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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속 불쾌한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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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4. 10.

 <사이렌(サイレン; SIREN)>(SCEジャパンスタジオ, 2003)은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재팬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호러 어드벤처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시리즈의 공통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일행이 (당장은) 알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농어촌 마을에 갇힌 상태에서 살아 남아 탈출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목이 알려주듯, 이 알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알림이 바로 ‘사이렌 소리’이다. 기본적으로 <사이렌>은 시리즈의 틀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사이렌>의 특징은 사실적인 인물 표현과 실제 일본 풍경을 참조한 현실적 호러 묘사다. 게임은 심리적 공포를 유도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데, 이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시인(屍人; 시비토)’이다. 시인의 디자인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형 귀신이나 좀비처럼 그로테스크하게 표상되는데, 이들 시인은 인간일 적에 했을 법한 일상적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경찰관 시인은 총을 들고 순찰하며, 농부 시인은 낫을 들고 작물을 수확하거나 엽총을 들고 새를 쫓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괴물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적임을 표현하는 시인의 존재는 <사이렌>의 리얼리티와 엮이며 역설적이면서도 기묘한 공포감을 강조한다.


심리적 공포와 현실적인 디자인으로 여전히 훌륭한 호러 게임으로 평가받는 <사이렌> 시리즈이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이 게임에 대해 어렵고 짜증난다는 평가를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야후 재팬 지혜봉투[1]에서 한 유저는 “<사이렌>이라는 게임은 어렵다고 들었는데, 플레이하면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짜증나는 느낌인가요? (…) ”[2]라고 질문을 올리기도 하고, 관련 질문에도 난이도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일본 실황 영상 타이틀에는 빠지지 않고 난이도가 높다는 댓글들이 자주 달린다. 오죽하면 일본의 한 블로거 珠音真珠(타마네 펄; 2022)은 “명작 호러 게임 「SIREN」은 무엇이 어려운가 게임 디자인을 해설(名作ホラーゲーム「SIREN」は何が難しいのかゲームデザインを解説)”[3]이라며 이 게임의 어려움을 설파할 정도이다.

 

* (<사이렌> 실황 타이틀. 난이도 올라가고 있다(難易度上がってきた)라던가, 불합리 오브 불합리(理不尽of理不尽) 등의 문장과 수식어는 그 악명을 보여준다. – 출처: YouTube)

 

<사이렌>의 난이도 악명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게임 커뮤니티에서도 “뭔지도 모르겠는 지도만 보고 길찾기가 무섭다(O)”[4]라며 어려워서 무섭다며 비꼬는 의견에 동의하듯이, “옛날 게임 특유의 (비속어) 난이도”라는 덧글이 달리기도 한다. 개인 블로그의 게임 플레이 리뷰나 유튜브 영상에서도 어려움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는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에 걸치는 사이에 출시된 호러 어드벤처 게임에서 어려움을 언급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었다. 일례로 <바이오하자드(Biohazard, 1996)>의 경우, 좀비들을 쓰러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한정적인 수의 총알로 인해 적절한 타이밍에 총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게이머들 사이에서 높은 난이도로 인해 불만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사이렌>은 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리플레이 디자인에서 비롯된 불쾌함

 

이 게임의 어려움은 무엇이 다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사이렌>이 채택하고 있는 게임 디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이렌>은 공포 뿐 아니라 불편함과 불쾌함을 유발하는 플레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사이렌>은 가장 기본적인 상호작용 시스템 층위에서부터 불편함을 유발한다. 


우선 게임 내 상호작용 버튼을 누르게 되면 게이머가 취할 수 있는 행위를 선택지로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주변 NPC 부르기(기본 기능)나 아이템 수집,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 행위가 가능하다. 하지만 오브젝트에 다가서도 이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하라는 별도의 지시는 나오지 않는다. 앞에 있는 오브젝트가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인지, 어느 정도까지 가까이 가야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수집이 가능한 물건인지, 심지어 이것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데에 필요한 것인지조차도 게이머는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

 

* (<사이렌>의 상호작용 시스템. 거리나 위치에 따라서 상호작용 가능한 개수가 달라진다.)

 

이러한 시스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플레이 경험은 어렵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게임의 전반적인 클리어 과정은 시인과의 추격 관계 하에 이루어진다. 게이머는 시인을 피하면서 스테이지 내에서 시인의 행동을 파악하고[5], 은신해서 피하며, 스테이지를 탐색하는 식으로 퍼즐 풀이를 해 나간다. 불친절한 지도 시스템은 우리가 찾고 있는 클리어 조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플레이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보여주지 않는다. 불충분한 정보 안에서 게이머는 시인을 피하면서, 혹은 시인을 무력화시켜 가면서 게임 클리어를 위한 단서를 수집해야 한다.


