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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도 게임 문화의 태동기: 크래프톤 인도 퍼블리싱실 이민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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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2. 6. 10.


크래프톤의 PUBG(이하 배틀그라운드)는 2021년 인도에서도 대흥행을 일궈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출시 일주일 만에 3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으며, 하루 최대 이용자 수는 1600만 명을 기록했다. 독특한 게임성과 애자일 전략으로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얻 었던 배틀그라운드였기에, 성공 사례가 늘어난 것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그 대상이 인도 시장이 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 사회에서 인도의 게임 시장과 인도 사람들의 게임 문화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어떻게 인도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기술적, 매체적 환경이 배틀그라운 드를 즐기기에 적합할까? 인도 사람들은 평소에 어떤 게임을 즐길까? 배틀그라운드의 게임성이 인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문화적 장벽은 없었을까? 이와 같은 의문들을 품으며, 편집장은 이번에 크래프톤의 인도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인도퍼블리싱실의 이민우 실장을 만나고 왔다.   





편집장: 현재 한국에서는 인도의 게임 문화에 대한 담론이 사실상 거의 만들어지지 않은 형국입 니다. 여기에 오면 인도 게임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어 찾아왔습니다. 


이민우 실장: 네. 먼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출시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설명해드리면, 인도 정부에서 유저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전송되는 것을 막는 다는 명분으로, 두 차례에 걸쳐 177개의 앱을 차단했었어요. 그때 당시 텐센트가 인도지역에서 퍼블리싱하던 PUBG 모바일도 차단 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텐센트에 부여한 인도 퍼블리싱에 권한을 철회하고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에 맞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인도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한다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1년 가량의 노력 끝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라는 게임을 작년 7월에 런칭 하게 되었습니다. 런칭 준비과정에서 인도 정부가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게임은 한국 회사인 크래프톤이 IP를 온전히 소유하고 있는 한국 게임이며 인도 유저의 개인 정보는 크래프톤이 직접 안전하고 적법하게 관리할 것이다라는 내용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런칭을 할 수 있었고 올해 7월에 서비스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는데 여전히 잘 되고 있어요. 


편집장: 저도 배틀그라운드를 오래 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입장에서, 사실 인도에서 성공을 했다는 얘기가 조금 놀라웠습니다. 한국에서는 인도가 주요 시장으로 주목받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이 서비스를 담당하시는 분은 어떻게 처음 인도에 관심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민우 실장: (배틀그라운드 성공에 있어) 인도 게임시장의 성장 배경을 조금 이해하셔야 하는데, 이제 인도의 경우는 대게 Ludo 등 테이블 게임을 유저들이 주로 플레이 하고 있었어요. 즉, 전략 게임이나 테이블 게임처럼 스마트폰의 사양을 거의 요구하지 않는 게임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었는데, 2016년 무렵에 인도의 Jio라고 한국의 SK텔레콤에 준하는 큰 통신사가 있거든요. 그 통신사가 데이터 통신 요금을 거의 공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뜨려 버렸어요. 그러면서 데이터를 아주 저렴하게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이 됐고요. 그와 맞물려서 삼성이나 샤오미 같은 글로벌 스마트폰 브랜드들이경쟁적으로 인도를 타겟팅한 저가형 모델들을 출시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고사양의 모바일 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저렴한 스마트폰들이 인도에 출시되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고사양 네트워크 게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거예요. 그러면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는 게임이 인도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인도에서 그냥 ‘게임’이라기보다는 우정을 상징하는 게임으로 포지셔닝되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인도 사람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굉장히 다른데요. 한국 사람들은 랭킹을 올리거나 치킨을 먹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을 다하잖아요?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배틀그라운드 안에 펼쳐진 가상의 세계에 대해 충격을 받으면서 거기를 모이는 수단으로 삼게 된 거예요. 음성 통신이 되는 게임이잖아요? 꼭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네 명이 모여서 에란겔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인도 사람 들에게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을 만든 것입니다. 


편집장: 애초에 인도에는 보이스 채팅이라는 개념이 없었나요? 


이민우 실장: 많지가 않았어요. 특히 게임에서 적극적으로 보이스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거의 처음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에란겔의 주요 위치에 가서 놀고, 자동차를 타 고 돌아다니며 대화를 하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킹을 하는 수단이 돼버린 거예요. 저희가 이 점 을 이해를 하면서 방향 자체를 ‘우정’, 친구들이 모여서 같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다 보니까 게임으로 가지고 있는 한계를 뚫어버리고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죠. 



