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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는 NFT의 꿈을 꾸는가 : ‘튤립’과 ‘국민템’ 사이에서

05

GG Vol. 

22. 4. 10.

NFT, 현상인가 징후인가? 


새로움은 한계가 눈에 보일 때 도드라진다.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그 시도가 만들 새로운 결과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그러한 새로움을 필요로 하는 현재에 대한 불만이 함께 놓여있다. 이를 생각하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떤 변화를 의도하는가와 더불어 그 변화가 왜 필요한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 지금의 위치를 이해하고 그로부터 나아갈 위치가 어디쯤일지 더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접목한 게임에 대한 논의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대한 논의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연관된 주제인 ‘P2E’나 ‘NFT’등에 대해서도 현재보다는 미래, 그중에서도 그동안 시도된 사례나 앞으로의 구상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무언가 빠진 것 같으면서도 일련의 다양한 시도들이 종횡무진 펼쳐진 다음 지속되는 것들이 다음 패러다임을 이루게 될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일단 결과에 대한 검증보다는 가능성의 좌표를 최대한 넓히는 과정으로 이해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게임에서의 NFT를 사회적인 관점과 기술적인 관점으로 헤아리고자 한다. 대체불가능성과 탈중앙화를 중심으로 게임의 현재와 NFT를 통해 제기되는 미래상을 연결하면서, 연관된 기술적 과제는 무엇인지, 이러한 시도가 게임에 남기게 될 의미는 무엇일지 가늠하고자 한다.



대체불가능성의 여러 맥락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able Token)’이라는 뜻의 ‘NFT’는 기술적 맥락보다는 ‘고유성이 강력히 보장되는’ 소유권이 강조된 가상자산의 맥락으로 사용되는 경향이 짙다. 이로 인해 ‘대체불가능한’이라는 속성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것을 전제로 두고 그것의 가치가 어느 정도일 수 있을지,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둔다. 


한국 현행법상 아직까지 게임 서비스에 NFT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해서, 활용에 대한 논의가 실질적으로 실현되기까지 여러 제약과 시간이 따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초기비용이 큰 가상자산에 비해 게임은 조금 더 수월하게 가상자산에 접근하는 경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이 수월한 경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게이머는 게임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고 팬에게 블록체인에 접근하는 비용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많은 블록체인들에게 게임과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시도의 계기를 제공한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게임 내 거래를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통해서만 결제하게 한 이 게임은 희귀한 고양이를 만들수록 비싼 금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이 게임의 재미는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희귀한 고양이를 만드는 과정일까? 아니면 고양이가 희귀할수록 금액이 치솟는 과정일까? 고양이에게서 느끼는 귀여움, 그리고 고양이를 수집하고 교배하는 과정이 이 게임의 속성으로 제시되지만, 게임 바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화폐가 결합되었기 때문에 게임의 온전히 기본적인 재미만이 발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이 게임에서 희귀한 고양이를 만든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으로 좀 더 살펴볼 수 있다. 만일 수집과 교배를 통해 희귀한 고양이를 얻는 데 성공했다면, 그것이 즐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나만의 캐릭터를 얻었다는 만족일까, 아니면 높은 금액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일까. 아마 이 두 가지 모두일 것이다. 실제로 거래할 생각이 없더라도 캐릭터에 평가되는 높은 금액은 소장하는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미는 기존 온라인 게임에서 경험하던 만족과 닮은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관건은 NFT를 통해 새로워질 수 있는 측면이 무엇이냐일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게임회사와 게이머의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대체불가능성에 대한 상반된 관점


먼저 게임회사는 NFT를 도입하는 것이 게임의 재미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 어떤 변화를 계획하는지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인크로니클 (Nine Chronicles)〉과 같은 게임이 모든 로직과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올려 탈중앙화함으로써 블록체인의 특성을 게임에 전면적으로 적용한 사례도 분명 있지만, “왜 블록체인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실행하면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경향은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드러나는데, 현재 가장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템을 미리 판매하는 것이며, 이는 블록체인만의 특징을 활용했다기보다는 기존의 모델에 블록체인을 접목한 것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게임에 가상자산을 접목하는 개연성이 선명하지 않다. 플랫폼의 수수료나 이용자 간의 거래를 회사가 직접 중개할 수 없는 법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의도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시된 아이디어 대부분이 게임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것보다는 게임회사가 직접 발행한 가상자산을 화폐로 사용하면서 그 과정은 게임회사가 완전히 통제하려는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게임회사의 NFT가 (아직) 상품으로서의 가치에 치중해 있다면 게이머들에게 NFT는 상반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투자상품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고, 다른 하나는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어도 남아 있는) 소장품으로서의 게임 아이템이다. 후자를 주목할 만한데, 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게임이 종료될 경우 게임이 서비스되는 동안 게이머들이 게임에서 소비한 시간과 재화가 함께 소멸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동안 게이머가 직접 남긴 스크린샷 외에 이용자가 게임에 대해 느끼는 가치를 기록으로 남길 방법이 뚜렷하게 없는 상태에서 NFT는 게임에 대한 고유한 기록을 남기는 방법의 새로운 유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NFT는 ‘애정’의 차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여러 방법들 외에 새로운 표현 경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대체불가능성’은 게임에 대한 애정, 팬심을 뚜렷하게 각인한다는 맥락으로 사용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정말 대체 불가능함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애정을 입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이용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서버 종료를 통해 이루어지는 온라인 게임의 결말을 경험하면서 이용자들은 플레이하는 동안 충분히 누리고 즐기는 것으로 게임의 영속성에 대한 나름의 감각을 체득했다. 서버 종료가 되면 그것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과금을 하는 것에는 영속성에 대한 기대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지향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서버 종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를 알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게이머에게는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NFT는 소멸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면서도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장 뚜렷하게 입증하는 기록이 될 수 있다.



