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넘쳐나는 연말 게임쇼 총정리
21
GG Vol.
24. 12. 10.
매해 게임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게임에는 GOTY 논의가 따라붙는다. Game Of The Year, 금년의 게임. 문외한이 단어만 봐서는 대상 같은 큰 명예일 것 같고, 사실 그렇다. 다만 GOTY를 선정하는 매체가 여럿일 뿐이다. 최소 수십에서 많게는 수천이다. 게임을 다루는 매체가 금년의 게임을 선정하면 그것이 GOTY이다. 심지어는 본지의 편집장이 고정 출연하는 팟캐스트에서도 GOTY를 선정하고 있다. 심사 담당은 한 명이고 이에 동의하는 다른 한 명이 심사 주체의 전부이지만, 그래도 이 또한 GOTY의 하나다.
따라서 금년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는, 일정 기준 이상의 GOTY를 전부 모아서 가장 많이 받은 한 작품에 주어지곤 하지만 게임사조차 열성을 갖고 엄밀한 집계를 매번 하지는 않는다. 다만 영미의 몇몇 유력 시상식에서 정하는 GOTY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연말연시는 자고로 상(awards)의 시즌이다. 업계의 한 해 수확을 점검하고 최고 수확물을 긍정적 본보기로 상찬하는 축제는 농경이 성립된 이래 인류 문명의 전통이다. 문화산업에서는 추가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도 있어서 더더욱 성대하게 시상식을 치른다.
시상식의 기초부터 짚어 보자. 수확을 평가하는 권력은, 동어반복 같지만 권력에 있고 권력은 대부분 여론에서 출발한다. 여론이 좋게 평가한 것이 최고 수확물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첫 번째 원리다.
따라서 중요한 부분은 여론을 말하는 주체다. 업계에 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가장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업계 종사자 혹은 유관자들이다. 그리고 업계는 보통 셋으로 구분된다. 만들고 가공하는 창작자, 수확물의 의미를 정립하는 비평자, 수확물을 향유하는 수용자. 비평은 종종 창작과 피드백을 주고받기에 창작과 비평은 약간의 교집합을 가지고, 비평자는 수용자 중에서 나오기에 비평과 수용도 교집합을 가지기는 한다. 하지만 이 셋은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하면서 업계를 떠받친다.
어워드가 필요로 하는 여론이 이 세 원천에서 발원하기에, 보통 시상식 심사는 창작자 중심 구성에서 출발해 비평자가 추가되고, 여기에 수용자를 대변하는 용도로 대중 투표가 추가되어 구성이 된다. 문화산업계에서 가장 젊은 업계인 게임의 시상식 또한 창작자들의 심사 투표로 이루어지는 경우, 비평자들이 갑론을박을 하며 심사 투표하는 경우, 대중의 투표가 추가되는 경우로 분류할 수가 있다.
1. 창작자 중심 어워드
1) GDCA
시상 시기 : 다음 해 3월
1988년, 개발자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와 27명의 게임 개발 종사자들이 크로포드의 집에 모여서 컴퓨터 게임 개발자 모임을 시작했다. 이 단체와 모임은 해가 갈수록 점점 확장되어 크로포드의 손을 떠나고서는 업계의 중요한 단체와 컨퍼런스로 성장했다.
GDC는 97년부터 스포트라이트 시상식이라는 컴퓨터 게임 어워드를 만들었고, 99년부터는 컴퓨터 게임만 영역으로 하던 것을 콘솔 및 포터블 게임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어워드 또한 인디 게임을 다루는 Independent Games Fesitival, IGF와 게임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Game Developers Choice Awards, GDCA의 두 시상식으로 넓어졌다.
