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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서라이크 - 게이머와 게임의 생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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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2. 12. 10.

2021년 겨울, 게임 ESD 플랫폼 스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디게임이 있다. 흔히 ‘뱀파이어 서바이벌(이하 뱀서)’이라고 불리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Vampire Survivors)〉이다. 당시 ‘앞서 해보기’로 단돈 3,300원에 출시한 이 게임은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저사양, 간단한 게임 플레이로 전문 유튜버나 게임 스트리머뿐만 아니라 일반 게이머들 사이까지 유행했다. ‘뱀서’는 투박한 도트 그래픽과 2D 탑 다운(Top-down) 뷰를 이용한 고전 아케이드 슈팅 스타일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마치 팩 인 비디오가 개발한 〈람보〉 시리즈나 〈GTA〉 시리즈 1, 2편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게임은 2021년 말~2022년 초 사이에 나온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어떻게 보면 전통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전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고전 게임에 추억이나 경험이 있는 혹은 레트로 스타일의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런 게임에 추억이나 경험이 없는 그 밖의 게이머에게는 매력적으로 어필되기 힘들다. 그런데도 다양한 게이머에게 이토록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지금도 ‘뱀서’의 인기는 식지 않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비슷한 게임들이 올 한 해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20 Minutes Till Dawn〉과 같은 도트 스타일, 〈Brotato〉와 같은 카툰풍, 〈Beautiful Mystic Survivors〉와 같이 미소녀 3D 버전의 유사 게임도 출시되고 있다. ‘뱀서’ 스타일의 시작은 한국의 1인 개발사 LEME가 만든 모바일 게임 〈매직 서바이벌〉이다. 종종 게이머들은 〈매직 서바이벌〉같은 장르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필자도 게임에서 등장하는 시스템이나 표현들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유사한 것 같은 느낌의 원인은 〈매직 서바이벌〉의 장르적 특징이 복합적인 장르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게임 틀은 고전 아케이드 슈팅이다. 적이 발사하는 탄막을 피하고 적을 처지하는 구조가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이다. 결국 ‘이런 스타일과 장르의 원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고전 게임 계보까지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고전 게임과는 〈매직 서바이벌〉은 어떠한 차별점이 있는 것일까? 


 * 〈매직 서바이벌〉 인 게임 화면.

겉으로 보이는 고전 게임 스타일과는 다르게 〈매직 서바이벌〉에서 현대 게임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그 중심은 ‘로그라이트’와 ‘캐주얼’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로그라이트(Rogue-lite)’ 장르는 1980년 출시된 최초의 2D 그래픽 RPG인 〈로그(Rogue)〉가 지닌 영구적인 죽음, 절차적 생성과 같은 핵심 원칙을 적용하되, 죽더라도 다음 게임 플레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일정량의 보상을 가져가게 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게이머는 다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미리 장착하는 등의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캐릭터가 죽을 때마다 여전히 게임을 다시 시작하지만, 진정으로 0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매직 서바이벌〉은 로그라이트를 채택했다는 점에서 〈로그〉를 단순 수용이 아닌 변용 했다. 이러한 점이 레트로 장르에 대한 실천적 계승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게임은 간단한 게임 플레이 방식과 쉬운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캐주얼을 중심으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파고들 수 있는 요소가 가득하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하드코어’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캐주얼게임을 ‘하드코어’의 반대급부로 보는 것은 캐주얼의 단편적인 면만 강조한다. 예스퍼 율(Juul, 2010)은 캐주얼 게임이 일반적으로 ‘하드코어’ 게임과 상반되는 형태의 게임이라는 관점과 달리, 초창기 게임의 ‘단순함’으로부터 재발견된 범주로 본다. 이러한 점에서 단순히 〈매직 서바이벌〉이 캐주얼게임이기에 고전 게임과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캐주얼’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 즉, 〈매직 서바이벌〉은 단순한 고전 게임의 모방과 무분별한 수용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조금 더 자세한 게임 플레이 메카닉은 후술하겠지만, 〈매직 서바이벌〉과 같은 게임은 그 자체로 새로이 등장한 장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실제로 ‘뱀서’의 제작자도 장르와 스타일의 기반이 〈매직 서바이벌〉이라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 ‘뱀서’는 〈매직 서바이벌〉을 참고하면서도 해당 게임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하여 출시되었다. 개발사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장르를 탄탄하게 개량하고 있다. 게이머나 커뮤니티 혹은 게임 웹진에서도 ‘like vampire survivors’라는 용어를 쓸 정도이니 말이다. 이른바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라이크’라 불리는 장르는 기존 장르와 어떤 부분이 차별화되는 것일까? 



