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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는 왜 ‘똥3’, ‘수면제’가 되었는가?

05

GG Vol. 

22. 4. 10.

 이 글은 〈게임과 공포 서사를 통해 살펴본 언어화와 공포의 비대칭적 상관관계에 대한 비교연구: 〈디아블로3〉, 현대 괴담, 고전 원귀서사를 중심으로〉(비교문학 86, 2022.2.)라는 표제로 공개된 논문을 웹진 형식에 맞추어 적절하게 개고한 글이다. 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815374


‘갓겜’의 전락


누구든 이 글의 제목이 표시하고 있는 의문에 현혹되어 본문을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그의 추억 속에서 디아블로가 스타크래프트와 마찬가지로 ‘민속놀이’에 준하는 반열에 올려져 있음직하다.1) 특정 게임을 민속놀이에 비유하는 표현은, 물론 오래도록 익숙해진 대상에 대한 게이머들의 애정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어느 로맨스도 항상 분홍빛으로만 채색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 애정은 옅어지고 힐난과 혐오의 감정이 찾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마다 변하게 된 것은 ‘나’와 대상이거나 양자가 달라지면서 마땅히 뒤따른 관계의 양상이지 ‘사랑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 대명사가 된 ‘똥3’. Google을 이용하여 ‘똥3’를 표제어로 삼아 검색해보면 무려 3천만 건 이상의 〈디아블로3〉에 관한 페이지가 결과로 주어진다(2022년 3월 현재 기준). 여기서 검토 가능한 정보들 대다수가 ‘똥3’을 곧 〈디아블로3〉의 대명사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확인된다.

이 글이 일단 주목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변이의 순간이다. 2012년, 〈디아블로3〉가 발매되었다. 시리즈의 전작과 신작 사이에 놓인 십여 년의 격차는 팬들의 기대를 더욱 부풀렸다. 출시 직후부터 〈디아블로3〉는 블리자드 사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도 유례없이 많은 판매고를 기록했으며,2) 그만큼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유저들 의 평가는 기존과 사뭇 달랐다. 일각에서는 “〈디아블로3〉를 하면 할수록 졸음이 쏟아진다”라고 호소했으며, 캐릭터가 죽었는데도 이미 유저는 태연히 잠든 사진들이 ‘유머 짤’로 퍼지기 시작했다. 한 웹진에서는 〈디아블로3〉를 비롯해 이른바 ‘수면제’라 불리는 게임들의 숙면 유도 효과를 검증하는 내용으로 아예 기사 한 꼭지를 채웠다.3) 그 어떤 저예산의 아마추어 게임일지라도 지루함을 분명히 몰아내기만 한다면 이 점 하나만으로 그 게임은 자기의 탁월성을 증명한다. 기본 조건을 〈디아블로3〉가 어겼다고 여기는 일부 유저들은 게임 타이틀을 아예 ‘똥3’이라고 바꾸어 부르기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은 〈디아블로3〉가 잠을 부른다는 평에 대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감하였음을 방증하면서도, 일종의 전락이라 이르기 충분한 낙폭을 또한 보여주고 있다. 상당한 기대감을 아우르면서 출시 직후까지 ‘갓겜’으로 불리던 상황이 어느새 ‘수면제’, ‘똥3’이라는 조롱 성격이 가득한 밈의 유행으로 대체된 것이다.


* 죽었습니다.4) 위 이미지들은 PC방에서 〈디아블로3〉 플레이 중에 잠들어버린 유저와 플레이 화면을 지켜보던 중에 잠들어 버린 고양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중 캐릭터의 사망 상태를 알리는 문장은 게임 자체에 대한 은유로도 쓰인다.


공포의 공백: 무섭지 않다


〈디아블로3〉는 왜 ‘똥’이 되었는가? 지루함과 잠은 결과이지 원인일 수 없다. 사람들은 몇 가지 요인들을 꼽아보기도 한다. 시스템적으로 전보다 단순해진 레벨링, 한정된 배경의 던전을 계속 전전하는 파밍, 이 과정의 반복이 지나친 나머지 화면 연출이 암만 화려하고 맵이 아무리 임의로 생성되더라도 그것들을 단조롭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유저의 인지 상태 등이 그것이다. 반복 속에서 차이가 희소해질수록 지루함이 찾아드는 법이다. 그러나 반복은 전작들에도 포함되어 있던 요소였고 더욱이 반복으로 인해 결국 잠들고 말았다는 평은 전작들에 대해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주의해서 기억하도록 하자.