본상이라 할 수 있는 GDCA의 세부 부문은 개발자 중심 단체인 만큼 개발자의 업무 분장을 많이 반영했다. 오디오 / 디자인 / 서사 / 기술 / 비주얼 아트 / 혁신이 전통적인 구분이고, 한동안은 모바일/휴대용과 AR/VR도 별도의 부문으로 시상을 했다. 그리고 ‘올해의 게임’이 대상 격으로 존재한다. 개발자 중심의 단체이기에 개발자 회원들이 후보를 올리고 개발자 회원들이 투표를 한다.
다른 어워드와 마찬가지로 비록 GOTY로 선정되지 못해도 존재감이 컸던 게임은 부문 수상에 이름을 올린다. 일례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CDCA는 2000년의 GOTY를 ‘심즈’에 주었으나, 이 해에 중요한 게임은 ‘디아블로 2’, ‘데이어스 엑스’ 등도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 2는 오디오 상에서, 데이어스 엑스는 디자인 상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2) D.I.C.E.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Academy of Interative Arts and Science는 보통 상호예술과학원이라고 번역되며, 미국의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 혹은 영화예술과학원(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를 모방하여 만들어진 현업 종사자들의 단체다. 92년에 설립되고 96년에 재조직된 단체로 이들의 모임인 D.I.C.E. 서밋(summit)에서 어워드를 발표한다. D.I.C.E.는 Design Innovate Communicate Entertain의 두문자로, TRPG 시절부터의 게임 전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보인다.
영화예술과학원을 본따 조직을 만들었듯, D.I.C.E. 어워드 또한 아카데미 상처럼 만들고 싶어 시상식의 구성과 촬영을 아카데미 상과 유사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부분 세분화의 기준도 GDCA보다 더 많다. 온라인 / 모바일 / 인디 게임 / 가족 게임은 시장 구분이 기준이고, 게임 디자인 / 오디오 디자인 / 음악 / 서사 / 캐릭터 / 애니메이션 / 기술 / 몰입도 / 미학 연출 / 게임 연출 등은 더 세분화된 게임 요소 구분이며, 스포츠 / 시뮬레이션 / 격투 / 레이싱은 장르 구분이다. 다만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온라인 부문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은 생긴다. 2004년 2월 17일의 27회 시상식에서는 ‘스트리트 파이터 6’와 ‘오메가 스트라이크’와 ‘디아블로 4’가 온라인 게임 부문에 함께 노미네이트되었는데, 다소 어색한 라인업이다.
3) BAFTA Games Awards
시상 시기 : 다음 해 2월
AIAS, 미국의 상호예술과학원과 비슷하지만 진짜 원조인 단체는 영국에 있다. 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는 줄어서 BAFTA라고 하며 이 단체는 1947년의 정부 산하 기관인 영국 영화 아카데미에 기원을 둔다.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업계 종사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개발 및 유통 관계자 기반에 비평자가 추가된 형태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BAFTA의 어워드에는 영화, 텔레비전, 어린이 어워드가 있는데, 98년부터 게임 부문을 시상했고 잠시 대상급 수상 없이 부문상만 시상하다가, 2003년에는 별도의 어워드로 독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역시 심사 투표는 BAFTA의 회원들이 한다.
부문은 21개 부문으로, 예술성 / 오디오 / 음악 / 기술 / 게임 디자인 / 애니메이션 / 내러티브와 같은 요소 부문과 가족 / 모바일 / 멀티플레이어와 같은 시장 부문이 있는 것은 여타의 어워드와 비슷하다. BAFTA의 특별한 부문은 장르 부문이 적은 것과, 요소 부문에 성우 주연상과 조연상이 있다는 점, 그리고 2017년부터 신설된 “Game Beyond Entertainment”, ‘즐거움 이상의 게임’ 상이다. 이 부문은 BAFTA가 게임을 예술 매체로 간주하는 결정적 지점인데, 게임의 컨텐츠에 기후변화, 정신건강, 성지향성, 인종 문제와 같은 정치사회적 의제가 얼마나 잘 녹아들어 있는가를 심사하는 상이다. 다른 어워드의 GOTY에 해당하는 부문은 Best Game, ‘최고의 게임’이다.
