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iew] 재현의 도구냐, 사행성의 도구냐를 묻는 오늘날의 디지털 주사위
17
GG Vol.
24. 4. 10.
알 수 없는 미래를 재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음악과 문학, 영화 등 기존의 많은 매체들이 시간선을 따라 정해진 사건을 풀어가는 형태였던 것과 달리 디지털게임은 '알 수 없음' 자체를 재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 왔다. 물론 현실에 존재하는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완벽하게 모사할 수는 없고, 제한된 방법으로서의 확률 계산을 통해 게임은 그 알 수 없는 미래라는 상황과, 그 상황에 놓인 인간의 머뭇거림과 결단을 그려내고자 한다.
GG 17호에서 우리는 디지털게임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던 운과 확률이라는 방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보고자 했다. 수학적 알고리즘이 품고 있는 독특한 미래에의 상은 디지털게임이라는 매체에 이르러 재현의 여러 방법론 중 하나로 편입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행성에 가까운 수익모델로 자리잡기도 한다. 그것이 긍정적인 의미이건 부정적인 의미이건 상관없이, 디지털게임 아니 게임 그 자체에서 확률과 운의 문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명확하다.
파웰 그라바첵의 지적대로, 오늘날 게임에서의 랜덤성은 한편으로는 도박으로의 길에, 한편으로는 새로운 재현 가능성으로의 길에 동시에 걸쳐져 있다. 양날의 검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이 확률의 문제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연구하고 다루는 모든 이들에게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이 양날의 검을 다루는 개발자들, 마케터들, 그리고 양날의 검 앞에서 최적의 선택을 위해 몸부림치는 게이머들을 살핀다. 애초에 랜덤을 만들 수 없는 연산기계가 꽃피운 화려한 확률의 세계라는 아이러니 위에서 놀이의 근원에 자리한 운과 확률을 바라보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또 유용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