편집장: 저는 인도식 플레이를 하는 것 같네요. 저도 그렇게 플레이를 하고 있거든요.  


이민우 실장: ​(웃음)그런 재미가 또 있지요. 인도 사람들도 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니까 게임이 성장했는데, 환경적 요소도 영향을 미쳤어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했잖아요. 그때부터 (게임의 성장이) 하늘을 뚫어버린 거예요. 친구들을 보고 싶으니까 거기서 만나서 게임을 하고, 이야 기도 하고 그런 문화가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를 출시하고 나서도 그 포지셔닝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우정을 위한 수단이다’는 그런 내용으로 계속 이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편집장: 그러면 한국하고 큰 차이가 느껴지는데요. 한국은 이제 인프라가 워낙 좋은 상황에서 게임 문화가 시작됐잖아요? 예를 들어 한국의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게임 문화가 성장할 때 피시방이 굉장히 큰 역할을 헀죠. 그런데 인도에는 PC 게임 인프라가 어떤 상황인가요? 


이민우 실장: 시장이 굉장히 작습니다. 최근 기사를 검색해 보시면, 인도의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 점유율에서 85% 이상인 것을 보실 수가 있어요. 인도는 아직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고가의 PC를 장만한 PC방들이 있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에요. 간혹 PC방을 찾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PC방이 전혀 아니죠. 물론 모바일폰도 원래는 비싼 건데, 인도 시장을 위해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나오고 데이터가 싸다 보니까 인도에서 모바일 게임이 활성화된 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 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PC나 콘솔은 매우 미약한 상황입니다. 


편집장: 저가형 스마트폰이 풀렸다고 하지만 배그 모바일도 아주 낮은 사양의 게임은 아니잖아요? 그런 문제는 없었을까요? 


이민우 실장: 여전히 어려움은 있어요. 예를 들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2GB 이상의 램을 요구하는데, 여전히 절반 이상의 유저들이 2GB 미만의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게임 자체의 다운로드 용량이 워낙 커요. 2.5GB가 넘거든요. 그러니까 저장 용량이 작은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점점 더 같은 가격대에서 성능이 좋아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곧 해결된 문제이기는 하지만, 현재로는 아직도 우리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많아요. 그런데 이것을 바꿔 말하면 포텐셜이 엄청난 거예요. 스마트폰을 바꾸는 주기가 되면 같은 예산에서 살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도 배틀그라운드가 되기 시작하니까 유저들이 계속 늘어날 거라고 생각을 해서 내년이나 내후년을 희망차게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그러면 이렇게 봐도 될까요. PC 게임 경험이 사전에 두껍게 형성되어 있었던 나라도 아니고, 모바일이라는 인프라가 딱 만들어졌을 때, 마침 배틀그라운드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가 깔리는 시점에 확산되었던 스타크래프트와 유사한 느낌이 나는데요. 


이민우 실장: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러면서 e-스포츠도 융성했는데, 마찬가지로 크래프톤도 e-스포츠에 굉장히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재의 인도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 스타들은 굉장하거든요. 사례를 소개해드리자면 저희가 새로 런칭을 하고 나서 처음으 로 인도 대회를 했어요. ‘배틀그라운드 인디아 시리즈’라는 대회를 했는데, 몇 팀이 참가 신청을 하셨는지 아세요? 


편집장: 아... 모르겠네요. 


이민우 실장: 10만 팀. (일동 감탄과 웃음) 그게 오픈 대회잖아요. 등록자 수로만 보면 70만이고, 스쿼드가 구성된 팀만 봤을 때도 10만팀이 신청했어요. 


편집장: 우리와는 규모가 다르군요. 관리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이민우 실장: 고생했죠. 그렇게 대회를 열었더니, 참가 수뿐만 아니라 동시 시청수도 엄청났어요. 최고 동시시청자 수가 40만 명을 넘겼고요. 총 시청 수는 2억 5천만을 넘었었어요. 그정도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인도에서는 지금 엄청나게 인기를 끌고 있고, 지금 에코 시스템( 누구나 e-스포츠를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도 이미 구축이 되어 있습니다. 'Nodwin Gaming','Tesseract Esports' 같은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실력있는 업체들이 이미 이스포츠 에코시스템에 참여하고 있고요. 그리고 e-스포츠를 통해서 자신들의 위치를 키우려고 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들, 예를 들어 ‘Loco’처럼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프리카TV 같은 스트리밍 회사들도 에코 시스템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관련 산업들이 점점 커지는 상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장: 그런 스트리밍 환경도 PC 인프라보다는 시청이나 중계도 모바일 쪽으로 많이 형성이 되어 있겠군요.