4) 창작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1. 창작자 중심의 어워드.
먼저 미국 어워드 둘의 최종 우승작이 같은 해를 보자. 일단 D.I.C.E.의 1999년 GOTY ‘심즈’는 시상식이 당시 2000년 3월에 열렸는데 2000년 2월에 발매된 작품까지 대상에 넣어서 생긴 일이다. 따라서 GDCA의 2000년 GOTY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심즈를 시작으로,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06년의 ‘기어스 오브 워’, 2009년의 ‘언차티드 2’를 비롯해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까지 총 14번의 GOTY가 일치한다.
반면 BAFTA는 살짝 엇나간다. 영국와 미국의 여론 차이인지, BAFTA까지 세 어워드의 일치 사례는 2003년 이후부터 4건에 불과하다. 그 네 작품은 2004년의 ‘하프라이프 2’, 2013년의 ‘라스트 오브 어스’, 2020년의 ‘하데스’,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로 모두 해당 연도의 화제와 흥행을 휩쓴 작품들이다. 반면 전부 일치 사례를 제외하고, GDCA – BAFTA의 일치 사례는 0이며 D.I.C.E. - BAFTA의 일치 사례는 5번이고 그 중 두 번은 20세기의 일이다.
그래도 ‘GOTY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을 뿐 세부 부문 수상작은 어워드 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2000년 GDCA에서는 오디오 상을 받은 ‘디아블로 2’가 D.I.C.E.에서는 GOTY이다. 2005년 GDCA의 GOTY인 ‘완다와 거상’은 BAFTA에서는 액션과 어드벤처 상을, D.I.C.E.에서는 미술 연출상을 받았다. 대부분은 이렇게 서로의 부문 수상이 엇갈려 중복되는데, 예외도 있다. 2021년의 GDCA GOTY인 ‘인스크립션’은 D.I.C.E.에서는 수상하지 못했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후보작 라인업은 세 어워드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당 단체의 회원들이 어느 게임의 성취에 더 큰 감명을 받았는지에 따라 GOTY가 갈리는 것이고, 그런 차이를 뛰어넘는 일치 사례는 제작자 업계의 여론을 통일시킬 정도의 좋은 게임이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유사하게 제작 인력 위주의 업계인을 회원으로 두고 심사를 한 미국의 두 어워드와 영국의 한 어워드는 명백히 경향성에서 갈린다. 이것이 국가의 차이인지는 가설 단계에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2. 비평자 중심 어워드
1) NAVGTR Awards
시상 시기 : 다음해 3월
National Academy of Video Game Trade Review라는 단체가 있다. 미국 리뷰조합 아카데미로 이름을 번역할 수 있는 이 단체는, 게임 저널리스트, 리뷰어, 분석가, 컨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투표로 게임 어워드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주된 업무로 보인다. 500여 명이 투표자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1년에 설립된 이 어워드에는 무려 54개 부문이 있다. 비결은 굉장히 디테일한 분류에 있는데, 예를 들어 장르 부문은 액션 / 어드벤처 / 패밀리 / 롤플레잉을 신규 IP와 프랜차이즈 IP로 세분화시켜 총 8개의 부문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클래식 리바이벌 / 격투 / 퍼즐 / 레이싱 / 리듬 / 시뮬레이션 / 전략 / 스포츠 / 기타 장르 부문에는 이런 세분화가 없다. 기술 부문 또한 사운드 사용 부문을 신규와 프랜차이즈로 나눠서 2개를 만든다거나, 그래픽 부문을 프로그래밍 기술 부문과 빛-텍스처 부문으로 나눈다던지 하는 식으로 굉장히 세밀하다.