‘서바이버즈-라이크’에서 살아남는 방법


  *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메인 메뉴와 인 게임 화면.

그렇다면 게임을 조금 더 살펴보자.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제작사에서 “로그라이트 요소를 갖춘 고딕 호러 케주얼 게임” 이라 밝히고 있다. 소개 문구만 보면 감이 잘 안 온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레트로 비트 사운드와 함께 단순한 메인 메뉴가 반겨준다. 처음 시작하는 게이머는 콜렉션, 강화나 잠금 해제 메뉴 모두 아무것도 이용할 수 없다. 이것들 전부 잠금 되어있거나 메뉴 상단에 보이는 돈은 0이기 때문에 강화도 할 수 없다. 결국 게이머는 어쩔 수 없이 시작 버튼을 누르고 캐릭터를 골라서 시작한다. 캐릭터는 풀밭에 놓이게 된다. 어떤 튜토리얼도 주어지지 않지만, 캐릭터는 자동으로 채찍질하고 있고, 멀리서 박쥐가 캐릭터를 향해 날아온다. 이후 게이머는 WASD나 방향키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공격이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임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주지 않지만, 게이머는 경험적으로 알아차리고 터득하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제작사가 밝힌 “케주얼”의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레고리 트레프리(Trefry, 2010)는 〈Casual Game Design〉에서 캐주얼 게임의 몇 가지 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뱀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의 속성은 “규칙과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게이머가 빠르게 게임 플레이에 숙련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Trefey, 2010). 이처럼 ‘뱀서’는 게임에서 분명하게 플레이 방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메커니즘은 감각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손쉬운 접근성을 제공한다. 게이머는 그저 방향키를 움직여 캐릭터를 조작하고, 자동 공격을 몬스터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이걸 반복적으로 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즉, 게임을 계속해서 플레이하기 위해 몰려오는 적들을 물리치거나 피한다는 단순 명쾌한 목표가 제시된다. 


* 레벨업 메뉴와 보물상자 연출 화면.

