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경쟁, 방송: MMO로부터 라이브 스트리밍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21세기 북미 게임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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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4. 10.
You can see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at:
https://www.gamegeneration.or.kr/article/c4322a54-d363-4b02-bd95-cca5eefb6413
익숙한 듯한 새로움
만약 당신이 2000년 이후에 태어난 게임팬이라면 성장 과정에서 게임 매체를 비교적 쉽게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문화적(countercultural)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의 게임은 주류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으며, 플레이어들이 직접 제작한 게임 관련 콘텐츠의 양도 엄청나게 방대해져서 게임을 종료한 뒤에도 좋아하는 게임들을 눈과 귀로 계속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아무리 마이너한 게임일지라도 직접 플레이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무한히 느껴질 지경이다. 이처럼 오늘날 게임을 둘러싼 문화적 공간은 게임 자체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나 스팀, 디스코드 같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넘나들며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새천년(2000년) 전후의 상황은 이와 매우 달랐다. 1999년 캐나다에 사는 어린 게이머였던 나는 주1회 방영되던 30분짜리 TV프로그램 <Video and Arcade Top Ten>과 <The Electric Playground>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는데, 내가 살던 지역에서 볼 수 있던 게임 관련 TV프로그램은 이 두 편이 전부였다.

* 캐나다의 게임 TV프로그램 <Video and Arcade Top Ten>출처: Videoandarcade YouTube channel.[1]
이 두 프로그램 외에 게임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던 채널은 주로 월간 게임 잡지였다. 당시 게임 잡지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뉠 수 있었다. 우선 <닌텐도 파워(Nintendo Power)>처럼 자사의 최신 출시작 또는 출시 예정작을 홍보하는 장문의 광고 형식의 공식 잡지가 있었고, 다음으로는 <게임프로(GamePro)> 같은 게임비평지 계열, 마지막으로는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처럼 최신 하드웨어나 업계 소식을 찾는 취미가들을 겨냥한 잡지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게임 관련 미디어라고는 최신 게임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소수의 출판물과 눈 깜빡할 사이에 장면이 지나가버리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두 편 정도에 불과하던 시대로부터, 오늘날처럼 게임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슈와 수많은 논쟁이 넘쳐나는 일종의 플랫폼으로서 게임 미디어가 방대한 규모로 진화하게 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우선 게임의 소비 환경과 그 문화적 공간은 단독적으로 진화한 것이 아니다. 게임은 연구자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가 “컨버전스 문화(Convergence Culture)”라 명명한 현상의 한 단면인데, 여기서 컨버전스(융합)란 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끊임없이 결합되는 거대한 소용돌이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2].
게임은 영화, TV, 잡지뿐 아니라, 인터넷이 가능케 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들과 게임 디자인적 특징들까지 포함하는 복잡다단한 미디어 환경의 일부다. 21세기의 첫 25년간 우리가 함께 게임을 경험한 방식은 엄청나게 변화하였으며, 게임 문화의 발전은 ‘웹2.0’ 및 인터넷의 대중화에 의해 가능해진 컨버전스 시대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플레이어들은 문화 생산자로서의 중심적 역할을 맡게 되었으며, 게임 안팎으로 증대된 연결성을 바탕으로 공공 영역에서 문화를 형성하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게임 미디어 소비 시장에 있어 선두주자인 트위치나 유튜브가 2006년이 되어서야 등장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 시기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가 출시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번성하고 있던 온라인 게임 하위문화를 전지구적으로 대중화시킨지 2년 뒤의 시점이었다.
오늘날에는 신규 출시된 클래스나 메타게임적 고려사항들, 보스 공략 등을 설명해주는 수많은 영상들 없이 수백만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모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플레이어들은 온라인 상에서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을 실험하면서, 도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복잡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전달할 수 있는 방식들을 즉흥적으로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규범과 동료 플레이어들과의 소통 방식을 학습해 나갔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은 플레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데 엮어주는 새로운 온라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했다.
