발매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캡콤은 콘솔 독점 발매 7개월 만에 스팀(PC)에서 게임 판매를 시작했고, 그 해 스팀에서 1,000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스팀에서는 동시접속자가 투명하게 공개되는데, 출시 첫날 〈몬스터 헌터: 월드〉에 접속한 사람들은 24만 명을 넘겼다. 10년에서 7개월로 짧아진 독점 기간은 오늘날 게임 생태계의 시계가 얼마나 빠르게 흘러가는지를, 그리고 좋은 게임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판매해야 할 물건이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닌 회사들은 계산법이 다르다. 오늘날에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이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2020)을 플레이하려면 필수적으로 닌텐도 스위치(NS)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닌텐도는 서드파티의 게임이 자사 생태계에 입점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자신들의 킬러 타이틀이 다른 게임기에서 실행되는 부분에는 극도로 보수적이다. 〈포켓몬스터 소드·실드〉(2019),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2019)처럼 닌텐도가 유통하는 게임들도 좀처럼 스위치 바깥을 나가지 않는다. 오늘날 NS 바깥의 닌텐도 게임은 모바일게임 〈슈퍼 마리오 런〉(2016)이나 〈피크민 블룸〉(2021)처럼 소수 사례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NS는 5년 만에 1억 대가 팔렸다. 오늘의 주인공 소니는 어떨까?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PS에도 강력한 독점작 파이프라인이 작동한다. 최근 PS 독점으로 나온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2022)가 대표적이다. 전작 〈갓 오브 워〉(2018)의 PS4 독점이 풀린 것은 최초 발매로부터 약 4년이 지난 2022년이다. 〈호라이즌 제로 던〉(2017)이 PC로 간 시점은 3년이 지난 2020년 8월이다. 리메이크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2022)에서도, 지난 10월 PC 버전으로 발매된 ‘언차티드’ 합본판에서도 소니가 여타 게임사보다는 긴 호흡의 기간 한정 독점을 가져간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베데스다가 포함된 제니맥스를 인수한 데 이어 액티비전블리자드(AB)까지 가져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MS의 인수가 성사되면 〈스타필드〉(2023)는 물론 북미 지역 현세대 최고 인기 게임 ‘콜 오브 듀티’를 PS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MS Xbox의 필 스펜서는 "콘솔 독점권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MS는 ‘콜 오브 듀티’에 대한 소니의 권리를 계속 보장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독점 게임과 시장 독과점 사이 MS가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인수전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자료가 많이 나와 있다. 이 글에서는 짧게 짚고 넘어가자. 요약하자면, MS는 우리 돈으로 90조 원이 넘는 금액을 100% 현금으로 지불하면서 AB를 사려 한다. 그러나 MS는 이미 게임 시장에 지배자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규제 기관들은 이 딜을 검토해야만 한다. 현재 약 30여 개의 국가 규제당국이 MS의 AB 승인 건을 검토 중이다. 22년 9월, 영국 경쟁시장청(CMA)측은 시장 경쟁 하락의 이유로 인수를 일차 기각했으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11월 초 집중 조사를 개시했다. 미화 687억 달러가 오가는 역대급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선봉에는 소니가 있다. 지난 8월 브라질 경제보호행정위원회(CADE)에 "MS의 인수는 독점 행위", "'콜 오브 듀티'는 유저 커뮤니티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비슷한 예산으로 비슷한 작품을 만들어도 경쟁이 불가하다"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또 지난 11월, 영국 CMA는 소니와 MS가 제출한 서한 일부를 공개했다. 이때 소니는 "인수가 완료되면 Xbox는 콜 오브 듀티, 헤일로, 기어즈 오브 워, 둠, 오버워치 등 베스트셀러 FPS를 모두 살 수 있는 상점이 되면서 경쟁의 압박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MS는 "PS의 월 사용자는 Xbox의 두 배에 달한다. 약 6천만 명 정도 더 많다", "소니는 MS보다 많은 독점 게임을 가지고 있다", "많은 콘솔 게이머가 ‘콜 오브 듀티’를 플레이하지 않는다"라며 CMA에 방어 논리를 전개했다. 명실상부 ‘콜 오브 듀티’는 서양,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파괴적인 프랜차이즈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2022)는 지난 10월 28일 출시 이후 전 세계 매출 8억 달러(약 1조 1천 368억 원)를 벌었다. 액티비전은 보도자료를 내고 “영화 〈탑건: 매버릭〉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박스오피스 오프닝 성적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치”라고 자찬했다. 영화를 ‘콜 오브 듀티’ 흥행 비교 대상으로 사용하기는 액티비전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지난 2019년에도 액티비전은 "'콜 오브 듀티' 프랜차이즈의 전체 매출은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 시리즈 전체보다 많고 영화 '스타워즈'의 2배나 된다"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MS의 독점작이었던 ‘헤일로’, ‘기어즈’, ‘포르자 호라이즌’은 상업적으로 소니에게 절실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이 거느리는 강력한 개발사군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 보증 수표 ‘콜 오브 듀티’는 이야기가 다른 듯하다. 