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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결제문화의 25년 변화가 드러내는 온라인게임의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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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4. 10.

디지털게임의 결제수단과 결제방식은 오늘날 게임계 이슈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단순히 신작 타이틀과 DLC, 시즌패스의 가격과 가성비 논란부터 시작해 최근에는 인게임 아이템의 가성비 문제, 이용자간 거래 문제, 그리고 확률형아이템 문제에 이르기까지 게임 분야의 핫 이슈 상당수는 게임의 결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가지고 있다.


가격과 결제방식이 이슈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첫째는 어떤 식으로든 디지털게임은 이제 경제규모와 산업적 측면에서 더 이상 무시할 만한 수준의 덩치가 아니라는 것이며, 둘째는 이러한 이슈를 통해 터져나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단순한 가격의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라는 이용행위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매체와 비교해 보면 좀더 흥미롭다. 우리는 책이나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나 음악을 두고 이와 같은 논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매체마다 물론 다양한 결제방식에 의해 유통되므로 이를 단순화하는 것은 무의미하겠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게임계에서 일어나는 결제방식의 문제는 대단히 독특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DLC와 같은 방식은 책과 같을 수 있을까? 물론 1권을 봐야 2권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이나 웹소설 같은 매체와 유사한 부분은 있겠지만, 연작 시리즈 중에 3권만 사 볼 수 있다는 것과 아예 구매시에 “이 DLC는 원본 프로그램을 필요로 합니다”로 제한되는 경우가 같지는 않다. OTT 드라마를 보는 와중에 이야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주인공의 장비를 돈을 내고 강화하는 것은 가능한가? 어쩌면 이는 오늘날의 디지털게임을 다른 매체와 구분지을 수 있는 주요한 특징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같은 온라인게임이지만, 2000년대와 지금의 결제가 다른 두 가지 포인트


하지만 이런 특징은 ‘오늘날의’ 디지털게임에만 국한된다. 21세기의 서막을 알렸던 25년전의 게임들이 가지고 있었던 소비와 유통, 결제의 방식을 되짚어보면, 디지털게임의 특수성이 초기부터 있었던 것이 아닌 결제수단의 발전과 변화로부터 기인했음을 볼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온라인게임 붐은 2000년대부터는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바람의나라>, <리니지>와 같은 정액제 온라인 게임들이 소수의 전유물로서가 아니라 대중적인 붐을 타고 있었으며, <스타크래프트>는 직접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소유하고 플레이하기보다는 한국에서는 PC방이라는 공간의 중개를 통해 공용공간에서의 시공간대여라는 방식으로 플레이되었다.


이는 온라인 이전 시대와 간단히 구분할 수 있는 변화인데, ‘재화에서 용역으로’라는 말로 눙쳐볼 수 있다. 온라인 인프라가 확장되면서 게임 소프트웨어는 재화에서 용역으로 상품의 속성을 변경했다. 한 번 구매하면 영구히 소유권을 가질 수 있었던 시기와 달리 서버 위에 소프트웨어가 올라가 있는 형태로 온라인게임이 작동하면서 게임 이용은 이용권한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부여받는 형태로 변화했다. 이를 20세기 게임과 21세기 게임이라고 구분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의 형태로 보편화된 2025년의 디지털게임을 단순히 서비스 이용이라고만 부르기에는 또 2000년대와는 굉장히 다른 양식들이 자리잡은 상태다. 나는 여러 변화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의 주목할 만한 변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지적해볼 수 있는 부분은 정액제에서 부분유료로의 서비스 결제방식 변화다. 2000년대 초반의 온라인 기반 게임들은 정액제를 주력으로 삼았다. 90년대 TELNET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던 <단군의땅>, <쥬라기공원>과 같은 MUD게임들이 사용시간당 요금을 부과했던 종량제 형태였다는 점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국의 경우 PC방이 대중적 게임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이는 B2B형태로도 자리잡았는데, 이용자가 PC방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경우에도 이용자는 PC방에 종량제 방식의 이용요금을 지불하지만 PC방은 온라인게임 회사에 사용시간만큼의 금액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의 게임들이 게임산업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 오늘날 정액제 기반의 요금은 과거만큼의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며, 그 자리는 부분유료결제에 내주었다. 무료로 진입할 수 있지만 게임 플레이 속에서 일정한 패널티를 부과받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결제가 요구되는 형식이 2025년 게임 결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부적인 측면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서 광고시청, 아이템결제와 같은 방식들이 존재하지만, 거시적으로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간당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에서 개별사용자마다 필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만큼의 요금을 결제하는 형태로 변화했다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변화로는 현금 기반 P2P거래의 감소세를 짚어볼 수 있다. 아이템, 캐릭터 등을 이용자 사이에서 거래하는 현금 기반 P2P거래에 대해서는 더 길게 할 이야기가 많지만, 여기서는 지난 25년 사이에 P2P거래가 발생했고, 이 거래에 대해 게임사들은 점차 개인간의 거래를 개인 – 게임사 간의 거래로 대체하고자 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만을 다루려 한다.


