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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반지하게임즈 이유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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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8. 10.

* 인터뷰는 반지하게임즈 본사 회의실에서 이뤄졌다. 

포털 사이트에 인디게임을 검색하면, 도트 그래픽의 레트로 게임 풍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명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개발자의 열정 등으로 부족한 자금력을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이와 같은 기표들은 인디게임의 다양성을 포괄하기에 부족하다. 이에 오늘날에도 인디게임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인디게임인지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인디게임의 범주에 관해서는 여러 행위자의 관점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바, 모두를 만족시킬 온전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관념적인 개념어의 범주와 상관없이 지금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인디게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반지하게임즈’의 이유원 대표를 만나 그가 정체화하고 있는 인디게임은 어떤 개념이며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피고자 한다. 2021년 9월,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직접 반지하게임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편집장: ‘반지하게임즈’의 그동안 출시작들을 보면 우리가 주류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 게임의 유산을 가져다 쓰기보다는 오프라인이나 레트로 게임의 영향이 훨씬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어떤 게임 경험이 지금의 ‘반지하게임즈’를 만들었다고 보시나요? 


이유원 대표: 물론 저도 어릴 적부터 많은 게임을 했지만, 제가 게임을 오래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게임 기획에 있어 제가 영향을 받은 경험들은 게임을 즐겼던 당시보다 좀 나중 이야기인 것 같아요. 나중 돼서 자유로운 창작물이 올라오는 공간에 오래 있기도 했고 보드게임을 접한 것도 되게 큰 영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제가 만드는 게임 스타일이 그래픽이나 물리 엔진 이런 것들이 들어가서 시너지를 내고 이런 거보다는 규칙이나 이야기 위주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다양한 테마나 규칙이 있는 게 대부분 보드게임 쪽에서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게임을 만드실 때 현실에서도 어떤 현상이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시나요?


이유원 대표: 그렇죠. 저희 기획자들이 그런 점에서는 코드가 비슷한데 일상생활을 하다가 “이거 게임으로 만들면 재미있겠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게임처럼 보이는 규칙을 찾으려 하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출발하게 된 것들이 몇 개 있었죠. 〈중고로운 평화나라〉도 그렇고 〈허언증 소개팅!〉도 그렇고. 게임이 될만한 규칙을 현실에서 많이 찾는 것 같아요. 



편집장: 게임에 있어서 규칙은 굉장히 중요하죠. 그런데 어떤 게임이 나오면 사람들의 평가에서는 제일 먼저 그래픽 이야기가 나오고, 사운드가 나오고 그러잖아요. 만약에 기회가 되고 자본이 된다면은 어떤 쪽에 좀 힘을 줄 의향이 있으세요? 


이유원 대표: 그냥 스타일의 문제인데요. 제가 지금 만든 게임들이 막 자본에 쪼들려서 이런 거밖에 못 만든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만약에 100억을 갖고 만든다 해도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이게 어떤 게임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규칙을 갖고서 기획을 시작할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MMORPG를 만든다고 하면 그 안에 핵심 규칙이 뭐냐, 이걸로 차별성을 두지는 않잖아요. 〈리니지M〉이나 〈트릭스터M〉이 어떤 규칙이 다른가보다는 메타피쳐나 콘텐츠 정도에서 테마의 차이가 있는 건데, 만약 제가 만든다면 좀 핵심적인 걸 넣고 싶어할 것 같아요. 이게 왜 게임이 되는지를 모두에게 딱 일견에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것. 다만 이건 어떤 게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니고 요즘 게임이 워낙 다양하고 산업도 크니까 그냥 스타일이 여러 개인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규칙이 강조된 거를 재미있어 하고 그걸 만드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 유저들도 규칙이나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분들이, 특히 인디 쪽에는 더 계시고요.



편집장: 그런데 사실 규칙에다가 어떤 이야기를 입힌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면 게임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규칙과 스토리가 상충할 때, 뭐가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유원 대표: 저는 규칙이 항상 앞선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 모순을 해결하는 건 결국 경험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좋아했는데, 〈와우〉를 하면서 재미있던 경험을 문장으로 치환하면 구체적인 수치나 공격력 같은 것들과 상관없이 느낄 수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니까 복잡한 수치나 그래픽이나 충돌 감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재미있던 경험을 텍스트로 치환하는 것. 그러면 내가 재미있던 스토리를 규칙으로 만들 수 있는거죠. 



