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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미 게임연구자 Consalvo, 한국과 북미의 게임문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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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1. 6. 10.

게임학(Game Studies)은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연구를 통칭하는 연구 분야다. 2000년대에 들어와 게임이 산업적으로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이 크게 확장되면서 서구권에서는 게임학 분야가 본격적으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창간호 기념 인터뷰를 하게 된 캐나다 콘코디아대학교(Concordia university)의 미아 콘살보 교수(Mia Consalvo) 또한 비슷한 시기에 게임학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 후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연구자다. 게임의 문화적 측면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콘살보 교수는 개발사에서 규정해 놓은 방식 외의 게임플레이 및 그로부터 파생된 산업과 문화에 대한 논의가 인상적이었던〈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2007)〉을 비롯해서 관용적으로 '일본의 침공'이라 불리는 - 타이토의 〈Space Invader〉가 북미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의 게임들이 대거 유입되었던 현상에 대한 비유적 표현 - 일본 게임의 북미 시장 진입과 번성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추적한 〈Atari to Zelda: Japan’s Videogames in Global context(2016)〉, 그리고 오늘날 게임문화 내에서 게임의 정통성을 두고 벌어지는 논박을 관찰하고 문화적 함의를 고찰한 〈Real Games: What’s legitimate and What’s not in Contemporary videogame(2019)〉 등을 저술하였다. 

 

콘살보 교수와의 이번 인터뷰는 게임에 대한 인문사회학적 고찰에 있어 필수적인 게임학의 현재를 진단해보는 한편 북미의 상황에 대해 들어봄으로써 이 시점, 여기에서 고민해볼 만 한 지점들을 모색하고자 기획하였다. 실시간 인터뷰가 어려운 현재 여건상 이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질문: 콘살보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게임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중심으로요.

- 어렸을 적 동네 피자 레스토랑에서 가족들이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릴 때 매장 내에 설치되어 있던 아케이드 게임기로 <팩맨> 같은 게임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것이 게임에 대한 첫 기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가시간에 간간이 이런 식으로 게임을 접하다가, 1년쯤 뒤에는 부모님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와 여동생에게 아타리 2600 콘솔과 <스페이스 인베이더> 게임을 사주셨어요.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마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말 신이 났는데,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을 때면 텔레비전 수상기에 콘솔을 연결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 종종 게임을 즐기곤 하면서, PC로도 <7번째 손님>이나 <미스트> 같은 게임도 플레이를 했지요. 이후에 1999년이 되어 제가 밀워키에 있는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첫 강의를 하게 되었을 때, 한 학생이 일본 게임을 소개해줘서 흥미를 가지게 됐어요.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 여러 개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특히 <파이널 판타지 9>을 열심히 플레이 했습니다. 이후 그 학생과 저는 게임에 대한 논문을 몇 편 접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치팅(cheating)과 게임에 대한 제 연구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콘살보 교수가 답변 말미에 언급한 연구작업이란 저서 『Cheating: Gaining Advantage in Videogames』를 의미한다. 그 외에도 일본 게임에 대한 경험은 이후 또 다른 저서인 과도 연결되고 있다. 이어서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근황에 대해서 질의하였다.    


질문: 작년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게임은 언택트 여가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죠. 선생님께서도 게임을 플레이하셨는지요? 플레이하셨다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임이 있을까요?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식으로 선생님의 게임 생활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Consalvo: 작년 한 해는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게임은 시간을 때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창의적인 활동을 하고 겨루고 긴장을 푸는 등 여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저도 작년에 꽤 많은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거의 싱글플레이 위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활용하지는 않았습니다(그렇지만 몇몇 친구들과 <디아블로>를 플레이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은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게임은 롤플레잉 게임 <디스코 엘리시움>이었어요. 스토리와 메카닉 디자인 뿐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전투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들을 제공했다는 점이 매우 좋았습니다. 

