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느꼈던 게임의 과거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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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 Vol.
25. 4. 10.
넷마블 게임 박물관 문을 열다.
2025년 3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정식으로 일반 공개를 시작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은 아직 정확하게 공지는 되지 않았지만 현재(2025년)기준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정부에 등록된 게임을 테마로 한 박물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 이름에 컴퓨터가 들어간 등록박물관은 2023년 기준으로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유일하다.) 물론 이전에도 게임을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 없지는 않았다. 레트로 게임 카페를 표방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이나 제주도에 있는 컴퓨터 박물관, 지금은 없어졌던 제로하나 박물관에도 과거의 게임을 상당 수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이라는 접근성과 게임 업계에서는 대기업에 속하는 넷마블이 운영한다는 지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에 기대하는 부분이 컸다.
필자는 게임 박물관이 일반 공개를 시작한 날과 두번째 주의 평일의 시간을 골라 방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박물관도 조금씩 개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 언급된 내용이나 정보가 방문 시점에는 다를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박물관 개관 준비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완전히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 넷마블 박물관 초입 (직접촬영)
넷마블 박물관 직접 가보다.
역사속에서 초기의 박물관은 여러 유산들을 모아서 대중에게 공개하는 형태였다.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도 이러한 형식은 충실히 지키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넷마블의 게임 박물관을 처음 방문하면 넓은 공간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이 이야기해주는 인류의 게임에 대한 역사를 짧게 훑는 영상을 보여준 후, 보이는 수장고로 넘어간다.
보이는 수장고는 초반의 수장고와 유물에 대한 전시 공간은 게임 관련 유물을 보여주는 주된 공간이며 특히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1980년대 이전의 기기들은 레플리카이긴 하지만 사진이 아니라 실제 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큰 장점이다. 2배로 크기를 키운 둘을 위한 테니스나 PDP-1의 레플리카에서 재현한 스페이스워!(Spacewar!)의 동작화면은 국내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물건이며 전시 공간 마지막에 존재하는 실물 컴퓨터스페이스(ComputerSpace) 역시 마찬가지다.

* 보이는 수장고 전경 (직접 촬영)
보이는 수장고 오른편에는 보기 힘든 수장품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보이는 수장고는 뒤에도 공간이 있어 수장품들의 뒷모습들도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대기업들에서 정식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용 기기들이나 팩과 패키지 매뉴얼들의 실물은 지금은 대부분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있기 때문에 실물을 실제로 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는 보이는 수장고는 정말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 보이는 수장고 뒷편
보이는 수장고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소장품 인벤토리는 대형 스크린 5개로 이루어진 키오스크로 수장품들의 이미지가 계속 흘러가면서 이미지를 터치하면 수장품들의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다. 소장품들이 적지 않아서 흘러가는 소장품의 이미지를 보는 것도 즐거움을 준다.

* 소장품 인벤토리
이렇게 보이는 수장고가 끝나면, 좀 더 어린 연령대의 관람객들을 위한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게임 개발자를 알아볼 수 있는 체험 키오스크나 게임 개발자들의 테이블과 실제 게임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려주는 프로젝션 아트, 그리고 이어서 <제2의 나라>에서 게임 캐릭터 생성을 체험하는 코너가 나온다. 연령대에 따라 관심사가 갈리는 콘텐츠일 수 있겠지만 <제 2의 나라> 게임 개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컴퓨터 모니터와 벽면을 넘나드는 캐릭터의 설명은 한번쯤 봐 둘만 하다.

* 오른쪽 버튼을 꼭 눌러 보길 바란다.
게임의 사운드 트랙과 함께 박물관의 두번째 아카이브인 라이브러리가 나온다.

* 도서 라이브러리
게임 박물관의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책들이 존재한다. 해외서적과 함께 최신서적 중심으로 되어있긴 하지만 책은 점차적으로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 아카이브 키오스크
한편 한 켠엔 1990년부터 2010년대의 한국의 게임 역사를 정리해놓은 디지털 아카이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 디지털 아카이브는 인터랙티브 키오스크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해당 기가 한국에서 있었던 주요 게임 사건과 함께 당시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여기까지 지나면 게임에 등장하는 한국과 함께 마지막으로 올해 11월 30일까지 진행하는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특별전을 하고 있다. 보이는 수장고와 마찬가지로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역시 90년대 한국 PC 패키지 게임의 실물과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은 실물을 보기 매우 힘들어진 당시 PC게임 패키지와 매뉴얼등의 실물이 실제 전시되어있다.