싱글플레이 게임에서는 불가능했을 개인간 현금 아이템 거래는 온라인게임 환경이라는 전제가 들어서면서부터 가능해졌고, 실제로 등장한 것은 각 플레이어들로부터 발생한 수요와 공급으로부터였다. 단순화해서 이야기하자면 이는 크게 게임시간이 부족한 플레이어와 게임시간이 넉넉한 플레이어 사이의 시간교환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 서버 안에 게임플레이의 결과물이 경험치, 레벨, 아이템 등으로 누적되는 상황에서 이 플레이의 잔여물들은 게임 플레이의 진척에 있어 과거 싱글플레이 시절에는 플레이어의 몸에 쌓이던 숙련도를 서버에 시간축 중심의 데이터로 쌓아낸 결과물로써 숙련도를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 다시말해 게임에 들인 시간이 많아질수록 게임 내의 성취가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시간이 부족한, 이를테면 주5일 정시출퇴근을 해야 하는 이들로 대표되는 게이머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축적하지 못하고, 대신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지만 가처분소득이 적은 게이머들과 현금 – 플레이시간의 맞교환을 이뤄내고자 한다. 그 결과물이 현금기반 아이템 거래이며, 이는 온라인게임의 성립 이후 최초에는 게임 내 재화로만 교환되던 아이템거래를 현금이라는 일반 매개를 통한 교환으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2025년의 온라인게임을 들여다보면 현금기반의 아이템거래는 과거보다 게임사에 의해 강하게 제한되는 흐름을 볼 수 있다. 이는 제한이라기보다는 시간 – 현금의 맞교환을 통한 이윤의 축적을 플레이어 개인이 아닌 게임사가 가져가고자 하는 흐름이 반영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개인간의 거래가 불가능하도록 아이템은 귀속, 기간제와 같은 형태로 변경되었으며, 이를 통해 부족한 시간을 현금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거래처는 다른 이용자에서 게임사로 바뀌어 왔다.



교환가능해진 놀이시간의 대두


언급한 두 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시간과의 연관성이다. 부분유료결제의 보편화는 정액제라는 동일한 시간단위 과금을 플레이어마다 다른 플레이시간의 가치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시했고, 현금기반 P2P거래는 현금 – 시간의 맞교환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윤이 게임사가 이를 회수하려고 할 만큼 오늘날의 게임산업에서 거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면에서 서비스로서의 디지털게임이 지난 25년간 결제 측면에서 겪은 변화는 플레이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거래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시도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경제학적 문제에서 시간의 개념은 그동안 노동시간이라는 지점에서 두텁게 논의되어 온 바 있다. 하지만 게임 플레이 시간을 포괄하는 놀이시간, 혹은 여가시간은 체계화되기보다는 노동시간과 병행하며 인간의 시간계를 구성하는 요소 정도로 다뤄져 온 바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온라인 기반 디지털게임의 플레이 시간은 오랜 변화 속에서 이제 독특한 개념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놀이시간이 축적되어 더 나은 놀이를 위한 아이템과 같은 도구로 변환되고, 이는 충분한 플레이시간을 투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현금을 주고 구매할 의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의 등장 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놀이시간의 양적, 질적 전회와 교환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은 21세기 첫 사반세기를 보낸 뒤 우리의 온라인게임 속에서 오늘날의 게임 현상을 특정할 수 있는 특이점으로 드러난다.

Tags:

플랫폼, 산업, 결제,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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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유년기부터 게임과 친하게 지내왔지만 본격적으로 게임이야기를 업으로 삼은 것은 2015년부터였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오다 일련의 계기를 통해 전업 게임칼럼니스트, 평론가, 연구자의 삶에 뛰어들었다. 『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2016), 『81년생 마리오』(2017), 『게임의 이론』(2018), 『슬기로운 미디어생활』(2019), 『현질의 탄생』(2022) 등의 저서, '게임 아이템 구입은 플레이의 일부인가?'(2019) 등의 논문, 〈다큐프라임〉(EBS, 2022), 〈더 게이머〉(KBS, 2019), 〈라이즈 오브 e스포츠〉(MBC, 2020)등의 다큐멘터리 작업, 〈미디어스〉'플레이 더 게임', 〈매일경제〉'게임의 법칙', 〈국방일보〉'전쟁과 게임' 등의 연재, 팟캐스트〈그것은 알기 싫다〉'팟캐문학관'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 게임과 사회가 관계맺는 방식에 대해 공부하고 이야기한다. 게임연구소 '드래곤랩'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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