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신체, 보이지 않는 신체
22
GG Vol.
25. 2. 10.
게임과 신체
게임과 신체는 불가분의 관계다. 현실세계 외부에 컴퓨터 기술로 별도의 가상세계를 만들고, 플레이어로 하여금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하게끔 하는 것이 게임 플레이라면, 플레이어의 신체는 게임 플레이를 위한 기본 조건이 된다. 이 때 신체는 가상세계에의 개입을 위해 게임 밖에서 플레이어의 생각과 의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기능한다.
다른 한 편으로, 게임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여한다고는 해도 플레이어의 신체는 게임 바깥인 현실에 있기에, 플레이어를 대신하는 게임 속 아바타의 존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아바타는 플레이어 신체를 연장한 가상세계 속 구현물로, 게임 밖 플레이어의 신체를 통해 입력된 명령을 게임 내에서 실현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렇듯 게임에서 신체는 크게 두 축, 즉 게임하는 플레이어의 신체, 그리고 게임 속 아바타의 신체로 논의된다. 둘을 게임의 밖과 안의 신체, 게임 시스템에 조응하는 신체와 게임에서 재현되는 신체, (가상세계 속) 눈에 보이는 신체와 보이지 않는 신체로도 구분할 수 있겠다. 두 축을 중심으로 게임과 신체가 서로 만나 얽히는 여러 지점들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게임과 게임 플레이를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플레이어의 신체가 아바타 신체와 무엇을 통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것이 게임 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는지, 관련해 논의 가능한 이슈들엔 무엇이 있고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들여다봐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인터페이스와 신체
플레이어의 생각과 의지를 게임세계에 전달하는 도구로서 신체에 대해 언급했지만, 신체가 직접 게임세계에 침투 가능한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의 신체는 ‘인터페이스(interface)’를 통해야 비로소 스크린 너머 가상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가상의 환경과 사물 그리고 이야기에 직접 개입할 수 있게 된다. 게임에서 인터페이스는 플레이어와 게임 시스템 간 상호작용을 가능케 하는 매개체를 말한다. 크게 ‘물리적 인터페이스’와 ‘정보 인터페이스’로 구분된다. 전자가 가상세계로 진입하기 위해 플레이어에게 처음부터 주어져야만 하는 게임 외적 요소로 컨트롤러, 키보드, 마우스 등을 포함한다면, 후자는 플레이어가 가상세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게임 내적 요소이며 인벤토리, 맵, 정보창 등이 이에 속한다.
인터페이스를 통해 게임 밖 플레이어의 신체는 게임 속 아바타의 신체와 연결된다. 물리적 인터페이스는 특히 플레이어의 물리적 신체와 맞닿는다. 플레이어의 개인적 공간에 머물고, 심지어 신체와 자주 접촉한다. 플레이어의 생각과 의지가 신체를 거쳐 물리적 인터페이스에 입력되면, 입력치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정보 인터페이스나 캐릭터에게 보낸다. 플레이어가 플레이를 위해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물리적 인터페이스가 점차 플레이어의 신체로 통합됨에 따라 일부 피트니스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게임류에서 플레이어의 신체가 그 자체로 물리적 인터페이스화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이하 ‘AR’)은 물리적 인터페이스와 정보 인터페이스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게임이 매개되고 재현된 세계를 제공하는 것임에도, 인터페이스를 통해 가상세계를 즉각적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그 세계를 마치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게임은 특정 시점(1인칭, 3인칭) 혹은 혼합형 시점(1+3인칭)을 사용하며 카메라 렌즈와 같은 매개효과를 이용해 플레이어를 그 세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플레이어는 그 신체가 스크린 바깥에 있음에도 스크린 안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원격현전(tele-presence)’이라 부른다. 원격현전은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인지되는 존재감으로, 실은 부재 상태인 타자나 사물과의 공동 공간감, 몰입, 현실감 등과 같은 심리적 상태 혹은 주관적 관념으로 이해된다(International Society for Presence Research, 2000). 면대면으로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과 달리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를 통해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 수용자는 일반적으로 실재하는 물리적 환경과 미디어를 통해 구현되는 환경을 동시에 지각한다. 그럼에도 몰입적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고도의 원격현전을 제공하고, 플레이어는 자신의 신체가 위치한 현실과 플레이가 이뤄지고 있는 가상현실 간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거나 최소한만 지각하게 된다(강신규, 2020). 원격현전을 통해 플레이어의 신체는, 인지적 차원에서 물리적 현실세계를 빠져나가 가상세계로 빨려들어간다.
