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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사랑을 담아 내기 - <That Dragon, 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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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4. 2. 10.

※ 본 글은 <That Dragon, Cancer>의 주요한 게임의 줄거리 및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That Dragon, Cancer>, 사랑을 담은 게임


<That Dragon, Cancer>(이하 <댓 드래곤 캔서>)2016Numinous Games의 소규모 팀에 의하여 개발된 자서전 형태의 게임이다. 라이언 그린(Ryan Green)과 에이미 그린(Amy Green)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였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셋째 아이인 조엘(Joel)이 암을 투병해 나가는 모습을 게임으로 담아내었다. 게임의 제목인 댓 드래곤 캔서(cancer)’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른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기 위하여 고안된 상징적 장치로, 조엘이 겪고 있는 암을 무찔러야 할 드래곤그리고 투병 중인 조엘을 용사로 묘사한다(Green, 2017).


그림1, 2. 용사 조엘과 드래곤(Numinous Games)

그린 부부의 셋째 아들인 조엘은 생후 1년 만에 뇌암을 진단받았다. 당시 의사들은 아이의 수명이 4개월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지만, 조엘은 치료를 통해 3년을 더 살았고 4살이 되던 해에 숨을 거두었다. 추가적으로 얻게 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린 부부는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며 이러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하여 <댓 드래곤 캔서>를 제작했다(Aki, 2016).

그림3, 4. 라이언과 그의 아들 조엘(Robertson, 2016; Numinous Games)

게임은 간단한 포인트 앤 클릭 방식으로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며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그린 부부의 시점에서 매 순간을 조엘과 함께하게 되는데, 이로서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와 그를 돌보는 부모의 경험에 참여하게 된다. 게임을 구성하는 14개의 작은 챕터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보다는 특정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각 챕터들을 통해 플레이어는 투병 중인 아이와 함께하며 얻게 되는 기쁨과, 불안, 사랑과, 의심, 절망 등의 복합적인 감정들을 경험한다.  



‘게임’으로 ‘사랑’을 담아내기


조엘과 함께한 시간을 심리적으로 기록한 <댓 드래곤 캔서>는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담아낸 게임이다. 그린 부부가 실제로 느꼈던 조엘에 대한 당시의 사랑을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인 셈이다. 한편,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이야기를 다루는 모든 미디어에서 가장 흔한 주제 중 하나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절절한 사랑을 다루는 글이나 영화는 특히나 넘쳐 난다. 그럼에도 개발자들은 게임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담아 내길 선택했다. 그렇다면, <댓 드래곤 캔서>는 왜 하필 게임이었을까? 제작자인 그린 부부가 자신들을 사랑을 기록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왜 영화나 소설이 아니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2016SDF1)에서 진행된 라이언 그린의 짧은 강연으로부터 엿볼 수 있다.2) 해당 강연에서 라이언은 제작 중 겪은 어려움을 바탕으로,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그것이 어떻게 사랑을 담는 매체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게임은 재미를 위한 매체라는 풍조 속에서 <댓 드래곤 캔서>는 환영 받을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시한부 아이의 투병기는 이용자들이 쉽게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어둡고 무거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괴리는 투자금 확보에 있어 큰 장애가 되었는데, 제작자들은 왜 이 새로운 주제가 게임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계속해서 증명해야만 했다.3)


여기서 라이언 그린은 게임이라는 미디어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이야기 하며 <댓 드래곤 캔서>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먼저, 게임에 대한 그의 정의는 다소 광범위하다. 라이언에 따르면, 게임은 인터렉티브 미디어로 수용자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독특한 매체이다. , 어떠한 행동(action)을 취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게임 제작자들은 특정한 행위성을 만들어 내고, 수용자는 게임을 플레이하게 됨으로써 제작자가 정한 특정한 행위를 수행하게 된다.4) 한편, 대부분의 게임들이 따르는 행위성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들은 특정한 미션을 제시하고, 플레이어의 행위에 대한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리고, ‘성과라는 기준으로 플레이어의 행위를 판단하는 위와 같은 게임들은 너무나도 신자유주의적이다. 수많은 게임들이 장애물을 극복했는지 하지 않았는지를 중요한 행위의 척도로 설계되지만, 이는 성취 지향적이고 자기책임 논리에 복속되어 있는 미디어의 한 형태일 뿐이다.


결국 인터렉티브 미디어는 어떤 행위성에 대한 설계이며, 그 행위성은 사회의 특정 가치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이 담아낼 수 있는 행위성 역시 다양할 것이다. 게임은 누군가를 이기는 것이 될 수 있고,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될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베풀고 그를 사랑하는 것 역시 될 수 있다. , 게임이라는 매체가 담을 수 있는 행위는 무궁무진하다는 말이다. 여기서, 라이언 그린은 인터렉티브 미디어가 포용적이기 위해서는 미디어가 제시하는 행위가 사회 공동체적 가치와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공이나 성취를 위한 행위 보다는 사랑과 배려, 관용을 베푸는 게임, 즉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게임을 설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댓 드래곤 캔서>는 정확히 이러한 주장과 맞닿아 있다.


