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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보는 게임: 같은 듯 다른 일본의 상황들

03

GG Vol. 

21. 12. 10.

1. ‘보는 게임’에 대한 기억 


필자는 어릴 적부터 그다지 게임에 소질이 없었던 탓에 점프를 하여 성벽을 오르거나 호랑이를 탄 채 불타는 링을 뛰어넘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제대로 시도도 한 번 못 해본 채 늘 동일한 순간에서 몇 번이고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해야 했다. 그렇게 게이머로서의 자질이 부족했던 어린이는 자라서 주로  남들은 안 하는 게임만 ‘보는’ 어른이 되었다. 


필자의 소위 ‘보는 게임’과 관련된 가장 오래되고 충격적인 경험은 전자오락실이 아니었다. 한번은 필자와 동생보다 몇 살 많았던 6학년짜리 엄마 친구 아들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현란한 동작으로 버튼을 눌러 공격을 피하고 조이스틱을 움직이며 놀라운 속도로 결승선에 도착하는 기염을 토한 그는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적이 없는 고수였다. 직접 하는 것만큼 긴장한 우리는 손에 땀을 쥔 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고수를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두번째는 일본의 어느 복합 엔터테인먼트 체인점이었다. 최고 난이도의 곡을 북을 치는 속도, 절묘한 타이밍, 강약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플레이하던 고수는 퍼포먼스를 마치곤 구경하던 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른 게임기를 향해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나갔다.  


이렇게 직접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고수의 플레이는 보는 것을 넘어 게임 자체를 예술 작품을 감상 하듯  바라보게 되었고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람 하듯 프로게이머의 경기를 즐기게 되었다. 또한 인터넷 게임 방송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직접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의 게임 플레이를 보면서 즐기는 ‘보는 게임’ 이 게임 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보는 게임’은 타인의 플레이를 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도 키워 보겠다는 목적성을 가지는 경우도 있지만 해본 적 없는 (혹은 할 생각이 없는) 게임이라도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으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플레이어가 직접 하는 게임과는 별개로 ‘보는 게임’ 만의 즐거움과 의미를 가지게 된다.1)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본에서도 게임 방송2) 이나 e스포츠와 같은 ‘보는 게임’이 디지털 네이티브3)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방치형 플레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감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으며 여배우 혼다 츠바사나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대형 유튜버 히카킨 (HIKAKIN)4) 이 게임 채널을 개설하기도 하였고,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 방송을 주로 하는 샤루루(しゃるる) 와 같은 게임 전문 방송인도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게임 방송을 위한 전용 스트리밍 플랫폼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OPENREC.tv나 Dozle(도즈루)5) 와 같은 회사들도 주목받고 있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져 플레이어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이벤트 및 대회가 늘어나게 되었고 일본의 유명 연예 프로덕션인 요시모토 흥업(吉本興業)에서 e스포츠 팀을 창설하는 등 이전과 달리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또한 AbemaTV와 같은 케이블 방송 뿐 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서도 e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을 방영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본의 ‘보는 게임’은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게임 방송과 e스포츠를 중심으로 일본의 새로운 ‘보는 게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인용한 인터뷰는 2021년 9월부터 11월에 걸쳐 총 10명의 20대 초반에서 40대 중반 사이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반구조식 인터뷰를 통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그중 일부 내용을 번역하여 인용하였다.



2. 새로운 세대의 전유물?


평소 인터넷 방송을 자주 보는 것은 주로 10~20대로 이전부터 인기가 있었던 〈회전 초밥집 전 메뉴 시켜서 클리어하기〉와 같은 ‘한번 해보았다(〇〇やってみた)’ 형식의 방송과 함께 게임 방송의 인기가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었다.6) 이러한 영향인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 <코로코로믹스 (コロコロミック)>(小学館) 가 실시한 2019년 ‘관심 있는 직업 랭킹’에서 이전에는 순위에 들지 못했던 프로게이머와 게임 전문 방송인(주로 게임 유튜버)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7) 


본인이 직접 플레이하지 않는 게임 관련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는 N은 ‘보는 게임’의 매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멋진 장면을 보거나 (드물기는 하지만)  게임 공략을 참고하려고 본다.  플레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개가  다양하기 때문에 재미있다… [중략]…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도 좋아하는 게임 방송에 대한 정보는 공유할 수 있고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다" (N, 20대, 남, 대학생).


