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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컨트롤러 : 가상현실 게임 속의 컨트롤러의 특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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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4. 10.

* 그림 1. 실제 손과 컨트롤러(좌)와 가상 현실 내에서 사라진 컨트롤러(우). 이미지 출처 : https://uploadvr.com/importance-believable-vr-hands-presence/

가상 현실 게임에서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용하는 컨트롤러는 게임 내에서 보이지 않는다 (그림1). 예를 들어, 스팀(Steam)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가상현실 게임인 〈하프라이프: 알릭스 (Half Life: Alyx)〉나 PSVR2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Horizon Call of the Mountain)〉을 비롯한 다양한 슈팅 및 액션 게임에서도 대부분 손을 보여주는 방식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최대한 실재감(sense of presence)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가상현실 컨트롤러가 어떻게 생겼길래 가상현실 속에서 볼 수 없을까? 그림 2를 살펴보면, VR 컨트롤러는 기본적으로 콘솔용 게임 컨트롤러를 반으로 나눈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각 컨트롤러의 옆면에는 검지로 누르는 트리거 버튼과 주먹을 쥐면 자연스럽게 눌리는 그립 버튼이 있다. 또한, 컨트롤러의 윗면에는 엄지로 조작할 수 있는 두 개의 버튼과 조그 스틱이 있고, 시스템 메뉴를 호출하는 버튼도 있다. 모든 상황에서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무채색 VR 컨트롤러를 들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장르를 불문하고 가상현실 속의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에 걸림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컨트롤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 그림 2. 메타 퀘스트 2의 컨트롤러, 측면(회색 부분)에 위치한 트리거 및 그립 버튼과, 상단(검은 부분)에 위치한 조그 스틱, 두 개의 버튼, 시스템 버튼이 보인다.

 

* 〈하프 라이프 알릭스〉에서 보이는 손. 이미지 출처 : https://www.roadtovr.com/half-life-alyx-update-1-4-1-example-pistol-modding/

사용자의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특성 때문에 가상현실 속의 가상현실 컨트롤러를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이너들에게 필연적이었다. 컨트롤러 디자인은 기기 제작사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에게 일부 위임되었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의 외형은 게임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게 재정의될 수 있다. 대다수 디자이너들은 마치 컨트롤러를 들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상 현실 속에서 컨트롤러를 숨기고, 컨트롤러를 쥐지 않은 ‘가상 손’을 그렸다. 이것은 캐릭터의 손을 보면서 가상 환경 속의 객체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플레이어가 그 환경에 실재하고 있다고 느끼게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의 문제들


가상 손이라는 디자인 옵션은 가상현실 게임 디자인에서 전형적인 문법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실제 손과 가상 손 사이의 감각적인 불일치(discrepancy)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플레이어의 고유감각과 촉각이 느끼는 손의 모양과 가상 현실에서 그려진 손의 모양이 다른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는 일반적으로 트리거 버튼은 검지에, 그립 버튼은 중지부터 소지까지 대응되어 버튼이 눌리면 손가락이 접히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이 경우에는 실제 손과 비슷하게 가상 손이 표현되기 때문에 비교적 자연스럽게 보인다. 반면, 실제 컨트롤러의 상단의 버튼을 누르기 위해서 엄지를 움직일 때, 가상 손 엄지의 움직임은 생뚱맞고 이질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가상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무 이유 없이 접었다 폈다 하는 엄지를 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감각적 불일치는 플레이어들의 실재감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두 번째는 조작 방법 학습의 어려움이다. ‘가상 손'이 사용되는 경우에 실제 컨트롤러와 이를 조작하는 손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 친구와 함께 VR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가상 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친구에게 지금 뭐가 보이냐고 외치고, 왼쪽 컨트롤러에서 Y 버튼을 누르라고 외치고, Y 버튼은 볼록한 버튼 2개 중에 앞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본 일이 있을 것이다. 자기 손과 컨트롤러를 직접 볼 수 없는 것은 앞서 설명한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유가 된다. 가상현실 컨트롤러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많은 버튼이 있고, 각 버튼은 가상 현실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복잡한 행위들과 연결이 되어 있다. 게임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모든 버튼 맵핑을 빠르게 학습하고 이를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컨트롤러의 조작을 학습할 때는 적어도 버튼들과 이를 조작하는 손을 볼 수 있었지만, 가상 손으로 표현된 컨트롤러에서는 플레이어의 손가락이 의도한 버튼에 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의도한 버튼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 떠올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경험은 플레이어의 전반적인 퍼포먼스를 떨어뜨리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킬 수 있다.


필자는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플레이하면서 크고 작은 감각적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조작 방법의 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플레이 도중에 잠시 실제 컨트롤러 모양을 보여주며 어떤 상황에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시각적으로 안내해주었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안내는 사라지고 가상 손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로 인해서 간단한 동작을 수행하는데도 여러 버튼을 눌러 시행착오를 겪는 일이 많았고, 이는 게임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가상현실에 대한 기대와 현실


컨트롤러 대신에 가상 손을 보여주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현실에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 위함이다. 앞서 언급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손을 선택하는 이유는 시각적인 실재감을 그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재감은 가상 현실에서 항상 우선해야 할 가치일까?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한 경험이 모든 면에서 현실과 같을 필요는 없다.


VR에서는 현실과 다르지만, 성공적으로 관습화된 상호작용 방식들이 있다. 레이 포인팅의 예를 들어보자.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자 할 때, 만지거나 찌르듯이 직접 컨트롤러를 가져다 대는 대신에 컨트롤러 전면에서 나가는 레이(ray)를 이용해서 가리키고 선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터페이스 조작에서 레이를 활용한 방식은 직접 컨트롤러를 옮겨 선택하는 방식보다 더 선호된다. 현실과는 다르게 원거리에 있는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순간이동이라는 이동 방식의 예도 들 수 있다. 특정한 위치로 이동하려고 할 때, 현실과 같이 걸어서 이동하거나 연속적으로 캐릭터의 위치와 시점을 업데이트하길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제 공간은 좁고 가상 공간은 훨씬 더 넓은 경우가 많아 직접 걸어서 게임 속 공간을 모두 탐험하기는 어렵다. 부드럽게 캐릭터를 이동시키는 것도 쉽게 멀미를 일으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이동을 많이 해야 하는 게임에서는 이동할 위치를 가리키고 그 위치까지 한 번에 이동하는 순간이동 방식이 많이 채택된다. 레이 포인팅과 순간이동은 현실의 경험과는 아주 다르지만 가상 현실 속에서는 일반적이다. 우리가 현실적이라고 여기는 방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용자의 의도를 실현한다. 결과적으로 가상현실에 안에서 제시하는 내용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VR 컨트롤러는 어떻게 보여줘야 할까? 쉽게 정답을 맞힐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시각적인 실재감을 추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컨트롤러를 시각화하는 것도 가능한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기서 효율적이라는 것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을 포함한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VR 게임을 만들고 있을 게임 디자이너들이 가상 현실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컨트롤러 표현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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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학부에서 산업디자인 및 뇌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에서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시각인지연구실에 소속된 박사 과정 학생이다. 행동 및 생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경험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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