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블'과 '모바일': 주머니 속 게임의 사반세기 변천사
23
GG Vol.
25. 4. 10.
"지하철에서 게임기를 꺼내면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 혼밥하며 스팀덱으로 대역전재판을 하고 있는 사진
약속 장소로 향하는 지하철 안. 내 가방 속에는 약 640 그램의 묵직한 스팀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약속 장소까지 평소라면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게임을 하거나 웹툰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만큼은 어제 밤 늦게까지 플레이하던 '발더스 게이트3'의 전투를 이어서 진행하고 싶었고, 그 뒤의 새로운 지역을 더 탐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 스팀덱은 가방 속에 고이 모셔진 채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서서 갈 때도, 좌석에 앉아있을 때도 도저히 스팀덱을 꺼내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들과 "저 사람 게임에 진심인가보다"와 같은 상상 속 목소리가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망설임이 아니라, 공적 공간에서 게임을 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 그 시선이 내포하고 있는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스마트폰 게임이었다면 당연히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플레이했을텐데, 스팀덱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는 이 경험이 포터블과 모바일 게임의 현 모습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게임보이나 닌텐도 DS를 학교에 가져가 몰래 게임을 하던 시절부터,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시대를 거쳐, 다시 전용 게임기로 회귀하는 듯한 현상까지. 우리의 '주머니 속 게임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단순히 기술적 진화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포터블 게임기기가 점점 더 크고 무거워지면서 ‘과연 이것을 휴대용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동시에 스마트폰이라는 완벽한 휴대성을 지닌 기기가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무거운 전용 게임기를 구매하고 들고 다닌다.
'포터블'과 '모바일'은 서로 다른 게임 문화를 의미했다. 포터블과 모바일의 구분은 쉽지 않지만, 포터블을 '게임 전용 기기에서의 몰입적 경험'으로, 그리고 모바일은 '다기능 기기에서의 접근성 높은 경험'으로 정의해보자.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이 경계는 다시 흐려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점점 더 콘솔 게임을 닮아가고, 포터블 게임기는 다양한 기능을 흡수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주머니 속 게임 세계는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그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어떤 문화적 의미를 담고 있을까?
다마고치, 닌텐도 DS, PSP, PS Vita에서부터 스마트폰 게임, 그리고 다시 닌텐도 스위치와 PS 포탈, 스팀덱, 로그 엘라이 등으로 이어지는 휴대용 게임 문화의 흐름은 게임과 휴대용 게임 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주제다. 이 글은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기기의 차이를 넘어 어떻게 우리의 게임 경험과 일상을 재구성해왔는지, 어떤 사회문화적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휴대용 게임의 25년 여정은 단순한 기술 발전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경험하고, 공유하고, 삶에 통합시켜왔는지를 보여주는 사회문화사이기도 하다.
'휴대용 게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나에게는 그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내내 손에 늘 들려있었던 닌텐도 DS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스마트폰 속 수많은 앱 중 하나일 테고, 또 누군가에게는 닌텐도 스위치나 최근의 스팀덱 같은 기기일 것이다. 같은 '휴대용'이라는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경험은 사뭇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두 개념의 차이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 다 휴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그 문화적 의미와 게임 경험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2005-2011년 사이 닌텐도 DS 시리즈와 소니 PSP 시리즈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병행하여 존재했던 시기에 주목하여 이 두 개념을 생산적으로 구분해서 사용하자고 제안한 연구도 있다(McCrea, 2011). 이 연구에서 ‘포터블’은 ‘게임이라는 목적 하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모바일’은 ‘게임이 다양한 기능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정의했다. 닌텐도 DS나 PSP 같은 '포터블' 게임기는 오직 게임만을 위해 태어났다. 그 모든 부품, 버튼, 화면은 게임 플레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최적화되어 있다. 이 기기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고,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게이머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물건이 되기도 한다. 반면 아이폰이나 갤럭시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게임은 그저 수많은 기능 중 하나다. 전화, 문자, SNS, 지도, 음악, 동영상, 그리고 가끔은 게임. 모바일 게임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는 지하철에서 시간을 때우거나, 심심할 때 잠깐 즐기는 부수적인 활동인 경우가 많았다.