소니는 이 프랜차이즈를 계속해서 PS 생태계에 남겨둘 필요가 있다. 이번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II〉에서도 재차 확인되듯, '콜 오브 듀티'의 싱글플레이 분량은 점점 줄고 있다. 일각에서는 "멀티를 위한 튜토리얼로 전락했다"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게임의 멀티플레이 모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 '콜 오브 듀티' 멀티플레이의 핵심 BM은 스킨인데, 앞으로 ‘콜 오브 듀티’가 PS에서 빠지면 소니는 인 게임 결제 수수료 30%를 잃게 된다. 더구나 MS는 토드 하워드의 신작 〈스타필드〉 출시 플랫폼에 PS를 제외했다. 많이 목마른 소니, 아직 배고픈 MS MS의 AB 인수에 소니는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소니의 게임 분야 실적도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2분기 소니의 게임 분야 영업이익은 421억 엔(약 4,05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1% 감소했다. 소니의 실적을 이끈 쪽은 카메라, 영상 장비, 반도체 분야와 음악사업이었다. 그래서 소니는 목이 많이 마르다. 오랜 기간 독점 게임을 서비스하며 성과를 냈던 소니가 이제는 MS 독점 게임에 대응해야 하는 반대 입장에 서게 됐다.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MS는 소니에 '콜 오브 듀티' 시리즈의 10년 계약 연장을 제안했다. 소니와 액티비전 사이에 맺어진 이전 계약은 2024년에 만료된다. MS에 급한 사안은 세계 규제기관의 승인이므로, 자신들이 시장 독과점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낼 필요가 있다. 애플과 에픽게임즈가 서로에게 소장을 날리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놓고 법률 다툼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MS와 소니는 규제기관에 보내는 ‘입장문’과 투자로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의 투자를 보면 독점 게임 철학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한때 MS 산하에 있던 ‘데스티니’ 시리즈의 번지를 인수했고, 지난 31일에는 〈엘든 링〉(2022)의 개발사 프롬 소프트웨어의 지분 14.09%를 확보했다. MS는 아직 배가 많이 고프다. 이미 윈도우라는 설명이 필요 없는 OS를 보유하고 있고, Xbox 기기를 판매 중이며, 월 구독 모델인 Xbox 게임패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 중이다. 게이머에게 확실히 그 존재를 각인시킨 게임패스는 독점 게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스타필드〉나 〈엘더 스크롤 6〉가 게임패스에 입점한다면, 자사 콘솔과 PC를 아우르는 독점 게임 모델이 출현하게 된다. MS는 게임패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일부 콘솔, DL 매출을 포기하고 게임패스에 게임을 포함할 수 있다. 캡콤의 〈몬스터 헌터: 월드〉 사례처럼 짧은 독점 기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는 더이상 독점 게임을 해보기 위해 콘솔을 구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국제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계속되거나, Xbox 하드웨어 보급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MS는 게임패스에 힘을 더 실어줄 것이다. 콘솔 사용이 주는 고유한 재미가 변함이 없다면, MS의 ‘하드웨어 + 게임패스’ 투 트랙 전략으로 일어날 자기잠식효과도 치명적인 수준으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필 스펜서는 ‘클라우드 게임 등으로 콘솔 시장이 위축되지 않겠느냐’라는 물음에 "모바일과 태블릿 등 일부 주요 기기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정용 콘솔이 게임을 경험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최근 필 스펜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꺼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콘솔 독점 게임은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유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사용 기기에 상관없이 친구들을 만나 플레이하도록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스타필드〉의 PS 출시가 배제되었기에 일각에서는 기업의 언행 불일치를 지적했다. 필자는 싱글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기간 한정) 독점으로 가져가고, 멀티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은 여러 플랫폼에 열어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한다. MS의 AB 인수가 성사되면, MS는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애널리스트 다니엘 아흐메드는 "게임패스가 이제 Xbox 생태계의 중심에 서면서 MS가 서비스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유저 유입으로 이어지는 독점 콘텐츠와 IP에 투자하는 게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지지 않으려 소니는 열정적으로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로 3주 전 흥미로운 보도가 나왔다. 바로 소니가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손을 잡고 〈호라이즌 제로 던〉 기반 MMORPG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미공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엔씨소프트는 컨퍼런스콜에서 "아주 훌륭한 글로벌 파트너와 저희가 협력하는 내용이 많이 진행됐다. 