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Back

게임, 폭력, 범죄 연구의 타임라인

14

GG Vol. 

23. 10. 10.

2023년 8월 11일, 검찰은 신림동에서 거리에서 서있던 20대 남자를 흉기로 공격하여 사망하게 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에 대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마치 컴퓨터 게임을 하듯이 젊은 남성을 공격하였다”라고 설명하며, 사건의 원인을 게임중독으로 지목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논란에 대해서 각계에서 의견을 밝혔지만, 게임과 범죄 간의 연구들을 기반으로 한 의견들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이에 따라 이번 논문 세미나에서는 게임과 범죄의 관계에 대한 계량적인 연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리뷰해보고자 한다. 전반적으로 독자들이 계량연구에 익숙치 않은 것을 고려하여, 조금 평이하게 개인의 감정도 가득 담아서 리뷰를 하였으니, 이 점을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게임과 범죄의 연관성에 대한 시작: 게임과 폭력(aggression)과의 관계와 현실과의 괴리

 

게임이 범죄를 만들어낸다라는 주장은 생각보다 많이 만연해있다. 이러한 주장의 이론적 배경은 크게 두가지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첫번째는 GAM(General Aggression Model)이라고 부르는 이론이다 (Allen & Anderson, 2017). 이 이론은 Social Learning Theory (Bandura, 1977)에 근거하고 있는데, 어떤 행동을 습득하는 것은 직접적인 경험도 중요하지만 관련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론이다. 이들 학자는 이 이론을 TV, 영화나 게임과 같은 매체에 적용하여 폭력적인 콘텐츠를 계속 접하면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이론을 제시하였다.

 

두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이론은 둔감화 이론(desensitization theory)이다 (Griffiths & Shuckford, 1989). 이 이론은 반복적인 폭력적인 매체의 노출은 이용자가 폭력적인 행동 및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며, 이후 이용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기반이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원래 TV 콘텐츠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론이지만 게임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이론에 기초하여 게임과 폭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실험을 통해서 폭력적인 게임을 이용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폭력적인 경향을 많이 보인다는 결과들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이 폭력을 야기하며, 더 나아가 범죄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특히 게임과 폭력 간의 관계에 대한 대표적인 학자들(Anderson이라던지…)은 위의 실험결과를 기초로 미국의 학교에서 총기난사사건에는 폭력적인 게임이 연관되어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Ferguson, 2008).

 

이러한 실험들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매우 크다.1) 무엇보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제한이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하도 이상한 실험을 해대는 연구자들이 많아서(ex. 흑인들을 대상으로 몰래 진행한 매독실험, 감옥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다루겠다고 실제로 사람을 가두고 폭력적인 행위를 조장한 스탠포드 감옥 실험 등), 요즘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임상시험 심사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폭력적인 행동을 직접적으로 하는 실험은 당연히도 승인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들 실험에서는 폭력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한 이후 설문을 진행하거나, 상대방에게 (듣기 괴로운) 백색소음을 얼마나 많이 들려주는지, 편지에서 빈칸에 어떤 단어를 채우는 지를 이용하였는데, 이러한 측정이 폭력성을 제대로 측정하는 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존재한다. 게다가 실험 프로세스 전반에 있어서 게임과 폭력간의 관계를 강력하게 믿는 사람들이 진행했던 실험에는 문제가 많았으며, 실험 프로세스에서 문제(ex. 대상 선택이라던가, 변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통제 등)들을 개선한 후속 연구들 및 메타분석, 그리고 종단연구들에서는 게임과 폭력간에는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Ferguson, 2015). 특히 심리학 실험에 대한 문제들이 많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먼저 실험 설계를 공개하고, 이후에 공개된 실험설계와 일치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형태로 실험연구를 진행하는 연구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는데, 게임과 폭력과 관련된 연구에서 이렇게 먼저 실험설계를 공개한 연구들과 공개하지 않은 연구들 간에 결과에 유의한 차이가 존재하였다 (Ferguson, 2020). 퍼거슨은 더 나아가 이러한 새로운 매체에 대한 “폭력”에 대한 우려가 역사적으로 반복되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스 시대에는 글쓰기에 대해 높은 우려가 존재하였으며, 소설, 만화, 음악, TV, 영화 등을 거쳐 이제 게임에 오게 되었는데, 이러한 우려에는 반복적인 패턴이 존재하며 학자들은 이러한 패턴을 모럴 패닉(Moral Panic)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Drotner, 1999; Ferguson, 2008)2).