닌텐도의 '게임 앤 워치'부터 시작된 포터블 게임기의 발전은 단순히 이동성을 강조한 '시계와 게임기의 결합'이라는 초기 개념에서 시작하여, 크로스 키, 듀얼 스크린, 음성 및 터치 입력 등 다양한 상호작용 시스템으로 진화해왔다(권용만, 2015). 이러한 진화 과정은 게임 전용 기기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게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포터블과 모바일의 차이는 게임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포터블 게임은 장시간의 모험, 게임 맞춤형 조작, 깊은 이야기를 담는 경향이 있다. DS의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나 PSP의 '몬스터 헌터'는 몇 십 시간씩 투자해야 하는 게임들이다. 반면 '앵그리버드'나 '캔디크러시' 같은 초기 모바일 게임들은 짧은 시간에 쉽게 즐길 수 있고, 언제든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게 설계됐다. 물리적 느낌에서도 차이가 존재했다. 포터블 게임기의 버튼은 누를 때마다 확실한 감각적 피드백을 준다. 반면 스마트폰의 화면은 직관적이지만 손가락으로 화면 일부를 가리게 되고, 내가 정확히 어디를 터치했는지 확신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게임 플레이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윤장원, 2011). 이는 인터페이스나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게임 자체에 대한 몰입과 경험의 차이이다.
여기에서 주목해볼 부분은 포터블과 모바일이 구성하는 사회적 의미의 차이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전, 지하철에서 닌텐도 DS나 PSP를 꺼내든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게이머'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게임이라는 취미를 가진 사람, 혹은 게이머라는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이라는 표식 같은 것이었다. 전용 게임기를 구입하고, 게임 카트리지를 모으고, 특정 게임 시리즈의 팬덤에 참여하는 행위는 게이머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건 너무 흔한 일이 되었다. 옆자리 직장인이 '쿠키런'을 하든, 학생이 '피크민 블룸'을 하든, 그것은 그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수많은 활동 중 하나를 하고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포터블'과 '모바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TV와 연결하여 사용하는 가정용 콘솔과 손에 쥐고 플레이하는 휴대용 게임기의 경계를 허물었다. 한편, 스마트폰 게임은 그래픽과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 점점 더 전통적인 콘솔 게임에 가까워지고 있다. '원신', '명조:워더링 웨이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같은 게임은 더이상 '틈새 시간'에 즐기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장시간의 몰입과 헌신을 요구한다. 스팀덱은 아예 PC 게임을 손 안에 넣어버렸다.
이러한 경계의 흐려짐은 단순한 기술적 수렴이 아니라, 게임 문화 자체의 변화를 반영한다. 기존의 게이머와 비게이머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약화되고,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드는 게임 경험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포터블은 게임 전용 기기가 제공하는 깊은 몰입과 전문성을, 모바일은 일상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접근성 높은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러한 구분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융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게임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돕는 렌즈가 된다.
"엄마, 닌텐도 DS 사주세요. 포켓몬 하고 싶어요.“
아마 2000년대 초중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이런 간절한 요청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저렴한 물건이 아니었다. 당시 닌텐도 DS의 가격은 약 15만원, 게임 카트리지는 3~5만원 정도였으니, 초등학생에게 사주기에는 결코 낮은 금액이 아니었다. 당시 부모들이 생각하기에 닌텐도 DS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비싼 오락기였을 뿐이다.
이러한 '초기 진입 비용'은 포터블 게임 문화의 확산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모바일 게임이 대부분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인앱 구매를 통해 점진적으로 돈을 쓰게 만드는 것과 달리, 전통적인 포터블 게임은 처음부터 상당한 투자가 필요했다. 게임기를 사고, 게임 카트리지를 사고, 때로는 추가 메모리나 액세서리까지 구매해야 했다.