평소 e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자주 본다는 Z는 ‘보는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게임에 대한 공략법도 알 수 있고, 야구나 축구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보는 것과 같은 재미가 있다" (Z, 20대, 남, 아르바이트).


N과 Z에게 있어서 ‘보는 게임’은 ‘하는 게임’과는 분명히 다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임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다. 



게임은 하지 않지만 게임 방송을 자주 본다는 W는 집에서 주로 방송을 틀어 놓고 운동을 하면서 보거나 듣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 (본인의 최애 (推し))이 (게임을 하면서) 보이는 반응도 재미있고 (성우이기 때문에 ) 해설하는 목소리도 좋아서 굳이 프로게이머와 같은 고 스킬이나 화려한 테크닉이 없어도 매우 재미있다" (W, 20대, 여, 회사원).


"아르바이트 하면서도 (게임 방송을) BGM처럼 들었다. 주로 집에서는 틀어놓고 보면서 공부하면서 들으면서…청소하면서 보면서…들으면서… [중략]…해본 적 없어도 (공략 방법 등이) 새롭고 그 자체만으로  게임은 즐길 수 있다" (H, 20대, 여, 대학생).


H의 부모님은 게임을 하면서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매우 엄격했다고 한다.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고 쉽게 몰입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W와 H의 경우처럼 게임 방송과 같은 새로운 ‘보는 게임’에 익숙한 세대에게 ‘보는 게임’은 때때로 ‘라디오와 같은 듣는 게임’이기도 하며 때론 운동이나 청소 등과 같이 ‘다른 무엇인가를  동시에 하면서 하는 게임 (しながらゲーム)’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론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은 비단 젊은 세대 뿐만이 아니다. 일본 게임의 전성기를 ‘하는 게임’을 체험하면서 성장한 세대 중에도 게임 방송을 자주 보는 이들이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30대의 K와 M, 40대의 C가 이에 해당한다. 어렸을 적부터 다가시야 (駄菓子屋)8) 나 제과점 앞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는 K와 M은 비슷한 ‘보는 게임’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K는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C는 평소 타인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그냥 보면서 힐링이 되는 〈펭귄의 섬〉 과 같은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하는데 동일한 맥락에서 게임 방송을 보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누구보다도 자주 게임 방송을 본다는 M은 이렇게 말한다.


"많이는 보지만 단순히 송신되는 것을 그냥 그대로 받은 느낌? 이랄까…… 게임이라고는 볼 수  없기 때문에 ‘보는 게임’으로서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M, 30대, 남, 서비스직).



3. ‘보는 게임은 게임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보는 게임’ 문화는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일까?


게임 문화를 주도해 왔으며 ‘하는 게임’에 익숙한 이들은 이처럼 게임 방송은 ‘보는 게임’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게임 방송이나 e스포츠와 같은 새롭게 등장한 ‘보는 게임’이 어떠한 재미가 있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특히 Y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게임을 하지만 게임 방송은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물론 게임을 하면 (게임 방송을 보는 것)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동영상을 볼 시간에 역시 직접 플레이하는 편이 몇 배는 더 즐겁다" (Y, 30대, 남, 대학원생).


Y는 ‘보는 게임’을  어릴 적 친구 집에 놀러 가 게임을 할 때 서로의 순서를 기다리며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훈수를 두면서 게임을 보던 광경이라고 설명한다. 즉 ‘보는 게임’ 에서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타인과 같은 플레이 경험과 공간,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한다는 행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연결된 화면이나 채팅으로 이루어진 물리적 거리가 존재하는 환경에서의 ‘보는 게임’은 게임을 완전히 체험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우며 플레이의 경험 자체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 진정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것이다.

어느 시기부터 ‘보는 게임’으로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I는 일본의 전자오락실인 게임 센터(ゲームセンター)에서의 ‘보는 게임’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게임 센터에서 양복을 입은 샐러리맨이 능숙하게 플레이하는 것을 주변의 모두가 연극을 관람하는 것처럼 구경했던 적이 있다 … [중략]… 신입생과 이야기할 때 처음 해본 게임이 스마트폰 게임이고 게임 센터도 별로 가본 적이 없다고 해서 세대 차이가 느껴져 충격을 받았다" (I, 30대, 남, 대학원생).