다만 주인공은 시인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다. 일시적으로 쓰러뜨리더라도 시인은 다시 부활한다. 결국 주인공은 시인에게 죽고, 게이머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방금 전까지 쫓아오던 시인의 위치와 행동 패턴은 다시 리셋 되어 주인공 앞에 나타나고, 왔던 길을 다시 지나면서 아까 살펴보지 못한 곳을 다시 살핀다. 점차 공포를 유발하던 시인의 존재는 공포의 표상이 아닌 비대칭적 관계에서 비롯된 장애물로 여겨지게 된다. 게이머가 받는 시인이나 게임 분위기로부터의 공포는 점차 사라진다. 이는 <사이렌>이 채택하고 있는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디자인이 바로 ‘반복’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플레이를 통해 <사이렌>의 공포 경험은 우리가 다른 게임을 하며 경험하는,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목표지향적 놀이로 변화한다. 즉, <사이렌>의 게임 플레이 경험은 다시 하기, ‘리플레이’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때 공포는 장애물을 극복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지향적 놀이의 부차적인 요소가 되어 어려움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게 된다.


이미 이 시점에서 공포는 없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의 리플레이는 공포를 피로, 지루함 등의 불쾌함으로 만든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공포에서 변질된 어려움으로 인한 불쾌한 게임 경험을 얻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게이머에게 여전히 최종적으로 게임을 클리어하겠다는 목표가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서튼 스미스는 다양한 유형의 놀이와 게임의 동기 부여 요인에 부정적 감정 또한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놀이가 단순히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감정들을 재인식하여 지배하고 있는 부정적 제약을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보았다(Sutton-Smith, 2008). 즉, 공포에서 불쾌함으로 변화하는 게이머의 부정적 감정 경험은 게임을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의 일체인 셈이다. 게이머는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플레이하게 되고,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불쾌함의 근원을 해결했을 때 성취감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했다고 느끼게 된다. 즉, 게이머가 겪는 <사이렌>의 경험은 부정적 감정을 재인식하고, 정서적 기술을 연마하여,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의 개발과 실천을 동반하는 시뮬레이션으로써 놀이가 된다(Henricks, 2015a).

 


난잡한 내러티브 해독 게임

 

리플레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사이렌>의 내러티브는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이 게임의 내러티브 진행은 극도로 제한된 정보 제공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게이머는 일반적 방식으로 주어진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는 게임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어렵다. <사이렌>은 그저 스테이지가 시작하면 게이머에게 클리어 조건을 제시하고 방치한다. 제한된 내러티브는 다른 스테이지 내에서 스토리 관련 아이템을 수집하거나 다른 스테이지의 정보(맵 이름, 등장인물 등)와 조합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반복해도 플레이어는 게임의 기본적인 줄거리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 이유는 게임 플레이가 여러 캐릭터를 통해 진행되고, 인물 사이의 관계들이 스토리 이해에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 인물들로 조합되는 사건들이 다양한 시간대를 오가며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난잡함은 게임 내러티브 이해 자체를 방해한다. 게이머가 느끼는 답답함과 의문은 특정 엔딩에 도달하더라도 풀리지 않기도 한다. 이처럼 게이머가 겪는 두루뭉실한 내러티브 참여는 불쾌한 게임 경험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 (시간대, 등장인물을 표시해주는 ‘링크 내비게이터 시스템’)

 

또 하나의 난점은 ‘종료조건’이다. <사이렌>의 종료조건은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클리어 요건이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이 게임에서의  종료조건은 한 스테이지에 2가지가 존재한다. 2번째 종료조건은 해당 스테이지가 아닌 다른 스테이지에서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거나 아이템을 수집해야만 등장한다. 이 때문에 게이머는 다른 종료조건을 가진 채로 이전에 플레이한 스테이지를 다시 플레이해야만 한다. 앞선 게임 플레이 디자인이 의도하듯이, <사이렌>은 리플레이 유도를 내러티브 전개에서도 활용한다. 종료조건 또한 게임 플레이와 내러티브 디자인이 의도한 불편함을 유발하는 중요한 장치인 셈이다.

 

* (<사이렌>의 종료조건. 특정 위치에 도달하는 것이 기본 목표이다.)

