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Back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역은 미로 던전이다 - <사운드스케이프> 제작사 오프비트 황재진 대표

22

GG Vol. 

25. 2. 10.

지난 11월 29일 개최된 ‘버닝비버 2024’는 인디게임 창작자들의 다양한 열정과 실험정신을 드러내기 위해 열린 인디게임 컬처&페스티벌이다. 사흘간 총 83개의 인디게임 부스가 열리고 1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작품 중 하나는 <사운드스케이프>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이 게임은 전맹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구현한 탈출 게임으로, 게임의 독특한 시각화 방식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호평을 받았다. 그간 유사한 컨셉의 게임이 소수 있었지만 특히 대학생으로 구성된 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새롭다. 이번 호에서는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발자이자 인디 게임 개발팀 ‘오프 비트’에서 활동하는 황재진 팀장을 만나, 게임의 제작 과정과 출시 계획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게임 씬의 젊은 게임 개발자 개인이 겪게 되는 다양한 궤적과 어려움에 대해서도 조명해 보았다.


--------------------------------------------------------------------------------

                

     

이경혁 편집장: GG의 인터뷰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안녕하세요, 현재 아주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에 재학 중이고 ‘오프비트’라는 인디 게임 개발팀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황재진이라고 합니다. <플레이리스트>라는 리듬 게임을 시작으로 2023년부터 팀을 꾸려서 개발을 시작했고 2024년 여름부터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희가 처음 버닝 비버에서 서로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게임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굉장히 젊은 분들이 만드셨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플레이어가 전맹 시각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지하철 내 점자블록 같은 장애인 편의 시설을 실제로 활용해 보면서, 지하철을 타러 가거나 역을 나오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게임입니다. 게임 내 배경인 대한민국 지하철 역을 최대한 현실과 동일하게 만들었고, 편의시설들도 기능적으로 모두 구현해서 최대한 시각장애인의 경험을 생생하게 살리자는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게임을 위한 아이디어 기획 단계에서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이 생각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기획 단계에서 어떤 계기가 있어 이 아이템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우선 제가 재미있게 했던 게임 중 <스캐너 솜브레>라는 게임이 있었어요. 지금 저희 게임에서 가지고 있는, 지팡이를 짚으면 점이 찍히며 소리가 시각화되는 시스템의 모티브가 된 게임입니다. <스캐너 솜브레>에는 라이다 스캐너라는 게 있는데 화면을 대고 클릭하면 그 공간에 점이 주르르 찍히거든요. 그런 식으로 공간을 파악해 가며 길을 찾는 걷기 시뮬레이션 공포 게임인데요. 처음 그 게임을 했을 때 이런 식으로도 게임의 비주얼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그거를 유니티로 똑같이 구현해 봤거든요. 주변 지인들에게 한번 보여줘 봤더니 어느 선배가 이거 시각장애인이 체험하는 느낌 같다는 피드백을 줘서 염두에 두게 됐어요. 그러다가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학점 인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는데, 기획을 위해 좀더 조사를 해 보니 생각보다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인 점자나 점자블록 상태가 좋지 않더라고요. 제 기억으로 점자블록 설치율은 50%였고 그 중에서도 제대로 설치된 적정 설치율은 45% 정도였어요. 이런 부분을 게임으로 녹여내면 일종의 소셜 임팩트를 줄 수 있겠다 싶어서 <사운드스케이프>의 초기 기획안이 만들어졌고, 그걸로 계속해서 개발을 해온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실제로 <사운드스케이프>를 여러 대회에 출품을 좀 하셨잖아요, 저도 버닝 비버를 포함해 적어도 두 군데서 본 것 같은데 좋은 반응이 많았고 인터뷰도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응들에 대한 느낌이 어떠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을 개발했을 때 첫째로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소셜 임팩트 측면에서 저희가 생각한 ‘시각 장애인 체험’이라는 의도가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전달될까였고, 둘째는 이 게임이 ‘게임’으로서 재미있을까 였어요. 버닝 비버는 저희가 큰 규모로는 처음 참여하는 전시회였는데 거기서 사람들 피드백도 받아보며 질문을 드렸거든요. 첫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생각보다 게임의 의도가 아주 잘 전달된 것 같다고 느꼈어요. 두 번째 고민에 대해서는 반응이 두 부류로 갈렸던 것 같아요. 이 게임 자체가 비주얼적으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다 보니까 새롭고 신기해서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고,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서 나름의 어느 정도 특색은 갖추고 있는 게임이 아닐까라고 저희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 스케이프>와 비슷한 컨셉 게임들이 있잖아요. 저는 반향정위를 응용한 VR 게임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제작과정에서 <스캐너 솜브레>를 비롯해 다른 레퍼런스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게임들이 더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첫 번째 레퍼런스가 <스캐너 솜브레> 였다면, 두 번째는 <다크 에코>라는 2D 게임인데 걸어 다니면 발소리와 함께 주변으로 선 같은 게 퍼지다가 벽에 튕기며 공간이 파악되는 공포 게임이었어요. 발소리를 통해서 공간을 보여주는 거다 보니 소리 시각화 컨셉과 어느 정도 일치해서 레퍼런스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구요. 전체적으로 오픈월드 게임들도 봤는데, 시스템을 완전히 가져오지는 않았고 오픈월드가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식을 참고했어요. 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에서 빛을 밝게 만들어놔서 그쪽으로 플레이어가 가게 하거나, 게임을 시작하면 넓은 전경을 보여줘서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게 하는 등 심리적으로 유도하는 부분들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사운드스케이프>도 점자 시스템이 플레이어 주변에 있으면 밝게 만들어서 플레이어를 유도하도록 구현했구요. 초기에는 튜토리얼도 만들어서 게임 내에 공간의 UI를 띄워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관심을 끌어 보려고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유도가 잘 안 되서 실패하긴 했지만요.