편집장: 그런데 규칙을 만든다고 해도 게이머나 수용자가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나요? 가령, ‘내가 이렇게 규칙을 만들면 재미있어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사람은 그런 반응이 나오지 않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임 기획자로서 독자나 수용자에게 닿기 어려운 부분들은 있으신가요?


이유원 대표: 그건 분명히 어려운 지점이죠. 그런데 그 지점에 있어서는 제가 밑바닥에서 게임을 만들었던 경험이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만들어서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그런 상호작용이 있으니까 수용자 입장에서 창작자를 경험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만약에 말씀하신 것처럼 의도했던 인터렉션이 아닌 게 나오면은 오히려 저는 되게 기쁠 것 같아요. 버그나 불쾌감을 주는 게 아니라면요. 왜냐하면 게임이라는 매체 자체가 완전히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유저랑 인터렉션으로 완성이 되는 것이다보니,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어쩌면 게임 외적으로 에피소드를 만들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요. 



편집장: 인터렉션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는데, ‘반지하게임즈’는 유튜브도 하고 DC 갤러리로도 활발하게 소통을 하고 계시잖아요? 유저와의 소통 같은 것들이 회사 주요 정책 결정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편인가요?


이유원 대표: 사실 절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동기부여의 측면이 있죠. 유저들의 피드백을 통해 기획 방향을 잡는 것도 큰 부분이고요. 유저분들과의 상호작용을 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인디 게임 개발사로서 유저랑 친화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고요. 두 번째는 제 스스로도 좋은 피드백을 받고 좋은 말 듣는 것에서 오는 에너지가 되게 커요. 그래서 인터렉션을 계속 신경 쓰는 것 같아요. 



편집장: 그동안 나온 게임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반지하게임즈’는 다들 인디 게임으로 분류를 하고 있죠. 대표님도 스스로 인디 게임으로 정체화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인디 게임이란 건 뭘까요?


이유원 대표: 만들고 싶은 거를 만드는 게 인디 아닐까 싶긴 해요. 〈프로젝트 좀보이드〉 나 〈림월드〉를 보면 느낌이 오잖아요? ‘아! 이거 창작자가 진짜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내가 돈 벌려고 만든 거야’ 혹은 ‘내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도 물론 인디일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것이 인디게임이지 않을까 싶어요.



편집장: 요즘 대형 게임사가 산하 스튜디오를 만들기도 하고 투자도 많이 하잖아요. 이제는 그런 곳에 있는 인디 게임 스튜디오도 많이 있지요. 그래서 인디게임의 기준이라는 답이 없는 질문에 또 하나의 갈등이 생긴 것 같아요. 어려운 질문이지만, ‘큰 펀딩을 받아서 나오는 게임이 인디게임이냐?’는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유원 대표: 저는 규모나 상업성이랑은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당연히 돈이 좋고 돈이 많으면 지금 제가 〈서울 2033〉에서 하고 싶은 것을 10배 속도로 더 빨리 할 수 있겠죠. 그치만 그게 다예요. 돈이 많이 생겨도 이런 느낌으로 생각을 할 것 같지, 돈이 있으니까 이걸로 돈을 더 크게 불릴 수 있으면 좋겠다거나 게임을 머신처럼 생각하거나 그렇게 하진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인디의 기준에서 상업성이나 규모는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다른 인디 게임 스튜디오들은 보통 대형 게임 개발사에서 몇 년 일을 하다가 나오거나 혹은 게임 아카데미 같은 데서 제작법을 먼저 배워서 나온 사람들이 만드는데 ‘반지하게임즈’를 보면 그렇지 않잖아요? 그것은 어떤 차이를 만드나요?