회사 이름 공개를 할 순 없으나 곧 사업 쪽에서 발표드릴 것"이라고 말한 적 있는데, 이 '아주 훌륭한 파트너'는 소니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콘솔 삼국지’에서 닌텐도는 독야청청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닌텐도의 독점 게임 정책은 전통적이면서 일관된 면이 있다. 게이머에게 닌텐도의 기조는 이미 ‘당연한 조건’처럼 인식되기 때문에, 닌텐도의 독점 정책을 힐난하는 소비자는 드문 듯하다. 그렇게 〈포켓몬 스칼렛·바이올렛〉(2022)은 출시 3일 만에 천만 장을 팔았고, 〈스플래툰 3〉(2022)도 출시 사흘 만에 일본에서만 345만 장 판매됐다. 그러나 하드웨어 판매 실적이 부진한 탓에 닌텐도의 연 매출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도 닌텐도의 소프트파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하다. 독점 게임에 새 지형도가 펼쳐져도 닌텐도 월드는 굳건할 것만 같다. Tags: ​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기자) 김재석 디스이즈게임 취재기자. 에디터와 치트키의 권능을 사랑한다. ​ ​

  • 사파의 탄생과 몰락

    < Back 사파의 탄생과 몰락 08 GG Vol. 22. 10. 10. 아케이드에서 가동 중인 대전 격투 게임을 가정으로 온라인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했던 최초의 시기는 94년 말 미국에 출시된 메가드라이브 용 X-Band로, 당시로서는 강력한 2,400bps 전송속도의 모뎀을 통해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2 같은 게임들을 미지의 상대와 가정에서 대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콘솔 능력의 한계로 아케이드 게임 자체를 그대로 옮길 수 없던 시기였으니, 진정한 의미의 (열화 없는) 아케이드 게임을 온전히 집에서 즐기는 환경은 사실상 14.4kbps의 모뎀을 새턴에 연결하여 즐길 수 있었던 96년에 발매된 버추어 파이터 리믹스가 최초라 할 수 있다. X-band는 미국의 경우 전용회선의 서비스를 일부 지역에 별도로 운영했으나, 대부분 플레이어는 모뎀 플레이의 문제점인 대전 도중 전화비용이 계속 청구되는 점과 집에 전화가 오면 통신이 끊기는 등의 문제, 디스커넥트로 인해 패배가 기록되면 억울하다고 고객센터에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등, 운영 미숙과 아케이드에 비해 낮은 요금 경쟁성으로 전 세계에서 최대 15,000명의 플레이어만을 확보한 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지만, 그런데도 생애 처음으로 온라인 게임을 경험한 사람들이 잊을 수 없는 유니크한 경험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상대는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무슨 행동을 하든 괜찮다’라는 점이었다. 아케이드에서 이렇게 플레이하면 바로 옆에 앉은 대전 상대에게 사람과 사람이 게임을 즐기며 지켜야 하는 예의가 무엇이 있는지를 몸으로 익혀야 할 위험이 있던 반면, 온라인 대전은 상대가 나를 모르기 때문에 예의를 알려줄 수 없다. 흔히 이러한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플레이어를 한국은 당시 무협물의 인기에 힘입어 ‘사파’라고 불렸는데, 이들이 내공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시대가 드디어 열리고 있는 것이었다. 우선 과거 분류되었던 정파와 사파에 대해 구분하자면, 정파는 쉽게 말해 서로 얼굴 붉히지 않을 내용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다. 누가 봐도 나의 승리인 것을 인정하도록 깔끔하게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어를 말하며, 사파는 이기기 위해 어떤 행동이라도 서슴지 않는 플레이어다. 이러한 행동은 처음에는 밸런스를 무너뜨릴 정도의 강한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정상적으로 나올 수 없는 버그 테크닉을 사용하는 플레이 등이 해당했다. * 더 킹 오브 파이터즈 95에서는 숨겨진 커맨드로 보스 캐릭터인 오메가 루갈을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선택창에 이 강력한 캐릭터가 출현하는 순간부터 오락실 분위기는 늘 심상치 않았다. 한편으로는 게임의 밸런스를 커뮤니티에서 임의로 룰을 이용해 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유명한 예라면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어퍼 금지 룰’이다. 기본적으로 앉아서 강펀치로 구사되는 어퍼컷이 공중에 있는 상대를 너무 빠르고 쉽게 떨어뜨렸기 때문에, 게임 초보자와 숙련자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자 PC통신을 주축으로 서로 오프라인에서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게임의 수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어퍼컷을 쓰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을 말한다. 당연히 모두가 이 룰을 알 수는 없었으며, 따라야 할 강제성도 없었다.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일부 플레이어들은 오프라인 모임의 확대를 위해서는 이 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정파로 자신들을 규정한 그들은 이러한 룰을 지키지 않는 상대에게 난입 후 이길 수 있는 실력과 인지도가 있었기에 룰을 어느 정도 정착시킬 수 있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방법을 병행하여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했다. 지금이야 온라인 업데이트를 통해 간단히 버그를 수정하고 밸런스를 개선할 수 있는 시기이기에 이러한 문화는 사라졌으니, 대전 격투 게임 붐에서 태어난 90년대의 이질적인 아케이드 문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피를 부르는 싸움의 적절한 예시 하지만 내 돈을 내고 아케이드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게임을 하겠다는데, 그것을 간섭하는 경우가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하자니 서로 얼굴 보며 게임을 하는 이상 불필요한 적을 만들 뿐이다. 이들에게 오프라인에서 진정한 자유란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 속에 온라인 대전이라는 새로운 환경은 차선책이 되기에 충분했다. 