2) TGA
시상 시기 : 12월
게임 어워드에 관한 검색을 하기 위해 “game awards”로 영문 검색을 시작하면 결과를 교란시키는 명칭을 가진 The Game Awards는 캐나다의 개인이 주최하는 어워드지만 가장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어워드다. 미국의 스파이크라는 방송사는 2003년부터 캐나다의 게임 기자 제프 킬리(Geoff Keighly)를 진행자로 기용해 ‘게임 트레일러 TV with 제프 킬리’라는 프로를 시작했다. 제프 킬리는 10대 시절이었던 94년에 초기 게임 시상식 프로그램이었던 ‘사이버매니아 ’94’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시상식의 질에 실망한 바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프로를 기반으로 Spike Video Games Awards를 시작했고, 이 어워드는 10년을 갔다. 상업 방송을 기반으로 했기에 다양한 프로모션과 후원을 받아 볼거리가 많은 시상식으로 평가받았다.
10년 후인 2013년, 스파이크는 시상식을 훨씬 더 상업적인 방향으로 개편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 동의하지 않은 제프 킬리는, 가뜩이나 인터뷰에서 후원사의 제품인 도리토스 얘기를 너무 한 탓에 ‘도리토스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의 주인공으로 조롱받아 기분도 최악이겠다 아예 하차했다. 개편된 어워드는 한 번 방송 후 폐지되었고, 이를 본 제프 킬리는 자신의 어워드를 만들어 다음 해 선보였으니 이것이 TGA, The Game Awards이다.
비록 과도한 상업성은 반대했던 킬리지만 어워드의 흥행을 위해서는 많은 협찬이 필요하고 그 업무는 지난 10년 동안 그가 해왔던 것이다. TGA는 빠르게 궤도에 올라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 심사 투표는 미국 외에도 각국의 게임 매체를 선정해 투표권을 주는데, 2019년부터는 비영어권의 매체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 한국에서는 인벤, 디스이즈게임, 루리웹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언론계 종사자들의 투표가 90%를 이루고 나머지 10%를 대중 투표로 하여 심사 결과를 낸다.
부문 분류는 GOTY까지 해 24개 부문을 나누고 있다. 장르 부문은 액션 및 어드벤처 / 격투 / 롤플레잉 / 스포츠 및 레이싱 / 가족 등으로 나뉘며, 시장 부문도 모바일 / 멀티플레이 / 인디 / 인디 데뷔 / 커뮤니티 스포츠 등으로 나누었다. 특색으로는 완성품 개념보다는 패치를 통한 업데이트 개념이 짙어진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것인지 운영(Ongoing) 부문이 있다는 점과, e스포츠 관련 부문들이 있다는 점이 있다.
3)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 비교표 2. 비평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아무래도 논의라는 것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는 영역의 사람들이 만드는 어워드이고 표본이 2개라 그런지 GOTY가 9번이나 겹친다. 반대로 말 많은 사람들이 선정하고 있는데 9번이나 겹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만 TGA가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 1년차이던 2003년의 ‘매든 NFL 2004’는 약간 갸우뚱하다. 그리고 비교 대상을 늘여서 창작자 중심 어워드들과 함께 보면 어떤 특징점이 보인다.
비교표 3. 통합 비교
예를 들어 2004년은 ‘하프라이프 2’의 해였지만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 시절의 TGA는 ‘GTA 산 안드레아스’를 올렸다. 반면 2009년은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이, 2010년은 ‘레드 데드 리뎀션’과 ‘매스 이펙트 2’가 지배했다고 서술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면 모두가 ‘라스트 오브 어스’를 GOTY로 꼽던 2013년의 개편 후의 스파이크 비디오게임 어워드는 홀로 ‘GTA 5’에 반해 있다. 어쩌면 이래서 폐지된 것일까?
한편 2016년에는 모두가 ‘오버워치’에 열광하고 있는데 BAFTA 혼자만 ‘언차티드 4’를 GOTY로 올렸다. 영국 게임업계가 온라인 플레이 기반 게임을 천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또한 2019년에 미국에선 ‘제목 없는 거위 게임’과 ‘세키로’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영국의 BAFTA는 홀로 ‘아우터 와일즈’에 주목하고 있다. 같은 현상이 2022년의 ‘엘든 링’ 행렬 속의 ‘뱀파이어 서바이버’로 다시 나타난다. 영국의 특이성이 보인다. 이렇게 읽다 보면 2018년의 ‘갓 오브 워’와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가 이뤄낸 영미-창작비평-통일은 빛나는 업적이다.