물론 예의 레벨링 및 파밍에서 일어난 어느 변화가 신작의 흥미를 한껏 줄여버린 원인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들만 고려할 때 쉽게 놓치고 마는 부분이 있다. 애초에 이 시리즈가 공포 요소를 상당히 강조하는 게임이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따라서 〈디아블로3〉가 전작에 비해 더 이상 플레이 중에 공포가 체험되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전히 있는 것들이 현재에는 달리 작동해서 가져온 결과에 대해 논하는 것보다, 있었던 것의 부재가 지금 가져온 결과에 대해 먼저 살피는 것이 사태의 중층성을 파헤치는 초석일 수 있다.


요컨대 1996년 마지막 날에 발매된 〈디아블로〉는 던전크롤링과 핵앤슬래시의 구현에 충실했다. 가공할 만한 몬스터, 과장된 유혈, 잔혹하게 도살된 인간들의 형상이 탐험 공간 곳곳에 비치되어 있어서 공포와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기에도 알맞았다. 이를테면 특유의 외침과 함께 등장하는 부쳐(butcher)와의 첫 맞대결에서 압살당한 경험은 여전히 유저들 사이에서 소름 끼치게 충격적이었다고 회자될 정도다. 2000년에 발표된 〈디아블로2〉는 여전히 신비를 잃지 않은 초월자들의 등장과 암흑에 가까운 공간 연출 등으로 유저의 긴장을 적절히 고조시키고 공포감을 부풀리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다. 문제는 3편에서 이런 장점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는 것이다. 무엇이 과연 공포를 몰아냈을까? 이 자리에서는 다소 생경하게 들릴 수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바로 ‘언어화’다.


* 부쳐(도살자)와 그의 소굴(〈디아블로 1〉). 훼손된 시체가 즐비한 방에 들어서자마자 ‘ah, fresh meat!’라고 외치며 달려드는 막강한 적에 압도되어버렸던 그 순간을 유저들은 절대 잊지 않는다. 이미지출처: Steve Burke, “Most Memorable Moments of the Diablo Franchise.” Gamers Nexus, 2012.5.14. www.gamersnexus.net/gg/844-most-memorable-diablo-moments


공백의 공포: 호러 바쿠이 


디아블로 시리즈가 후속편을 이어가면서 나타낸 변화의 방향은 어느 정도 일관성을 띤다. 바로 온갖 언설과 언어적 존재들이 서사의 빈자리에 들어서며 늘어난다는 점에서 그렇다.


1편은 ‘최하층에 다다라 거대한 악을 물리친다’라는 단순한 목적을 곧 서사의 골자로 삼았으며 게임 체험의 거개를 전투로 채웠다. 유저가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 등의 정보가 NPC들에 의해 거의 최소한으로 주어지고, 악마의 출처나 살육의 목적도 모두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그리고 디아블로라는, 게임 타이틀이 가리키는 악마 자신이며 최대 숙적인 그는 마지막에 쓰러질 때까지 그 이름을 제외하고서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정도로 비언어적이다. 1편에 비하여 2편은 세계관을 확대하고 세부적인 요소까지 규정했다. 선택 가능한 영웅 캐릭터들이 추가되었고 다변화된 지역을 배경으로 디아블로를 비롯해 그 형제들이 등장한다. 악마는 사실 오래전부터 천사와 대립하여 싸우고 있었으며, 더 강한 무력을 얻어 이 같은 쟁투에서 승리를 취하고자 인간 세계에 혼란을 몰고 왔다는 전사(前史)도 제시되었다. 이렇게 더 많은 사건과 내화(內話)를 배치하여 서사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면서도 다른 초월자의 존재, 세계의 기원 등 해명되지 않은 것들을 여럿 남겨놓음으로써 다음 편을 기대하도록 안배하기도 했다. 


3편에서는 이야기의 구체성을 더하고 볼륨을 키우는 이러한 경향성이 굳어진다. 더 많은 캐릭터와 지역, 더 장구한 역사와 아티팩트, 다원화된 세계들 간의 더 깊은 갈등, 더 교묘한 음모, 더 복잡한 사연들이 새롭게 엮이고 관계를 형성한다. 작중 인물의 발화와 대화는 물론, 책자나 일지로 가장된 독백뿐만 아니라 시네마틱 영상, 내레이션을 통해, 이 이야기-언어는 인물 표현과 서사 부분에서 풍부함과 상세함을 더한다. 작중 해설가나 다를 바 없던 역을 담당한 캐릭터 케인이 죽음으로 퇴장한 이후에도 설명과 다변의 과잉상태는 달라지지 않는다. 살육과 폭력을 과묵하게 자행하던 악마도, 그런 악마를 저지하기 위해 분주하던 천사도, 모두가 자기에 대해 말을 (그것도 많이!) 하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한다. 그리하여 디아블로 세계관이 낱낱이 해명된다. 


