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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세미나] ‘We Will Take Your Heart’: Japanese Cultural Identity in Persona V

18

GG Vol. 

24. 6. 10.

‘We Will Take Your Heart’: Japanese Cultural Identity in Persona V

 

본 논문은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의 게임, 젠더 연구자인 로렌스 허프스(Laurence Herfs)가 일본 학술지 ‘Replaying Japan’에 2021년에 투고한 논문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외부자의 시선(특히 서양)에서 일본 게임을 일본 학술지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기에 소개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정치 부패, 사회문화적 문제와 불안으로 시작하여 국가 브랜딩으로 이어지는 문화적 정체성을 <페르소나 5>(이하 페르소나 5)를 통해 살펴본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외전에 해당하는 작품이었지만, 사회문화, 철학, 심리학적 소재를 테마로 청소년이자 학생인 캐릭터를 내세워, 이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조로 인기를 얻어 시리즈가 된 JRPG 작품이다. 이러한 특징처럼 페르소나 5 또한 도쿄를 배경으로 자경단이자 학생인 주인공 일행이 일본 내 사회문화적 불안과 부패를 상징하는 적들을 물리치고 국가를 개혁하는 상당히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가볍고, 스타일리쉬하고, 위트있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본격적으로 현실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이 논문이 나올 수 있던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 페르소나5, 출처 –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일본의 부패를 탐험하며

 

페르소나 5는 주인공(플레이어)이 유력 정치인의 여성 폭행을 막았다는 이유로 보호 관찰을 받은 후 도쿄로 전학 가게 되며 시작된다. 이후 플레이어는 ‘죄수(しゅうじん; 囚人)’와 동음이의어인 ‘슈진(しゅうじん; 秀尽)’ 학원 고교에 전학을 가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슈진 학원 고교는 마치 어두운 현실을 학교라는 작은 사회로 압축하고 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학생들을 언어,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도덕적으로 부패한 교사(어른)인 ‘카모시다 스구루’를 마주한다. 페르소나5는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특정 개인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이형의 인지 공간(팰리스)을 통해 현실 세계를 표현한다.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작중 튜토리얼 파트인 도입부에서 플레이어는 부패한 현실 속 두 명의 희생자인 ‘사카모토 류지’(학생 체벌)와 ‘타카마키 안’(성폭행과 자살)과 팀을 이루어 카모시다의 팰리스로 들어가 반항 정신의 인지적 표현인 ‘페르소나’와 계약을 맺고 카모시다와 싸우게 된다. 이러한 도입부처럼 게임 스토리는 부패 인물을 제시하고, 게임은 일본 사회 속 다양한 형태의 부패, 학대, 불의 등을 팰리스로 표현하고 이곳을 탐험하고 문제가 되는 부패 인물을 타도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또한 플레이어는 학교가 위치한 도쿄 도심을 탐험하면서 사람들의 생각과 대화를 엿볼 수 있는데, 여기서도 사회에 대한 불안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페르소나 5 속 비판점은 ‘자본주의의 과잉’이다. 부패 인물들은 더 많은 부,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해 집착한다. 페르소나 5는 사회적 긴장과 불안에 대한 이미지를 부패 인물에 위치시킴으로써 다루고 있다. 페르소나5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극복의 서사를 제공한다. 이처럼 페르소나 5는 일본 수도 도쿄의 사회적 불안과 부패한 인물상을 이미지와 서사로 제시하며, 이를 극복하여 일종의 해방감을 제공한다.

 


순응하는 침묵 문화 속 일본 청년 문제

 

페르소나 5는 일본 사회의 관습적 규범인 ‘일본다움’에 대한 메시지나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일본다움’은 집단적이고, 조화를 추구하며, 위계적 관계를 통해 ‘높은 의식 사회’로 묘사된다. 달리 말하면, ‘올바른 것’으로 규정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은 게임 곳곳에 존재한다.