게임이 진행되는 동안 캐릭터는 박쥐, 언데드와 같은 몬스터를 처치하면서 보석을 습득하면 경험치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레벨이 올라간 캐릭터는 세 가지의 선택지를 골라서 무기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은 RPG 게임의 캐릭터처럼 성장한다. 이 과정을 어느 정도 반복하다 보면 기존 몬스터와 색이 다른 몬스터를 볼 수 있다. 열심히 색이 다른 적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면 처치할 수 있다. 여기서 색이 다른 보석 혹은 보물 상자가 나타난다. 보물상자를 습득하게 되면 특별한 연출이 나오면서 돈과 강화 아이템이 나오게 된다. 이는 랜덤하게 더 많은 돈과 아이템을 얻게 되는 기회가 된다. 게이머는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또 하나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운데 상단에 표시된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게 되면 빛나는 몬스터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되면 다음 단계의 스테이지로 넘어가듯이 보스가 등장한다. 난도가 높은 탄막들이 날아오고, 캐릭터는 이를 피하면서 보스를 공격한다. 하지만 초반 플레이에서 보스를 쓰러뜨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캐릭터는 결국 죽게 되고, 게이머가 게임 오버 화면을 보고 나면 다시 메인 메뉴로 돌아온다. 하지만 메인 메뉴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돈이 생겨서 캐릭터 강화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몇몇 요소들이 해금된다. 게이머는 다음 게임에서 이것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우리는 처음부터 더 강해진 캐릭터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서바이버즈-라이크’ 플레이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천된다.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조금씩 얻게 되는 돈을 통한 업그레이드와 새로이 얻게 되는 해금 요소들로 캐릭터는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러한 요소들이 스테이지를 도전하는 게이머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게이머는 처음에 몇 가지 안 되는 무기들만 고를 수 있지만, 해금되는 요소들을 통해 다양한 무기와 아이템, 그리고 진화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 이를 통해 캐릭터는 더 많은 적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점점 쌓이면서 캐릭터는 강해진 적과 보스를 물리칠 수 있다. 게이머는 이를 반복하며 일정 시간까지 버티게 되면 승리한다. 하지만 게임이 끝났다고 완전히 클리어한 것은 아니다. 다음 맵이 해금되면서 게이머에게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게이머도 새로운 무기, 캐릭터와 함께 새 스테이지에 도전한다. ‘로그라이트’ 메커니즘은 게이머에게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동기를 제시하면서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게이머는 항상 캐릭터와 무기의 선택을 고민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고자 한다. 랜덤하게 제시되는 선택지는 판마다 신선함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게임은 게이머의 조작과 캐릭터 강화로 운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순전히 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점이 게이머에게 실질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존 로그라이크, 로그라이트 게임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주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타 장르와 차이점은 ‘서바이벌’에 있다. ‘서바이버즈-라이크’ 게임은 분명하게 생존 게임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다. 흔히 생존 게임이라 부르는 장르는 현실감을 부여한 시뮬레이션 장르나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하드코어’ 게임을 떠올린다. 하지만 생존 게임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는 생존전략에 있다. 생존 게임 게이머는 생존하기 위해 맵 곳곳에 있는 자원과 물자를 모으고, 새로운 무기와 아이템을 만들거나 습득하며 앞으로의 위험에 대비한다. 생존주의가 생존 게임 장르의 기초 문법이다. 


‘서바이버즈-라이크’는 생존전략을 핵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게이머는 캐릭터를 조작해서 어느 방향이든 갈 수 있다.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무작위로 생성된 다양한 오브젝트가 존재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캐릭터는 자동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근처에 가기만 해도 오브젝트를 공격하게 된다. 이윽고 오브젝트가 파괴되고 아이템들이 나온다. 여기서 게이머는 적을 처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맵에 배치된 아이템들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 알게 된다. 이를 알게 된 게이머는 더 많이 맵을 돌아다니게 되고 다양한 지형을 발견한다. 게임별로 재단, 집터, 건물, 거목 등과 같이 다양한 지형으로 배치된다. 여기서 게이머는 랜덤하게 강화용 아이템이나 특수한 이벤트들을 마주치게 된다. 즉, 더욱 강한 무기나 아이템들을 얻을 기회는 단순히 적을 처치하는 것 외에도 맵에 배치된 오브젝트를 통해 제공된다. 맵에서 자원과 물자를 모아 더욱 강한 캐릭터를 만드는 행위는 시간이 지나고 등장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준비이다. 


