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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창간 2주년, 우리는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 <게임제너레이션> 이경혁 편집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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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3. 8. 10.



글을 쓴다는 행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물론, 세부적으로는 글의 양식과 성격에 따라 글의 목적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글은 소통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통이란 필자의 ‘쓰기’ 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읽기’와 함께 구성된다. 2년 전, <게임제너레이션>(이하 GG)은 “선언을 넘어선, 실천으로서의 게임문화”를 외치며 창간했고, 설령 독자가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 믿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독자층이 만들어지며, 우리는 함께 다양한 게임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그렇다면 독자들과 여러 필진이 함께 만들고 있는 게임 담론은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우리’의 읽고 쓰는 행위는 게임문화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사회적 실천이 되고 있는가? 창간 2주년을 맞아, GG의 이경혁 편집장과 평소에는 담지 못했던 웹진 자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왔다. GG가 만들어졌던 배경이나, GG를 만드는 당시 상상했던 독자층 등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은 위와 같은 질문을 더욱 고민하게 할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Q: 평소에는 함께 인터뷰 질문을 드리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편집장님께 질문을 하는 상황이 신선하네요. 독자분들도 비슷한 감상이실 것 같은데, 먼저 편집장님을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께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경혁 편집장: 2016년에 첫 단행본이 나왔고 2015년부터 게임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밥 벌어 먹고산 지 8, 9년 차 되는 전업 게임 평론가입니다. 지금은 게임제너레이션 편집장이 제일 큰 직함이네요.

 

Q: 오늘은 저희 GG에 관한 질문들을 드리고 싶은데요. 기억하시겠지만, 첫 회차 ‘에디터의 글’에서 “웹진보다는 무겁게, 학술지보다는 가볍게”라는 문장을 일종의 슬로건처럼 말씀하셨어요. 이런 문장으로 GG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경혁 편집장: 저는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게임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일반인들도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아카데미에서는 이미 나온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역으로 생각하면 아카데미의 잘못도 있는 것이, 맨날 학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것이 자기들 안에서만 돌고 사회에 전혀 영향력을 못 주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게임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영향력을 우리가 간파하면서 어떻게 이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진지하게 파고드는 것들은 세상에 전혀 유통되지 않고 있어요. 세상은 게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전부 똑같은 이야기만 하거든요. “한국 게임 다 망해라!”, “확률형 아이템 나쁘다!”, “중독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은 너무 가볍고, 반복적일 뿐, 발전적인 논의가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게임 담론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데, 전문성과 대중성이 서로 붙지를 않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 사회에 이 둘을 접합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렇다면 전문성과 대중성을 어떻게 붙이지?’를 고민했을 때, 저는 아직까지 글이 효과적인 매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유튜브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고. (웃음) 저도 밥 먹고, 책 읽고, 게임하고 사실 시간이 없어요. 나오는 게임을 다 할 수도 없고 나오는 현상을 다 이해할 수도 없으니, 이런 것을 볼 수 있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또 전문가를 키우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만들게 되었어요.

 


Q: 그런데 사실 그런 사명감을 가지셨어도, 실제로 이렇게 웹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인력도 필요하고, 재화도 필요하지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금 GG는 크래프톤의 후원으로 게임문화재단이 만들고 있는데요. 어떻게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나 게임업계들이 모여 중독 치유 사업을 하는 게임문화재단과 같은 마음을 모으셨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 마음을 서로 확인할 수 있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저는 원래부터 이런 걸 하고 싶어 했어요. “어떻게든 게임문화 담론을 만들어서 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하고 주변에 많이 떠들고 다녔죠. 그런데 어느 날 대학원 지도 교수님이 밤에 전화를 주신 거예요. 지금 바로 나와봐야 할 것 같다고. 근데 저희 교수님이 전혀 그런 분이 아니시거든요. 사적으로 부른다거나 일절 그러시는 분이 아닌데, 의아해하면서 나가봤더니, 크래프톤 담당자께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냐고 물어본 거죠. 이야. 세상에 이런 기회가 있다니! (웃음)


그래서 그걸 매개할 수 있는 곳으로 게임 문화 재단과 함께 하면서 게임문화를 다루는 웹진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이게 절대 제가 잘나서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에요. (다른 영역도) 항상 그런 것 같아요. 뭔가가 떠오르는 건 누군가가 혼자 유니크한 발상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대에 그 생각에 대한 니즈(요구)가 떠오르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저는 GG도 제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가 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요구들이 딱 엮이는 특정한 순간이 있고, 저는 그 결과물이 게임제너레이션이라고 생각해요.



