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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비평의 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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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10. 10.

비디오 게임을 둘러싼 많은 글들이 존재한다. 리뷰, 공략, 기사, 논문, 비평 등 그 형식도 다양하다. 이러한 글들은 모두 게임 산업이 굴러가는 맥락과 결부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게임 구매와 소비에 관한 패턴이 이 글들의 형식을 규정해주는 좋은 구분점이 된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트위치 등에 올라가는 영상들도 맥락은 모두 유사하다.


게임 리뷰는 게임 전문 웹진이나 유튜브 게임 채널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유형으로 기본적으로 그 전제는 구매 가이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게임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리뷰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리뷰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리뷰들은 통상 별점과 같은 평가 기준을 두고 있다. 이는 게이머들이 구매 과정에서 겪는 고민을 손쉽게 정리해줄 수 있는 정량화 툴이다. 업계에서 말하는 좋은 게임 리뷰는 해당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게이머의 구매 고민을 줄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게임 리뷰는 시의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제 막 출시된 신작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게임 리뷰를 올려서 연명하는 매체들은 가장 시의성 있는 게임만을 골라 이를 빠르게 평가하여 게이머들의 주목을 끌어야 한다. 그래야 게이머들이 모여 웹진의 트래픽도 올리고 이를 통해 광고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공략은 리뷰와는 달리 주로 이미 해당 게임을 구매한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게임의 기본 조작법부터 시작하여 스토리 전개, 보스 공략법, 팁 등을 상세히 서술하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공략 글은 과거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게임 전문 잡지에 수록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보급과 유튜브 같은 영상 채널에서 라이브로 실시간 공략 등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에서 비디오 게임 전문 잡지는 <게이머즈> 정도만이 남아 있다. 게임 공략은 리뷰와 마찬가지로 신작 위주의 시의성 있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해당 작품에 대한 가치 평가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건조하고 짧게 서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해당 글을 읽을 독자는 이미 게임을 구매했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공략이 구매 가이드의 역할을 더 수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게임 공략은 점점 종이 매체에서 웹진 형태를 거쳐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 위주로 대체되고 있다. 스틸 컷 이미지와 텍스트 밖에 넣을 수 없는 종이 매체와 글, 이미지, 영상 모두를 넣을 수 있지만  게임 기사는 게임 업계 전반에 일어나는 현황이나 사건 등을 사실 위주로 알리는 글을 뜻한다. 기사 역시 대체적으로 시의성 위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으나, 때에 따라서는 특정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비평적인 특집 기사가 수록될 때도 있다. 또한 게임 리뷰나 공략과는 다르게 게임 업계 전반에 대해 논평하는 메타적인 기사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부 게임 기사는 게임 리뷰와 공략이 논하지 못한 업계 전반의 상황이나 현안을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글들의 경우 대부분 외부 필진의 칼럼 형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은 대체적으로 기자의 논평이 생략된 팩트 위주의 단신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게임 논문은 주로 게임 학계에서 활동하는 교수나 연구자, 대학원생 등이 게임과 관련한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수록한 글이다. 시의성이 있지 않고 특정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한다는 점, 메타적인 비평도 허용된다는 점에서 게임 논문은 게임 비평과 유사한 측면이 존재한다. 그러나 학술 논문은 기본적으로 다른 연구로부터 더 발전된 측면을 기존 참고문헌의 인용과 분석, 비판을 통해 증명하여야 된다는 점에서 게임 비평과 차이가 있다. 또한 게임 논문은 학술지마다 정해 놓은 글의 스타일과 인용 및 주석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게임 비평에 비해 상당히 딱딱하게 진행된다. 비평은 일종의 문예적인 창작이기 때문에 평론가의 표현적 재능이 필요하고 이는 문장과 스타일에서 자유로운 창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두게 된다. 그러나 학술 논문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창작적 표현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비평과 구분된다.