 

아무튼 게임과 폭력간의 관계를 긍정하는 연구들은 과학적인 절차 측면에서도 문제를 많이 보이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림 1>과 같은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GAM 및 둔감화 이론에 기반한 실험연구의 결과대로라면 게임의 이용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범죄가 증가해야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으로 전반적인 범죄율 뿐만 아니라 청소년 범죄율 모두 90년대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그림 1 – 범죄율과 비디오 게임 판매량 추이(1998-2015). 출처: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2021)
 

Ferguson은 게임과 폭력간에 사실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게임과 범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첫번째로 학술연구를 발표한 사람이기도 하다. Ferguson (2008)은 무엇보다 폭력적인 게임과 연관관계가 높다고 주장한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에 대한 기존의 profile 연구들을 살펴보고 폭력적인 게임과 범죄간에 실제적인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특히 Ferguson이 주목한 연구는 2002년에 미국 비밀경호국과 교육부가 공동 연구를 진행한 총기난사사건 범인들에 대한 프로파일 연구이다 (Secret Service, 2002). Ferguson은 이 연구결과에서 총기난사사건 범인들의 게임 이용률을 역산했는데, 이는 14%에 불과하여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총기난사사건의 범인들이 오히려 게임을 적게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위에 보인 그림 1을 첫번째로 학술논문에 제시하며 게임과 범죄간에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였다. 물론 Ferguson (2008)의 그림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짧은 기간의 그림이었지만, 양상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게임은 범죄를 감소시키는가? 계량연구의 어려움

 

위 <그림 1>을 보면 “게임은 범죄를 감소시키는구나, 증명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 그림만으로는 사실 게임이 범죄를 감소시키는 지를 계량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 때문인데, 소위 “황새와 신생아 이야기”라는 우화로 유명하다3). 산업혁명이 한참 진행될 때, 네덜란드에서는 황새의 개체수가 증가하니 신생아 숫자가 증가하는 변화가 이루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산업화가 진행되며 도시에 인구가 몰리는 현상과, 도시에서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게 된 황새들이 증가하는 것에 기인한 것이다. 즉, 황새와 신생아는 상관관계는 존재하지만, 인과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버전으로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황새의 개체수가 감소하자, 신생아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아무튼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명료하게 계량적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접근을 한다. 하나는 시계열 분석이다. 어떤 요인이 원인이었다면, 그 영향은 이 원인이 발생한 시점 이후에 만들어지며, 그 이전에 변화가 있다면 이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패널 데이터분석이다. 패널데이터 분석은 다수의 대상이 여러 시점의 변화들을 다루는 분석 모형인데, 특정 요인에 대한 영향이 다수의 대상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면 이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마지막은 준실험설계(quasi-experiment)라는 방법인데, 현실에서도 실험과 같이 특정한 요인에 노출된 실험군과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들의 사전-사후 변화들을 비교하면 인과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접근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게임과 범죄 간의 연구에 대한 흐름은 이 세가지 모두가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접근방법들이 존재함에도 게임과 범죄 간의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게임업계 때문이다. 게임과 관련한 통계가 생각보다 부실하게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공개들을 꺼려하는 관행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엮어서 분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학자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을 딛고 분석을 진행해 왔다.