비록 질병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시뮬레이션 된 현실성은 없지만, 게이머는 살아남기 위해 자원을 모으고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는다. 이는 게임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게이머는 능동적으로 게임을 클리어할 수 없다. 일정 시간을 채워야만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즉, ‘서바이버즈-라이크’는 주어진 생존환경에서 살아남아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게임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내러티브를 통해 생존 본능을 자극한다. 혼자 남아 있는 캐릭터와 나만 공격하는 적은 일종의 ‘배틀로얄’ 구도와 같다. 우리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갈구한다. 게임 내 아이템이 됐든, 캐릭터를 조작하는 게이머의 손가락이 됐든 살기 위한 움직임이 존재한다. 이러한 점이 게이머에게 생존 본능과 함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게이머가 이 장르를 좋아해 주는 데에는 단순히 레트로 인디게임이라는 점 때문은 아니다. 게임 기반에는 다양한 레트로 장르에 대한 각색과 생존주의가 깃들어 있다. 이 같은 지점이 기존 레트로 인디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뿐만 아니라 캐주얼 게이머, 하드코어 게이머까지 어필할  수 있는 ‘서바이버즈-라이크’가 가진 재미 요소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더 재밌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후속 게임들은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를 모방한다. 특히 일부 게임이 ‘서바이벌’이 아닌 ‘서바이버즈’라는 제목을 달고 출시한다. 분명하게 원조는 〈매직 서바이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몇몇 게임은 ‘뱀서’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거나 불편한 부분을 제거하여 출시되기도 한다. 사뭇 달라진 게임 스타일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즉, 많은 후속 게임이 ‘뱀서’에서 영감을 얻고 있지만, 그 형태는 미묘하게 다르다. 또 하나는 〈매직 서바이벌〉은 본래 모바일 게임이었지만, 상당수의 게임이 PC 플랫폼으로도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간단한 조작법과 짧은 플레이 타임은 모바일에 적합했지만, PC로 넘어오게 되면서 더 많은 연산이 가능해진 점은 많은 적과 큰 규모를 강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게이머는 게임 플레이를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후속 게임들은 ‘뱀서’에서 틀을 가져와서 지금 상황에 알맞게 바꾼다. 어째서 이들은 모방을 넘어 변화하는가?


이는 당연한 논리이다. 게임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는 환경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게임이 개발되고 있고, 일주일만 해도 수십 개의 PC게임이 출시한다. 모바일 환경을 포함하면 더욱 많아진다. 이 중에서 ‘서바이버즈-라이크’ 게임 또한 분명하게 존재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대다수 게임은 흥행에 실패할 것이다. 장르를 선점하고 있는 게임들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에 맞게 변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진화’라 부른다. 진화는 진보가 목적이 아니다. 진화는 생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변화, 즉, ‘변이’다. 변이가 바로 진화의 제1 조건이다 . 개발자들은 ‘서바이버즈-라이크’가 우후죽순 나오는 지금 시장에서 모범이 되는 게임을 모방하고 변이하는 생존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에게 장르의 진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게임들은 어떤 변이가 게임 시장에 더 잘 맞을지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결국 유리한 형질을 가진 게임은 살아남아 장르를 확립할 것이다. 마치 자연 선택의 원리처럼 말이다. 


* 〈탕탕특공대〉 인 게임 화면.

이 생존전략이 어느 정도 성공한 사례가 바로 〈탕탕특공대〉이다. 이 게임은 ‘서바이버즈-라이크’가 지향하는 바를 실천함과 동시에 게임이 오랫동안 플레이 될 방법을 고안해냈다. 모바일 환경에 맞게 플레이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는 ‘스태미나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게임 내의 육성 시스템은 간소화했지만, ‘장비 가챠 시스템’을 도입하여 캐릭터가 영구적으로 들고 갈 수 있는 업그레이드 요소는 오히려 강화했다. 게이머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비를 착용함으로써 시작 무기를 바꾸거나 더욱 높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통해 이점을 갖고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게이머는 ‘서바이버즈-라이크’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게임 플레이 경험을 온전히 얻을 수 있다. 오히려 〈탕탕특공대〉는 라이브 게임 서비스를 통해서 더 오랫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이것이 기존 후속 게임과는 다른 생존전략이다. 


나가며


‘서바이버즈-라이크’ 장르가 주는 재미는 단순히 간단하고 쉬운 반복 플레이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고 다양한 생존전략을 취할 수 있게 하는 기본적인 욕망으로부터 즐거움을 끌어내고 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즐거움은 게이머가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장르가 10, 20년 후까지 존재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많은 표절, 모방 게임이 쏟아지고 있고, 게이머들은 이 행태에 반감을 갖기도 한다. 특히 무분별한 장르의 남용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기 게임이 많이 출시하고 있는 현 게임 시장에서 ‘서바이버즈-라이크’가 짧은 시간이지만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은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생존전략을 세우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추이가 기대된다. 




참고문헌

Trefry, G. (2010). Casual Game Design: Designing Play for the Gamer in ALL of Us (1st ed.). CRC Press.
Juul J. (2010). A casual revolution : reinventing video games and their players.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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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게임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든 일본어든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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