그런데 이렇게 추가된 언설들이 아무리 다양해지고 서로 교차하더라도 그것들 사이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설명이 없던 부분에는 이야기를, 말이 없던 존재에게는 육성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이전 작들이 남겨놓은 서사상의 공백을 모두 메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적인 두려움을 제작진들이 해소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이다. 블리자드 사의 이 같은 행위 양상을 가리킬 수 있는 오랜 표현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호러 바쿠이’이다. 이 관용구는 언필칭 그대로 ‘공백(Vacui)에 대한 공포(Horror)’를 의미하며, 어떤 여백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모든 자리를 패턴으로 채우려고 하는 특정 시기의 예술 양식이나 기법을 지시하기도 한다. 문제는 빈자리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채움의 강박이 과도한 언어화를 낳았으며 정작 게임이 전달할 수 있는 공포 정서를 축출해버렸다는 데 있다. 어째서 그러한가? 우선 이러한 현상이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며 여러 영역에서도 일반적으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을 일러두기로 한다.


* 호러 바쿠이 혹은 채움의 강박.  Jean Duvet, 〈The Fall of Babylon〉 이미지 출처: Mads Soegaard, “Horror Vacui: The Fear of Emptiness.” Interaction Design Foundation, 2020.9. interaction-design.org/literature/article/horror-vacui-the-fear-of-emptiness. 16세기에 활동한 뒤베의 판화는 도상의 모든 면을 특별하게 의도한 알레고리로서 의미를 갖추도록 만들고 있다.


언어화는 공포를 잠식한다


“공포는 총성(bang)이 아니라 그것의 예측(anticipation)에서만 일어난다”라고 진술한 것은 히치콕이었다. 공포의 감정은, 감각과 언어로서 인지되는 사태의 바깥에 인간의 상상력이 미쳤을 때라야 어떤 예기(豫期)와 함께 발생한다는 점에서 그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그 어떤 규정성과 동질성 너머에 놓인 상상의 공간, 이 빈자리야말로 공포가 당당하게 차지하게 되는 자신만의 영토다. 이는 공포가 공백에서 발생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언어는 근본적으로 의미의 담지체로서 규정성을 발생시킨다. 어떤 사태를 포착한 단 한 장의 사진에 인과관계가 담긴 이야기를 덧붙이자 그것이 사태의 의미로 대체돼 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경험한다. 또한 언어는 인간의 인식, 사고, 정서, 행동 등에 담긴 질서를 근본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어떤 존재가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적 존재로 재현된다는 것은 그 존재가 이미 인간적 질서를 공유하고 그것에 동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언어화는 규정성을 부여하거나 이질적 거리를 단축함으로써(즉 동질성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빈자리를 채운다.


이러한 사실들은 〈디아블로3〉의 과잉된 언어화가 이미 잘 드러내주고 있기도 하다. 세계관, 전사(前史), 배경에 대한 다변들은 결국 게임 내 세계, 악마와 괴물, 천사에게서도 신비함을 탈각한다. 그들이 미지의 존재가 아니게 됨으로써 그들은 공포의 영역에서도 추방을 당한다.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구석을 찾아볼 수 없게 된 대상은 신비하고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성가시거나 혹은 친근한 존재가 될 뿐이다. 경외와 두려움은 동근원적이다. 그리고 미지의 존재와 세계는 그 정체가 밝혀짐과 동시에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를 멈추고 우리에게 친숙해지고 만다.


그래서 떨어졌습니다. 내 의지로.” (〈디아블로3〉). 대천사 티리엘은 스스로 날개를 찢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 하강은 초월적이고 비의적 존재에서 인간적이고 탈신비화된 존재로의 변신이기도 하다.

미지의 대상이 설명됨으로써 정체가 폭로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언어적 존재로 변하여 묘사될 때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이어진다. 악마와 천사들은 〈디아블로3〉에 이르러 무척이나 수다스러운 존재로 나타났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꺼리는지, 무엇을 의심하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에 대해 그들은 말한다. 이와 동시에 악마와 천사는 공포를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라 공포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게다가 악마들이 두려워하는 대상은 그 악마를 격퇴시키기 위해 진격하고 있는 유저 자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가 공포를 느끼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우리는 공포에 떨고 있는 다른 누군가를, 심지어 우리 자신이 유발하는 공포에 의해 떨고 있는 그를,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민속놀이’의 부흥을 기대하며