이에 비해 게임 비평은 앞선 세 부류의 글처럼 시의성과 관련 없이 작성될 수 있다. 당연히 게임 비평 역시 현재 당장 출시된 게임을 논평하면서 시의성을 갖출 수도 있으나, 이럴 경우 비평이 갖추어야 할 작품으로부터의 ‘비평적 거리’를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 비평(批評)이란 주로 예술 작품의 분석을 통해 그 가치를 논하는 작업인데, 이는 상당 기간 면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또한 게임 비평에는 해당 게임을 분석하기 위한 특정한 시각이나 분석방법론이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방법론은 분석 텍스트에 해당되는 게임을 논자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분석하게 만드는 도구인 셈인데, 이러한 분석 방법론을 자신의 글에 적용하여 특정한 게임 텍스트를 비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양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게임 비평은 업계의 시의성으로부터 분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보다 면밀하게 해당 게임이나 사회적인 현상을 둘러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와 비평적 거리를 갖출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에서의 비평은 비단 게임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 등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평론가의 글이 갖추어야 할 질적인 완성도 관리를 위해 등단(登壇)이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 분야는 이러한 제도적 특성이 다소 미비한 측면이 있지만, 문학 쪽에서 기성 문예지나 신문에 비평을 게재하기 위해서는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공모전에 당선되어 일종의 자격을 갖추어야만 한다. 드물게 유명 문인이 신인을 문예지에 추천하여 그 글이 문예지에 두세 차례 기고가 되면 추천 완료라는 형태로 등단한 문인들도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만이 지닌 독특한 제도인 이 등단이라는 제도는 이처럼 일정한 자격을 갖춘 이들을 문인으로 대접하고, 이렇게 모인 문인들의 모임을 문단(文壇)이라 불렀다. 문단은 프로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작동해 왔을 뿐만 아니라, 문인들이 스스로에게 사회적 권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작용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문단이나 평론가 그룹의 자의식이 과도하게 작용하거나 리뷰와 구분되지 않는 행태를 보이면서 스스로를 상업적인 올가미에 빠져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한국 문학 평론은 문단 내부로만 서로 읽어주고 평해주는 일종의 게토화에 빠져 있다. 수많은 문예지가 나오고 있고 거기에 다수의 문학 평론이 실리고 있지만 일반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지는 오래이다. 영화 평론은 기존의 영화 주간지들이 판매부수가 줄거나 폐간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지 오래이다. 또한 예전 송능한 감독이 <세기말>이라는 영화를 통해 “자네는 자네 마누라한테도 별을 주고 그러나? 마누라 얼굴은 두 개 반, 젖퉁이는 별 세 개. 사랑하는 대상이라면 신중해야지. 영화를 밥그릇으로 보니까 함부로 별을 주고 그러는 거 아냐? 천박한 짓이야. 그런 짓 하지 마.”라고 일갈했듯이 평론의 정체성을 지닌 채로 자본의 흐름에 따른 리뷰 위주로 글쓰기를 자행해 온 평론가들의 이중성 때문에 그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온 적도 있었다.