VR 게임과 신체
VR 게임은 기존의 물리적 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 HMD(head-mounted display) 같은 기기를 착용한 플레이어의 신체를 입력장치화한다. 플레이어의 신체는 현실에 물리적으로 위치하지만, 기기를 통해 경혐되는 시청각 신호로 인해 뇌는 플레이어의 신체가 마치 가상공간 안에 있는 것처럼 인식한다. 플레이어의 신체가 가상공간 안에서 재현되기에 아바타는 VR 게임에서는 대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플레이어가 신체를 직접 움직여서 게임 속 자신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그 안에서의 활동은 기존 게임이 제공하는 가상세계에서보다 훨씬 더 조밀하고 촘촘한 감각의 집중을 요구한다. 할 수 있는 일도 많고, 해야 하는 일도 많다.
보통 게임에서의 시점이 장르나 특성에 따라 1인칭, 3인칭 그리고 혼합형 시점으로 다양하게 구분됐다면, VR 게임은 대부분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플레이가 이뤄지는 공간 역시 평면 공간, 스크롤링 공간, 입체(3D) 공간 등으로 구분되는데, VR 게임에서는 입체 공간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신체를 활용한 상호작용, 가상세계 안과 밖 시선의 일치, 입체 공간 제공 등을 통해 VR 게임은 기존 다른 게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원격현전을 유발할 가능성을 갖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가 핍진적(verisimilitude)일수록 플레이어는 비매개에 가까운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그것이 현실과 얼마나 가까우냐가 아니라, 가상세계 안에 존재하는 환경, 캐릭터, 캐릭터의 행위, 상황과 개연성들이 얼마나 신뢰할 만하고 현실적이냐가 플레이어의 상호작용적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때 VR 게임은 비물질적이지만 물질적인 것으로 지각될 만큼 ‘실재’하는 인식의 세계를 탄생시킨다. 마치 현실세계에서처럼 가상세계가 물리적 시공간을 제공하는 것처럼 인식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상현실은 플레이어에게 ‘부재’를 떠오르게 만들 수밖에 없는데, 가상현실 속 모든 것이 물질적 구현이자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존재로서의 현실 속 많은 것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기기를 착용한 눈과 귀가 인식하는 가상세계와, 플레이어의 신체가 감지하는 주위 환경이 어긋나기 때문에 VR 게임은 종종 플레이어에게 어지럼증이나 울렁거림을 발생시킨다. 특히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이나 1인칭 슈팅 게임(first person shooter, FPS)을 오래 플레이하다보면, 이른바 ‘사이버멀미(cybersickness)’를 느끼게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이버멀미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는 기술적 방안에 대한 고려가 다각도로 이뤄지고는 있지만, 현재와 같은 기술 상황에서 게임 개발자들이 사이버멀미를 피하기 위해 택하는 주된 방법은 아예 움직이지 않고 전지적 관찰자의 시점이 되거나, 순간이동으로 이동 과정의 표현을 생략하거나, 아니면 중력 없는 가상공간에 플레이어를 밀어 넣는 것이다. 멀미를 유발할 수 있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취하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향후 물리적 인터페이스가 전정기관과 같은 플레이어의 신경(기관)을 직접 자극하고 (실제 자극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신체가 그에 반응하게 될 때가 오면, 더 이상 플레이어의 신체가 가상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이는 가상세계가 보다 완전한 시뮬라크르(simulacre)가 됨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VR 게임이 야기하는 사이버멀미는 가상세계를 가상세계로 인식하게 하는, 우리 신체가 만들어낸 닻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강신규, 2020).