Q: 하필 그 시기에 크래프톤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지점이 신기하네요.


이경혁 편집장: 그러니까 어떤 마음을 먹으면 여기저기 많이 말하고 다녀야 해요. (웃음) 저는 ‘저 이런 것(게임문화 담론을 만드는 플랫폼) 하고 싶다’, ‘이런 것 필요하다’고 많이 떠들고 다녔거든요. 저희 지도 교수님도 저에게 그 이야기를 귀에서 피가 날 때까지 들으셨기 때문에, 그 순간에 제가 생각난 것이 아닐까요? (웃음) 자기 계발서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다닌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처음에 GG를 기획하셨을 때, 당시에 예상하셨던 독자층은 어땠나요?


이경혁 편집장: 독자층은 (사실상)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소수일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아요.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요. 게임은 재밌으면 그만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또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틀렸다고 보지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가지고 심각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괜히 진지하게 무게 잡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그래도 뭐가 있지 않을까”라고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소수일 수밖에 없어요.


영화도 처음에 그랬으니까요. 실제로 영화도 비평의 흐름을 타고, 씬을 통해 표현되는 사회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웹진의 독자층 역시 소수일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크래프톤 담당자한테 이 사업의 의미를 설명할 때도 그 얘기를 했어요. “독자는 우리가 만들거고, 이 독자를 만들어내며 숫자를 늘리는 것이야말로 이 사업의 핵심이다.” 저는 지금도 그게 맞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그래서 고민이 되기도 해요. 너무 뻑뻑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고,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렇다고 남들이 다 한 이야기를 하자니 그건 의미가 없고. 그래서 그 고민이 아까 그 슬로건에 나오는 거죠. 웹진보다는 무겁게, 학술지보다는 가볍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교집합의 독자들한테 깃발을 흔드는 거죠. “여기 우리가 있다! 와서 우리와 함께 하자.”


물론, GG를 공론장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영향력이 크진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크래프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아요. 그래도 한 4, 5년 지나서 뭔가 쌓였을 때, 누군가가 게임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그동안 우리가 쌓아놓은 것들이 일종의 레퍼런스로 기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목적이 있어요.

 


Q: 말씀하셨던 맥락에서 학술지와 웹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러면 GG가 지향하는 글쓰기 방식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이경혁 편집장: GG는 최대한 필자의 글을 건드리지 않아요. 설령 문법이 이상하더라도 이렇게 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문법을 지키는 게 대체로 가독성을 높이는 데 크게 도움이 되니까 우리가 문법을 지키지만, 어떤 경우에는 문법을 희생하면서 자기가 강조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봐요. 그걸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게 제 입장입니다. 누군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편집장이라고 깎아낸다는 것은 옳지 못할뿐더러, ‘제가 글쓴이의 생각을 얼마나 알고 있기에 손을 대는가’라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의 기준과 GG에 나가는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편집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글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경혁 편집장: 좋은 글이라는 것을 게임 쪽으로 한정을 한다면, 저는 인사이트라고 생각을 해요. 오늘날 같은 미디어 시대에는 누구나 다 한마디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남들이 이미 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물리적으로도 환경 낭비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죠. 같은 게임을 했더라도, 아직 미처 닿지 않은 생각들을 끌어낼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문학이 아닌 이상에야 독자들이 “우와”라고 반응하는 글들은 문장이 유려해서가 아닐 거예요. 글을 통해 우리가 다루는 것은 ‘생각’이니,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중요하니까, GG에서 글을 청탁할 때도 주제를 잡은 뒤에 해당 주제에 대해서 당신의 ‘생각’을 들려달라고 이야기를 해요.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과 GG의 글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것은, 단순히 모든 글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측면이 아니라, 인사이트라는 것이 쓰는 사람으로부터만 정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제 입장에서 좋은 글이어도 독자를 이해시키지 못하면, 그것은 세상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GG는 오히려 이 부분을 컨트롤하지 않으려 해요. 각주가 수십 개 달린 뻑뻑한 글이어도, 게임을 통해서 사회에 단면을 드러내는 한 문장이면 또 누군가는 “우와”하면서 따라 읽을 수도 있고, 반대도 될 수 있지요. 결국 필력을 넘어서는 매력을 만들어낸 건 인사이트일 겁니다.