 

이렇게만 보면 이 게임은 마치 게이머에게 불쾌감만을 주기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러티브 참여의 불쾌한 경험이 단순히 재미나 즐거움을 반감시키기 때문에 놀이로 기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가 계속해서 내러티브에 참여하며 플레이하게 되는 것은 결국 몰입에 의해 이루어진다. 허나 몰입은 지루함과 불안 사이의 중간 지점에 존재하는 상태로 긍정적 감정 경험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Henricks, 2015b; Calleja, 2022). <사이렌>의 내러티브 경험은 난해, 불편, 불쾌와 같은 부정적 감정을 수반하지만, 게이머는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한 정보를 종합하여 앞으로의 플레이에 반영한다(Henricks, 2015b; Calleja, 2022). 게이머가 겪는 불편하고 불쾌한 내러티브 참여 과정 그 자체는 놀이 과정의 한 단계로 기능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게임 시스템은 ‘아카이브’이다. 여러 게임에서도 아카이브는 존재하지만, <사이렌>의 아카이브는 내러티브 이해를 위해 필수적이다. 특정 아이템에서 도출되는 텍스트는 게임 내 별도의 기능인 아카이브에 저장된다. 아카이브는 게임 설정이나 스토리의 일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당연하게도 아카이브만으로 내러티브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파편화되어 있는 아카이브를 모으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얻는 내러티브 정보와 이어 붙이는 작업을 통해 비로소 <사이렌>의 스토리는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된다.

 


남아 있는 불쾌함을 해소하기 위한 게임 텍스트 밖 놀이

 

정말 놀라운 사실은 두 가지 방향(게임 플레이 & 내러티브 이해)에서 게이머가 열심히 노력해도 진정으로 <사이렌>을 완전히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도 이 게임의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테이지의 모든 부분을 가 보고, 상호작용해 보고, 모든 텍스트를 정리해서 자기 나름의 설정집을 만들어본다면 혼자 힘으로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이 게임은 사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가진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사이렌>이 그만큼 치밀하고 방대하게 짜여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파고들기 요소가 가미된 것은 맞지만, 게이머에게 불편함을 유발해 어려움을 겪게 하고 불쾌한 감정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은 게임 디자인 의도된 결과이다. 그러므로 한 명의 게이머가 이 게임을 전부 파헤치길 바랬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이렌>에 관한 게임 플레이 공략과 내러티브 이해를 위한 커뮤니티 실천이 곳곳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일본의 경우, 인물이나 시계열순으로 시나리오 공략을 작성하거나[6], 아카이브만을 위한 공략 등[7]이 존재했고, 한국의 경우도 시스템부터 스테이지 순서대로 공략을 작성하는 등의 노력[8]들이 있었다.


물론 공략이 활발했던 것이 당시 <사이렌>만의 특징이라고 할 순 없다. 여기서 또 하나의 독특한 양상은 난잡한 내러티브를 정리하려는 실천이 공략뿐만 아니라 2차 창작까지 이어지기도 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사이렌> 팬 페이지인 ‘레무리아(Lemuria)’[9]는 <사이렌>의 세계관, 설정, 시나리오, 등장인물 등을 활용해 실사 영상을 만들어서 이를 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웹게임처럼 구성되었다. 물론 그 방식은 여전히 <사이렌>과 같이 비-선형적이지만, 게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들을 게임 텍스트 밖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처럼 <사이렌>을 둘러싼 게임 텍스트 밖 실천들은 엔딩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산발적인 내러티브가 어떻게 선형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공략이나 관련 글을 접하면서 게이머는 자신의 놀이 반경을 넓혀간다. 게이머는 이런 외부 공략을 보고 자신의 플레이에 반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게임이 끝난 후 다시금 게임 속 이야기를 즐긴다. 즉, 놀이는, 매직 서클과 같이 제한된 영역이 아닌, 분리된 경계가 없고, 게이머 자신만의 해석 프레임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어떠한 행위라도 놀이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Calleja, 2022). <사이렌>에서 겪은 불쾌한 플레이 경험은 게임이 끝난 후의 일상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메타게임 플레이 과정 중 하나이다.