내가 상대를 아무리 약올려도 뭐라 할 수 없는 비정한 곳이 온라인 세계다. 더해 특유의 위화감까지 더해지며, 승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던 이들은 점차 온라인 세계의 특징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대전 격투 게임의 온라인 붐이 일어난 것은 2003년 출시된 Xbox Live가 시작으로, 이는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드림캐스트와 플레이스테이션 2의 온라인 플레이를 한국에서 즐기려면 VPN을 통한 우회 접속을 비롯해 굉장히 복잡한 과정과 높은 비용이 필요했고, 플레이스테이션 2의 온라인 서비스가 이후 한국에서 정식으로 시작되었지만 대전 격투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한 Capcom vs. SNK 2, 스트리트 파이터 15주년 기념판 등은 아케이드에서도 일부 점포만 가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실제로 해외 소식을 통해 듣기만 하던 온라인 플레이의 첫 실전을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듣기만 하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것은 반응 속도가 아케이드와 비교해 느리다는 것이었다. 후에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며 등장하는 게임들은 어느 정도 네트워크 매치를 개발 단계부터 고려해 약간 먼저 버튼을 누르거나 커맨드를 대충 입력해도 기술이 구사되도록 보정 시스템이 있지만, 처음 등장한 Xbox live 대응 타이틀은 아케이드와 동일한 조작감이었고, 당시 아케이드의 격투 게임은 실력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컨트롤의 난이도를 가장 극단적으로 어렵게 올리던 시기였으니 온라인과의 궁합이 좋지 않았다. 상대의 공격이 나에게 닿기 5프레임 직전부터 커맨드를 입력해야 구사되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블로킹 같은 테크닉은 감각이 아예 다를 정도였으며, 고수가 많았던 아케이드 유저들은 아케이드와 감각이 다른 점이 오히려 양쪽의 플레이에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는 만큼, 다시 아케이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게임의 밸런스가 가정용에서 달라진 이유도 있었다) 이렇게 당시의 온라인 대전 감각은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며, 이는 온라인 세계가 고유의 생존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아케이드에서 익힌 능력은 쉽게 통용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이기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라도 시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또 하나의 유흥거리가 되었는데, 이 온라인 특유의 느린 반응 속도를 철저하게 승리를 위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아케이드에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게임을 즐기는 성향이라면 당연한 흐름이기도 했다. 혼다의 슈퍼 박치기, 브랑카의 롤링 어택 등 오프라인에서 막히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기술도 온라인에서는 막혀도 반응이 어려운 것을 알자. 온라인 세계의 상위 랭크는 ‘얼마나 네트워크에 최적화된 플레이를 하는가’라는 능력이 더해진 비정한 전쟁터가 되었으며, 아케이드를 주축으로 한 오프라인 유저들은 그 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사파로 규정하며 ‘랙만 아니면 내가 이긴다’라는 주옥같은 명언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이후 2009년에 출시한 스트리트 파이터 4, 블레이블루: 캘러미티 트리거 같은 게임들은 처음 게임 설계부터 네트워크 대전 상황도 고려했기에 한국에서 일본 등의 근거리 국가들과 아케이드와 플레이 감각이 비슷한(납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 유저와 대전을 피하지 않는 사파들의 게임량을 따라갈 수는 없기에, 항상 게임의 최상위 랭킹은 온라인에 최적화된 플레이어들의 기록으로 쌓였다. 그렇게 2004년부터 약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전 격투 게임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별개의 게임이라는 인식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점차 형성되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인식도 서서히 변하게 되는데, 그 중심에 “롤백(Rollback)”이라 불리는 넷코드 기술이 있었다. * 인풋 딜레이 방식과 롤백 방식의 차이를 설명한 영상. 기존의 인풋 딜레이 방식은 서버에 입력 신호가 닿으면 화면에 적용되는 방식이며, 롤백은 일단 입력하면 상대의 행동을 예측해 다음 프레임을 미리 시뮬레이션 하는 형태이다. (영상의 1분 3초 ~ 1분 5초가 롤백 방식의 화면) 양쪽의 입력이 다를 경우 직전 상황으로 돌아오게 되는 새로운 문제도 있지만, 예측의 적중률이 높을수록 로컬과 같은 감각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니 최근 모든 격투 게임 플레이어 신이 롤백 방식을 선호하고, 예측을 적중시키는 노하우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어차피 광케이블이 빛을 이용한 속도인 이상, 지구 전체가 광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매질의 영향을 전혀 안 받는다고 해도 지구 반대편과는 8프레임의 입력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서로의 신호를 교환한 뒤 진행하는 인풋 딜레이 방식은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는 예전부터 남미가 전통적인 강국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각종 해외대회에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먼 미래에도 인풋 딜레이 방식으로는 물리적인 위치로 인해 정상적인 대전이 온라인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롤백 