이유원 대표: 네 그렇죠. 저희가 개발 스택이 충분하지 않을 때부터 게임 출시를 하고 그랬으니까 차이가 많아요. 예를 들어 저는 플래시를 만드는데 언어를 다 이해하는 게 아니고 그냥 만드는 방법을 부딪치며 배우다 보니 어떤 식으로 버릇이 들었냐면. 제가 어떤 코드를 인터넷에서 찾거나 발견을 했어요. 그럼 ‘내가 이걸로 무슨 게임을 만들 수 있지?’ 약간 이런 식으로 가는 거예요, 순서가 바뀐 거죠. 만약 개발 역량이 충분했으면은 오히려 너무 방대한 세상에서 뭐를 만들지 고민했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저희는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하다 보니 게임을 제안하기도 쉽고 시작부터 재미있었죠.

 


편집장: 그런 특수성에서 오는 어드벤티지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유원 대표: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일단 만드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동기부여가 잘 되고, 자기가 원하는 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그리고 유저 만족도도 웬만하면 더 높겠죠. 왜냐하면 우리의 경험 중에 재미있는 거니까 유저들에게도 권할 수 있는 것이구요. 물론 이것은 확률의 문제이기도 하고, 인디 게임을 보호해 주고 그런 분위기도 역할을 하겠지만요. 그래도 ‘10개 출시해서 9개는 플러스고 한 개 마이너스니까 얘네는 쳐내고’하는 식의 운영이 아니다 보니 재미있게 만들 수 있고 재미있는 것을 권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이런 ‘반지하게임즈’의 정체성이 시간이 지나면서, 혹은 회사가 커지면서 희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 지점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유원 대표: 네. 일단 조직이랑 매출 규모라는 두 가지 측면 중에서 일단 매출 규모는 사실 항상 걱정을 하긴 해요. ‘우리가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서 사람들도 좋아하고 팬층이 있는 것도 좋은데, 여기서 어떻게 매출을 발생시키지? 그렇다고 NC가 될 수 있을까? (웃음) 그런데 이 점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의 아이덴티티나 브랜드 가치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는 걸 다 알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 돼요. 우리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걸 다 공감하고 있어서요. 


그리고 조직의 측면에서는 저희가 지금 팀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규모가 커져도 한 프로젝트에 100명 200명 되는 기성 게임사처럼 되는 건 아닐 거고요. 많아도 5명 이렇게 해서 팀을 여러 개 늘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저희가 지금까지는 팀에 여러 명이 중복으로 들어가 있으니까 되게 버겁긴 했는데 이제 좀 개발자들 채용을 하면서 팀 두 개가 그나마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여기에서 원래는 bm이나 기획을 다 제가 했었는데 애초에 그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라 생각이 들어서, 오너십이나 자기 창작물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 기획자 역할을 각 팀에서 하게끔 바꿨어요. 그래서 요즘 고민인 것은 자기 창작물에 애정이 있는 기획자를 뽑는 거예요. 


편집장: 그러면 그런 가정을 한번 해보죠. 정말 대박이 나서 회사가 커졌어요. 외부 펀딩이 시작되면서 경영진의 철학이 변할 수 있는데, 이런 걱정은 안 되세요?


이유원 대표: 걱정이 되긴 하는데요. 이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회사는 철학을 바꿔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웃음) 이게 무슨 말이냐면, 어떤 사람이 “야! 너 마음 독하게 먹으면 돈 벌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아요. 독하게 먹는다고 어떻게 벌어요? 우리 능력에? bm에 대한 노하우가 특화된 것도 아니고 광고를 때려 박는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보니까 하던 대로 그냥 재미있는 거 만들어서 적당히 돈 버는 것 말고는 돈 벌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는 그런 게 있고요. 그리고 그것도 있긴 해요. 펀딩은 되게 큰 일이고 당연히 이해관계가 늘어나는 거니까 신중해야겠죠. 투자나 펀딩 같은 것은 결혼하는 것과 같아서 모든 면을 그냥 다 이야기 하고 그걸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나자. 이런 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어서 지금까지도 펀딩이 잘 안 되고 있죠. (웃음) 그런데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투자 받아가지고 갑자기 우리가 엄청 커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사람 만나서 파트너십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 게임에 몰입하다보면 광고영상이 기다려진다. 특히 후원자 버전을 구매하고 개발자에게 총을 쏘다보면(?) 개발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사꾼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처럼 느껴진다.  


편집장: 과금 이야기를 해보면 ‘반지하게임즈’의 피드백에서 과금에 대한 칭찬이 많아요. 그걸 느끼세요?