 

Ward (2011)의 연구:  Video games and crime

 

게임과 범죄 간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첫번째로 계량적으로 접근한 사람은 텍사스 대학 알링턴 캠퍼스의 경제학자인 Micheal R. Ward이다. 이 분은 패널데이터 방식으로 접근을 하였는데, 사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패널데이터 분석을 하기 좋은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단일한 경제체제 아래에서 전혀 다른 정치적, 경제적 정책을 활용하는 50개 주를 보유하고 있고, 50개주의 차이를 패널데이터로 살펴보면 인과관계를 (조금 쉽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측면에서 미국의 주별 데이터는 큰 차이가 없었는지, Ward 교수는 미국의 400개가 넘는 카운티를 대상으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패널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카운티 별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과 범죄 간의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카운티 레벨에서 게임 이용자 숫자를 확인하는 것은 어려우니 그 대안으로 카운티 안에 존재하는 게임샵의 개수를 게임 이용자 통계의 대안으로 활용하였다. 또한 통제변수로서 카운티의 평균 소득, 실업률, 카운티 내 경찰관 수 및 인구와 영화간의 개수, 스포츠용품 샵도 포함시켜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 측면에서는 범죄라는 것이 자주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포아송 패널 회귀 분석을 사용하였는데, 뭐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아무튼, 분석 결과, 살인과 강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범죄에서 게임샵 개수가 많을수록 범죄가 감소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강건성(robustness) 확인 과정에서도 명확하게 인과관계를 보임을 확인하였다.

 

Cunningham et al. (2011) & Cunningham et al. (2016)의 연구

 

Ward 교수와 미국 베일러 대학의 Cunningham 교수, 그리고 독일 다름슈타트 대학의 Engelstätter 교수가 함께 공저한 이 연구는 준실험설계 방법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연구가 주목한 것은 성인과 청소년들의 게임의 양태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이 새롭게 출시되었을 때 새로운 게임에 집중하는 청소년들과 그렇지 않은 성인들은 (게임과 범죄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면) 게임 출시 이후 범죄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접근을 진행하였다. 또한 기존 Ward(2011)의 연구에서는 게임 매출 전반을 활용하였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폭력적인 게임과 비폭력적인 게임의 매출을 VGChartz의 자료를 활용하여 분리하여 활용하였다. 또한, 게임이라는 것은 자체는 출시 시점의 판매량보다는 게임 플레이가 중요한데, 게임 플레이 시간의 분포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모형화하여 분석에 반영하였다. 이를 통해서 일반적인 게임은 범죄율에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폭력적인 게임은 범죄율을 감소시키는 게 기여한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또한, 성인과 청소년 간의 비교를 통해 청소년에 있어서 게임이 범죄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을 보이고, 이를 통해 게임과 범죄간, 특히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율을 감소시키는 인과관계를 실증하였다.

 

 

Markey et al. (2015): 게임과 범죄 간의 인과관계에 이론을 더하다.

 

Markey는 미국 빌라노바 대학의 심리학과 뇌과학 학부 교수로서 심리학 관점에서 게임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하는 학자 중 한명이다. Markey 교수 연구팀은 시계열 관점에서 폭력적인 게임과, 일반적인 게임, 그리고 범죄 간의 인과관계를 시계열분석을 통해 분석하였으며, 분석 결과 게임은 현실의 폭력을 증가시키기보다는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사실 이 연구에 실린 다음 그림 하나로 요약해볼 수 있다. GTA의 출시 및 이에 대한 이용자의 관심(구글 검색량)은 폭력적인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이를 시계열분석의 복잡한 도구들을 활용하여 실증하였다.


* 그림 2 – 폭력적인 게임(GTA) 출시와 폭력적인 범죄 간 변화율 비교(2003 – 2011)>

 

그러나 이 연구의 가치는 시계열분석을 통한 인과관계 증명보다는 도대체 왜 게임이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를 하는지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을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카타르시스 이론을 제시하였는데, 격한 게임을 하고 나면 내재된 공격성이 해소되어서 현실에서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범죄에 관련한 연구에서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지루함”이라는 결과가 있는 만큼, 이 이론도 설명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이론을 제시한 학자들 조차도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Beerthuizen et al. (2017) : 네덜란드에서 GTA5의 출시와 청소년 범죄와의 관계