이런 높은 진입 장벽은 어떤 의미에서 게임 경험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기에 더 소중했고, 투자한 만큼 더 깊이 몰입했다. 부모님을 설득해 게임기를 사거나,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게임기를 구입하는 과정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하나의 성취였고, 그래서 게임기를 받아든 순간의 기쁨은 무척이나 특별했다. 초기 진입 비용이 높다는 것은 분명 단점이고 장벽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게임 경험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포터블 게임의 가치는 단순히 초기 투자의 심리적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아마도 게임 자체의 디자인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경험일 것이다. 전통적인 포터블 게임들은 종종 상당한 '학습 비용(learning cost)'을 요구한다. '학습 비용'이란 게임을 능숙하게 플레이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복잡한 전투 시스템, 다양한 무기 타입, 몬스터별 특성 등을 이해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포켓몬 시리즈'는 다양한 포켓몬의 타입, 기술, 진화 조건 등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학습은 일견 게임을 즐길 때 겪을 수 있는 어려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 안에서 '즐거움을 통한 학습'(learning by enjoying)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낸다. 게임의 규칙과 시스템을 배우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성취감을 주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학습의 동기가 된다. 이러한 학습 곡선은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기도 한다.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은 쉽게 질린다. 반면 적절한 난이도와 학습 곡선을 가진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지속적인 도전과 성취감을 제공한다.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시리즈나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같은 게임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 콘솔 게임과 유사한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무거워지는 포터블 기기, 무거워지는 모바일 게임

* 게임보이 사진 (출처: 픽사베이 무료 이미지)
1989년, 처음 게임보이가 출시됐을 때의 무게는 220그램이었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작은 손에도 부담 없이 들 수 있는 무게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휴대용 게임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닌텐도 3DS는 230그램, PS Vita는 280그램, 닌텐도 스위치는 400그램, 그리고 최근의 스팀덱은 670그램에 달한다.
포터블 게임기가 점점 더 무거워지는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게이머들은 더 나은 그래픽, 더 긴 배터리 수명, 더 다양한 기능을 원했고, 제조사들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더 강력한 하드웨어를 탑재했다. 닌텐도 스위치가 HD 화면과 분리 가능한 조이콘을 갖추고, 스팀덱이 미니 PC 기능을 하면서 PC 게임을 돌릴 수 있는 성능을 갖추게 된 것은 이런 욕구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질문이 생긴다. "과연 이것을 '휴대용'이라 할 수 있는가?" 670그램의 스팀덱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는 없다.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닐 수는 있지만, 출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꺼내 들기는 쉽지 않다. '휴대용'의 의미가 변질된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기대가 변한 것일까?
이와 동시에, 모바일 게임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물리적 무게가 아닌, 게임의 복잡성과 요구하는 시간과 자원의 측면에서 말이다. 최근의 모바일 게임들을 보자. '붕괴: 스타레일'은 다운로드 크기가 15GB에 육박한다. 이는 몇 년 전의 콘솔 게임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명조: 워더링 웨이브'와 같은 오픈월드 ARPG는 광활한 세계, 복잡한 전투 시스템, 깊이 있는 스토리라인을 자랑한다. 이런 게임들은 더이상 틈새 시간에 즐기는 '가벼운' 게임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과 집중력을 투자해야 하는 '무거운' 경험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복잡한 모바일 게임들이 종종 스마트폰보다 PC에서 플레이하기 더 적합하다는 점이다. 작은 화면, 손가락으로 가려지는 시야, 정밀한 조작의 어려움과 같은 모바일 인터페이스의 한계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PC 버전으로 연동해 플레이한다. 심지어 개발사들도 이를 인지하고 모바일, 태블릿PC, 데스크탑 등과 연동되는 크로스 플랫폼 기능을 적극 지원한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이름을 가진 게임이 모바일이 아닌 환경에서 더 잘 작동하는 아이러니가 생긴 것이다.