게임을 본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며 게임 방송이나 e스포츠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Y나 I가 경험한 것과 같은 ‘보는 게임’ 이 존재했다. 특히 닌텐도에서 1983년 발매한 〈패미컴(패밀리 컴퓨터: ファミリーコンピュータ)〉이 일본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게임은 가족과 함께,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여가로서 자리를 잡았고 아케이드 게임 역시 이전부터  특유의 직접 몸을 움직여 ‘하는 게임’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아케이드 게임의 주된 플레이 공간인 게임 센터는 젊은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서로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한국의 PC방과 같은 대표적인 게임 공간 (장소)으로 ‘보는 게임’이 발생하는 장소이기도 했다.9) 


*레트로 분위기의 게임 센터 〈쟈리가니(ザリガニ)〉(왼쪽) 와 〈제로(ゼロ)〉 (오른쪽).  (2016-11-24일본, 오사카  촬영). 친구의 플레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보는 게임’이 이루어지는 장소.

대부분의 게임 센터들이 위치상으로도 그렇지만 게임 센터 외부에 설치된 게임기가 많아 행인이나 주위의 다른 플레이어들이 쉽게 플레이를 볼 수 있는 ‘보는 게임’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에 가깝다. 게임 센터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이처럼 언제라도 ‘보는 게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누군가의  멋진 플레이를 보는 것은  게임 방송을 통해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를 풍미한 게임의 고수 〈다카하시 명인(高橋名人)〉10)의 플레이를 보면서 박수를 보내며 열광하던 이들이 있었으며 격투 게임 대회에서는 친구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응원하는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처럼 장소와 시간을 공유하는 게임 플레이에 익숙한 게임 문화에서 새로운 ‘보는 게임’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반면 처음 접한 게임이 스마트폰 게임이며 보거나 듣는, 혹은 ‘무엇을 하면서 보는 게임’을 체험하며 성장한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보는 게임’은 TikTok이나 Instagram에 사진을 올리거나 ‘좋아요’와 같은 공감을 얻고 공감 하는 것과 동일한 함께 공유하는 경험일 수 있다. 


게임 방송이 다루는 게임들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격투 게임이나 슈팅 게임에서 높은 점수를 내거나 플레이어의 테크닉을 보여주는 것에 중점을 두는 방송도 있지만 앞서 언급된 것처럼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또는  특별한 스킬이 없어도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주는 방송이나  80년대 혹은 90년대의 매니악한 레트로 게임 (retro game) 플레이를 하는 게임 방송이 많다.  물론 감상할 수 있는 게임 방송도 인기가 있다. 예를 들자면 〈게임 산책(ゲームさんぽ)〉11)채널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채널에서는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하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전형적인 ‘보는 게임’ 콘텐츠이다. 그러나 타인이 플레이하는 것을 게임 테마와 관련된 전문가인 초대 손님들이 보면서 코멘트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마치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좌담회처럼 진행된다. 즉 ‘보는 게임을 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보는 게임’을 재해석하고 평가하는 새로운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스스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게임 방송에서 대신 도전해 주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것 만큼 그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있고 멋진 플레이를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는 N과 H와 같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 게임 방송은 동료나 친구 혹은 그 구역의 고수가 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친근함을 느끼고 마치 자신이 플레이 하는 것과 같이 동일시하기도 한다. 한편, 집에서 그리고 게임 센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했던 일본의 게임 문화를 주도해 온 30~40대의 세대들에게는 게임 방송을 ‘보는 게임’으로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4. ‘e스포츠는 뭐가 다르죠?’ 일본의  e스포츠


그렇다면 e스포츠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있을까?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알려지게 된 것은 2015년 〈사단법인 일본 e스포츠협회 (JeSPA)〉가 설립되면서부터이다. 2018년 문부과학성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e스포츠 대회 개최나 프로게이머 팀의 출범이 잇따르며, 스폰서계약을 체결하려는 기업들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공개된 KADOKAWA Game Linkage의 조사에서도 일본의 2019년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이미 60억 엔을 넘어섰으며 코로나로 인한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e스포츠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서 e스포츠라는 용어가 정착하기 훨씬 전부터 각 게임 센터에서 개최하는 격투 게임 중심의 게임 대전 이벤트가 있었다. 하이스코어를 목적으로 하는 게이머 (고수)12) 들이 존재했고 아케이드 게임의 전성기에 등장한 〈스트리트파이터II〉13)로 인해 플레이어가 서로 대전하는 게임 문화도 형성되게 되었다. 그러나 평소 디지털과 아날로그 할 것 없이  게임을 자주 한다는 T는 ‘보는 게임’으로의  e스포츠는 역시 익숙하지 않다며  e스포츠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이렇게 말한다.