한편 e스포츠는 아직 새로운 영역이었는데, 서구의 일부 열정적인 게이머와 주최자들은 한국의 인상적인 스타크래프트(StarCraft) e스포츠씬[3]에서 영감을 얻어 언젠가는 (게임)플레이가 게임이 단순한 취미나 열정 프로젝트를 넘어 게임 개발이 아닌 그 자체로서 하나의 전문적인 직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태웠다. 이러한 움직임이 전통 미디어 및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기반의 미디어 제작 방식과 맞물리고, 1990년대 후반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갈수록 더 많은 일반인들이 대중적으로 유명한 셀럽으로 간주되어가던 트렌드와 엮여 우리를 새로운 게임 문화적 풍경으로 이끌었다.
MMO게임과 연결성과 사회성의 새로운 규범
멀티플레이 게임 자체가 새천년 전환기에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의 MMO게임붐은 플레이어들을 한데 모으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70년대~ 1980년대 초반까지는 게임 아케이드(오락실)가 게임하는 주요 공간이었으며[4], 1990년대에는 가정용 콘솔과 주요 브랜드간 각축전이 주목을 받았다면, 2000년대는 단연 MMO게임의 시대였다.
머드(MUDs, Multi-user Dungeons) 같은 초기의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대개 텍스트 기반의 RPG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들을 연결시켰다. 이와 같은 원형적 형태의 MMO게임은 수백명 정도의 플레이어들을 연결시켰음에도 여전히 마이너한 게임 하위문화로 남아 있었다. 1990년대 후반 <에버퀘스트(EverQuest)>[5]와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6] 같은 게임들이 어느 정도 인기를 끌긴 했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7]가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과 접근성 좋은 게임플레이를 통해 이끌어낸 대중적인 인기는 다른 차원의 수준이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그 자체로도 강력한 팬덤이 형성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 틈새 장르로 머물러있던 MMO게임을 전례없는 방식으로 대중적인 영역으로 끌어낸 것은 2006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South Park)>의 “Make Love Not Warcraft” 에피소드였다. 이는 단순히 게임을 홍보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MMO 장르가 새로운 문화적 존재감을 획득했다는 신호탄이었으며, 이후 수많은 게임사들로 하여금 자사의 MMO 게임들이 그와 같은 성공에 이르도록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플레이어들이 다른 땅으로 이동하기 위해 배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저자의 스크린샷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성공 이후 차기 대세 장르가 MMO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그 뒤를 이어 경쟁적으로 수많은 MMO게임들이 등장하면서 명백해졌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사실은 예전에는 소수의 머드게임 열성팬들만 경험할 수 있었던 대규모의 플레이 기반 연결성을 MMO게임들이 보다 쉬운 접근성을 통해 제공해주었다는 점이다.
MMO장르가 멀티플레이에 있어 경쟁과 협업의 기회를 동시에 제공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전체 세대의 플레이어들이 아바타 기반의 플레이 공간 내 온라인 연결성을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와 같은 플레이 기반의 연결성은 막을 수 없는 홍수와 같은 흐름을 형성했고, MMO장르가 유입시킨 연결성의 DNA는 소셜미디어와 모바일게임이 자사의 플랫폼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유도하는 레버리지로 사용하면서 더욱 많은 장르로 확산되어 갔다.
오늘날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스스로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공유할 수 있다. 이제는 그 어느 때보다 친구들이 무엇을 어떻게 플레이하고 있는지 중요해졌고, 이는 <팜빌(Farmville)>[8]같은 소셜 게임이나 싱글플레이 콘솔게임에서 업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차세대 MMO로서 게임 방송과 라이브 스트리밍
한편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웹사이트들은 게임 업계에 관한 이슈나 기술 발전에 대한 짧은 칼럼과 함께 게임 리뷰를 게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2010년대 말에 이르면서 가시적으로 변화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사건은 전통적인 게임 저널리즘 매체였던 게임스팟(Gamespot)의 편집장이었던 제프 거츠먼(Jeff Gerstman)의 퇴사와 함께 시작된 게임 웹사이트 자이언트밤(Giant Bomb)의 탄생과 발전이었다. 자이언트밤의 콘텐츠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깊은 플레이어인 동시에 저널리스트인 웹사이트 운영팀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논의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는데, 그에 따라 기존 게임 리뷰나 기사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겉치레나 인위적인 요소가 없어졌고 대신 방송 진행자들이 보여주는 (게임에 대한) 진정성이나 방송 중 발생하는 즉흥적인 순간들이 게임 콘텐츠 그 자체만큼 중요한 부분으로 떠올랐다.