* 게임 체험존
마지막으로는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는 게임 체험 존이 존재한다. 고전 아케이드게임 중심의 체험존이긴 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넷마블 사내 카페인 'ㅋㅋ다방'은 외부인들도 이용 가능하다보니 어린이들은 자리를 안떠나려고 하고 있고, 보호자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게임을 좋아하는 데는 연령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게임 박물관 VS 컴퓨터 박물관
한국에서도 컴퓨터 테마의 박물관은 몇 군데 존재하며, 게임 박물관을 표방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비교를 해볼수 있는 곳이라면 정식으로 국가에 등록된 박물관들과 비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국내에서 현재 컴퓨터 등을 테마로 한 등록된 박물관은 넥슨 컴퓨터 박물관 정도이다. 시대가 흐르면서 컴퓨터 역시 수집 대상이 되었고 박물관의 전시품에 포함되고 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 옆에 있는 G밸리 산업 박물관에서도 90년대 국산 가정용 컴퓨터들이 전시되어있으며 국립 중앙 박물관의 어린이 박물관 등에는 PC통신 시절 사용하던 단말기가 통신의 역사를 설명하며 배치되어 있었던 적도 있다. 한양대 박물관에는 국내 초창기의 아날로그 컴퓨터가 존재하며, 한글 박물관 또한 다양한 한글 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을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조금씩 게임들이 전시되어있는 부분도 찾아볼 수 있다.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경우 주된 테마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게임 박물관과 바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1층의 가정용 게임기의 발전과 실물 가정용 게임기의 전시라든가, 게임 사운드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체험 코너, 그리고 2층의 게임 체험 공간과 라이브러리, 3층의 교육코너와 함께 있는 오픈수장고들은 현재 디지털 기기 및 게임 박물관에서 어떤식으로 전시 및 체험을 진행하는지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음을 알수 있다.
오픈 수장고의 경우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경우는 거리가 있고 살펴보기 힘들게 배치되어 있다면 넷마블의 그 것은 좀 더 보기 좋게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라이브러리의 경우는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좀 더 오래되었다 보니 과거 자료를 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에 개관한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경우는 매우 고가에 거래되는 수집품이 되어버려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산 가정용 게임들의 실물을 오픈 수장고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가장 자랑하고 있는 콘텐츠인 복원된 바람의 나라나 PC통신 서비스 같은 국내의 환경을 재현한 게임환경들은 넷마블에서는 체험해보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 넥슨 컴퓨터 박물관의 PC통신 체험코너 (2013년 직접 촬영)
조금 강하게 평가하자면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대한 느낌이라면 보기 힘든 유물들이 잘 정리되어있는 유물 쇼룸이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우주 거북선 패키지 라든가, 실물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정식 발매된 국산 게임기들, 레플리카지만 테니스포투(Tennis For Two), MIT PDP-1, 거의 원본에 가깝게 복각해놓은 마지막 코너의 퐁 까지 다큐멘터리나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기기들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은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강점이며, 레트로 게임 마니아나 게임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면 한번 쯤 눈으로 봐야하는 물건들이 정말 많다.
다만 박물관 운영 초기라 이러한 유물에 대한 정보가 부드럽게 전달되는 지는 아쉬움이 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라면 유물 옆에 좀 길게 적어놓은 텍스트 패널을 둘 법 하지만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경우 이러한 설명들을 모두 한 단계 아래에 숨겨놓은 경향이 강하다. 전체 디자인 철학이 그렇게 디자인되었다는 느낌인데, 이렇다보니 좀 거칠게는 쇼룸이라는 느낌을 주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본다. 대부분의 설명을 QR코드로 들어갈수 있는 음성 안내 페이지나 인터렉티브 키오스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은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나 사람이 많이 몰릴 경우, 혹은 키오스크를 놓치는 사람이라면 유물에 대한 설명을 놓칠수 있다는 점은 박물관의 구성에서 특히 아쉬운 부분이었다.