"e스포츠와 RTA(Real Time Attack)와 뭐가 다른가? 차이가 있다면 있겠지만 게임은 역시 하는 거다. 경기를 보는 것과 다르다. 보고 하고 보고 하고. 일본에서는 게임 콘텐츠도 PvP나  PvE나, Minecraft 등 서바이벌 적인 것 만이 인기있는 콘텐츠가 아니니까" (T, 30대, 남, 회사원).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e스포츠를 즐기는 인구는 증가하고 있으나 T의 이야기처럼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바둑이나 장기 대회에서는 흔한 광경이지만 e스포츠를 관람한다는 것은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또한 국제적인 e스포츠 대회에서 인기있는 종목들 중에는 일본에서는 그다지 인기 없는 장르의 게임도 많다.


한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거액의 상금이 걸린 대규모 대회나 유명 기업들과 스폰서를 체결한 대회들이 개최되면서 프로게이머가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일본의 경우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젊은 세대에게도 e스포츠라는 ‘보는 문화’는 친숙한 광경은 아니다. e스포츠는 일본에서 아직 ‘관람형’ 보다는 ‘하는’ 게임이 중심이기 때문이다. 


가정용 콘솔 게임기가 많이 보급되어 상대적으로 PC게임이 주종목으로 채택되는 e스포츠의 시작이 늦어지게 되었지만14) 2018년에는 기존의 e스포츠 3개 단체가 통합하여 〈일본 e스포츠 연합 (JeSU)〉이 발족하게 되었다.15) 


물론 일본에도 한국과 같은 e스포츠가 존재하지만, 대도시보다는 중소도시와 연계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일본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16) 한국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PC방이 e스포츠의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일본에서는 중소도시의 현/구/시 도청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e스포츠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인프라가 준비되기도 전에 e스포츠의 지역 대회는 활성화되었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도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데 e스포츠가 지역 활성화 뿐만 아니라 노년층의 건강 증진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e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17)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지역 경제를 부흥하고자 하는 목적도 가진다.


대표인 사례로 이바라키(茨城県)현에서는 e스포츠를 통해 지역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등학생을 위한 e스포츠 대회나 e스포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아카데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일본 최초의 47개의 도/부/현이 참가하는 이벤트〈도/부/현 대항e스포츠대회(全国都道府県対抗eスポーツ選手権2019IBARAKI)〉를 개최하였다. 또한 교토부(京都府)에서는 2019년 〈교토 e스포츠 서밋〉이 열렸고 2021년에는 지역 경제 부흥을 도모하는 〈KAMEOKA e-SPORTS PARTY〉를  가메오카 온천 지역에서 개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도/부/현 대항 e스포츠 대회(全国都道府県対抗eスポーツ選手権2019IBARAKI)〉의 앰배서더 Vtiber 이바라키 히요리 (茨ひより) (왼쪽)18)  과 교토의 의 포스터 (오른쪽) 

일본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한 교육 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주로 고등학교와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프로게이머 양성 학교가 설립되었고 대학에서는 e스포츠를 커리큘럼에 넣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하였다.19)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장수 인구가 많은 일본에서 노년층의 건강 관리를 위해서도  e스포츠가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액티브티협회〉에서는 ‘건강 게임 지도사’ 의 자격증 코스를 통한 교육 세미나와 노년층을 위한 e스포츠 이벤트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20) 이러한 e스포츠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의 중소 도시에 e스포츠 시설과 팀이 생기면서 이웃 지역과의 대회 등을 개최하기 위한 시니어 e스포츠 팀도 나타나게 되었다.21) 


* 평균 연령 65세 이상으로 구성된 시니어 e스포츠 팀 의 공식 홈페이지, https://matagi-snps.com/ (2021년 10월 06일 접속)(왼쪽) 과 건강 게임 지도사 양성 강좌 안내 전단지 (오른쪽) 


T가 언급한 것과 같이 일본에는 일반적인 e스포츠 대회와는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RTA in Japan〉과 〈AFTER 6 LEAGUE〉가 있다.