탈중앙화를 둘러싼 배경과 맥락


대체불가능성과 관련하여 현재 블록체인이 보장하는 것은 데이터이다. 작업증명(PoW)이나 용량 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게임의 모든 체계를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게임 자체는 블록체인의 바깥인 아웃체인에 두고 게임회사가 게임을 관리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게임 서비스가 사라지고 아이템을 소유했다는 데이터가 남게 된다. 데이터가 있기는 한데 활용할 수는 없으니 대체불가능성이 덜 유효해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블록체인에 담을 수 있는 게임 데이터의 양은 줄어들고 비용은 커진다. 게임의 콘텐츠가 줄어들고 이용자의 활동을 기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게임을 플레이하기 힘들어지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 전력 문제나 거래 비용, 거래시간과 같이 현재 블록체인이 지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은 증명을 위임하는 등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에 배치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많은 블록체인 거래들이 실제로는 거래소 중심으로 일어나서 블록체인이 지향하고 있는 탈중앙화와는 거리가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앙화된 방식을 게임회사가 의도한 것이라면 그것이 굳이 블록체인일 필요는 없다. 지금의 시스템에서 데이터와 아이템의 가치를 보장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아닌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속도와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기도 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개연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게임은 블록체인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표방하더라도 법과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보장할 수 없는 가치를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기만행위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임의 탈중앙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도는 게임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중앙서버를 두지 않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게임회사와 이용자 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기존 게임에서 중앙화된 서버를 중심으로 게임회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탈중앙화된 게임에서는 게임회사와 이용자의 관계가 보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가 성립될 경우, 게임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과 수익모델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캐릭터의 ‘성장’과 ‘우위’를 지향하면서 발생한 기존 게임의 문제들이 ‘탈중앙화된 관계’를 지향하는 게임에서는 해소되거나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것과 저것 사이 혹은 너머의 그것


게임에서의 NFT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나가게 될까. 다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시도와 지금까지의 경험이 서로 병합되거나 절충되면서 확장되된 형태의 결과를 만들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먼저 앞서 지적한 블록체인의 문제를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작업증명(PoW)에 지나치게 많은 전력량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요즘은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블록체인이 새롭게 이 방법을 채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대체불가능성과 탈중앙화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의 기술적 대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는, 법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원하는 게임회사의 욕망을 블록체인에 담으려는 것은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게임 속 화폐와 실제 화폐가 연계된다는 아이디어가 새롭진 않다. 이를 되짚어 생각해보면 게임 속 화폐가 실제 화폐와 연계되지 않아 온 이유가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새롭다고 해서 연계될 수 없는 이유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만일 특히 거래 시스템에서 블록체인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그 방식은 기존 시스템에 블록체인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방식일 것이다. 자연히 가상자산과 실제 화폐의 연계는 기존의 법안을 충족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것이 요청된다.


게임 회사와 이용자의 새로운 소통 면에서도 블록체인 활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브 온라인(EVE Online)〉의 사례를 짚어 볼 만하다. 게임을 서비스하는 CCP 게임즈는 해마다 ‘이브 팬 페스트’를 개최한다. 이브 온라인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부대행사 중 ‘플레이어 프레젠테이션’은 신청한 게이머에게 40분의 프리젠테이션 기회 또는 원탁회의 주관 기회를 제공한다. 이 게임은 전 세계 단일 서버로 운영되어서 이용자들의 참여가 중요한데, 이 행사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관계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게임회사가 이용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만들고 또 실제로 그 의견을 수용해 게임에 반영함으로써 이용자의 피드백이 게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게임회사가 의사결정을 주도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블록체인은 이 과정에서 게이머의 의견을 기록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며,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서비스가 오래 지속될 경우 게임회사와 이용자 사이의 의사소통 아카이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가 낮아진 게임과 이용자 간의 관계를 블록체인으로 보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 안에서 생성되는 아이템에 대한 기록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이용자들이 누구나 블록체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확률 문제 등을 검증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우려와 문제가 제기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신뢰와 깊이 연관된다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의 토대 위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게임회사가 NFT를 통해 꾸는 꿈은 무엇인가? 다가올 미래를 암시하는 징후인가, 현재의 한계가 중첩된 현상인가? 분명한 것은 그것이 현상인지 징후인지 확인하기 위해 성큼 나아가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발걸음이 어떤 자취를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 발걸음의 경로와 좌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을 중심으로 한 지형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좌표를 확장하는 앞으로에 대한 논의에 집중하면서 그동안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질문들을 살펴야 한다. “게임의 목적이 재미 추구가 아닌 다른 것이 될 때 그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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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혁.jpg

(사회학자)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 〈게이머즈〉를 비롯한 여러 게임매체에서 필자로 활동했다. 저서로 〈게임과 문화연구〉(공저), 〈한국 게임의 역사〉(공저)가 있다.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에서 게임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게임이 삶의 수많은 순간을 어루만지는, 우리와 동행하는 문화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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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개발자, 연구자)

게임애호가, 게임프로그래머, 게임역사 연구가. 한국게임에 관심이 가지다가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것에 취미를 붙이고 2006년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있다. 〈한국게임의 역사〉, 〈81년생 마리오〉등의 책에 공저로 참여했으며, 〈던전 앤 파이터〉, 〈아크로폴리스〉, 〈포니타운〉, 〈타임라인던전〉 등의 게임에 개발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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