이민우 실장: 물론입니다. 유저들이 시청할 때도 모바일로 유튜브를 보거나 아니면 ‘Loco’라는 플랫폼을 통해 서 보거나 이런 식이죠. 


편집장: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한국에는 너무 안 알려져 있어요. 인도 게임 시장에 관한 기사만 있지 그 안의 맥락들이 나오질 않는 거죠. 그런 맥락에서 궁금한 점들을 더 여쭤보고 싶은데요. 저희가 일반적으로 인도는 굉장히 빈부 격차가 심하고, 계급 문제도 얽혀 있으며, 도농 격차도 크다고 알고 있는데요. 


편집장: 그러면 모바일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런 격차들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당연히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말 아무 스마트폰으로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지만 인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여전히 장벽이 있거든요. 실제로 저희 게임의 유저들을 보면, 티어1 도시, 예를 들어 뭄바이나 델리 등 대도시 중심으로 유저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요. 그리고 티어2도시, 티어3 도시는 여전히 불모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올해부터 티어2 도시 중심으로 TV 광고를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지금까지 유튜브나 SNS를 사용해서 주로 홍보를 하다보니 이미 인프라가 깔려있는 티어1 도시 중심으로 진행이 되었는데요. 그래서 이제 티어2나 티어3 쪽 도시에 옥외 광고나 TV 광고 등에 리소스를 투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아직도 갈 길이 먼 거죠. 


편집장: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또 많은 문화적 특징을 만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카스트 제도에서 기인하는 영향은 없을까요? 


이민우 실장: 그것은 찾아보기가 조금 어려워요. 일단은 게임 안에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인도에서는 상대방의 카스트를 성(姓)을 보고 파악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편집장: 아, 이름에 들어 있는 거군요. 


이민우 실장: 네. 이름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그런데 게임 안에서는 이름을 안 쓰잖아요. 그래서 상대방의 카스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그 이슈는 없을 수 밖에 없는 거죠. 


편집장: 와. 전혀 저희가 알지 못했던 지점이네요. 그러면 ‘나는 카스트가 높은데, 이런 하급 계 층과 섞여서 게임을 해야 하나?’와 같이 구분을 짓는 경우는 많지 않나요? 


이민우 실장: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틀그라운드는 티어1 도시에서 많이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도시에서는 이제 그런 경우를 찾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요. 


편집장: 저는 카스트가 게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현실의 계급이 두꺼워도 여기서는 안 보일 수 있겠군요. 


이민우 실장: 네. 일반적으로는 게임이라는 것은 그런 게 필요가 없는 세상이니까요. 


편집장: 그럼 조금 더 본격적으로 게임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도 게임’에 관한 연구를 찾아보면 그나마 많이 나오는 것이 ‘차투랑가’와 같은 보드게임인데요. 어떻게 보면 보드게임의 원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게임들이 만들어낸 인도의 게임 문화가 오늘날에 도 영향을 미치는 지점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저도 그 지점에 대해서 공감을 하는 게 지금 인도에 압도적인 인기 1위 게임은 ‘루도킹’ 이거든요. 전략이 필요한 테이블 게임인데요. ‘이것이 인도의 전통 놀이문화에 되게 가까운 게임이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닐까’, ‘그런 류의 게임들이 일상생활에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편집장: 그러면 어떤 인도에서는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외에 어떤 게임들이 문화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가 궁금한데요. 


이민우 실장: 아직은 다른 장르들이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어요. 물론 인도에서도 리얼 머니 게임은 지금도 여전히 인기예요. 현실의 돈을 가지고 게임을 해서 환급받을 수 있는 그런 게임들 은 되게 많아요. 그러나 이 게임들은 실질적으로 게임성이 조금 다른 것 같고요. 이제부터 하나 씩 나올 것이라고 생각이 되거든요. 그래서 올해 흥미롭게 관찰해 볼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라이엇의 모바일 게임 장르가 과연 인도에서 통할 것인가? 이런 맥락에서 (인도의 게임 시장이) 주목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전략 요소가 반영된 액션 게임들은 좀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슈팅 게임. 슈팅 액션 게임들은 인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편집장: 글로벌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3매치’류라던가 이런 것들도 현지에서 반응이 비슷한가요? ‘캔디 크러시 사가’ 같은 게임들이요 


이민우 실장: 아, 그건 인기가 있어요. 그런 게임은 인기가 많습니다. 