 


나가며

 

<사이렌>의 플레이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놀이이다. 게이머는 게임 디자인이 의도한 리플레이를 피하고자, 제한적인 정보를 효율적으로 조합하여 공략을 찾아간다. 이러한 플레이 속에서 접하게 되는 내러티브는 산발적이고, 난잡하다. 나아가 같은 스테이지를 강제적으로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게이머는 <사이렌>을 즐기기 위해 타인의 공략을 참조하거나 스토리가 정리된 글 또는 영상을 보는 등의 행위를 통해 메타적 실천을 행한다. 이 사이클이야말로 <사이렌>이 제시하는 부정적 감정 경험으로서 놀이이다.


물론 이는 모든 게이머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수수께끼와 같은 구조에서 파고드는 재미를 느끼거나, 게임이 제시하는 불편함조차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플레이 요소로 여겨질 수도 있다. 


또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은 <사이렌>이 제공하는 불쾌한 게임 경험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놀이는 아니라는 점이다. 서튼 스미스나 헨릭스가 말하듯이, 놀이는 모든 감정 경험에서 발생한다. 그러므로 특정한 놀이는 긍정적 감정 추구가 아닌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생존하는 놀이로 존재해왔다(Henricks, 2015a). 그러나 본고는 우리가 이 게임에 대해서 왜 어렵다고 느끼고, 또 남겨진 평가에서 왜 자신의 불쾌했던 경험을 표출하는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해석을 덧붙여보고자 했다.


비단 이러한 놀이 양상은 <사이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이렌>을 살펴보고자 했던 출발점은 세간의 평가에 녹아 있는 부정적인 경험에 대한 단상이었다.[10] 이 측면에서 여러 게임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순수하게 특정 게임의 안티로서 비난하는 글들이나 코멘트를 제외하고도, 게이머들은 종종 부정적이었던 게임 경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특정 게임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순간의 분노나 불쾌감의 표현을 위해 표출하면서도 ‘그래서 재미없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무용담처럼 ‘난 이런 점이 어려웠고, 되게 힘들고, 그거 때문에 불쾌했지만, 이젠 클리어했지.’와 같은 발언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들의 의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 불특정 다수와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상호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교환해 나간다. 게이머들은 플레이 당시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게임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그 경험을 게시글이나 코멘트, 영상으로 남기고, 이 속에서 플레이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창출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필자는 지금 이 현상에 대해 관찰하고 있고, 여러 아이디어를 정리해보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 글 또한 그 과정 중 하나다. 아직은 엄밀하게 ‘부정적 게임 경험’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여러 이론적 자원을 바탕으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제언해 보며 글을 마친다.

 

 

참고문헌

Calleja, G. (2022). Unboxed: Board game experience and design. The MIT Press.
Henricks, T. S. (2015a). Play as experience. American Journal of Play, 8(1), 18-49.
Henricks, T. S. (2015b). Play and the Human Condition.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Sutton‐Smith, B. (2008). Play Theory: A Personal Journey and New Thoughts. American Journal of Play, 1, 80-123.
 
참고자료

SCEジャパンスタジオ. (2003). サイレン(SIREN). [Game]. 東京, SONY.

 

[1] 네이버 지식인과 같은 형태의 야후 재팬 질문 사이트이다.
[2] https://detail.chiebukuro.yahoo.co.jp/qa/question_detail/q1011257965
[3] https://tamane-pearl-survive.com/%E5%90%8D%E4%BD%9C%E3%83%9B%E3%83%A9%E3%83%BC%E3%82%B2%E3%83%BC%E3%83%A0%E3%80%8Csiren%E3%80%8D%E3%81%AF%E4%BD%95%E3%81%8C%E9%9B%A3%E3%81%97%E3%81%84%E3%81%AE%E3%81%8B%E8%A7%A3%E8%AA%AC/
[4] https://bbs.ruliweb.com/best/board/300143/read/62209319?m=humor&t=now
[5] 여기서 ‘환시’라는 적의 시야를 하이재킹하는 시스템이 사용된다. 이 시스템 또한 <사이렌>의 매우 독특한 시스템이지만, 이번 분석에서 환시는 <사이렌>이 의도하는 플레이에서 어려움을 가미해주는 조미료에 가까웠다.
[6] http://kremnant.html.xdomain.jp/siren/siren-character.html
[7] https://niwaka-games.com/2018/05/15/2466/
[8] https://blog.naver.com/gamedonga/223752058889
[9] https://nakadararirurero.wixsite.com/lemuria-sirenda
[10] 물론 그 이후 필자는 직접 게임을 해보면서 납득할 수 있는 지점과 그러한 점들이 모여 이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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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디자인, 난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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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최근엔 게임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게임 경험과 일본 내 서브컬처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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