     


이경혁 편집장: 지하철 역을 게임 안 플레이 공간으로 만든다면 실제로도 지하철 역을 많이 가보셔야 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이 방문하셨던 곳이 어딘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하철 역을 선정할 때, 우리 스테이지로 만들기 적합한 곳을 찾기 위해서 네이버 지도 거리뷰와 교통공사 홈페이지의 편의시설 분포도를 확인했어요. 단계별로 스테이지가 점점 어려워지게 만들고 싶어서 스테이지 1은 나름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구축된 역, 스테이지 2는 적당하고 애매한 상태, 스테이지 3은 좀더 열악한 곳으로 고르려 했어요. 자료 찾아보고 거리뷰에서 출구 쪽 주변 상황은 어떤지도 보면서 그때 거의 1호선부터 수인분당선까지 대부분의 역을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첫 번째 스테이지로 선정한 곳이 신분당선의 청계산입구 역이었어요. 교통공사 측에 촬영 허가를 받고 데이터 수집을 하면서 거의 네 번 넘게 방문을 했고요. 그 외에 수인분당선의 보정역과 매교역 등 추가적인 스테이지도 선정한 상태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실 어려운 스테이지라고 하면 떠오르는 역들이 있는데(웃음) 오래된 역들이 확실히 편의시설이 구축이 덜 돼 있는 느낌도 있고요. 역들을 다니시다 보면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공간이 어떤 의미였을지에 대한 여러 가지 느낌도 좀 받으실 것 같아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어떻게 보면 사람들마다 직업병이라는 게 있잖아요. <사운드스케이프>를 계속 만들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여기는 점자블록이 왜 이렇게 생겼지, 아 여기는 점자블록 깔려 있고 점자랑 음성유도기도 있네 이런 식으로 계속 눈에 밟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저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역 내부는 시설이 잘 되어 있는데 역 외부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계산입구 역 같은 경우도 게임 내에서는 구현되지 않았지만 역 바깥으로 조금 걷다 보면 점자 블록이 끊기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역 내부까지는 교통공사의 관할이지만 밖은 아니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가장 문제가 많았던 역은 인천 쪽 지하철역들이었어요. 저희가 대구나 부산 같은 곳까지는 가지 못하고 수도권 역만 조사한 것이긴 한데, 인천은 확실히 좀 오래된 것 같긴 하더라고요.

     