넷코드는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고, 장르의 특성상 순간적으로 게임을 뒤흔들 변수가 적기 때문에, 유독 이 예측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결국 이 기술은 상대의 행동을 빠르게 예측하는 것과 위화감 없이 화면을 보정하는 것이 중요한 아이디어 싸움이며, 개발사들은 배경 데이터와 사운드는 놔두고 캐릭터의 핵심적인 요소만 패킷이 이동하게 하는 등, 화면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데이터양을 줄이는 방법을 병행하며 이 요소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공식 토너먼트까지 각 지역이 온라인으로 개최될 정도로 쾌적한 네트워크 대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롤백 넷코드가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이상, 예측이 벗어날 경우 딜레이보다 더 처참한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프라인과 같은 감각의 입력이 가능한 것과 개발사들의 기술력 향상으로 인해, 현재는 딜레이 넷코드를 밀어내고 대전 격투 게임의 요소 중 기본 사양이 될 정도로 지지받는 기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 게임의 밸런스까지 수시로 업데이트되자 사파 게이머들 역시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다. * 롤백 넷코드의 가장 비극적인 상황 중 하나 FPS 장르에서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배틀필드도 일부러 딜레이가 높은 서버에 들어가 나를 맞출 수 없는 스나이퍼를 향해 원거리부터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정면에서 접근하는 등, 타 장르 역시 온라인 입력 지연을 이용한 다양한 플레이 방법들이 있다. 그런데도 주제를 굳이 대전 격투 게임으로 한정 지어 이야기한 이유는, 비록 오프라인을 대표하던 아케이드는 존재감이 얕아졌지만, 장르의 특성상 온라인 환경은 대안일 뿐 여전히 콘솔을 기반으로 오프라인 대회를 개최하거나 모임을 통해 실력 향상을 꾀하는 행동이 같이 진행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더해 온라인에서 재미를 느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여 점차 오프라인 행사의 규모가 다시 커지는 것도 주목할 만하며,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이 네트워크 대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특수한 상황도 흥미롭다. 개발사들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온라인에서 최대한 오프라인 기분을 낼 수 있도록 점차 게임 환경을 구성하고 있고, 대전 격투 게임은 떠오르는 e스포츠 종목이기도 하기에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자들과 만나지 않도록 블랙리스트 설정 등의 관리 옵션도 점차 추가하고 있어, 이제 온라인에서도 자신이 보여준 플레이 행동은 반드시 책임이 동반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온라인도 반드시 예의를 지켜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지금은, 스포츠 정신과 게임의 지속적인 관리가 더해지면서 충분히 게임 내에서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해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기에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 사파라 불리게 되던 요소들도 사라졌다. 그리고 사파라 불리던 플레이어들 역시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온라인 랭크를 달성하였기에 존재감을 형성한 만큼, 이기는 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그만큼 게임에 애정이 있는 것도 확실한 플레이어들이었다. 승리를 향한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새로운 시대에서 더욱 꽃피우기를 바란다. Tags: ​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Facebook X (Twitter) Copy link Previous Next (IGN코리아 대표) 이동헌 1999년 월간 게임라인을 시작으로 게임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적지 않은 기간을 게임 개발사에서 보낸 뒤, 게임 제작자보다 글로서 게임 문화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2018년부터 IGN Korea를 운영하고 있다. ​ ​

  • [북리뷰] 스테이지를 전환하자는 제안, 〈모럴컴뱃〉

    < Back [북리뷰] 스테이지를 전환하자는 제안, 〈모럴컴뱃〉 02 GG Vol. 21. 8. 10. 2018년 3월, 미국 백악관은 유튜브 공식 계정에 “Violence in Video Games”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게임의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모은 1분 28초 길이의 이 영상은 게시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반발은 크게 두 가지 맥락에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게임의 폭력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인 장면으로만 영상을 구성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용이 그러하다 보니 성인만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영상을 연령 제한을 두지 않고 전체 공개로 등록한 것이다(후자는 문제가 제기된 후 링크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고 성인만 재생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비영리단체인 Games for Change는 “#GameOn - 88 Seconds of Video Games”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공식 계정에 게시했다. 