편집장: 그런 지점은 세계 공통이군요. (웃음) 문화적 차원에서의 질문이 나와서 여쭤보고 싶은데, 한국 같은 경우도 그랬잖아요? 게임이 한창 유행할 때, 소위 ‘기성세대’가 굉장히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이제 배그 모바일로 시작된 인도 젊은 사람들의 게임 붐에 대해서 비슷한 반응들이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맞아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실제로 인도의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가 게임에 빠져 있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제 정치인들도 이런 이슈들을 픽업해서 금지 청원 같은 걸 내면서 자신을 알리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실제로 부모님들은 걱정이 있을거예요. 왜냐하면 전에 보지 못했던 일인 거잖아요. 이렇게 게임이 사회적 이슈가 되다 보니까 많은 부모님들의 걱정이 큽니다. 그래서 저희는 더 책임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이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바꾼 게 어떤 거냐면, 미성년자들이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버렸어요. 하루에 3시간 이상 못해요. 물론 저희 입장에서는 지표가 중요하고, 미성년자가 일반적으로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니 욕심은 있지요. 그러나 큰 관점에서 생각해 봤을 때 게임이 오래 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시간 플레이하면 경고 메시지가 뜨고요. 3시간 플레이하면 그냥 바로 차단됩니다. 또, 미성년자가 처음에 게임을 등록할 때 부모님 전화번호를 넣게 해서 공지가 갈 수 있게 조치를 했고요.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배틀로얄 장르의 슈팅게임이다보니까 “이것은 실제 배틀로얄이 아니라 가상 현실에서 벌어지는 게임입니다”는 안내문도 넣어서 혹시나 착각하지 않도록 장치들을 넣고 있습니다. 


이민우 실장: 또 여러 가지 소셜 액션들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사실 저희가 소셜 리스폰시블리 캠페인(Social Responsively Campaign)을 해서,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업으로의 역할을 위해 게임중독 방지에 대한 광고를 진행했고 이걸로 스파이크스 아시아(Spikes Asia)라고 범태평양 국제 광고대회에서 그랑프리 포함해서 7개의 상을 받았거든요. (https://www.youtube.com/watch?v=NP-uLAZ o1yc) 이런 시리즈가 이 광고 말고도 ‘책임감 있게 게임하자’, ‘너무 중독성에 빠지지 말자’, ‘한 번씩 누워 봐라. 하늘을 보고 친구를 만나라’는 메시지들을 담고 있어요. 사실 저도 이 광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팀원들은 우리가 게임을 많이 하게 하도록 많은 홍보를 하고 있는 마당에 게임을 하지 말자고 메시지를 내는 게 맞냐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결국은 중장기적인 관점, 그리고 건전한 게임 환경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실제로 해야 되고, 그걸 보여줌으로써 부모님들을 우리 지지자로 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돼서 광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장: 저는 이 광고를 보면서 ‘이건 스웩이 아닌가. 게임을 재밌게 만들어서 계속하게 만들어 놓고 적당히 하라는 말은 게임이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오니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민우 실장: 그렇게 보시면 감사하지요. 


편집장: 다른 문화적 질문을 하나 더 드려보면, 어쨌든 다른 대중문화와도 점유 시간의 측면에서 계속 부딪히게 될텐데 인도하면 우리는 보통 영화만 생각을 하잖아요? 인도에서 다른 대중문화들과 게임을 비교한다면 비중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저희가 별도로 연구한 것은 없어서 구체적인 수치로 말씀을 드리긴 어렵겠지만, 실제로 아직 게임이라는 건 인도에서 그리 취미로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습니다. 엄청난 성장폭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요. 여전히 사람들은 TV를 보고 책을 읽거나 발리우드 영화를 보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고 최근에는 당연히 넷플릭스 등의 OTT도 많이 활용하고 있어요. 게임은 그 다음 정도에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편집장: e-스포츠가 자주 언급이 되었는데요. 인도에도 한국의 페이커나 임요환과 같은 간판 스타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아주 많습니다. 지금 인도 e-스포츠에는 예를 들어서 이제 Jonathan이나 Mortal, Scout 등등 이런 친구들이 두각을 보이며 스타가 되기 시작했어요. 물론 한국에서 페이커 정도의 위상은 아직 아니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자리를 잡아서 방금 말씀드린 정도의 선수라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플레이하지 않는 사람들도 조금씩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편집장: 혹시 한국처럼 e-스포츠로 이름이 알려진 선수가 다른 방송에 나오거나 하는 사례가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실제로 Jonathan이라는 선수는 Vivo라는 스마트폰 회사의 메인 모델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자기 부모님께 고가의 아파트를 사드렸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만 봐도 대충 감이 오시잖아요? 스마트폰 회사의 광고라면 사실은 굉장히 톱스타들이 하는 거니까요. 