이경혁 편집장: 부천 출신으로서 공감합니다. 저는 되게 재밌는 게, 애초에 게임을 제작하실 때 뭔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만들려고 시작하셨던 것은 아니지만, 하다 보니까 스스로도 자꾸 그게 눈에 밟히게 되신 거잖아요. 혹시 <사운드스케이프>를 하면서 이 팀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방향이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좀 바뀌게 되신 걸까요? 아니면 여러 가지 제작 경험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하고 계신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일단 팀원 분들께서 각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는 게임에 치중하겠다는 생각까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게임을 만들어 보며 느낀 건데, 사회적 메시지에 100% 치중하지 않더라도 이를 게임에 어느 정도 넣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예시로 게임 스토리에 사회적 풍자를 넣을 수도 있는 거고, 아니면 블랙 코미디처럼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식으로 게임에 사회적 메시지를 한 스푼 넣는다는 느낌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국내에서는 그런 시도는 거의 인디 쪽에서만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혹시 국내 인디 게임 중에서 좀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작품이 있을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인디 씬에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마음 먹는데 영향을 크게 준 게임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유명한 <스컬>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면접 전형날에 <스컬> 데모 플레이 영상을 봤는데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저희 게임과는 장르가 좀 멀고, 지금은 게임이 커져서 인디를 벗어난 것 같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인디 게임 중 하나에요. 그리고 <그리스>라는 스토리 형식의 퍼즐 게임이 있는데, 텍스트가 한 개도 없는데도 스토리가 전달되더라고요. 조작에 대한 튜토리얼 정도는 있지만 퍼즐 메카닉 설명도 없거든요. UI가 이렇게 없는데도 연출만으로도 게임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감명깊었어요. 또 좋아하는 게임이 <리듬 닥터>라는 리듬게임입니다. 크레딧이 나오는 스테이지가 있는데, 게임 크레딧까지 스토리에 전부 녹여버린다는 게 신기했어요. 보통 리듬게임이라 하면 위에서 노트가 내려와 치는 건데 실제로 리듬을 타야 하는 게임 시스템도 재미있고요.

     


이경혁 편집장: 이제 이야기가 슬슬 개발자 개인으로 향하고 있는데요, 2004년생이신데 게임 개발자 치고는 굉장히 젊은 나이이십니다. 언제 처음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셨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게임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해왔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PC방을 가게 됐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랑 <오버워치> 두 개를 거의 몇 천 시간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 너무 질리는데 PC방에 있는 <바람의 나라>, <리니지> 같은 다른 게임들은 하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그때는 스팀의 존재를 아예 몰랐거든요. 그런 플랫폼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럼 이제 도대체 무슨 게임을 하지 하다가 그냥 내가 게임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할 게임이 없었던 게 게임을 만드는 계기가 됐습니다.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아보다가 SBS 같은 게임 학원을 알게 되서 직접 문의도 드렸어요. 나중에는 학교 다니면서 학원에 주말반으로 들어가서 유니티랑 게임 기획 과정을 배웠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시는 데 집에서 반대가 있지는 않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게임 학원 등록할 때만 해도 반대를 정말 많이 하셨어요. 일반적인 케이스는 아니잖아요. 보통 고등학교 졸업 뒤에 대학 가서 진로 찾아서 취업하는 게 수순일 것 같은데,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아이가 게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부모님 입장에서 당황하시는 게 당연했을 것 같아요. 게임 관련 진로를 잡으면서 고등학교도 특성화고를 선택하게 됐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중학생 때 성적이 나쁘진 않았어서 갑자기 특성화고를 가버린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엄청 반대했어요. 교장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실 정도로….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죠(웃음).

     