함께 있어서 가능한 '로컬 플레이'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휴대용 게임 문화의 가장 특별한 측면 중 하나는 '로컬 플레이'라는 경험이었다. 여기서 로컬 플레이란 두 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각자의 기기를 통해 함께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는 '통신 플레이'라고도 불렸으며, 휴대용 게임기가 제공하는 가장 독특한 사회적 경험 중 하나였다. 이러한 로컬 플레이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그것은 물리적 근접성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사회적 경험에 있다. 온라인 플레이와 달리, 로컬 플레이는 상대방의 표정, 목소리, 반응을 직접 볼 수 있다. 게임에서 이긴 후의 환호, 패배한 후의 아쉬움, 희귀한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놀라움 같은 감정의 교류가 게임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로컬 플레이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고속 인터넷의 보급, 스마트폰의 대중화, 그리고 온라인 서비스의 발전은 게임의 사회적 측면을 물리적 공간에서 가상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PS Vita는 여전히 로컬 플레이 기능을 제공했지만, 그 인기는 이전 세대만큼 크지 않았다. 모바일 게임은 주로 온라인 멀티플레이에 초점을 맞추었고, 로컬 플레이는 점차 특별한 기능이 아닌 부가적인 기능으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2017년 닌텐도 스위치의 등장은 로컬 플레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스위치는 그 디자인 자체에 로컬 멀티플레이를 핵심 요소로 포함시켰다. 분리 가능한 조이콘, 테이블 모드, 그리고 쉽게 휴대할 수 있는 크기는 언제 어디서나 다른 사람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마리오 카트 8 디럭스',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 '스플래툰 2' 등의 게임은 온라인 플레이뿐만 아니라 로컬 플레이에도 큰 비중을 두었다.
로컬 플레이의 가치는 현시점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가상 공간에서의 연결이 일상화된 지금, 물리적 공간에서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오히려 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향수나 복고 트렌드가 아닌, 인간의 근본적인 사회적 욕구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직접 느끼고, 감정을 공유하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한다.
오늘날 로컬 플레이는 온라인 플레이와 병존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아마도 두 경험 모두를 선택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스팀덱이나 ROG Ally와 같은 최신 휴대용 PC 게임기들은 온라인 기능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휴대용으로 기기를 들고 나가 같은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로컬 플레이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는 휴대용 게임 문화에서 로컬 플레이가 가진 고유한 가치가 여전히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 경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휴대용 게임기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접근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무거운 포터블 기기들은 이동하면서는 아니지만, 공간의 자유로움을 제공한다. 침대에서, 소파에서, 카페에서, 화면 앞에 고정되지 않고 편안한 자세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초기에는 '언제 어디서나 잠깐씩' 즐기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이제는 '어디서든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향상되고, 모바일 게임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변화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기존 카테고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왜 무거운 전용 게임기를 구매하는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이미 강력한 게임기로써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 왜 추가로 스위치나 스팀덱을 사는 것일까? 이는 그저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문화적, 경험적 선택이다. 전용 게임기는 물리적 버튼이 주는 촉각적 만족감, 게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어쩌면 '진지한‘ 게이머로서의 정체성 표현까지, 스마트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제공한다. 스마트폰 알림에 방해받지 않고, 손에 딱 맞는 그립감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중요한 가치다.
결국 무거워지는 포터블 기기와 무거워지는 모바일 게임은 ‘같은 현상의 두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이머들이 더 깊고 풍부한 경험을 원한다는 신호이며, 게임이 단순한 오락보다 몰입형 미디어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다. 휴대성과 편의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더 나은 게임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것이 2025년 현재 휴대용 게임 문화의 핵심이다.
마치며
몇 주 전 오후, 나는 친구를 기다리며 조용한 카페 구석 자리에서 샌드위치와 음료를 주문하고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스팀덱을 꺼냈다. 주변을 살피고,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전한 각도를 찾은 후에야 게임을 시작했다. 친구들과 닌텐도 DS를 들고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던 어린 시절의 나와, 오늘날 670그램짜리 휴대용 PC를 들고 인적 드문 카페에서 '발더스 게이트3'를 플레이하는 성인이 된 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명확한 연속성도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게임을 통해 다른 세계로 빠져들고, 그 세계를 언제 어디서나 내 손 안에 담고 다니고 싶은 욕구이다.