3. 수용자 중심 어워드
1) GJA
시상 시기 : 11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는 심사 방법은 자칫하면 위험하다. TGA의 경우는 10%로만 계산하지만 2022년에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인기상 성격이어서 대중 투표 100%로 결정되는 ‘플레이어의 목소리’ 부문에서 매크로에 의한 투표 조작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에 따라 대중 투표는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고, 조작과 오염 시도도 다양하게 생긴다. 어지간한 온라인 투표 인증은 국가 기관 급의 보안이 아닌 바에야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이 대부분 있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게임 어워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어워드는 일반 투표 어워드인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 GJA다. 그래서 이 어워드의 별명은 피플스 게이밍 어워드이기도 하다. 2014년에 9백만 표를 넘었다고 하니 전체 집단의 규모가 커서 어뷰징 위험도 크지 않아, 안전성과 신뢰도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GJA는 영국의 게임 잡지 ‘Computer and Video Games’가 1983년부터 시작한 어워드다. 99년부터 PC와 인터넷 보급이 늘어나 홈페이지에서의 웹 투표로 바뀌었고, 2006년부터는 웹 생중계도 시작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실물 잡지에서 웹 매거진으로 전환했음에도 잡지의 수익 모델은 나아지지 않았고, 2015년 결국 폐간되면서 보존된 데이터와 어워드의 권한은 후발 매체인 GamesRadar로 이전되었다. 다만 2001년 이전의 시상 기록 중 일부는 소실되었다.
시상 부문은 현재 23개다. 스토리텔링 / 비주얼 디자인 / 오디오와 같은 기술 부문이 있고, 특이한 점으로는 장르 부문이 아예 없다. 또한 시장 부문은 플랫폼, 즉 PC / PS / XBOX / 닌텐도로 나누었다. 같은 나라의 BAFTA처럼 성우 주연상 / 조연상도 있는데, 또 하나의 특이점은 게임 트레일러 / 게임 커뮤니티 / 기대작 / 스튜디오와 같은 다소 번외인 부문도 존재한다. 그리고 대중 인기 투표의 성격을 가진 어워드여서인지, TGA에 있는 대중 인기상 성격의 부문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트리머 선택상 / 평론가 선택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TGA의 인기상인 ‘플레이어의 목소리’와 유사하게, 당해 발매작이 아닌 게임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플랫폼별 발매 시기가 달라서 뒤늦게 인기 몰이를 하는 경우, 혹은 팬덤이 매우 강성해 조직 투표에 나선 경우다. 이런 경우가 GOTY에서도 드물게 발생했다. 갑자기 신뢰도가 좀 떨어져 보인다.
2) 수용자 중심 어워드의 비교
비교표 4. 통합 비교
상기한 이유로 이월(?)된 일부 경우가 보이고, 그 외에는 확실하게 다른 어워드와 방향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2004년의 강자가 ‘하프 라이프 2’지만 GJA의 투표는 ‘둠 3’를 선정했다. 2009년 또한 ‘언차티드 2’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으로 양분되었으나 GJA는 당당하게 ‘폴아웃 3’를 선출했다. 같은 상황은 2016년의 ‘다크 소울 3’에서도 발생했고, 2018년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은 ‘갓 오브 워’로 통합하는 분위기에서 용감하게 내지른 소수의견이다.