 

편집장: 그러면 아예 기성세대도 모르는 건 아니군요. 


이민우 실장: 물론 Vivo도 인도의 1위 업체가 아니고 삼성, 샤오미, 다음, 다음 정도 되는 위치이긴 합니다. 그리고 게이밍 폰이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했던 점이 있지요. 타겟 자체가 그러다 보니까 모델이 된 것이고, 당장 ‘샤룩칸(Shah Rukh Khan)’ 같은 발리우드 배우나 이런 사람들하고 비교할 수준은 아닐 거예요. 그래도 이제 점점 달라지고 있는 거죠. 최근에 제가 지난번에 인도 갔을 때 이제 ‘갓라이크 이스포츠(GodLike Esports)’라고 굉장히 잘 하는 팀이 있어요. 그 팀에 발리우드 스타들 관리하는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회사가 붙었더라고요. 그래서 e-스포츠 선수들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편집장: 그러면 생활 스포츠로서 대학 리그라던가 그런 것들도 있을까요? 


이민우 실장: 그게 아까 전에 말씀드린 ‘인디아 시리즈’는 크래프톤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이벤트잖아요? 그것 말고 다른 업체들이 e-스포츠 이벤트들을 막 많이 열어요. 동네 대회나 대학 대 회 같은 것들이죠. 그러면 저희는 승인을 하는 입장인데, 하루에 대회가 40개씩 일어나고 있어 요. (웃음) 풀뿌리 대회들이 어마어마한 거죠. 그중에서는 이제 상금 규모가 상당한 대회도 있고요. 


편집장: 그러면 프랜차이즈화도 생각을 하고 계세요? 

이민우 실장: 사실은 돈을 벌고 수준을 높이려면 프랜차이즈가 정답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검토는 계속하고 있는데, 현재로는 제가 봤을 때에 자생할 수 있는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당장 돈 버는 것보다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돼서 여건을 만들어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편집장: 그러면 배틀그라운드 말고 다른 e-스포츠도 존재하나요? 


이민우 실장: 지금 배그 정도로 유의미한 e-스포츠는 없다고 보시면 돼요. 아마 시청률이나 시청자 수로 봤을 때 크리켓 다음의 스포츠로 자리잡고 있어요. 


편집장: 인도에서 크리켓 다음이면 어마어마하네요. 혹시 코로나로 어려움이 있지만 대형 오프라인 대회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민우 실장: 올해 계획은 없어요. 그렇지만 얼마 전에 크래프톤에서 투자한 ‘Nodwin Gaming'과 ‘Loco' 회사가 합작해서 오프라인 대회를 했고요. 관중이 있는 대회는 내년을 목표로 생각하고 있어요. 


편집장: 옛날 10만 명이 모인 광안리의 스타리그처럼 분기점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민우 실장: 인도에서 코로나 전에는 대회 한 번 하면 경기장에 미어터졌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내년도에 대회를 하게 되면 또 어마어마한 관객들과 열기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편집장: 그러면 인도의 e-스포츠 안에서도 개천에서 용나는 맥락이 존재할까요? 


이민우 실장: 대개는 그래요. 아무래도 귀한 집에서 귀하게 자란 애들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엄청나게 연습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스타 선수들도 보면, 되게 환경이 어려운 집안에서 맨날 게임한다고 욕을 먹으면서 열심히 연습하던 선수들이 많거든요. 그런 스타들이 보여주는 게 되게 강렬해요. 이렇게 새로운 직업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커리어로, 스타가 될 수 있는 길로 각광을 받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예전에 비슷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Mortal이라는 선수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중간 즈음에 그의 어머니가 행복한 표정으로 ‘I'm MortaL's Mom...I'm MortaL's mom’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이러한 장면이 e-스포츠가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편집장: 그렇군요. 저희가 사전 조사를 하면서도 한국 사회가 인도 게임 문화에 대해 아는 것이 정말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이야기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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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문화연구자)

재미있는 삶을 살고자 문화를 공부합니다. 게임, 종교, 영화 등 폭넓은 문화 영역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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