이유원 대표: 네. 힘들긴 한데 사실 가이드라인이기도 해요. 우리 유저가 팬층이고 이걸 진짜 브랜드 이미지로 확보 하려면 우리 어떤 스텝으로 과금을 바꿔야 될까 약간 이런 게 항상 과제로 있는 거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죠.


그런데 인디게임 기획자면 bm 만드는 걸 좀 싫어하지 않나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아직 몰라서 그런 건지 재미있는 영역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게임을 보면서 되게 현실 같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사실 bm은 이미 가장 현실에 맞닿아 있는 게임 속 피처잖아요? 그래서 이거를 재미있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게임 속에서 돈 쓰는 게 재미있는 걸 수도 있잖아요. 상점에서 이것도 골라보고 장바구니에 담고 이런 것처럼. 그래서 이것도 되게 잘하면 잘할 수 있는 영역이겠다 싶더라고요.



편집장: 지금 한국 게임들이 욕을 제일 많이 먹는 게 결제 구조잖아요. 그거랑은 다른 bm을 계속 만들어 가시는 입장에서 한국 bm의 미래는 어떨 것 같습니까? 


이유원 대표: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은 지금 ‘가챠’ 같은 게 가장 핫하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아마 그거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원초적인 도박 심리 같은 게 있을 수 있고요. ‘가챠’에 대항마로 ‘배틀패스’ 같은 게 언급되지만 사실 그것도 원초적인 거잖아요. 동기 부여 성취 역학 같은 거죠. 그것도 원초적인 본능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결국 bm은 완성형을 향해 점점 성장하고 변화하는 개념이 아닌 것 같아요. 게임을 만들 때 기획하는 것처럼 원초적인 지점들을 잘 결합해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만든다 하더라도 그거는 ‘가챠’나 ‘배틀패스’처럼 게임에서 느끼는 성취나 도박 등의 역학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 같아요. 다만 어떤 방향으로 고민하냐가 다른 것이겠죠. 다른 데에서 bm을 만든다고 하면 ‘가격을 어떻게 할지’ 등의 고민을 하겠지만 저희 게임에서는 ‘이거 사는 경험이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런 거니까요. 게임 기획이랑 저는 연장선이라고 봐요.



편집장: 본인이 만든 작품에 대해서 문화 콘텐츠라고 스스로 평가한다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서울 2033〉은 어떤 의미였을 것 같아요?


이유원 대표: 기말고사보다 어려운데요? (웃음) 우리 사회에서의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게임을 만들 때, 먼저 스크립트를 짜죠. 보통 메시지도 없고. 쓰고 싶은 대로 피상적으로 쓰는데요. 나중에 같이 일하는 작가분들이나 아니면 유저분들이 다른 작가분들의 글들 사이에서 제 글을 가리키며 ‘이거 이유원이 쓴 거죠?’라고 물어봐요. 그러면 너무 신기한 거죠. 그래서 어떻게 아는지 물어보니까 이유원식 글의 특징이 있대요. 블랙 코미디랑 풍자 좋아하고, 엄청 날 선 것처럼 파격적이고 가차 없이 죽이고 그러지만 그 안에 휴머니즘이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 감성이 오롯이 창작물에 들어가서 사람들이랑 인터렉션을 하면서 공감을 받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의미이고,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편집장: 인터뷰를 통해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재미라고 생각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마지막으로 게임의 재미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유원 대표: 재미가 왜 재미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저는 그 결과를 많이 볼 수 있었던 포지션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든 게임이지만 난 잘 모르겠는데 애들은 재미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거 되게 신기한 이상한 경우잖아요. 그럼 왜 재밌지? 그런 결과들을 모아서 보면은 재미의 원리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걸 제가 완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원리는 너무나도 쉽고 단순한 것들, 가령 도박일 수도 있고 성취감일 수도 있고 이런 사소한 것들이죠.


기획자가 할 일은 이 부품을 어떻게 조합해서 내 테마와 어울리게 하느냐를 고민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부품을 더 찾아나갈 수도 있겠죠. ‘게임들을 만들다 보니까 사람들이 이런 거에서는 재미를 느끼네’ 이렇게 알 수도 있고요. 다만 결국 게임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이런 재미의 요소들이 더 잘 버무려진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만드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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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문화연구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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