반면 2010년의 ‘매스 이펙트 2’, 2015년의 ‘위쳐 3’, 2017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 2022년의 ‘엘든 링’의 경우엔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다. 특히 2023년의 ‘발더스 게이트 3’는 GJA까지 통합한 통일대업을 이루었다. 다른 어워드의 대세와 부합하는 결과가 고작 4건이니 GJA의 독자적 특이성이 읽힌다. 이 원인은 BAFTA의 독자성과 연결해서 영국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고, 대중 투표 어워드의 특이성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여기서 답을 낼 수는 없다. 다만 투표 어뷰징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대중 수용자의 인기는 제작자와 비평자라는 훈련된 인력들의 감탄사와는 약간 다른 위치에 있다는 해석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번외.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 시기 : 11월
KGA로 줄여 부를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는 게임대상이라고 지칭하는 이 어워드는 국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다. 따라서 상술한 대부분의 어워드와 성격이 다르고, 그나마 가까운 것이 BAFTA이다. 하지만 BAFTA는 정부의 산하 기관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 조직의 일부다. 따라서 국가의 입장이라는, 업계 3영역에 속하지 않는 별도의 렌즈가 개입한다.
그 개입의 결과는 한국 기업이 만든 게임만 대상으로 하는 점 외에도, 심사 주체의 구성에서 드러난다. 일단 문체부의 용역을 받아 어워드를 주관하는 주체는 한국게임산업협회다. 문체부와 협회는 심사를 위한 심사위원회를 꾸린다. 본상(本賞)에 해당하는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은 심사위원회의 심사 60%에 전문가 투표 20%와 대국민 투표 20%를 합해 선정된다. 기술창작 부문은 심사위원회 70%와 전문가 30%다. 우수개발자 부문은 전문가 100%, 인기게임 부문은 대국민 투표 80%와 전문가 투표 20%로 결정된다.
우수개발자와 인기게임을 제외한 주요 부문에서 심사위원회의 권한이 막강하다. 심사위원회의 구성 절차는, 우선 주관사인 게임산업협회가 2~3배수를 추천하고 주최인 문체부가 확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게임산업협회가 주는 상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비판은 바로 금년인 2024년의 29회의 대상 선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제기되었다.
2024년 한국 게임업계의 최고 화제작은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였다. 상당한 성과를 보였기에 게임대상에서도 기술창작 부문의 상 네 개와 인기게임상을 휩쓸고 제작자 김형태는 우수개발자상을 수상했다. 이 정도였으나 대상이 아닌 최우수상에 머물렀고, 대신 대상은 다른 부문을 하나도 수상하지 못한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받았다. 한국에서 아직 개척 시작 단계인 콘솔 게임 시장에서 비평/매출 양쪽의 성과를 얻어낸 게임이 아닌, 랜덤 뽑기를 주요 요소로 하는 게임이 대상을 받았다는 점은 여론이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협회의 입김이 직접적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심사 기준에 이미 들어있을 수도 있다. 본상 선정의 60%인 심사위원회 심사, 그 기준에는 대중성이라는 항목으로 매출 및 접속자 수가 30%로 들어가 있다. 환산해 보면 전체 심사 기준의 18%에 해당한다. 그래서인지 역대 수상작 중에는 소위 ‘게임성’보다 매출이 높은 게임이 눈에 많이 띈다. 사실상 거의 전부다.
역대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 수상작 목록
어쩌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애초에 주관사가 게임‘산업’협회라는 점에서 확고한 방향성이 이미 제시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로서의 게임보다는 산업으로서의 게임에 더 방점을 두는 한국의 정책 방향성 말이다. 그렇다면 산업의 발전 방향을 정부가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상의 향방은 달라질 수 있다. 독재정부 냄새가 살짝 나는 발상이긴 한데, 게임대상의 성격은 처음부터 정부 주도 어워드였으니 그러려니 해야 할까?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이 산업을 구성하는 세 주체인 창작자-비평자-수용자의 여론에 가장 큰 권력 지분을 두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다. 셋 모두에 동등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직 어느 어워드도 이뤄내지 못했고 아마도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대신 게임대상은 국가가 구성하는 심사위원회에게 그 권력의 과반 이상을 부여했다. 이것을, 시상의 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