또 가장 감동적이었던 게임으로는 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스텔라라는 이름의 소녀가 되어 망자들을 배에 태워 사후세계로 무사히 인도하는 게임입니다. 망자들이 사후세계로 떠나기 전 플레이어는 그들과 함께 여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데, 이로써 망자들은 마침내 자신의 죽음과 생의 종결을 받아들이게 되죠. 정말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게임이에요.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진행할 수 있고요, 주어진 퀘스트들은 게임의 분위기와 주제와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스토리, 아트, 사운드, 음악 등등 모든 것이 다 훌륭합니다. 가끔 슬프기도 하지만, 재밌고 신나는 일도 있지요. 저는 동료들과 함께 이 게임에 대한 논문을 썼고요, 7월 초에 열릴 Games for Change festival에서도 이 게임에 대한 발표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같은 답변을 콘살보 교수의 학술 활동의 기반이 직접 플레이한 경험에 놓여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저서 에서 보여준 북미 게이머 커뮤니티 및 그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력의 근간이 바로 그 지점에 있었던 것이다. 눈여겨 볼 만한 지점이라 생각된다. 이어서 콘살보 교수의 학술적 관심사와 북미권의 게임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질문: 교수님께서는 주로 게임문화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는데요, 그래서 북미의 게임문화에 대해서 여쭙고 싶습니다. 한국의 경우 게임의 산업적 발전 수준에 비해 그 문화적 위상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WHO가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한다는 결정이 이루어졌던 시점에 한국 게임업계와 게이머 커뮤니티는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오랜 편견의 벽이 여전히 견고했던 것이죠. 그래서 관련 업계와 학계는 이러한 상황을 바꿔보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북미의 경우에도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발생했던 일련의 학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게임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논문이나 저서들이 연달아 발간되고 있는 걸 보면 북미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Consalvo: 1990년대에 비하면 북미에서 게임은 확실히 보다 분화의 일부로서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찍혀있던 낙인을 완전히 털어냈다고 할 수는 없지요. 언급하신대로 이 낙인은 총기난사 사건과 연관되는데, 최근 몇년 간 그러한 대규모 총기난사 사건이 별로 발생하지 않았어요. 팬데믹 영향으로 학교가 운영되지 않았으니까요. 오히려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요. 팬데믹 상황이 지난 후 사회가 원상복귀 되어도 이러한 변화가 지속될 지 흥미롭게 두고 볼만한 부분입니다.    

제 생각에 현재 북미에선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지 않지만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든 <콜 오브 듀티> 최신작을 플레이하든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인식 자체에 이미 많은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북미의 게임에 대한 편견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강력한 편이다. 게임 및 게임을 플레이하는 아케이드 같은 장소들에 대해 공중위생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나 깨끗하지 못하다는 낙인이 강력하게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미국 메사츄세츠주의 마쉬필드라는 도시에서는 2014년에서야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허용되었을 정도다(물론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었다고 해서 이 지역 사람들이 수십년간 전혀 게임을 하지 않았을 거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사실은 1982년 해당 법령이 시작된 이래 1994년과 2011년 두 번에 걸쳐 게임 금지 법령을 뒤집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스스로를 게이머라고 인식하지 않는 보통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콘살보 교수의 관찰은 분명 게임이 대중적인 일상에 스며들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콘살보 교수는 팬데믹 후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살짝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체로 팬데믹 현상이 게임이 대중화되는데 있어 유효한 변인이 되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는데, 한국에서는 팬데믹과 게임 간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게임의 이용시간이나 결제액수는 늘었지만, 그것으로써 하나의 여가활동으로서 대중성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어서 북미 게임학 연구의 현황에 대해서도 질의하였다. 북미권의 게임학 연구는 한국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부러운 면이 없지 않은데, 왜냐하면 한국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의 동력이 크게 떨어진 반면, 북미권에서는 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 이번에는 북미 게임문화 연구 현황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말씀드려보자면, 제가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게임학 연구라는 것을 접했던 2000년대 초중반은 <리니지>나 <미르의 전설> 같은 게임들이 한국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이에 고무된 정부가 게임 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관련 연구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였지요.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저도 이 때 정부 지원으로 DiGRA 같은 국제 학술 컨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오면서 학계 - 특히 인문사회학 분야 - 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었고, 이후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는 정체되고 있는 분위기 입니다. 또한 학부에서 게임 전공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대개는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인문사회학적 게임학에 대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학원은 극소수구요. 관련 학술지들 또한 산업/기술적인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한국에선 현재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의 구심점이 없는 셈이지요.   