사단법인 RTA에서는  운영하는 일본 최대 규모의 〈RTA in Japan〉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1년에  2번에 걸쳐 『RTA in Japan Summer』와 『RTA in Japan Winter』를 개최하고 있으며 일단 특정 게임을 최단 시간으로 클리어해야 하므로 주로 〈천수의 사쿠나히메(天穂のサクナヒメ)〉나 〈별의 커비 64(星のカービィ64)〉,〈 슈퍼 마리오 64 DS(スーパーマリオ64DS)〉와 같은 게임이 다수 플레이 종목에 포함된다. 〈AFTER 6 LEAGUE〉는 대회 타이틀이 상징하는 것처럼 퇴근 후 (6시 이후) 플레이하는 회사원을 중심으로 하는 e스포츠 리그이며 뜨거운 반응을 얻어 2022년에 2번째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의 경우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와 같은 주로 국제적인 e스포츠 대회의 종목인 게임을 중심으로 덴츠 (Dentsu.Inc)  등의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대회이다.


* 〈AFTER 6 LEAGUE〉의 공식 홈페이지, https://a6l.jp/ (2021년 10월 06일 접속) 

지금까지는 국제 e스포츠 대회에서 널리 알려진 프로 게임 팀이나 프로게이머는 드물다.22) 일본 국내의 e스포츠 대회는 상금 역시 매우 적은 수준인데 이것은 대회의 상금 규정이 〈경품 표시법(景品表示法)〉과 〈도박 관련 형법(賭博罪)〉에 해당하기 때문이다.23)  따라서 일본의 e스포츠 대회에서는 국제 대회와 같은 많은 상금을 걸 수도 비싼 입장료를 받아 수익을 낼 수도 없는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도/부/현을 중심으로 경기 시설이 설치되고, 2018년부터는 공인 프로게이머를 위한 프로라이선스가 제도화되었다. 이에 따라 상금에 대한 규정도 변경되어 대규모의 e스포츠 대회가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됨에 따라 e스포츠 활성화의 가능성이 늘어나게 되었다.24) 그러나 아직까지는 단발성 이벤트화 되어 있는 e스포츠 대회, 열악한 관람 문화, 전문적인 프로게이머의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남아있는 과제는 많아 보인다.



5. ‘보는 게임’과 ‘~하면서 보는 게임’


일본의 ‘보는 게임’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는 게임은 확실히 기존의 하는 게임과는 구별되는 현상이지만 완전한 새로운 것은 아니며 이전에도 존재했다. 특히 가정용 콘솔과 함께 일본의 게임 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임센터에서는 이러한 ‘보는 게임’은 흔하게 일어나는 광경이었다. 


둘째, 새로운 ‘보는 게임’인 게임 방송과 e스포츠의 수용에서는 세대 간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존의 가정용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 중심의 게임 문화에서 성장하여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플레이 경험이 익숙한 이들에게 물리적 환경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느끼기 어려운  새로운 ‘보는 게임’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며 e스포츠 경우도 그러하다. 물론 일본 e스포츠의 출발점은 이전의 격투 게임 대회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재와는 달리 플레이어 간의 팬 교류 행사나 오락실 홍보 이벤트로서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확장된 방식의 ‘보는 게임’인 게임 방송이나 세계적인 e스포츠의 흐름과는 다른 전개를 보이게 된 e스포츠와 관련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타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수월하게 공유되지 못한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일본에서 새로운 ‘보는 게임’을 경험할 수 있는 무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전과 비교하여 이러한 ‘보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인터넷 환경과 인프라도 구축되었다. 따라서 타인의 플레이를  서로 다른 공간, 다른 시간에서 공유하면서 동시에  ‘보면서 들으면서~하면서’ 즐기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었고 기존의 게임문화와는 또 다른 게임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세대에 따라 즐기는 게임의 장르나 플랫폼이 다르며  어디까지 ‘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달라질 것이다. ‘보는 게임’ 이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타인의 게임 플레이를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능동적으로 교류하고 확장시켜 다시 새로운 즐거움을 공유해 나가는 방식이며 이처럼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보는 게임’ 혹은 ‘~하는 게임 보는 게임’이 어떤 식으로 더욱더 변화될 것인지를 기대해본다.