 

이 연구는 서두에서 청소년 범죄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밝히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 중 하나가 게임이 아닐까 의심하면서 연구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GTA 5의 출시효과를 모형화하여서 폭력적인 게임의 대명사인 GTA5가 네덜란드의 청소년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2012년부터 15년까지 일간 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을 진행하였다. 분석 결과, GTA5의 출시는 청소년들의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를 하였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GTA5만 이러한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 게임을 바꾸어서 “콜오브듀티:블랙옵스2”, “콜오브듀티: 고스트”에 대해서도 동일한 분석을 진행하였는데, 이들 게임도 모두 청소년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가 중요한 점 하나는 게임과 범죄간의 관계를 RAT(Routine Activity Theory)라는 범죄모형(Cohen & Felson, 1979)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후 연구들은 게임과 범죄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이 이론들을 중심으로 이 현상을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RAT 이론은 범죄는 범죄동기를 가지고 있는 공격자가 효과적인 보호가 배제된 적절한 대상을 적절한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공격자가 동일한 시간과 공간 내에 존재하지 않도록 한다면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때 게임이 인기를 끌게 되면 범죄동기를 가지고 있는 공격자는 게임으로 인해 피해자를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만나기가 어렵게 되고 범죄가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피해자 측면에서도 게임을 하느라 집에 계속 있기 때문에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감소하고 이는 범죄율의 감소하는 데 기여하였다고 RAT 이론을 활용하여 이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RAT 이론은 범죄자를 가두어서 범죄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 즉 교도소의 운영을 지지하는 이론이지만 이렇게 게임과 범죄의 관계에서도 유효한 설명을 만들어내고 있다.

 


McCaffree & Proctor (2018) : 이불 밖은 위험하다.

 

이 연구는 앞의 연구와 같이 RAT 이론에 주목하여,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통계를 만들어낸 뒤,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범죄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살펴보았다. 이렇게 연구들을 시간상으로 늘어놓으니 이 연구가 Beerthuizen et al. (2017)의 영향을 받은 듯 해보이지만, 보통 이러한 경제학 도구를 활용한 연구들이 출간되는 기간들이 1년이 넘어가기 때문에 거의 동시에 진행된 연구라고 봐도 무방해보인다. (게다가 RAT 이론이 게임과 범죄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에 대해서는 Griffiths & Sutton (2013)과 같이 여러 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국의 50개주의 통계들을 잘 엮어서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물론, 자료의 한계로 인해 1997, 2001, 2003년 3개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패널을 분석하였다. 분석에 있어서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 비율 뿐만 아니라 빈곤층 비율, 실업률, 인구밀도 등 범죄에 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는 주요한 요인도 함께 반영을 하였다. 분석 결과,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높은 주에서는 범죄율이 낮게 나타나는 추세들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모든 범죄율을 낮추어주는 것은 아니다. 절도, 무단침입, 살인 등에 있어서는 집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을수록 범죄율이 감소하였으나, 폭력범죄나 강간 등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없었다.

 

이를 통해, 집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범죄를 피하는 데 효과적이며, 이불 밖은 위험하다라는 오래된 격언이 의미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좋은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Ferguson & Smith (2021) : 이번에는 전세계적으로 살펴볼까

 

기존의 연구들이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만 진행되었기 때문에 Ferguson과 Smith는 92개국의 통계를 기반으로 회귀분석을 통해 게임과 범죄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92개국 전반에 걸쳐서 살인과 자살과 같은 문제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소득수준이나 빈부격차와 같은 경제적인 지표이며, 게임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살인의 경우 빈부격차가 높을수록 살인 범죄가 많이 발생하며, 게임은 오히려 살인범죄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살의 경우, 소득수준이 핵심적인 유인이며 게임과 자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반대되는 결과의 연구도 존재하지만, 문제들이 좀 많다.