AR 게임과 신체
AR 게임에서는 현실과 가상 간 경계가 투명해지고, 종종 가상세계를 위해 현실이 동원된다. <포켓몬고>는 현실세계 모든 곳을 무대로 삼아, 플레이어로 하여금 언제든 포켓몬스터(이하 ‘포켓몬’) 사냥을 통해 포켓몬 트레이너로서 활약하게 만드는 AR 게임이다. 포켓몬을 잡는 행위는 플레이어 신체의 물리적 공간 이동을 전제로 한다(홍성일·이수엽·박근서, 2017). 특정 지점에서 포켓몬을 마주치기 전까지 플레이어가 이동하는 행위는 현실 속에서 이뤄진다. 게임 플레이(포켓몬 사냥)를 위해 현실에서의 특정 행위(플레이어 신체의 이동)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임 안의 것을 위해 게임 밖 요소가 동원되는 <포켓몬고>에서는, 게임 밖 요소가 더 많이 동원될수록 게임 안이 두둑해진다. 기존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와 게임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데이터가 비롯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AR 게임에서는 그 데이터의 상당 부분이 게임 외부에서 온다. 플레이어와 게임 사이의 관계가, 플레이어와 게임 그리고 게임 밖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AR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공간과 게임 공간이 일치한다. 플레이어는 현실 속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게임이 이뤄지는 공간 역시 현실이다. 따라서 AR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원격현전감이 아닌 현전감을 제공한다. 게임 속 공간 탐험이 게임 바깥 공간 탐험으로 바뀐다는 점도 AR 게임 플레이 고유의 특징이다. 기존 게임에서의 플레이는 곧 게임 공간을 탐험하고 통달하는 일과 관련되었다(박근서, 2009). 하지만 AR 게임에서의 플레이는 현실세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기존 게임과 VR 게임이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면, AR 게임은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현실세계에 필요한 가상의 정보를 중첩시킨다. 기존 게임과 VR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현실과 분리된 허구의 체험을 제공하지만 AR 게임은 현실과 가상의 접점을 유지한다. VR 게임의 경우 HMD와 같은 전용기기를 착용해야 디스플레이에서 가상세계를 인식할 수 있지만, AR 게임은 눈으로 보는 현실에 가상의 이미지나 정보 등을 입히는 방식으로 간단히 구현 가능하다. 따라서 현실세계에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보다 쉽고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강신규, 2020). 현실을 배경으로 플레이된다는 점에서 진짜 사실적이고 실재감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다는 특징도 지닌다.
e스포츠와 신체
e스포츠에서도 ‘신체’가 화두다. 프로게이머의 국가 대항전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은지 오래지만, e스포츠가 전세계적으로 정식 스포츠 종목이 되진 못했다.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올림픽 게임의 경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각국올림픽위원회(NOC) 등이 종목 채택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물론 e스포츠가 반드시 정식 스포츠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관련 기관들의 승인이 있어야만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가 되는 것도 아니다. e스포츠는 애초부터 경기장, 선수 간 경쟁, 규칙 등의 스포츠적인 요소와 스타 프로게이머, 팬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융합된 스포테인먼트였다. 그럼에도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가 될 때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여지가 크고, e스포츠 육성을 위한 공적지원 역시 더 확대될 수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e스포츠는 긍정적이지 못한 인식으로 인해 본격적인 지원이나 육성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당연히 기존 스포츠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 측면도 있다. 종목 다양화와 국산 종목화, 인력 양성 및 경력 관리 시스템 확충, 관련 주체들 간 거버넌스 확립, 저작권 문제 등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근대 스포츠의 핵심 개념인 ‘대근육 사용’ 여부다. 경기가 행해지는 데 있어 대근육을 중요하게 사용하지 않는 e스포츠는 스포츠 범주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인간 의지의 육체적 발현을 대근육의 사용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은 시대에 부합하지 않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의지와 의지 간의 경쟁은 단순히 오프라인 상 대근육의 움직임 논의를 넘어 새롭게 개념화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재의 스포츠는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행동을 개념화한 근대적 시각을 넘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왔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 팬들의 즐거움 추구방식 변화, 스포츠 관련 기술 및 도구의 발전 등은 근대 스포츠 개념 재구성의 필요를 촉발시켰고, 이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근대 스포츠가 추구해온 경쟁성, 조직성, 제도화, 집중력, 작전, 신체활동 등의 요소를 넘어서는 새로운 스포츠들로 향한다. 극한의 물리적 공간(암벽, 절벽, 인공적인 링, 도시의 빌딩과 빌딩 사이 등)에서 인간 육체의 모든 가능성을 실험하는 익스트림 스포츠, 이종격투기 등은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여 경쟁을 추구하는 스포츠에 해당한다. 근대 스포츠의 특성을 지니면서도 신체 활동보다는 작전, 집중력 등의 요소에 의해 경쟁이 이뤄지는 컬링, 사격, 양궁, 골프 등은 정신적 요소가 부각되는 스포츠라 할 수 있다.