게임 분야에서 비평과 관련된 단체들은 대체로 이러한 공모전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에서 게임 비평을 명시적으로 내세우는 거의 유일한 매체인 ‘게임제너레이션’도 창간 첫 해부터 게임 비평 공모전을 열고 있으며, 예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5회에 걸쳐 주관했던 게임비평상 역시 공모전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정부기관과 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던 게임비평상은 그 공모전을 뚫고 나온 게임평론가들이 지속적으로 글을 실을 수 있는 매체나 지면을 확보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등단한 평론가가 활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체나 지면이 필요한데, 그 당시 존재했던 게임 매체들은 주로 게임 리뷰와 기사, 공략 위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신인 게임평론가들의 글이 실릴 사회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 그 당시 게임비평상을 수상했던 이들 중에는 필자의 수업을 들은 제자들이나 학계의 선후배들이 꽤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현재 전업 게임평론가로 활동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그 당시의 한국 게임업계와 학계 혹은 평론계가 게임평론을 사회적으로 인정할만한 제도적 장치와 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채 이러한 글들을 산발적으로 소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또 한편으로는 2000년대 후반 정도까지 한국 게임업계에서 제작해 온 게임들이 굳이 진지한 게임 비평의 대상이 될 필요성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게임비평상의 비평들을 메타적으로 분석한 전경란 교수의 논문 <게임비평에 대한 연구 : 게임비평 텍스트의 메타분석적 접근>에 따르면 그 수상작 30편 중 한국 게임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쓴 평론은 4편에 불과하다. <마그나카르타 2>, <타이니 팜>, <애니팡>, <아이 러브 커피> 등이 그 게임들인데, 이 중 <마그나카르타 2>를 제외한 다른 게임들은 페이스북이나 모바일 플랫폼에서 소비되었던 플랫폼과 게임 소비 패턴의 변화를 주로 다루고 있는 글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다시 말해 소셜 게임과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변화가 가져온 게임 유저 층의 확대라는 차원을 제외하면 2000년대 후반까지 한국 게임 중 비평적 사고가 필요했던 게임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신인 게임 평론가 대부분이 해외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이나 인터랙션 구조, 테마의 사용이나 게임적인 수사학을 분석할 거리를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게임제너레이션의 게임 평론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게임 평론이 자생하기 어려운 지점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게임 평론이 아직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는 게임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매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한국 게임은 인디게임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문제적 이슈들을 게임 내의 테마로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게임도 대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인디게임 개발자 Somi의 죄책감 3부작이나 최근 신작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와 같은 작품이 다룬 정치권력과 개인 양심의 충돌, 제주 4.3사건의 비극성에 초점을 맞춘 <언폴디드> 시리즈, 독립운동가 최재형의 삶을 재조명한 <페치카> 등 사회적 임팩트를 주고자 하는 소셜 임팩트 게임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는 점은 게임 비평만이 다룰 수 있는 분석적 조망을 필요로 한다.


또한 최근 들어 게임 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환경의 변화는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비평적 시선이 필요함을 역설해준다. 게임 기사와 리뷰를 주로 실어 온 게임 웹진들은 아무래도 광고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 때문에 국내 게임 대기업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최근 들어 게이머들이 단순한 소비자에서 벗어나 트럭 시위와 같은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개진하면서 주체성을 갖춘 존재로 거듭하고 있다거나, 확률형 아이템과 같은 게임 규제가 신설되거나 전반적인 게임 비즈니스 모델이 변모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하여 업계와 객관적인 거리를 확보한 비평적 시선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매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데에 소극적이거나 외부 필진을 통해 칼럼을 게재한 뒤 본지의 입장과 관련 없다는 진술을 넣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게임 비평 역시 앞서 언급한 시의성이나 대규모 자본과의 관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글의 형식은 게임 비평일 수밖에 없다.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문하지 않는 존재는 점차 자기 합리화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 한국 게임이 처해 있는 다양한 위기들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게임 비평은 현재 시점에서 한국 게임업계에 가장 부족하고 필요한 영역이라고 보인다. 한국 게임비평은 한국 게임이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맞아야 할 백신인 셈이다. 물론 기존의 문학이나 영화 평론이 걸어갔던 게토화나 리뷰화의 전철을 슬기롭게 피해나가야 하기도 한다. 그 어려운 길을 가는 이들을 묵묵히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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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순천향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게임 스토리텔링과 게임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인디게임 페스티벌인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창설을 주도하고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제적으로 권위있는 인디게임 행사인 Independent Games Festival(IGF)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공저, 2003), 『디지털 게임, 상상력의 새로운 영토』(2005), 『인디게임』(2015), 『이야기, 트랜스포머가 되다』(공저, 2015), 『81년생 마리오』(공저, 2017), 『게임의 이론』(공저, 2019), 『게임은 게임이다: 게임X생태계』(공저,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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