* 인터랙티브 키오스크
과거를 전시한 박물관과 게임 박물관의 미래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대한 평가를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어떤 사람들은 소장품 구색의 아쉬움을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도서관에 대한 자료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공간의 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먼저 던져봐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게임 박물관은 어떤 것을 전시해야 할 것인가.
앞서 말했듯이 넷마블 박물관은 희귀한 게임 관련 유물들이 정말 많다. 물론 게임 팩이나 가정용 게임기에 한정하면 더 많이 모은 수집가들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박물관의 전시는 대부분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명확해진다.
“유물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들은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은 대부분 구성품이 존재하지 않는 게임을 즐기고 있다. 가정용 콘솔이나 PC용으로는 패키지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게임 구매의 주된 흐름은 주문형 게임으로 넘어가고 있으며 게임 패키지의 구성품도 소장용으로 나오는 아주 소수로 찍어 프리미엄이 붙는 패키지 외에는 칩만 들어가있으며, 게임에 대한 설명등은 유튜브나 홈페이지로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 과거의 게임들은 에뮬레이터나 어밴던웨어 등으로 현재의 기기에서 즐길수 있는 경우가 존재하긴 하지만, 당시 패키지의 물성이나 기기의 물성들을 직접 체험하기는 매우 힘들다. 그렇다보니 전문가라는 사람이 매뉴얼을 읽지 않고 기기와 게임의 특성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을 평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게임을 위해서는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란 공간은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고전 게임 패키지들이 수집가들의 손에 들어가 빛을 보기 힘든 상황에서 연구자나 과거 게임의 구성품을 살펴 볼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들어서 이러한 물성이 거의 없이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하는 게임들은 박물관에 전시하기 참 힘든 상황이 되었다. CD 등으로 나오기라도 했다면 CD 등을 전시하겠지만 USB 디스크등의 실물 조차 안나오고 다운로드로만 존재했던 게임이라면 어떤 것을 전시해야할 것인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의문은 게임을 어떻게 아카이브할 것인가와도 연결된다. 특히 온라인 게임 중심의 시장이 진행되어온 한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더욱더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게임을 어떻게 아카이브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들은 사실 전세계적으로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다만 점차 이러한 논의들이 활발해져가면서 미국, 유럽, 일본등에서는 단체등이 생기면서 점차 연구나 토론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유물로서의 게임만 전시하다보니 당대의 게임 문화, 개발자, 환경들에 대한 전달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도 약점이다. 유물에 대한 설명들도 아쉬운 지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박물관의 준비 문제라기보다는 이러한 연구 자체가 부족한 한국 게임 학계의 토양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것이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이 게임의 미래도 보존하길 바라며
시작하면서 박물관의 역사에서 유물의 전시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만 현대의 박물관의 역할은 좀 더 다양해졌다. 앞서 말한 아카이브와 함께 연구, 교육 등이 전시와 함께 따라오는 박물관의 역할이다. 박물관의 입구에서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들이 존재하며, 라이브러리에 존재하는 <배틀 가로세로> 풍의 퀴즈 게임들은 어린이들이 박물관에서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체험 프로그램이지만, 이러한 체험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공간의 아쉬움은 있다. 첫번째 방의 게임 영상이나, 제2의 나라 체험관 같은 넓고 화려한 체험관도 좋지만 좀 더 박물관스러운 아날로그한 학습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마블 게임 박물관의 개설이 반갑다. 지금까지의 한국에서는 게임 역사를 정리할 구심점이란 것이 부족했었고 이러한 박물관같은 구심점이 생겨나면 자석처럼 자료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꾸준한 투자만 계속 된다면 박물관을 중심으로 새로운 유물들이 모이고 연구가 계속되며 네트워크가 생겨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자료들과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의 역사를 조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을 한번 배치하고 끝나는 고정된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기획전과 교육 프로그램 업데이트 되는 지식들을 피드백하는 공간이 되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 역시 앞으로의 게임을 아카이브하며 새로운 역사를 정리해나가는 게임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의 최전선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