휴대용 게임 문화의 25년 여정을 돌아보면, 기술적 변화의 속도와 규모는 정말 놀랍다. 게임보이의 흑백 픽셀에서 스팀덱의 고화질 3D 그래픽까지, 2KB 게임 카트리지에서 100GB 이상의 다운로드 게임까지, 링크 케이블을 통한 두 명의 연결에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온라인 게임까지. 이러한 기술적 진화는 게임 경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해왔는지에 관한 문화적 변화이다. 휴대용 게임기는 단순한 기술적 장치를 넘어 우리의 시간, 공간, 사회적 관계를 재조직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시간의 측면에서, 휴대용 게임은 '틈새 시간'의 개념을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5분,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30분과 같은 시간들은 그저 '죽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휴대용 게임은 이러한 시간들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울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모바일 게임의 푸시 알림과 일일 퀘스트는 우리의 시간 인식과 일상 리듬에 게임의 논리를 침투시켰다. 공간의 측면에서, 휴대용 게임은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경계를 흐렸다. 지하철, 카페, 공원과 같은 공적 공간은 이제 게임 경험의 배경이 되었다. 이것은 공간의 용도와 의미를 변화시키고, 때로는 공공장소에서의 적절한 행동에 대한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기도 했다. 사회적 관계의 측면에서, 휴대용 게임은 새로운 형태의 교류외 공동체를 만들어냈다. 로컬 멀티플레이는 직접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했고, 온라인 기능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선 연결을 가능하게 했다. 때로는 디지털 연결이 실제 대면 관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두 개념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진화하고 있다. 포터블이 의미하는 전용성과 깊이, 모바일이 상징하는 접근성과 일상성은 때로는 대립하고, 때로는 서로를 보완하며 휴대용 게임 문화를 형성해왔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모든 기술적, 문화적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연결, 몰입, 도전, 성취를 향한 갈망은 게임보이 시대에도, 스마트폰 시대에도, 스팀덱 시대에도 휴대용 게임 문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연결에 대한 욕구는 포켓몬 교환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으로, 몰입에 대한 욕구는 테트리스의 단순한 집중에서 오픈 월드 RPG의 복잡한 서사로, 도전과 성취에 대한 욕구는 하이스코어 경쟁에서 트로피와 업적 시스템으로 그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동일하다. 이러한 욕구들이 휴대용 게임 문화의 진정한 원동력이다. 기술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더 좋은 그래픽, 더 강력한 프로세서, 더 큰 저장 공간은 결국 더 깊은 몰입, 더 풍부한 연결, 더 의미 있는 도전과 성취를 위한 도구이다.
카페에서 조심스럽게 스팀덱을 꺼낸 그 순간, 나는 여전히 공적 공간에서의 게임 행위가 갖는 미묘한 긴장감을 느낀다. 그것은 25년간의 기술적 진화에도 불구하고, 게임의 문화적 위치가 여전히 협상 중인 상태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작은 기기 속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세계는 게임 경험의 본질적 가치를 증명한다. 결국 휴대용 게임의 미래는 단순한 기술적 혁신이 아닌, 인간의 근본적 욕구와 문화적 맥락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터블'과 '모바일'이라는 개념은 계속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고, 우리의 일상을 재구성해나갈 것이다.
21세기 첫 25년의 여정이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25년도 기술적 발전과 인간적 지속성이 공존하는 흥미로운 변화의 연속일 것임을 기대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주머니 속에 작은 세계를 담아 다니며, 그 세계를 통해 게임을 즐기게 되지 않을까?
참고자료
권용만. (2015). NDS와 PSP를 중심으로 분석한 휴대용 게임기의 인터랙션 진화
윤장원. (2011). 아이폰 게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 분석 -휴대용 게임기 게임과 아이폰 게임의 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Christian McCrea. (2011). We play in public: The nature and context of portable gaming syste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