 


Q: 말씀해 주신 지점처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통로가 되는 것이 GG의 목적일 것인데, 이를 제공하기 위해서 매 회차에 어떤 주제들을 어떤 과정으로 정해가는지, GG의 아이디어 선정 과정과 절차를 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이경혁 편집장: 저희가 2개월에 한 번 나오니, 보통 2개월마다 기획 회의가 있어요. 5명의 편집 위원이 있고, 이번 회차에는 어떤 주제를 다루면 좋을지 논의합니다. 그렇게 대주제를 잡는 것이 어떻게 보면 일반 웹진들과의 가장 큰 차이죠. 저희는 대주제를 가지고 상당히 다양하게 논의를 해요. 주제들을 우선순위도 뽑아가면서, ‘너무 큰 주제다’ 싶으면 6개월짜리 기획을 하기도 하고, 어떤 주제는 지금 상황에서 신속하게 다루어야겠다 싶어서 빠르게 주제를 정하기도 하고. 저희가 매번 트렌디한 걸 다루진 않아요. 경우에 따라서는 ‘이 주제는 중요한데 언제 다루지?’ 하다가 나중에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대주제를 잡으면, 그다음엔 필자를 찾아요. 이 주제에 대해서 잘 이야기할 수 있는 필자는 누가 있을까? 결국 좋은 글은 좋은 필자에서 나오니까요. 다만, 이 과정이 또 어렵죠. 한국에 게임 관련된 글들이 많이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추리를 하기도 해요. 어떤 필자는 어떤 분야에서 공부를 했고, 어느 곳에서 이런 글을 썼으며, 어디에 나가서 이런 이야기를 했으니, 이 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연락처를 구해서 전화해보는 거죠. 어떤 경우에는 추리가 안 들어맞아서 연락을 드렸는데 전혀 관심 없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딱 알맞은 관심사를 가지고 계시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글을 받아서 마지막 2주간 편집을 하고 완성이 되는 구조예요.

다만, 처음에는 100% 이 과정을 거쳤는데, 지금은 고정 코너들이 생겼어요. 특히, 최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논문 세미나는 어떻게 보면 GG를 시작했던 지향점과 가장 부합하는 코너거든요. 재미없고 유통이 안 되는 논문 중에 유의미한 이야기를 가져다가 말랑말랑하게 가공을 해서 재배포를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런 지점이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여기(GG)는 그래도 게임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오시기 때문에 그런 글들이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보는 거죠.


 

Q: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무리 좋은 지향점이 있어도, 10회차 넘게 2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일 텐데, 매번 새로운 주제를 잡고 새로운 필자를 발굴하는 과정에서의 고충은 없으신가요?


이경혁 편집장: 고충이야 많죠. (웃음) 그리고 사실 저는 돈을 많이 못 받아요. 그런데 저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과정이 쉬워져도 문제예요. 이 과정이 쉬워지면 아마 공장제 웹진이 될 거예요. 그럴듯한 이슈 하나 세워서 대충 있어 보이는 말들로 포장해버리면, 사실 웹진의 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그 변화를 파악하지, 양적 평가로는 그냥 이어진단 말이에요. 그러면 GG가 의미를 잃죠.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 작업이 계속 힘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저는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딛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것도 연구의 일환이라고 보거든요. 그 과정이 쉬워지면 저는 연구를 안 하는 거죠.

 


Q: 게임 비평에 대한 질문들도 조금 깊게 여쭤보고 싶은데요. GG가 이번에 제2회 게임비평공모전을 열었잖아요? 그런데 게임 비평에 대한 꿈이 있으신 분들 중에는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더 게임을 많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더 많은 게임을 해서 모든 게임의 재미들을 그래도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게임 비평이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경혁 편집장: 일단 모든 게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도 게임 비평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새로 나오는 게임을 다 해볼 수가 없어요. 인간의 24시간은 결국 한정돼 있거든요. 오히려 역으로 조심해야 하는 건, 게임만 하고 다른 활동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런 경우에 저는 생각보다 많은 게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인사이트가 나오지 않는 것이죠. 남들이 안 하는 얘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많이 안 하는 데는 또 이유가 있어요. 그러니 결국 어떤 새로운 것이 왜 유의미한지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글을 써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게임만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공부, 그러니까 책을 읽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에요. 하다못해 게임을 하고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좋은 비평을 위해선) 타인과 생각을 교류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게임을 하고 내가 어떻게 느꼈는지, 이에 대해서 다들 동의하는지 아니면 나만 그런지 그 차이를 이해하려면 친구랑 같이 말을 섞어봐야 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두 번째로 결국 게임은 인간과 사회를 다루거든요. 그래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이 그냥 게임만 해서는 좋은 비평이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을 해요. 그냥 레퍼런스를 넓히고, 더 많이 알아야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과 세상을 계속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죠.