그러나 게임은 순응, 위계질서와 같은 ‘일본다움’이 실제로 부패와 고통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개인주의와 반항을 상징하는 ‘마음의 괴도단’은 일본식 순응주의와 이 사고방식의 정반대를 상징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페르소나 5의 중요한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도와야 하는 ‘코옵(Co-op)’이다. 모든 코옵은 어떤 식으로든 착취, 괴롭힘, 무시당하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모든 이야기에서 일본인은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자 고군분투하고, 순응하는 침묵 속에서 고통받으며, 타인이 자신을 이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침묵을 깨기 위한 은유적 장치가 ‘페르소나’이다. 새로운 멤버가 ‘마음의 괴도단’에 합류할 때마다 반항 정신의 인지적 표현인 ‘페르소나’와 계약을 맺고 깨어난다. 가면을 뜯는 ‘페르소나’ 등장 연출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아의 정체화를 반영하기도 한다(Lopez & Marquez, 2023).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일본의 순응적인 페르소나 구조인 ‘혼네(本音; 속마음)-타테마에(建前; 겉마음)’의 분열적 알레고리로 보았다. 즉, 페르소나 5는 ‘혼네’를 받아들여야 억압 구조 안에서 진정한 자아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페르소나 5는 청년들이 어른들의 순응 압박과 그에 따른 ‘타테마에’에 고통받는 것으로 묘사하지만, 진정한 병리는 청년들의 부담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중 등장하는 정치인 ‘요시다 토라노스케’는 불안정한 일본 청년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청년이 조용히 고통받고 있습니다. 일자리, 안전, 저축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2010년대 초 일본 언론이 제시한 ‘청년 문제(若者問題)’라는 개념에서 비롯된 일본 청년층의 ‘도덕적 공황’을 둘러싼 대중 담론을 의미한다. 페르소나 5에서는 이런 문화적 불안을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일행인 ‘사쿠라 후타바’는 후술할 ‘시도 마사요시’에 의한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오타쿠이자 히키코모리이다. 그러나 후타바는 어머니의 복수를 하는 코옵과 ‘마음의 괴도단’과의 유머러스한 인터랙션과 에피소드를 통해 구원받고 점차 다시금 사회에 적응해 간다. 페르소나 5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일본 청년 문제를 둘러싼 문화적 불안을 풀어나간다.


* 사쿠라 후타바 연출, 출처 – https://bbs.ruliweb.com/game/1074/read/9408327?

 

페르소나 5는 ‘순응하는 일본인 스테레오타입’을 극한까지 드러냄으로써 문화적 불안을 비판한다. 이는 스토리 막바지에 이르면서, 일본인들의 순응과 침묵을 통해 국민이 다시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도록 집단적 전체주의를 주장하는 흑막 정치인 ‘시도 마사요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이처럼 게임에서 나타나는 ‘일본다움’의 담론적 이미지는 문화적 스테레오타입을 따른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본 사회를 묘사하는 이 게임은 미디어 속 일본의 스테레오타입과 일치시키며 동시에 비판한다. 이러한 점에서 ‘마음의 괴도단’은 청년 문제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혼네’인 페르소나를 통해 ‘타테마에’를 거부하는 성취자로 그려진다.

 


쿨 재팬 브랜딩으로서의 페르소나 5

 

페르소나 5의 중요한 배경 중 하나는 제작 초기 시기인 2011~2014년 사이의 미디어 열풍 속 동일본 대지진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재등장을 다룬다는 점이다. 이는 흑막인 ‘시도 마사요시’로 그려진다. ‘마음의 괴도단’이 초기에 만난 부패 인물 중 상당수 또한 현 체제를 전복하려는 시도의 정치적 의도와 관련되어 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국가 개혁에 몰두하며 민족주의를 표출한다. 이는 실제 일본 최대 극우 단체인 일본회의가 주장하는 민족주의와 유사하다.


페르소나 5는 시도를 일본 정치의 랜드마크인 국회의사당과 같은 형태의 팰리스로 표현하여 일본 정치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나아가 시도의 팰리스는 붉은 바다 속 침수된 도쿄를 항해하는 호화 크루즈를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쓰나미를 은유한다. 이처럼 페르소나 5는 두 가지 재해를 혼합하여, ‘시도 마사요시’를 당시 동일본 대지진 시기의 아베 신조의 정치적 이미지와 수사를 강조한다.


* 시도 마시요시의 팰리스, 출처 – https://macco-poke.hateblo.jp/entry/persona5R/7_1에서 수정·사용

 