이경혁 편집장: 고등학교도 특성화 고등학교로 가신 거군요. 게임 관련 분야로 가신 것이지요? 본인과 비슷한 입장의 학생들이 많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다녔던 곳에는 컴퓨터 게임 개발과와 e-스포츠 학과가 있었어요. 즉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 나뉘어지는데, 게임을 만들려고 온 경우 제 기대와는 좀 다르게 게임 개발에 대한 큰 의지를 갖고 오진 않은 것 같았어요. 생각보다 예상과 많이 달라서 1학년 때는 무작정 애들을 모아서 게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무산이 됐어요. 그 이후부터는 적당히 팀 프로젝트 하면서 거의 원맨 팀으로 게임 만들고, 그런 식으로 게임 개발 공부하고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 다니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제가 그쪽 커리큘럼을 잘 몰라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이지만, 사실 게임 개발하려면 수학적인 기반이 되게 중요하지 않습니까. 특성화고에서 그런 수학에 대한 강의가 좀 충분하게 제공이 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른 학교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사실 많이 부족했어요. 제가 들어올 때만 해도 커리큘럼은 1학년 때는 그냥 다양한 진로가 있다는 거를 보여주려고 자바스크립트나 웹 서버, C 프로그래밍,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 등등 이것저것 많이 해보는 식이었어요.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유니티배우면서 개발에 들어가는데, 정말로 수학적으로 베이스가 되는 부분은 알려주지 않고 대부분 툴 쓰는 법이나 언어 기초 위주였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저한테 엔진 프로그래밍 쪽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선생님이 한 분 계셨어요. 그분께서 벡터 부분이라든지 행렬 연산 자원수 같이 게임에 필요한 수학들을 많이 알려주셨고 그 덕에 게임 개발에서 수학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서 공부를 했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주니어 개발자들이 기초 수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는 상황이고 회사들 입장에서 신입을 뽑아 수학을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커리큘럼에 대한 전면적 재개발이 필요하지 않냐는 얘기가 많아 한번 여쭤봤습니다. 특성화고를 나올 경우 그냥 취업하시는 분들도 있고, 대학에 가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대학을 선택한 이유가 특별히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디지털 관련 학과 소속이라고 하셨는데 세부전공에 게임이 있는 것이지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대표적인 전공들이 영상이랑 게임 쪽이에요. 일단은 저희 고등학교는 다른 특성화고와 달리 대학 진학이 일반적인 케이스였고 취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 분위기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고등학생 때 배우면서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꼈었어요. 이대로 취업하면 회사 생활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기술을 갈고닦기는 어렵겠다 생각해서 좀 더 배우기 위해 대학을 갔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오프비트’라는 팀에 대한 것으로 옮겨볼까 합니다. 오프비트를 구성하게 된 계기와 팀의 첫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오프비트는 지금은 저를 포함해 5명이 함께하고 있지만 2년 전 처음 결성했을 때는 2명으로 시작했습니다. 대학교 개강총회 자리에서 모션 그래픽이나 아트워크 영상을 정말 잘 만드는 친구를 만났는데, 게임에 이런 아트워크를 넣고 싶어서 제가 납치를 했어요(웃음). 그렇게 함께 만든 첫 작품이 <플레이리스트>라는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리듬 게임이었어요. 이후에 그 친구가 생각보다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져서 그 작업은 마무리하고, <사운드스케이프> 기획안을 구성하고 팀원을 모아 지금에 이르게 됐어요. 팀원들도 같은 대학교의 비슷한 전공 사람들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아직 학교에 계시다 보니 어느 정도 팀이 유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사실 오프비트 활동이 지금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상황은 전혀 아닐 것 같습니다. 작업 동력은 어떤 식으로 생겨나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지금 팀 활동에 대한 경제적 이득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저도 사람들과 개발을 하려면 이 동기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는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는 그걸 잘 몰랐을 때라 충돌도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저희가 (오프비트 활동에 대해) 돈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개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선 '내가 만든 게 실제로 게임에서 이렇게 동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례로 3D 작업을 할 때는 3D 모델이 나오면 최대한 게임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게 만들어서 바로 팀원에게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게끔 했구요. UI 디자인을 하시는 분이 가져오면 제가 최대한 애니메이션화하여 게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서, 팀원이 자신이 만든 리소스 활용에 대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워크 플로우를 구성했어요. 그리고 물론 가장 큰 동력은 버닝 비버에 선정되어 출품한 거였어요. 저희가 다같이 가서 전시를 했는데 실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팀원 분들이 제일 많이 동력을 얻었던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가 버닝 비버에 나간 뒤 여러 게임회사에서도 굉장히 관심이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전시회에서의 반응들이 여러 가지로 동기나 감흥을 주셨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 이런 커리어를 쌓아 게임사에 취업하는 진로 방향을 생각하신 적은 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다들 창업을 하기 전에 취업은 꼭 해봐야 된다라고 말씀을 하시기도 해서 회사도 한번 들어가 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업을 어떻게 하며 아트 부서랑 개발 부서가 있다면 협업이나 소통 같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런 것들을 배우려면 회사에 들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해서요. 일단 이 팀은 제가 곧 군대를 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고, 팀원 중에는 4학년에 올라가는 분들도 있다 보니 다들 취업을 생각하는 상황이에요.

     


이경혁 편집장: 그렇다면 <사운드스케이프>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향후의 출시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듣고 싶습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사운드스케이프>는 1월 31일자에 출시를 예정해두고 개발 중인 상황이에요. 원래는 얼리 억세스도 생각을 해봤지만, 아무래도 복무기간인 1년 반 동안 소식이 사라지는 거라 일단은 정식 출시를 먼저 해 놓고 군입대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스팀 플랫폼에 정식 출시하는 게 1순위이고요, 버닝 비버에 출품했으니 스토브 쪽도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별도의 퍼블리셔는 없고 개인 사업자 단위로 출시할 것 같아요. 1.99달러 정도의 싼 가격의 유료 패키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기존에는 오프비트가 동아리 같은 느낌으로 작업하다가 결국 출시라는 상황을 맞게 되면 ‘사업자’가 되는 것이고, 실제로 수익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고민 앞에 서시게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게임 제작이라는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그 고민이 진짜 고민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래서 지금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아는 것이 없으니까 정말 고민이긴 합니다. 제가 배웠던 아카데미에서는 기획 관련 부분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 있어도, 그런 운영이나 사업적인 부분은 가르쳐주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막상 게임 제작을 해보면 이 사업적인 부분과 떼려야 뗄 수 없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프비트도 지금까지는 동아리였다고 생각을 해요. 영업 수익이 0원이었고 전시회 가는 교통비나 전시회 준비비까지 포함하면 마이너스였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출시해서 어느 정도 수익을 내려면 진짜로 회사