한편, 제 기억으론 오픈형 온라인 게임연구 저널 Gamestudies.org가 2001년에 개설되었고, 전문학술지 Games & Culture는 2000년대 후반에 시작되었는데, 제 생각엔 이러한 학술지들이 영미/서구권에서 게임학 연구의 중요한 구심점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관련 부문에서 학술서 출간도 활발하구요(예를 들어 MIT Press의 플랫폼 시리즈나 플레이풀 씽킹 시리즈 등). 그래서 제 생각엔 서구/영미권의 게임학 부문은 꽤 잘 운영되고 있는 듯한데, 교수님 생각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Consalvo: 인문사회학적 게임연구는 지속적으로 성장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지원을 구하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지요. 대학은 여전히 양적 연구를 하는 연구자를 원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여러 펀딩 에이전시들, 특히 금전적으로 큰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에이전시들이 사회과학이나 양적 접근을 선호합니다. 그러니까 질적 연구 또는 인문학적 연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좀 더 힘이 든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인데,  대부분의 공적 펀딩 에이전시들과 여러 대학들이 인문학적 연구에 호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향이 유지되길 바랄 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갈수록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DiGRA나 Game Studies.org 같은 곳(주: 게임 전문 학술 대회나 학술 저널)에 참여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속한  학문 분야의 학술 저널에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연구자들이 테뉴어를 받거나 진급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현상이긴 한데, 다른 한편으론 게임학 연구들이 갈수록 고립되어가는 현상일수도 있겠습니다. 


게임에 대한 고유한 학문 영역의 필요성에서 기인했던 게임학 연구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다소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반드시 게임학 연구의 정체라고는 볼 수 없는 것이, 오히려 게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양적/질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전문 학술 저널이나 컨퍼런스 보다는 각자 개별적으로 소속된 연구 분야에서 게임을 연구하는 경향이 학계에 소속된 연구자들의 진급과 연관이 있다는 현실은, 게임학 연구 분야의 식민화를 염려했던 초기 게임학 연구자들의 우려가 상기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구축된 이론이 탄탄한 타 분야에서 게임을 연구함으로써 연구의 질적 향상이 고양될 수는 있겠지만, 그 중심축이 '게임'에 놓여있는 게임 고유의 연구 영역이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게임 연구는 늘 타 학문 영역의 주변부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콘살보 교수의 지적은 게임학의 미래와 관련해서 고민해볼 만 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업계와 학계간 소통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한국에서는 학문적 성취 - 특히 인문사회학적 연구 - 가 업계가 게임을 만들고 판매하고 관리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드문데, 북미에서는 어떠한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Consalvo: 업계와 학계간의 소통과 교류가 분명히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날 게임업계는 굉장히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소위 "업계"가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한 것을 배우고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가 바로 GDC 같은 곳인데, 저의 경우 지난 몇년 간 참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캐나다에선 일부 연구자들이 업계 종사자들과 작업적으로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한데, 개발사들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AI 개발분야에 비하면 그와 같은 교류나 관계는 항상 소수인 편이죠.  


근본적으로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GDC와 같은 행사가 업계와 학계간 소통에 있어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국내에서도 지스타나 NDC 등의 행사가 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업계가 보다 다양한 학계와의 '스킨십'을 넓혀갈 필요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으로는 좀 욕심을 내서 한국의 게임에 대한 북미인들의 인식에 대해 물어보았다. "두 유 노우 BTS?"" 같은 류의 질문으로 받아들여 질까봐 조심스러웠는데, 이 질문은 사실 한국의 게임에 대한 외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 자신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던진 질문이었다.    


