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View] 생존본능에서 장르에 이르기까지의 공포
19
GG Vol.
24. 8. 10.
공포는 흔히 생존본능에서 만들어졌다고들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험한 것들을 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우리는 위험을 보고 무서움을 느낍니다. 덕분에 살아남아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킨 인류는 실존하는 위험으로부터 무서움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분리해내기에 이르렀고, 많은 예술을 통해 분리된 감정은 호러라는 장르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디지털게임에 이르면 호러는 한층 더 강력해집니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공포의 현장 한가운데에 밀어넣기 때문에 많은 경우 게임에서의 공포는 관조가 아닌 개입과 참여를 통해 전달됩니다. 무서운 것을 보는 것과, 직접 무서운 일을 일으키거나 맞닥뜨리는 것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역대급 폭염이 덮친 2024년 8월 GG의 탐색은 호러를 향합니다. 후발 매체로서 디지털게임은 공포라는 감정을 자신이 매우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많은 기존 매체들의 문법을 학습해 왔고, 게임 특유의 호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중입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적지 않은 수로 쏟아지는 공포 게임들이 이 실험과정의 활발함을 보여주는 단서들일 것입니다. 한켠에서는 무서워서 공포 게임을 손도 못 대는(저를 포함합니다) 사람부터, 호러 게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늘상 붙잡고 있는 마니아까지의 다양함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게임에서의 호러가 어떤 의미인지를 폭염 속에서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이번 19호를 기점으로 GG는 만 3년을 채웠습니다. 게임에 관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가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끊이지 않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놀라곤 합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 디지털게임을 무겁게 이야기하는 일은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GG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걸어온 길보다 더 머나먼 앞날의 길에도 독자분들과 함께 걸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오는 9월 초까지 진행되는 게임비평공모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 이경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