게임의 아름답고 장대한 장면을 백악관 영상의 길이만큼 보여준 이 영상은 게임에는 다채로운 장면이 있다는 응답과 더불어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게임제작자와 게이머에게 품위 있는 격려를 보냈다고 평가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얼핏 보면 게임의 폭력성을 주제로 논박이 벌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 후로 별다른 논의가 더 이어지지 않았다. 게임의 유해성을 주제로 한 논쟁은 ‘늘 있으면서 때로 두드러지는’ 것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백악관이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연이어 발생한 학교 내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느슨한 총기 규제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었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백악관은 총기 사고의 원인을 느슨한 총기 규제 대신 ‘폭력적인 게임’으로 돌리기 위해 이 영상을 만들었기 때문에 Games for Change의 영상에 굳이 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게임의 폭력성 논쟁의 핵심, ‘도덕적 공황’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오래된 오해를 심층적으로 탐색한 〈모럴컴뱃〉이 만일 이 사건보다 늦게 발간되었다면 저자들은 분명 이에 관한 내용을 책에 포함했을 것이다. 이 책에 담은 저자들의 논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강조해 폭력적인 게임이 현실에서 폭력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영상과 그 편향적인 메시지를 백악관이 특정한 의도를 위해 강조하는 과정이 저자들이 제시한 개념인 ‘도덕적 공황(Moral Panic)’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상이나 활동에 대한 공포가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회에 가하는 위협에 비해 과도해지는 현상(41쪽)”인 ‘도덕적 공황’은 새로운 트렌드에 공포를 느끼는 사회의 유력인사, 그러한 공포가 유해하다고 강조하는 미디어와 정치가, 공포의 유해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작성한 연구자가 공포를 반복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든다(53쪽). 이 개념을 통해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이 왜 끝이 보이지 않는지, 그리고 게임의 유해성에 관한 논쟁에서 제시되었던 논의의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볼 수 있다. 게임에 관한 도덕적 공황의 핵심은 게임이 유해하다고 ‘믿는’ 것이다(저자들은 이에 대해 ‘착각상관’(Illusory Correlation)이나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같은 심리학 개념으로도 설명한다). 믿음은 토론으로 좌우되기 어렵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게임이 유해하다고 믿는 이들이 게임이 유해하다는 주장과 근거에만 눈과 귀를 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함께 믿는 사람이 줄어들어 약해질 때 비로소 바뀔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이 약해진다는 것은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이 줄어든다는 것이지, 게임이 유용하다는 믿음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염려와 의심이라는 발단 그렇다면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은 어떻게 약해질 수 있을 것인가? 이 물음은 논쟁의 해소 가능성과 더불어 게임을 즐기고 누리는 문화의 확산과도 연관된다.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이 약해진 토대 위에서 게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묻고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믿음’을 다른 표현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은 게임에 대한 편견에서 촉발된다. 그 편견은 게임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염려와 의심에서 비롯될 수 있다. 염려와 의심은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반감으로 이어지지만, 대상을 충분히 이해할 때 해소된다. 그런 점에서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은 게임에 대한 염려와 의심이 도덕적 공황을 통해 주관적 확신으로 공고화된 결과이다. 믿음의 결과에만 집중하면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이 해소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염려와 의심이라는 발단에 집중한다면 다른 가능성을 기약할 수 있다. 이러한 염려와 의심이 믿음으로 공고화하는 과정에 미치는 요인에 대해 저자들은 3가지를 제시한다. 새로운 매체에 대한 공포, 세대 차이, 그리고 정치화된 연구이다. 먼저 새로운 매체에 대한 공포는 새로운 매체가 겪는 일종의 통과의례에 가깝다. 만화도 그랬고 TV도 그랬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만화와 TV에 대한 두려움 역시 유해성을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되었다(그리고 게임과 마찬가지로 제기된 문제는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잦아든다. 미디어를 두고 벌어지는 도덕적 공황은 시간이 해결해주듯(89쪽), 만화와 TV에 이어 게임도 ‘그다음 차례’(250쪽)가 되어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살펴볼 만한 의문 세대 차이는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응과 연관된다. 저자들은 이를 ‘골디락스 효과’(the Goldilocks Effect)라 부른다. 