Q: 그러면 결국 “게임 비평은 게임의 재미를 다루는 것이다”는 분들이 말씀하시는 ‘본질적인 게임의 재미’나 ‘모든 콘텐츠를 관통하는 유니버셜한 재미’ 같은 개념은 게임 비평이 다룰 수 없을뿐더러 애초에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겠네요.


이경혁 편집장: 많은 사람들은 “게임은 재밌어야지”, “게임의 본질은 재미지”라고 이야기하지만, 재미없는 매체가 뭔지 생각해볼까요? 다큐멘터리는 재미가 없나요? 뉴스는 재미가 없나요? 그렇게만 이야기하기는 너무 어렵죠.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교류하는 모든 미디어는 그 재미가 다른 유형의 재미일 수 있을지언정 기본적으로는 다 재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게임이라는 미디어의 본질만 재미라고 이야기하면, 게임에 대한 이해의 폭을 굉장히 한정시켜요. 게임 역시 다양한 사용방식이 존재할 수 있거든요. 시리어스 게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게임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거나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고 하는 경우들도 있잖아요? 그러면 이런 것들은 본질을 놓친 것인가? 이처럼 재미만이 게임의 본질이라고 얘기할 경우에는 다룰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소거하는 것 같아요. 영화의 본질도 처음에는 재미였죠. 그런데 요즘은 재밌는 영화만 나오지 않잖아요? 세상 어려운 이야기들도 많이 하죠. 그러니까 그런 가능성을 버리지 말자는 거예요.

 


Q: 마무리하기 전에, 최근에 편집장님의 학창 시절이 지구 오락실에 나오면서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슈가 됐었는데요. 그런 맥락에서 저희가 인터뷰를 위해 질문을 받았을 때, 한 독자분께서 ‘어릴 적부터 누구 닮았다고 이야기 듣는지’ 질문을 했었잖아요? 물론, 편집장님께서 “이걸 답변해 드릴 리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답변하셨지만, (특별히)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누구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이경혁 편집장: 아... 이 이야기하면 무조건 악플만 달릴텐데... 나는 진짜 대학교 때 애들이 디카프리오 닮았다고 그랬거든요. (한숨) 진짜 억울한 게,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요즘은 오히려 친구들이 화를 내면서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그러니까 디카프리오가 살이 찌고 나서... 그런데 이 이야기를 꼭 담아야겠나요? 굳이?


Q: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웃음)



*‘지구오락실2’에 나온 학창시절의 편집장과 디카프리오 근황, 온게임넷 ‘우리 아이 게임 사용 설명서’에 나온 최근 편집장>(편집장님. 비밀로 해드리겠다는 약속... 지키지 않아 죄송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이경혁 편집장: GG를 보시는 분들은 한국 게임에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가에 관심이 있고 공감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GG는 저 혼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여러 편집 위원들과 기획을 같이 하고, 많은 필진이 있으며,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해주는 재단과 크래프톤이 함께 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저희와 대의가 같다면 사실 독자분들께도 함께 공유해주시고 게임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협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전에는 이력서 취미란에 게임을 못 쓰던 시절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쓸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함께 여기까지 온 거예요. GG보다 라이트한 시도들은 많잖아요. 사실 게임 유튜브도 어마어마하고, 그쪽도 게임문화를 이야기할 때 저변을 굉장히 넓혔지요. GG는 어찌 보면 이러한 방향성에서 그중 조금 뻑뻑한 한 부분을 맡고 있고 그래서 더 유들유들해지지도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뻑뻑한 걸 해야 하는 게 맞죠. 그렇다고 더 뻑뻑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아무도 안 하니까, 저희는 이런 것을 하는 정체성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의 글을 알아주시고, 그런 걸 같이 봐주시는 것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실 공유해달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저희 글들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GG의 가능성이 됩니다. 여러분의 존재가 스폰서를 이해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시는 거예요. 그리고 그 스폰서십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GG의 글 값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이건 필자분들이 아실 거예요. 그걸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힘에는 여러분의 트래픽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저는 잘 알고 있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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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문화연구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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