이 모든 사례들에서 커뮤니티는 이용자 경험에 있어 핵심이었다. 트위치와 같은 라이브 스트리밍 사이트는 활성화된 채팅이 없으면 완전히 다른 사이트가 되어버리며, 유튜브의 ‘Let’s Play’나 자이언트밤의 영상들은 (관객들의) 코멘트와 토론이 가득한 커뮤니티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사람들은 화면 속 등장인물들이나 그들이 형성하고 있는 커뮤니티 구성원들로서 자신을 동일시했으며, 이러한 부분은 때때로 플레이하거나 토론 중인 게임 그 자체보다 중요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게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2000년 초반 연결성을 유지시키는 핵심적인 접착제로, 이는 플레이로 연결되는 일종의 건설 중인 사회와 같다고 볼 수 있었다.
북미에서 MMO게임 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은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였지만,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MMO게임이 만들어냈던 커뮤니티를 갈망했다. 현 시점에 플레이 기반의 사회성(sociality)를 지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는 것은 렌더링된 디지털 판타지 세계 바깥의 사이트들이다. 연구자 셀리아 퍼스(Celia Pearce)는 <미스트 온라인: 우루 라이브(Myst Online: Uru Live)>[9]가 서비스 종료된 후 그 플레이어들이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나 <데어닷컴(There.com)>[10] 같은 게임으로 옮겨갔음에도 여전히 강한 공동체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이들을 게임 디아스포라(video game diaspora)라 지칭했다.
또 다른 게임연구자 미아 콘살보(Mia Consalvo)와 제이슨 베기(Jason Begy) 또한 서비스가 종료된 게임 <파우나스피어(Faunasphere)>의 플레이어들이 여전히 연락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플레이할 새로운 게임을 찾는 등 ‘파우나스피어 플레이어’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자신의 플레이 활동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해 새로운 가상의 ‘고향(home)’을 찾는데 종종 상당한 에너지를 쏟는다”고 언급했다[11](편집자 주: 북미와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일어난 바 있으며, 이는 게임 <일랜시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이 “새로운 가상의 고향”이 반드시 게임일 필요는 없다. 그 콘텐츠가 플레이와 관련되어 있는 걸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게임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직접 플레이하는 것만큼 - 때로는 그 이상으로 - 만족스러울 수 있는데, 특히 그러한 관람 행위가 이전의 게임 관계망 속 친구나 지인들과 함께 이루어질 때 더욱 그렇다[12].