골디락스 효과는 각 세대가 자신들이 주로 활용하는 미디어가 적당하여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앞선 세대는 고루하기 짝이 없고 다음 세대는 통제 불능이라고 생각한다는 태도로 모든 세대에게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60쪽). 이는 게임의 유해성을 주로 제기하는 기성세대가 게임에 대한 이해가 낮은 이유와도 연결된다. 게임을 잘 이용하지 않으니 게임을 잘 이용하는 사람만큼 모르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게임에 대해 염려와 의심을 제기하는 건 일견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앞서 새로운 매체에 대한 공포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게임 다음의 매체가 무엇이 될지 모른다. 게임과 연결될 수도 있고 전혀 다를 수도 있다. 만일 게임과 다른 매체가 등장하고 새로운 세대가 그것을 즐긴다면, 현재 게임을 잘 아는 세대 역시 그에 대해 염려와 의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그래도 게임은 지금의 만화와 TV처럼 나름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게임에 대한 염려와 의심은 ‘살펴볼 만한 의문’(220쪽)이다. 그런데 이러한 염려와 의심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반박만을 해온 것은 아닌지, 대화 대신 대결을 선택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질문이 유해성 여부만을 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해 유해성을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그러한 질문은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살피면서 게임의 유해성을 파악한다면, 염려와 의심을 해소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 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 시도되었던 ‘게임제목묻기운동’은 가치 있는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게임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주장에 대해 ‘어떤 게임이 그러한지’,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 묻자고 제안하는 이 운동은 반박에 반박으로 맞서는 대립을 거듭하는 게임의 유해성 논쟁에서 새로운 물꼬를 트고자 하는 시도였다. 게임의 유해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단체가 이 물음에 응답하지는 않았으나, 이 물음에 어떠한 답이 돌아온다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럴컴뱃, 누구 대 누구의? 저자들이 도덕적 공황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제시한 ‘정치화된 연구’(55쪽)는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염려와 의심이 그러하다고 믿는 근거로 작용한다. 결과를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잘못 추론한 연구(71쪽)는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로 현실에서 폭력을 일으키게 만든다는 염려와 의심이 맞는다고 생각하게 했다. 연구 결과는 사회 유력인사, 미디어와 정치인 등을 통해 확대되고 그 결과 연구자는 명성과 연구 재원을 확보한다. 그런데 특정한 목적을 위해 편향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연구 윤리에 어긋난다. 미국 연구윤리국은 연구 윤리의 출발점으로 정직성, 정확성, 효율성, 객관성을 꼽는데, 근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폭력적 게임과 현실의 폭력적인 행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 맺는 연구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부당한 편견을 피하는 객관성을 특히 어긴 것이다. 게임이 유해할지도 모른다는 ‘살펴볼 만한 의문’을 두고 도덕적 공황의 구조 위에서 사회 유력인사, 정치가, 미디어, 연구자 누구도 살펴보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구에게 이 가장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할 의무가 있었을까? 저자들은 기존에 이루어진 연구들이 어떠한 점에서 객관적으로 충분하지 않은지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이 책의 제목을 통해 어쩌면 이 지점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지 모른다(역자도 밝혔듯(251쪽) 이 정도를 밝힌 것만으로도 굉장한 용기로 봐야 할 것이다). 저자들은 ‘폭력적 게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처음 이루어졌던 시기와 비교해 최근 게임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리라 생각하는 학자와 의사의 비율이 낮다는 것을 제시한다(243쪽). 그런 점에서 책의 제목인 ‘모럴컴뱃’의 여러 중의적인 의미 중에서도 저자들은 책에서 ‘반-비디오게임 제국’과 ‘반란군 연합’으로 비유한 것처럼(83쪽) 게임의 유해성을 연구하는 시니어 연구자와 주니어 연구자 간의 전쟁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두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전쟁이 게임에 대한 낮은 이해와 편견(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연구자에게도 게임에 대한 염려와 의심이 있었을 것이다)에서만 촉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이 약해지는 것이 게임이 유용하다는 믿음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를 적용하면, 젊은 연구자들이 과거와 비교해 게임이 유해하다고 덜 생각한다고 해서 게임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게임에 대한 연구가 확인한 것은 ‘비디오게임 플레이에 효능만 있는 것도, 유해하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정도’(222쪽)이기 때문이다. 감정과 신체적 측면에서 게임이 유용한 효과를 제공한다는 결과가 확인된 사례가 있긴 하다. 