지루함이나 잠은 공포와 대척점에 서 있다. 어떤 것이 충분히 음산하고 무섭다면, 그것은 우리를 잠으로 이끌지 않을 것이다. 공포를 다루는 많은 매체들이 ‘잠 못 드는 밤’을 강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른 요인들도 물론 고려해야 할 테지만 ‘수면제’나 ‘똥3’이라는 밈에는 〈디아블로3〉의 과도한 언어화로 인해 공포를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 반영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포는 공백과 짝을 이루어 실현되며, 언어화는 공백을 메움으로써 공포를 비워버린다. 이처럼 단순한 진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수많은 괴담이나 호러 영화를 두고 의식적으로 연결하여 공통된 특성을 골라내 보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해원(解冤)을 모티프로 삼은 고전적인 귀신이야기는 어떠한가? 사람을 사로잡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악귀는 그저 공포의 대상일 수 있지만, 그 악귀가 어떤 원한에 사로잡혀 있는지 스스로 호소하며 탄원하는 순간 우리의 두려움은 줄어들고 급기야 달아나버리기까지 한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나폴리탄 괴담류’들은 어떠한가? 그중 성공적인 것들은 이야기-언어로 공포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인지상의 공백을 만드는 기교를 구사한다. 즉 규정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그것을 벗어난 상대적인 빈틈을 절묘하게 주조하면서, 그 빈틈에 어떤 경악할만한 것이 있을지 우리가 예감하도록 하여 심리를 불안하게 자극하다가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 한가운데로 우리를 포획하고 마는 것이다.


공포 구현에 있어 놀라움과 즐거움을 선사했던 여타의 매체나 작품들이 후속편에 이르러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된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둠〉은 호러 요소로 과거 큰 인기를 끌었고 세기를 넘어서도 리부트를 비롯하여 새로운 후속편들을 다수 이어갔다. 그러면서 서사의 연장ㆍ삽입, 세계관ㆍ인물ㆍ사물에 관한 설정과 관계망의 추가를 피할 수 없게 되었는데 공포가 발원하는 자리인 공백을 그러한 설명과 규정성의 과잉이 잠식해버린 결과에 대해 이 자리에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편 지난 여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공개는 오랜 향수와 함께 신선한 열기를 불러왔다. 〈디아블로3〉가 출시된 지도 벌써 십수 년이 지난 상황에서 시리즈 후속작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제작진이 네 번째 작품을 더욱 어둡고 사실적으로 표현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5) 이것이 인상적인 까닭은 3편에서 공포의 부재를 가져온 그들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고 앞으로는 더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작품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디아블로4〉가 그들의 계획대로 ‘갓겜’의 진면목을 이어가는 데 성공하려면 언어적 미니멀리즘은 불가결하다.




1) 특정 게임을 민속놀이로 일컫는 용례 가운데 하나는 다음 기사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삼대가 즐기는 한국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 《게임톡》, 2019.1.29. 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0637; 리마스터 판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2021년 여름 공개된 후 일대 선풍이 한동안 일어 디아블로 역시 민속놀이에 비유하는 움직임도 없지 않았으나 대세를 이루지는 못했다.
2) 〈디아블로3〉는 출시 첫날 350만 장, 1주일 후 630만 장 판매량을 보였다. 발매가 이뤄진 2012년 한 해 동안의 글로벌 판매량은 약 1,200만 장으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계측이 이뤄진 2013년 당시 기준으로만 보아도 전작 〈디아블로〉와 〈디아블로2〉를 합친 것을 압도한 수치였으며, 〈스타크래프트〉의 기록마저 넘어선 것이라고 한다. 〈'디아블로3' 1200만 장 판매, 확장팩 발표 없었다〉, 《머니투데이》, 2013.2.8. news.mt.co.kr/mtview.php?no=2013020814008169621
3) 〈한 판만 해도 꿀잠…최고의 수면제 게임은?〉, 《데일리게임》, 2016.11.2. game.dailyesports.com/view.php?ud=2016110117545981392_26
4)  이미지들의 출처는 다음과 같은 웹페이지들이며, 오래전부터 이들 밈이 광범하게 유포되었기에 원출처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부작용 없는 완벽한 수면제〉(유머 게시판 사용자 콘텐츠), 《루리웹》, 2018.10.04. 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744/read/39367858, 〈죽었습니다〉(유머 게시판 사용자 콘텐츠); 《이토랜드》, 2019.9.12. etoland.co.kr/bbs/board.php?bo_table=etohumor02&wr_id=650119&mobile=1 
5) Andy Chalk, “Blizzard is trying to make Diablo 4 characters look cool while keeping them ‘grounded in reality’.” PCGAMER, 2021.7.1. pcgamer.com/blizzard-is-trying-to-make-diablo-4-characters-look-cool-while-keeping-them-grounded-in-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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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한국어문학을 전공으로 삼아 주로 근대 비평과 문화사를 공부했으며 식민지 시기 및 해방기의 학술과 관련한 지성사 연구를 이어왔다. ‘게임보이’로서 지냈으나 게임을 잘/많이 하지/알지 못했음을 뒤늦게 안 게이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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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연구자)

철학연구자로서의 정체성과 게임애호가 및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강의, 강연, 연구, 저술, 번역 활동에 임해왔으며, 현재는 인하대 등에서 학생들과 사유를 공유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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