질문: 이번 질문은 한국의 게임에 대한 북미권의 인식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외부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니까요.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2000년대 초중반은 한국의 온라인게임 붐이 서구에서 화제가 되곤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아직 온라인 플랫폼이 글로벌하게 구축되어 있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서구에서 한국을 찾아온 몇몇 연구자나 기자 등이 24시간 게임방송만 내보내는 게임 전문 방송 채널이나 수많은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를 무슨 캐주얼 게임 마냥 즐기고 있는 PC방 같은 곳을 보면서 신기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한국인들이 게임을 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였지만, 한국이 게임으로 글로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이 때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부터 이십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래서 한국의 게임산업과 문화가 국경 바깥에선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Consalvo: 제가 명확하게 그 과정을 알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기(북미)에서 한국의 게임문화와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은 아마도 e스포츠의 인기일 것입니다. e스포츠의 기원이 북미인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나 <리그 오브 레전드>같은 게임으로 e스포츠가 엄청나게 성장한 것을 확실해 보입니다. 이는 국제적인 경기를 통해 한국인 플레이어들의 뛰어난 기량(과 보다 긴 역사)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은 그러한 측면에 분명 많은 기여를 했지요. e스포츠가 한국의 게임과 게임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주목을 끄는 분야 중 하나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불행한 일이지만 이러한 부분은 한국인 플레이어들에 대한 인종 차별 사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e스포츠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게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의 비중이나 영향은 아직까지 제대로 연구된 바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2000년대 들어와 온라인 플랫폼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서 한국의 게임이 세계 게임 산업과 문화에서의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는 것이지만, 이에 대한 담론이 늘 국내에서만 맴도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한 가운데 e스포츠가 서구/영미권에서 한국과 관련하여 많이 회자되는 부문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인종차별의 문제가 e스포츠 관련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콘살보 교수의 진단은 북미인(이자 게임문화 연구자)의 시각이었기에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이는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e스포츠 분야이기에,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에서 e스포츠가 인종차별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또한 e스포츠과 관련해서 종주국 논쟁 등 다소 국수주의적인 성격을 띄거나 산업적 가능성에만 한정되는 국내 게임 담론에 있어, 콘살보 교수의 제안은 게임 문화 연구의 측면에서 e스포츠의 역할(또는 가능성)을 짚어준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일상적인 질문으로 돌아와 한 명의 게이머로서 콘살보 교수의 게임플레이와 북미 게임 이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질문: 딱딱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게이머로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저도 한 때는 밤새도록 동료들과 아제로스를 누비곤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야심차게 시작했던 X박스 게임패스 구독을 정지해야 했습니다. 도대체 플레이할 시간이 나질 않더라구요. 명색이 게임연구자인데, 제 일상 속에 게임을 배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죠.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Consalvo: 저의 경우 게임플레이는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곤 합니다. 몇 주에 걸쳐 매일 같이 수시간을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있고, 다른 때에는 전혀 못하기도 해요. 제 스케줄과 하고 싶다는 동기 여부에 따라 달라지죠. 현재 저는 지난 해에 출시된 DLC를 플레이하기 위해 를 다시 플레이하는 중입니다(저는 롤플레잉 게임팬인데, 이 게임의 개발자들은 제가 진짜 좋아하는 시리즈인 <폴아웃>을 만들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스토리 중심의 도 플레이 중인데, 여기서 플레이어는 안드로이드가 되어 다른 안드로이드들을 조사해서 일탈자를 색출하고 그들을 불량품으로 처리할 지 결정해야 하죠. 저는 윤리적 딜레마를 다루는 게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구요,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새롭게 다루는 게임들을 접하는 게 즐겁습니다.  


한편 한 명의 게이머로서 북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게임 관련 이슈 중에서 어떤 것에 관심이 있을지 궁금했다.  

질문: 북미의 게이머로서 가장 흥미로운 이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경우엔 랜덤박스가 아주 큰 이슈입니다. 게임사들이 확률 공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게이머들이 트럭시위를 벌일 정도였지요. 미국에서는 어떤가요? 


Consalvo: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랜덤박스 문제가 이슈가 된 적 있지만, 특히 많은 이목이 집중되었던 문제는 에픽과 애플 간에 벌어졌던 다툼이었습니다. 두 거대 기업이 보다 많은 수익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가운데 누가 진짜 피해를 보고 있는지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이슈였죠. 작년 같은 경우에 게임과 관련해서 가장 많은 주목을 끈 문제는 팬데믹 동안 게임을 통해 사회성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인가였어요. 그 전에는 온라인게임에서 벌어지는 각종 유해한 상황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요. 


이제 마지막 요청입니다. 이제 막 시작된 저희 게임 제너레이션을 위해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Consalvo: 새롭게 창간된 게임 제너레이션의 창창한 앞날을 기원합니다! 오늘날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게임에 접근하는 시각이 증가하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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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연구자)

게임연구자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꽤 오래 전부터 해왔지만, 게임학을 접한 것은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우연히 게임 수업을 수강하면서였습니다. 졸업 후에는 간간히 게임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연구나 저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역사>, <게임의 이론>, <81년생 마리오> 등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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