의 영역까진 아니어도 팀의 영역으로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제작 과정에서 따로 클라우드 펀딩을 받거나 이런 것은 없었나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일단 <사운드스케이프>는 시각장애인분들에 대한 인식에 도움을 주고 장애인 환경에 대한 개선을 도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에요. 제가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컨셉에 잡아먹히는 것인데요. 그래서 소셜 임팩트 차원에서 강조하는 목적의 게임이라면 우리는 어차피 돈 벌 생각 없으니까 전부 기부하자고 해서, 실제로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지 모르겠지만 이 게임을 통해 판매 수익이 나온다면 전액을 기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펀딩도 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텀블벅 쪽에 문의를 드렸더니 기부 목적의 펀딩은 안 된다고 하여 일단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어쨌든 그걸로 지금 당장 돈을 벌겠다라는 입장은 아니신 거군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네, 저희로서는 이 게임을 만들고 출시해서 실제로 수익이 났다는 거에 좀 의의를 두고 싶은 그런 상황입니다.

     


이경혁 편집장: <사운드스케이프>를 출시할 경우 해외로도 나가게 될텐데요, 인터페이스도 전부 영어 버전으로 나가는 걸까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그렇습니다. 일단 출시일에는 한국어만 출시를 하고 입대가 2월 17일이니까 2주 안에 번역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에 있습니다. 고민이 많은 게, 원래는 영문 대응을 하고 싶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시각장애인들의 음성유도기 문제였어요. 영문 버전으로 출력을 하면 한국 지하철인데 영문 TTS가 나오는 상황도 좀 이상한가 싶으면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다른 한편으로는 고증적인 측면에서도 고민이 됩니다. 저희가 그래도 나름 실제 지하철역을 동일하게 최대한 동일하게 구현한다는 컨셉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 지하철에서는 영어 TTS를 실제로는 이용하지 않으니까 컨셉과 안 맞지 않을까, 그냥 TTS에 영문 자막을 달까 등등의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쉽지 않겠지만, <사운드스케이프>의 컨셉은 오히려 해외에서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마 이번에 겪어보셨겠지만 국내는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외국은 좀 다르다 보니 커리어상으로도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저런 얘기를 쭉 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면, 처음부터 장애라는 사회적 메시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여러 결과로 나름의 파급력과 재미를 만드는 어떤 게임이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여러모로 이 프로젝트가 나중에도 좀 생각이 많이 나게 되실 것 같은데요. <사운드스케이프>라는 게임 하나와, 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사람들의 소통들, 그리고 실제로 물리적으로 떨어지는 소프트웨어의 빌드 등 여러 경험들이 묶여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거잖아요. 이 덩어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어떠세요?

     

황재진 오프비트 팀장: 제가 아무래도 팀장이고 팀 활동의 거의 모든 일에 관여를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장단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3D 만들 때의 방향이나 디자인을 게임에 가져왔을 때, UI 아트 부분의 애니메이팅.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에 다 제가 얽혀 있다보니 제가 없으면 팀이 안 굴러가고 게임이 안 만들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굉장히 좋게 생각하고 있고 다음부터는 조금 내 일을 덜자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군입대를 통해서) 멈췄어요(웃음). 지금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총 4개 스테이지가 나오는데 원래는 버닝 비버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서 여러 개를 더 만들어볼까 했지만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너무 욕심을 내면 오히려 기획이 무산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이 조금은 아쉽더라도 딱 적절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은 한 것 같습니다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나중에 어떤 형식으로든 창업을 해서 게임 회사를 만드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 같이 개발을 해왔는데 이 과정을 앞으로는 제가 창업을 할 때 정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실제로도 개발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정말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이경혁.jpg

(문화연구자)

문화와 지식, 공간과 학술 장 등 다양한 영역을 공부합니다. 게임의 역사와 게이머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경혁.jpg

크래프톤로고

​게임세대의 문화담론 플랫폼 게임제너레이션은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습니다.

gg로고
게임문화재단
드래곤랩 로고

Powered by 

발행처 : (재)게임문화재단  I  발행인 : 김경일  I  편집인 : 조수현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방배로 114, 2층(방배동)  I  등록번호 : 서초마00115호  I  등록일 : 2021.6.28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