그러나 저자는 페르소나 5가 반드시 일본 정치의 비판만을 내포하진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일본의 기업 상품 측면에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부의 국가 재건을 위한 ‘소프트 파워’로서의 ‘쿨 재팬’ 정치 의도로 보았다. 일본은 ‘쿨’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강화하기 위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과 같은 미디어 문화 산업에 의존해왔다(Tamaki, 2019). 이 맥락에서 페르소나 5는 일본과 ‘일본다움’ 브랜딩에 기여한다. 플레이어는 페르소나 5를 플레이함에 따라 일종의 가상 여행을 하며, 도쿄를 체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일본다움’의 물질적 형태에 익숙해진다. 즉, 페르소나 5의 정치, 권력 구조에 대한 비판, 권위에 대한 반항적 태도, 사회적 개혁에 대한 요구는 단순한 사회 비판이 아닌, 그 자체로 쿨 재팬 상품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페르소나 5에서는 국가 브랜딩이 추구하는 것처럼 이미지에 맞지 않는 불편한 요소는 배제되었다. 일본 내 인종, 젠더, 퀴어 문제이다. 특히 밀러(Miller, 2011a)가 쿨 재팬이 추구하는 이미지가 소프트 포르노그라피적 표상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듯이, 게임 내에서 성적 대상화한 것을 비판하면서도 게임 내 불필요한 성적 대상화가 계속해서 존재했다. 안의 괴도복이나 관련된 서사는 불필요한 성적 대상화의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측면은 쿨 재팬 이데올로기의 상품화된 여성성을 보여준다. 쿨 재팬의 재현은 여성을 가부장적 통제와 욕망의 대상으로 환원시킨다(Miller, 2011b). 즉, 여전히 페르소나 5는 여성들이 자신을 억압하는 사람들에게 반항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동시에, 여전히 일본의 가부장적이고 성적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 타카마키 안 괴도복, 출처 – https://asia.sega.com/persona-remaster/p5r/kr/

 

마지막으로 페르소나 5는 쿨 재팬의 비서양적(non-Western)이면서도 비아시아적(un-Asian)인 독특한 이중 정체성을 반영한다. 게임은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지만, ‘마음의 괴도단’의 페르소나는 유럽 문학 속 영웅 또는 무법자에 기반한다. 서구 영웅의 반항적 개인주의라는 서양적 가치는 일본이라는 비서구적 세계에 통합된다. 이처럼 페르소나 5가 제시하는 일본이라는 브랜드는 서양적 가치와 일치하는 아시아지만 아시아가 아닌 역설적이고 독특한 존재이다. 결국 이 게임은 극우주의에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일본에 대한 신화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쿨 재팬에 공모하고 있다.

 


결론을 대신하여

 

저자는 결론적으로 페르소나 5가 예술로서 사회적 비판과 기업의 이익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페르소나 5는 정치적 부패, 사회적 불안 등을 문화적 표현으로 제시하면서도, ‘쿨 재팬’ 국가 브랜딩의 원천이 된 문화적 인공물이기도 하다.


페르소나 5가 찬사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이전 시리즈들보다 직설적으로 일본 사회의 현실을 비추고, 비판하는 상징과 스토리, 은유에 있다. 물론 게임 내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청년 문제, 정치 부패 등)가 단순히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많은 타국 게이머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페르소나 5는 이 문제들에 대해 진보적이고, 성찰적인 스탠스를 보여준다.


그러나 본 논문은 일본 밖 외부자의 시선에서 더 깊은 곳을 조명하고 있다. 이 게임이 갖는 정치적 의미, 의도는 일본 외부, 즉, 타자에게 보이는 일본의 국가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혼네-타테마에’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페르소나 5는 여전히 ‘일본다움’을 내포한다. 다시금 타국 게이머들에게 일본의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게임을 즐기는 데에 있어, 이러한 측면을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임이 이러한 가치를 띠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 논문이 주장하는 궁극적인 바는 아마 게임은 여전히 ‘국경’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는 미디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참고문헌


Herfs, L. (2021). “‘We Will Take Your Heart’: Japanese Cultural Identity in Persona V”. REPLAYING JAPAN, 3, 43-54.
Lopez, A.A.L. & Marquez, L.P. (2023). Persona 5 Royal as Philosophy: Unmasking (Persona)l Identity and Reality. In: Kowalski, D.A., Lay, C., S. Engels, K. (eds) The Palgrave Handbook of Popular Culture as Philosophy. Palgrave Macmillan, Cham.
Miller, L. (2011a). Cute Masquerade and the Pimping of Japan. International Journal of Japanese Sociology. 20. 18 – 29.
Miller, L. (2011b). Taking girls seriously in ‘cool Japan’ ideology. Japan Studies Review. Florida: 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15, 97-106.
Tamaki, T. (2019). Repackaging national identity: Cool Japan and the resilience of Japanese identity narratives. Asi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27(1), 108–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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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 쿨재팬, 오리엔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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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문화연구자)

게임연구에 발을 들인 대학원생입니다. 지금은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첨단종합학술연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게임의 경계는 어디까지 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든 일본어든 글 쓰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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