가상공간을 통해 행해지는 e스포츠는 일반 스포츠 경기보다 더욱 동일한 외적 조건에서 이뤄지는 경쟁이며,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요소가 동시에 요구된다. 먼저, 정신적 요소는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력을 통해 향상된 정신적 요소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경기에 임하며, 경기가 펼쳐지는 가상세계는 선수들의 정신적 요소를 견주는 장이 된다. 신체적인 능력의 경우 승패를 좌우할 만큼 절대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신적 요소 못지 않게 상당 부분 필요하다. 대근육을 쓰진 않으나 집중력 유지를 위해 기초 체력이 있어야 하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조작하는 일도 승패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채희상·강신규, 2011). 결국 e스포츠는 상당 수준의 신체적 반응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물리적 공간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전략, 집중력 등 정신적 요소를 극대화하여 경쟁하는 새로운 개념의 스포츠로 범주화될 수 있다. 전략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그 어떤 다른 스포츠보다도 빠르고 정확한 판단, 통찰력, 감정 조절과 상황 대처, 섬세한 컨트롤 등을 요구하는 멘탈 스포츠이자 피지컬 스포츠인 것이다.
게임 안과 밖의 여성 신체
게임에서의 신체에 대해 다루면서 ‘여성’ 논의를 빼놓을 수 없다. 게임과 여성에 대한 논의는 다각도로 이뤄져 왔지만, 그 중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논의에서는 주로 비판적 시각에서 게임 내 여성 신체의 재현(representation) 문제나, 플레이하는 신체로서 여성을 다루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자가 게임 안의 여성 신체에 대해 살핀다면, 후자는 게임 밖의 여성 신체를 들여다보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여성 신체의 재현 논의는 게임 텍스트에서 여성이 전반적으로 희미하거나 부재하고, 텍스트 상에 드러난다 해도 스테레오타입화되거나, 성별화된 묘사의 대상이 된다는 데 주목한다(윤태진·김지윤, 2023; Dietz, 1998; Greenfield, 1994; Kinder, 1991). 여성 캐릭터가 게임 내러티브에서 부수적이거나 남성 의존적인 역할을 맡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식으로 왜곡된 몸매를 지녔거나, 게임세계 속 상황(예를 들어, 모험, 사냥 등)에 적합하지 않은 의상 혹은 아이템을 걸쳤거나, 마찬가지로 게임세계 속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 혹은 몸짓을 보이는 경우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재현된 여성이 어떻게 (특히 남성) 플레이어들에게 받아들여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논의들도 있다. 가령 FPS 속 플레이어 시선의 문제를 논의한 한 연구(Bryce & Rutter, 2002)는, 플레이어들이 특정 게임에 내재된 구조로 인해 불가피하게 남성적 시선을 채택하게 되고, 여성의 존재는 물신화된 대상으로 그려짐으로써 결국 남성적 즐거움에 동참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그런 게임에서 게임 플레이는 기존의 성 역할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행위가 된다.