 

물론, 위의 방법들과 유사한 도구들을 활용하여 게임이 범죄를 높인다고 주장하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Impink et al. (2015)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일간 자료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범죄가 게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으며, 분석 결과 게임이 출시된 시점에서 청소년의 범죄가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게임의 출시가 범죄율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문제는 이들이 통제변수를 단순히 게임등급별 게임 출시 여부로만 반영하였을 뿐만 아니라, 게임 출시 여부 이외 일반적인 범죄를 설명하는 통제변수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재윤(2017)은 패널 회귀분석을 통해 54개국의 청소년범죄, 살인, 성폭력, 강도, 폭행, 절도, 빈집털이 등에 1인당 게임소비금액을 반영하여 게임이 범죄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였다. 이 때 게임 이용량은 1인당 게임지출비용을 활용하였으며, 비디오게임과 PC/온라인 게임, 모바일게임 소비를 분리하여 효과를 측정하였다. 또한, 통제변수로는 1인당 GDP, 청소년 인구비율, 인터넷보급률, 경찰 인원 규모 등을 반영하였다. 분석 결과 1인당 PC/온라인 게임 소비나 모바일 게임 소비는 범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청소년 범죄를 낮추는 효과를 보였으나, 1인당 비디오게임 소비가 증가할수록 청소년 범죄나 성폭력, 강도, 폭행, 강력범죄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1인당 비디오 게임 소비금액은 해당 국가의 게임 이용량을 대표하는 지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플랫폼별 차이가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음에도 분리하여 분석을 하였는데, 이 부분에도 큰 우려가 존재한다.

 

그럼 저자는 리뷰만 하고 연구는 안하나?

 

물론… 이런 오해를 할 수가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학술출판이라는 개념을 (이미 아시겠지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연구결과를 짜잔하고 만들었다면, 이를 논문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좀 잘하는 사람은 1주일만에 다 끝낸다고 주장하지만, 생각보다 이 기간이 오래 걸린다. 뭐, 오래 걸린다고 해도 1년씩 걸리는 건 아니다. 보통 방학 기간에 해결하기 때문에 6개월 정도가 일반적인 기간이라고 본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낸 논문이 학술지에 실리는 기간이다. 학술지에 투고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출판되는 데 짧으면 6개월, 길면 2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저자의 경우 2014년에 만든 연구가 2020년에 실리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어흑).

 

우리 연구팀의 연구가 공교롭게도 리뷰를 작성하는 기간에 논문에 투고가 되며, 자동적으로 아직 심사가 안된 논문이 공개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래서 최근 저자의 생생한 연구는 다음에서 보실 수 있다.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4586747

 

우리 연구의 핵심은 준실험설계(quasi-experiment)이다. 특히 셧다운제로 인해 16세 미만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게임량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였고, 16세 이상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낮게 나타났다. 이를 활용하여서 16세 미만은 실험군, 16세 이상은 대조군으로 잡아 게임 이용량의 감소가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비행 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 사실 게임 이용량이 감소하였다고 학교 폭력이 감소하지는 않았다. 즉, 게임소비량과 학교폭력 간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기존 연구들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유사한 실험설계를 활용하여 게임과 여러가지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인과관계 규명을 준비하고 있는데, 늘 게임이 나쁜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쪽의 강력한 재정적 지원을 보며 아쉬워할 뿐이다.

 

아무튼, 저자도 리뷰 뿐만 아니라 연구 측면에서도 열심히 뛰고 있다.

 



1) 게임과 폭력간의 관계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Anderson vs Ferguson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많은 연구들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Bayesian님이 정리한 [게임과 심리학]의 관련 링크(https://ppss.kr/archives/5827)를 참고하기 바란다. 또한 이 싸움의 전방에서 가장 열심히 싸운 퍼거슨 교수와 마키 교수는 “모럴 컴뱃”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는데, 이 책이 2021년에 나보라 박사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으니, 이 책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2) 슬픈 사실은 이렇게 학술적으로는 명확하게 게임과 폭력간의 관계가 부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이를 긍정하는 수많은 (잘못된) 연구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3) 서양에서는 아이는 황새가 물어다준다는 설화가 존재한다.


