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iew]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작성날짜 : 2021-10-10

근래들어 출시되는 많은 게임들을 묶을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는 ‘복고’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넘은 게임들이 새로운 플랫폼과 형식으로 다시 현역 복귀 신고를 줄줄이 하고 있는 분위기다. 왕년의 인기 게임들은 함께 성장해 이제는 중장년에 이른 게이머들에게 추억을 앞세우며 다시금 인기를 몰았다. 가장 최근 출시한 <디아블로 2: 레저렉션>은 20여년 전 게임규칙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PC방 게임순위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게임의 역사도 어느새 반세기가 넘어가기 시작한 만큼, 게임에도 이제는 복고라는 말이 어울리기 시작했다. 많은 인디게임들이 내세우는 8비트 도트그래픽 풍은 시대가 지나고 기술이 변하는 와중에 하나의 양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고전 게임들이 안겨줬던 감성들은 이른바 ‘정신적 후속작’들을 통해 계승되기도 한다.


<게임 제너레이션> 2호의 테마는 ‘레트로, 클래식, 복고’다. 복고 열풍은 앞서 이야기한 대로 게임의 역사가 나름의 숙성을 거쳤다는 반증이고, 우리는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어지고 있는 어떤 일련의 흐름들에 주목할 필요를 떠올린다. 과거지향적이면서도 마냥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레트로 게임들과 그 계승작들은 오늘날 우리에겐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보고자 했다.


인트로의 두 글은 각각 클래식 게임을 상정한다면 어떤 조건일지에 대한 고민과, 오늘날 레트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이들의 저변에 자리한 노스탤지어로서의 감성을 다룬다. 메인 기획에서는 레트로 시절에 존재했던 한국 게임비평의 흔적들을 더듬고, 인류 최초의 디지털게임 세대로 일컬어볼 수 있을 노년 게이머의 존재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보고자 했다. 인디게임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레트로 양식의 재구현은 어떤 맥락일지를 검토하고, 한국이 아닌 북유럽에서 이뤄지고 있는 레트로게임에 관한 담론들을 받아보았다.


트렌드 섹션의 세 꼭지 중 첫번째는 9월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된 부산인디커넥트 2021 현장 직관의 경험을 듣고자 했다. 현직 변호사가 보는 <역전재판>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출시를 기점으로 블리자드라는 대형 게임사의 변화를 지켜보고자 했다.


2호의 아티클들은 1호보다 숫자를 늘려 좀더 풍부하게 구성하고자 했다. 조이스틱이라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게임과 게이머의 공진화를 살펴봄으로써 기술문화연구의 측면에서 게임에 접근하는 시선의 의미를 볼 수 있었고, <퀘이크> 리마스터에 대한 비평은 메인기획에서도 다룬 레트로의 유유한 흐름이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구성되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설명을 제시한다. 세계 최대 게임시장이면서도 정작 알려진 바는 적은 중국의 초창기 게임사에 대한 해외기고글은 좀처럼 만나보기 힘든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한다.


새로 신설한 북리뷰 코너에서는 매 호마다 게임을 다루는 서적과 논문, 연구자료들을 접하기 쉽게 정리하고자 한다. 첫 글로는 게임의 폭력성 문제를 다루며 올해 번역 출간된 <모럴 컴뱃>을 함께 읽는다. 게임을 다루는 젊은 작가들의 시도는 각각 게임에서 벌어지는 모험에서 나타나는 젠더 문제와 초창기 3D그래픽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접근을 다룬다. 인터뷰 기사는 오래된 레트로게이머이자 유튜버인 ‘꿀딴지곰’과 나눈 레트로게임 이야기와 ‘서울2033’으로 알려진 인디게임개발사 반지하게임즈 이유원대표와 나눈 인디게임 이야기를 정리했다.


프로그램 자체는 아카이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을 통해 플레이어가 만들어낸 플레이는 설령 화면을 녹화한다 하더라도 보존이 쉽지 않은 것이 디지털게임이라는 매체의 독특한 점일 것이다.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남은 편린을 여러 필자들과 함께 되짚으면서 떠오른 것은 지나간 나의 게임 플레이 순간들이었다. 말로 설명하려 해도 쉽게 전달되지 않는, 그러나 나의 기억 안에서만큼은 너무나도 짜릿했던, 혹은 생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어떤 순간들은 기록하고 보존할 수 없기에 더욱 아련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노랫말대로,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 레트로 게임을 거쳐 간 이들의 플레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