여성 플레이어가 신체적 차이로 인해 남성보다 게임을 잘 하지 못한다거나, 직접적인 경쟁 위주의 게임보다는 캐주얼하거나 커뮤니케이션에 기반을 둔 게임류를 좋아한다거나(Krotoski, 2004), (남성 플레이어가 설명을 통해 게임을 학습하는 데 반해) 모델이 될 만한 게임 플레이를 따라하면서 게임하기를 배운다(Graner Ray, 2004)는 식으로 여성 플레이어를 규정하는 경우도 많다. 게임을 잘 하는 여성 플레이어를 독특한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온라인게임에서 여성 플레이어를 한 팀으로 만났을 때 한탄 혹은 희롱하거나, 여성 플레이어에게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 선택을 강요하는 등의 행위도 게임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다양한 신체가 재현되지 않는 상황이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인터페이스, 아바타, 상호작용, 그리고 시선 등을 통해 다른 미디어에 비해 보다 몰입적인 수용 환경을 제공하는 게임에서 여성에 대한 긍정적이지 못한 방식의 재현은 훨씬 더 문제적인 것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게임 플레이에서 성별의 차이를 내재적이고 불변하는 것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여성 플레이어를 대하는 것도 문제다. 여성 플레이어 역시 남성 플레이어 못지 않게 다양한 게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도 아주 능숙하게 플레이한다. 게임을 생산과 소비 차원, 재현과 플레이 차원에서 남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여성을 비가시화된 대상으로 반대 편에 위치시키는 이해는, 게임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 데 있어 아주 지엽적이고 편협한 파악만을 허용할 뿐이다.
관련해 남성적인 것, 혹은 여성적인 것으로 당연하게 부여돼 오던 가치 체계에 의혹을 제기하고 보다 포괄적 관점에서의 플레이어를 바라보려는 시도(예를 들어, 전경란, 2009), 여성 플레이어의 취향과 지향성에 기초해 그들을 만족시킬 게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예를 들어, Laurel, 1998), 탈남성적 시각에서 여성 게이머의 주체성에 주목하고 여성 게이머를 가시화하는 시도(예를 들어, 윤태진·김지윤, 2023)들이 다양하고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의미 있는 작업들을 남성적인 것에 대한 전복이나 여성적인 것의 회복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 문화의 정착을 위한 것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게임과 신체
이상에서 게임하는 플레이어의 신체와 게임 속 아바타의 신체에 초점을 맞춰, 게임과 신체가 관계 맺는 세 지점을 살펴보았다. 첫 번째 지점은 ‘인터페이스’다. 게임 밖 플레이어 신체와 게임 속 아바타 신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가 무엇인지, 인터페이스를 매개로 플레이어의 신체가 가상세계 속으로 어떻게 진입하는지, VR 게임과 AR 게임에서 인터페이스가 어떻게 달라지고 그것이 플레이어와 아바타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두 번째 지점은 ‘e스포츠’다. 특히 e스포츠의 스포츠화에 있어 프로게이머의 신체가 어떻게 화두가 되는지, 그렇다면 e스포츠에서 신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정신과는 어떻게 조응하는지 들여다봤다. 세 번째 지점은 ‘여성’으로, 게임 안에서 여성 신체가 어떻게 문제적으로 재현되고 게임 밖에서 여성 플레이어의 신체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논의했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게임이 신체와 밀접하게 관계 맺어왔듯, 앞으로도 둘 간 관계는 최소한 여전하거나 더욱 밀접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초는 기술의 발전, 이용자들의 다양한 플레이 방식 추구, 그리고 새로운 게임의 출현이다. VR 게임과 AR 게임이 인터페이스를 확장하고 또 경계를 허물면서 플레이어와 아바타의 신체가 마주하는 게임 플레이 경험을 달라지게 만들었듯,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기술과 게임은 게임 안과 밖의 신체가 갖는 의미를 바꿔놓을 수 있다. 현존하는 논의들이 게임과 신체가 관련 맺는 방식과 양상 그리고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게임과 신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거나 진화해갈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방향과 형태로 게임 플레이를 바꿔 나갈지 지속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