1) 이경혁.『게임,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창 - 게이머, 게임을 말하다』. 로고폴리스. 2016.
2) 게임실황동화 (ゲーム実況動画) 혹은 줄여서 게임실황(ゲーム実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YouTube, Twitch 이외에도 니코니코 동화 (ニコニコ 動画) 사이트가 있다.
3) 디지털 디바이스로 가득한 환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성장한 이 세대에게 디지털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방법을 제시한 마크 프렌스키 (2006)는 이들을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설명한다. Prensky, M. (2006). Don't bother me, Mom, I'm learning!: How computer and video games are preparing your kids for 21st century success and how you can help!. St. Paul: Paragon house.
4)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 콘텐츠가 인기를 얻게 되자 <히카킨 게임스>라는 채널을 개설하였다. PC 게임 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 등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한다.
5) 유명 유튜버 Dozle(ドズル)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로 주로 <마인크래프트> 관련 게임 방송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6) Cross Marketing.『YouTubeの利用実態に関する調査』.2020. https://qr.paps.jp/W9uDU(2021년 10월 06일 접속)   
7) <코로코로믹스온라인 (コロコロミックオンライン)>의 홈페이지, https://corocoro.jp/82218/ (2021년 10월 6일 접속))
8) 옛날 문방구 (문구점)와 비슷한 형태로 가게 앞에 몇 대의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거나 과자와 어린이들의 장난감 등을  주로 판매한다. 
9)  加藤裕康.『ゲームセンター文化論メディア社会のコミュニケーション』. 新泉社. 2011. 카토(加藤)(2011)는 게임을 ‘보면서 즐기는 문화’를 형성해온 게임 센터를 중심으로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메타적인 게임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게임 센터는 일본 특유의 게임 문화와 맞물려 있을 뿐 만 아니라 게임을 하거나 보는 행위 이외에도 그곳에 있는 사람들 간의 교류가 형성되는 장소로 게임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에 주목한다.
10) 패미컴 붐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게이머이며 특기는 1초에 16회이상의 연타였고 그의 35주년을 기념하여 2021년 <타카하시명인 탄생 35주년기념 앱 ~게임은 1일 1시간!~ (高橋名人35周年記念アプリ〜ゲームは1日1時間!〜)> 이 앱으로 출시되기도 하였다.
11) Livedoor사의 이 채널은 ‘다양한 관점에서의 게임 방송’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21년 3월 20일 <모여라 동물의 숲> 편에서는 마을의 부엉이 박물관 설립을 테마로 설정했는데 국립미술관 큐레이터와 예술 전문가를 초대하여 게임 플레이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 플레이 뿐 만 아니라 실제 게임 속 큐레이션 및 작품의 재현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했다.
12) 게임의 최고 점수를 노리는  고수들을High Scorer (ハイスコアラー) 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13) 1991년 등장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전국 게임센터 대항 격투게임 대회 영상 등이  판매되기도 하였다.
14) 青山学院大学総合研究所研究ユニット「五輪eスポ」.『eスポーツ産業論』. 同友館. 2020.
15) 는 주로 e스포츠 대회의 보급, 프로라이선스의 발급 및 프로게이머의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8월말 현재 전국적으로 25개의 지부가 생겨났다, 공식 홈페이지, https://jesu.or.jp/ (2021년 10월 06일 접속)
16) 筧誠一郎 .『e スポーツ地方創生~日本における発展のかたち~』.白夜書房. 2019.
17) e스포츠를 전망이 밝은 비즈니스 분야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적합한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18)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baraki-esports.com (2021년 10월 06일 접속)
19) 게이오 대학에서이라는 수업이 개설되었고 쿠마모토 산업대 중심으로 이 설립되었다.
20) 공식 홈페이지, http://www.jp-activity.jp (2021년 10월 06일 접속)
21) 아키타현(秋田県)에서 일본 최초의 시니어 e스포츠 프로 팀이 활동하고 있다. 팀명은 로 주로 포트나이트를 중심으로 플레이하는 팀이다.
22)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진 선수들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전문적인 프로게이머 선수가 부족하고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전업 프로게이머 전문 육성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겸업 선수들 중에는 게임 실력이 좋은 사람이 ‘어쩌다 보니 프로게이머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는 경우도 있다.
23) 프로게이머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일반인’이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고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경품 관련 법률에 저촉되는 행위로 규정된다. 따라서 10만엔을 넘어가는 상금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4) 그러나 일본 최초의 e스포츠 프로라이선스에는 국제 대회의 등록  종목인 <하스스톤>이나<리그 오브 레전드>,<스타크래프트 II>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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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메이칸대학 기누가사 종합 연구 기구 전문 연구원)

주로 시리어스 게임과 시리어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장소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리츠메이칸대학 게임 연구 센터 (RCGS)의 게임 아카이빙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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