그런데 현재는 이를 일반화하기보다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수행된 폭력적 매체 효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게임의 폭력성이 지닌 위험을 믿는 연구자가 줄어든 것처럼(243쪽)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단계인 것이다. 연구 윤리를 준수하면서! 필요한 질문들 윤리는 연구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 유력인사와 미디어 그리고 정치가에게도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윤리가 있다. ‘폭력적 게임’을 둘러싼 도덕적 공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게임의 유해성 대신 다른 질문들이 제기되었을 것이다. 그 질문들은 게임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이 질문은 ‘게임 리터러시’라는 용어로 최근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게임보다 앞선 미디어를 통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확인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이를 뒤늦게 적용하게 된 셈이다. 만일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을 좀 더 일찍 다루고 있었더라면 게임이 인간의 공격성을 부추긴다는 것을 확인하겠다고 많은 사람이 한창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PC방의 전원을 내리는 실험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이 폭력적인 내용이 공격성의 증가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강제로 중단되면서 느끼는 짜증’(204쪽)일 뿐임을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 저자들은 게임의 유해성을 다룬 연구의 불충분한 근거를 지적하는 것 못지않게 현실에서 폭력적 행위가 발생하기 어려운, 하여 더더욱 게임과 연관 짓기 어려운 사회적 조건들을 제시한다. 이러한 접근은 그동안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에서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를 주목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게임을 통해 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한 게이머가 현실에서 게임과 똑같은 폭력을 재현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믿음’은 얼마나 인간을 불신하는 것인가! 따라서 게임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가에 관한 질문은 게임을 이용하는 인간을 중심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인간은 게임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인간이 게임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어떠한 것인지, 그러한 즐거움은 게임 이전의 미디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게임이 유해하다는 믿음 속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과 그 믿음이 사라진 데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다르다. 질문의 목적지가 살펴볼 만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이해와 호기심을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논쟁을 넘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임의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게임의 폭력성이 ‘존재한다-그렇지 않다’를 벗어나면 할 수 있는 질문은 너무나 많다. 먼저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꼽을 수 있다. 게임 이전의 매체와 게임을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인 상호작용성은 게임의 정체성과도 연관된다. 게이머가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특징을 게임에 대한 이해가 낮은 세대는 특히 궁금해할 것이다. 게임이 아닌 다른 매체에도 상호작용성이 적용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게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게임에 대해 정말 살펴야 할 의문들에 대해서도 질문할 수 있다. 저자들도 제시했듯 게임에서의 경험은 게임 내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임에서 형성되는 이용자 간의 관계는 게임 밖의 경험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게이머가 게임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더는 현실과 단절된 것이 아님을 뜻한다.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논쟁이 게임이 제공하는 ‘안전하게 과장된’(35쪽) 경험을 단단히 잘못 이해한 것에 불과한 것을 확인했다면, 차별과 혐오와 같은 현실의 문제가 게임에서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를 새로운 과제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컨트롤러를 집어들고 게임을 계속 즐기면서’(246쪽) 게임에 대해 계속 대화하는 것이다. 〈모럴컴뱃〉은 게임에 대한 대화를 하기에 아주 좋은 책이다. 310개에 달하는 각주는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연구와 부정적인 연구를 포함하면서 게임에 관한 주요한 사건에 관한 자료들을 포함하고 있다. 게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든 이 책의 자료를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호기심이 찾는 여정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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