시청자들은 스트리머가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에서 성공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하는 ‘메타적 성공(meta-success)’에도 관심을 갖는다. 길드원에게 물자를 공급하거나 보스전에서 역할을 맡아 수행하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성공에 몰입하게 된 것이다. MMO게임은 플레이어들을 게임을 매개로 공유되는 사회적 공간으로 끌여들였다. 그러나 그 가상세계의 경계 너머에 비슷한 플레이 기반의 연결성이 구축되면, 플레이어들과 게임팬들은 더 이상 특정 게임 또는 그 디지털 지리상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도 그러한 연결성과 사회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브 스트리밍의 성장은 어떤 종류의 게임이 인기를 얻을지에도 영향을 주었다. “스트리밍하기 좋은(streamable)” 게임이라는 개념은 “플레이 할만한(playable)” 게임만큼이나 중요해졌으며, 플레이하는 것만큼이나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게임들이 시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13], <배틀그라운드(PUBG)>[14], <어몽어스(Among Us)> [15] 같은 게임들은 경쟁을 통해 매 순간 긴장감을 유발하며, 이러한 긴장감이야말로 집단적 관람 경험 속에서 게임을 대리 체험하는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엘든 링(Elden Ring)>[16]의 성공은 단순히 게임 자체의 품질에서만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 스트리머들이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어럽게 분투하며 수없이 많은 바이럴한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켜본 관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좌절과 (언젠가는 가능할) 궁극적인 성공을 공유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버전스가 절정에 달한 순간, e스포츠와 라이브 스트리밍은 완벽한 파트너가 되었다. 트위치가 관심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경쟁 게임을 제공하는 새로운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전 연구에서 나는 이러한 연결이 두 부문(역주: e스포츠와 라이브 스트리밍)의 성장을 도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e스포츠는 “2000년 10개였던 토너먼트가 2012년 696개로 증가’ [17]하였고 현재는 전지구적으로 5억2천3백만명 규모의 시청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18]. 게임은 지난 수십년간 경쟁적 요소를 지녀왔지만, 현재 그 경쟁성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대중화되었다. 같은 시기동안 개별 인물들이 자신의 게임플레이를 타인들에게 방송하기 시작하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참여적 관객-커뮤니티[19]와 유사사회적 관계의 형성[20] [21]으로 이어졌다."
플랫폼의 시대 불확실한 미래
온라인게임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기술산업 분야의 전략을 차용하여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밸브(Valve)는 스팀을 게임 및 스킨과 같은 디지털 상품의 거래가 소셜플랫폼과 교차하는 하나의 포괄적인 시장으로 발전시켰다. 나는 게임의 독성 문화(toxic culture)를 연구하면서 게임의 플랫폼 시대의 문화적 영향과 형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한 바 있다:
"초기 음성 채팅 소프트웨어였던 벤트릴로(Ventrilo)나 팀스피크(Teamspeak) 등은 기초적인 VoIP(Voice over IP) 프로그램으로, 2015년에 출시되어 이용자 친화적 멀티 서버 소셜미디어 허브가 된 디스코드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당시에는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채널이 많지 않았고, 게임 콘텐츠를 다루는 방송사들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게임 문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에 대한 논의도 거의 없었고, 플레이어들이 옮겨 다닐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수도 얼마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밸브나 블리자드 같은 게임사들은 디즈니나 HBO같은 대형 미디어 기업들의 전례를 따라 개별적인 게임에 플레이어들을 묶어 두기 보다는, 자사의 독점 플랫폼(Valve의 Steam이나 Blizzard의 Battle.net 등) 내 다양한 게임들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22] [23].
지금도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진행 중인 플랫폼화(platformization)의 영향 속에서 살고 있다. 현 시점에 명백한 사실은 지난 25년간 게임과 플랫폼, 장르를 초월하면서 플레이어들이 서로 더욱 가깝게 연결되어왔다는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사람을 사귀고 교류하는 것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 가운데, 이는 온라인 게임에서 파생된 독특한 언어로 이루어진 사회적 환경이 인터넷 문화와 결합되면서 이어진 결과다. 플레이어들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방대한 규모의 게임 라이브러리에 접근할 수 있으며, 게임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엄청난 수의 플레이어들과 연결될 수 있다.
트위치, 스팀, 디스코드 등을 통해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들과 연결된 네트워크는 2차적 지속적인 가상세계(persistent virtual world)를 형성하고 있다. 이 세계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유튜브 영상, e스포츠팀 팬덤, 그리고 다양한 서브커뮤니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커뮤니티는 게임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화적 공간을 누가 소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전례 없는 온라인 접근성에 바탕하고 있는 현재의 게임 풍경은 VR 같은 더욱 현실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을 통해 우리를 더욱 가깝게 묶어줄까? 아니면 많은 이들이 소위 “게임 문화 전쟁”이라 부르는 갈등 속에서 플레이어들을 분열시킬까?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게임 문화의 미래가 과거만큼이나 예측불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