그림5. 풍선을 타고 다른 행성으로 떠나가는 조엘(Numinous Games)

<댓 드래곤 캔서>는 본질적으로 성취가 불가능한 게임이다. 약 두 시간 남짓의 플레이 타임 동안 플레이어는 다양한 활동들을 하지만, 그 어떤 행동도 조엘의 병을 이겨내게 할 수 없다.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암으로 인한 조엘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결말로 나아갈 뿐이다. 실제로, 플레이 과정 중 이용자들이 하는 모든 액션은 성공이나 실패로 나누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댓 드래곤 캔서>에서 유저들은 아이와 놀아주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편지를 읽는다. 모두는 실패가 불가능한 활동들이다. 이는 미니게임에서 역시 마찬가지인데, 카트 라이딩에는 제한 시간이 없으며, 드래곤을 무찌르고자 나아가는 용사 조엘은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 나아가며 미션을 완수한다. 행위에 대한 적절성 보다는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댓 드래곤 캔서>성취가 아닌 사랑을 위해 디자인 된 게임이다. 한 방의 역전이나 선택에 따른 긴장은 없지만, 플레이어들은 불치병에 걸린 아이와 함께 산다라는 상황 안에서 벌어지는 행위들을 수행하며 전혀 다른 상황 안에 있는 사람들에 공감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접근은 게임이란 매체 자체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에 기여하였는데, 제작자들은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반드시 얻어 내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혁신성(Most Innovative)’ 분야의 상을 수상하였다.


그림6,7. 미니게임 장면들(Numinous Games)

여기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자. <댓 드래곤 캔서>게임으로 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댓 드래곤 캔서>는 게임으로 제작되었지만, 당시의 조류에 있어서 일반적인 형식을 취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그것은 왜 반드시 게임이여야 했을까? 이는 제작자들이 담아내고자 한 것이 아가페(Ageape)적 사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헌신적인 거룩한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는 대상에 무조건적으로 베풂으로써만 실천된다. 시한부 아이를 돌보는 일은 아이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애정을 베푸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게임은 아가페적 사랑이 가능한 유일한 매체이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교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이기 때문이다.5) 이처럼, <댓 드래곤 캔서>는 사랑의 매체로서 게임을 보여준다. 게임은 무언가를 얻어내는 것이 될 수도 있지만 그냥 주는 것 역시 될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은 순간적인 감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행동을 통해 표현하는 적극적인 행위이기에, 행위성을 통해 보여지고 게임을 통해 담아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라이언 그린 (2016, 5, 20). 친밀함을 위한 게임 디자인 : 댓 드래곤, 캔서 [That Dragon, Cancer]. <SDF>. URL: https://www.sdf.or.kr/archive/2016/ko/video/10000000347
Aki, A. (2016, 1, 22). ‘That Dragon, Cancer’: Q&A With Developer Ryan Green. Voice of America. URL: https://blogs.voanews.com/techtonics/2016/01/22/that-dragon-cancer-qa-with-developer-ryan-green/
Eilon, S. (2018, 7, 21). That Dragon, Cancer. IEEE: Technology and Society. URL: https://technologyandsociety.org/that-dragon-cancer/
Green, A. (2017). A video game to cope with grief. TED. URL: https://youtube.com/watch?v=vWJwa7lntTs
Tanz, J. (2016, 1). Playing for Time. WIRED. URL: https://www.wired.com/2016/01/that-dragon-cancer/
Robertson, A. (2016, 2, 12). That Dragon, Cancer: the video game that takes death seriously. The Guardian. URL: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6/feb/12/that-dragon-cancer-video-game
Stafford, P. (2015, 4, 16). A GAME ABOUT CANCER, ONE YEAR LATER. Polygon.  URL: https://www.polygon.com/features/2015/4/16/8374481/that-dragon-cancer

1) SDF(SBS D포럼)는 SBS가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실시해온 지식나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2) 강연에 대한 전체 내용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sdf.or.kr/archive/2016/ko/video/10000000347
3) <댓 드래곤 캔서>의 투자금 유치에 있어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예술로서의 게임’ 논쟁으로 유명한 캘리 산티아고(Kellee Santiago)이다. 그녀는 <댓 드래곤 캔서>가 가지는 가능성에 주목하여 투자금 유치에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어주었다(Stafford, 2015). 이후 개발자들은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Kickstarter를 통해 약 3,700명의 후원자로부터 100,000달러 이상을 모금 받아 게임을 제작하였다. 때문에 게임 내부에는 클라우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진 및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4) 이는 게임을 행위성의 매체로 본 티 응우옌(Nguyen, C. Thi)의 주장과도 닿아 있다.
5) 실제로, 제작자들은 조엘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 보다는 그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방점을 맞추었다. 조엘을 그대로 남기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세세한 묘사에 효과적인 영화나 수필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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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연구자)

함께하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게임의 관계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으로 다함께 즐거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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