참고문헌


Allen, J. J., & Anderson, C. A. (2017). General aggression model. The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media effects, 1-15.
Bandura, A., & Walters, R. H. (1977). Social learning theory (Vol. 1): Englewood cliffs Prentice Hall.
Beerthuizen, M. G., Weijters, G., & van der Laan, A. M. (2017). The release of Grand Theft Auto V and registered juvenile crime in the Netherlands. European journal of criminology, 14(6), 751-765.
Cunningham, S., Engelstätter, B., & Ward, M. R. (2011). Understanding the effects of violent video games on violent crime. ZEW-Centre for European Economic Research Discussion Paper(11-042).
Cunningham, S., Engelstätter, B., & Ward, M. R. (2016). Violent video games and violent crime. Southern Economic Journal, 82(4), 1247-1265.
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2021) Essential Facts about Games and Violence available at
https://www.theesa.com/wp-content/uploads/2021/03/EFGamesandViolence.pdf
Ferguson, C. J. (2008). The school shooting/violent video game link: Causal relationship or moral panic? Journal of Investigative Psychology and Offender Profiling, 5(1‐2), 25-37.
Ferguson, C. J. (2015). Do angry birds make for angry children? A meta-analysis of video game influences on children’s and adolescents’ aggression, mental health, prosocial behavior, and academic performance.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0(5), 646-666.
Ferguson, C. J. (2020). Aggressive video games research emerges from its replication crisis (sort of).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36, 1-6.
Ferguson, C. J., & Smith, S. (2021). Examining homicides and suicides c ross‐nationally: Economic factors, guns and video games.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logy, 56(5), 812-823.
Griffiths, M. D., & Shuckford, G. L. J. (1989). Desensitization to television violence: A new model. New Ideas in Psychology, 7(1), 85-89. doi:https://doi.org/10.1016/0732-118X(89)90039-1
Griffiths, M., & Sutton, M. (2013). Proposing the Crime Substitution Hypothesis: Exploring the possible causal relationship between excessive adolescent video game playing, social networking and crime reduction. Education and Health, 31(1), 17-21.
Impink, J., Kielty, P., Stice, H., & White, R. M. (2015). Do Video Games Increase Crime? Available at SSRN 2652919.
Jeon, R., Kim, J., & Yoo, C. (2023). No Gameplay Makes Jack a Good Boy?: A Study of Online Games and Aggression in a Quasi-Experimental Setting. Available at SSRN: https://ssrn.com/abstract=4586747
Markey, P. M., Markey, C. N., & French, J. E. (2015). Violent video games and real-world violence: Rhetoric versus data. Psychology of Popular Media Culture, 4(4), 277-295.
McCaffree, K., & Proctor, K. R. (2018). Cocooned from crime: The relationship between video games and crime. Society, 55(1), 41-52.
U.S. Secret Service & U.S. Department of Education. (2002). The final report and findings of the Safe School Initiative: Implications for the prevention of school attacks in the United States. Retrieved from https://www.secretservice.gov/sites/default/files/2020-04/ssi_final_report.pdf
Ward, M. R. (2011). Video games and crime. Contemporary economic policy, 29(2), 261-273.
최재윤. (2017). 플랫폼별 게임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 국가단위 자료를 이용한 분석. 법경제학연구, 14(2), 361-393.

Tags:

폭력성, 연구리뷰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이경혁.jpg

(교수)

경희대학교 문화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넥슨, 엔씨소프트, CJ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11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게임산업이나 관광산업 등 엔터테인먼트 전반에 걸쳐 소비자 연구 및 산업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주로 경제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며, 최근에는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과 게임 이용자의 행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교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하여 지금까지 29편의 국내 학술지 및 17편의 해외 학술지에 학술연구를 발표하였으며, Journal of Media Economics, Journal of Business Research, Information Processing & Management와 같은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

이경혁.jp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