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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언어 커뮤니케이션과 트롤링

14

GG Vol. 

23. 10. 10.

게임과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게임하는 과정 내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행위다. 특히 갈수록 많은 게임들이 혼자서는 플레이하기 어려운 형태를 취하는 상황에서, 많은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과 밖을 오가며 자유롭고 활발하게 커뮤니케이션한다. 플레이어들은 멀티 플레이어 게임 플레이를 통해 게임 시스템이 부여하거나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언어 대화와 비언어 표현을 통해 흥미롭고 창의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한다. 이제 대부분의 멀티 플레이어 게임들에는 플레이어들 간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정보(내적) 인터페이스가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플레이어들은 그러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게임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전술·전략을 세우며, 때로는 사적인 일상을 나누기도 한다. 보다 원활하고 재미있는 게임 플레이, 그리고 새로운 게임 플레이 커뮤니티의 형성에 있어 (정보 인터페이스를 경유한) 플레이어(들) 간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은, 게임 플레이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플레이어들 간에 이뤄지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꼭 게임 플레이를 원활하고 재미있게 만들거나, 새로운 커뮤니티의 형성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 비중의 커뮤니케이션이 그 반대의 상황을 가능케 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조롱·모욕·비방하거나, 게임 플레이의 흐름을 막거나 뒤엎고 의미 없게 만드는 커뮤니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때, 플레이어(들)은 모든 게임 내 정보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괴롭히는 등 반사회적 행동의 여지를 남기는 데 전념한다. 반사회적 행동의 여지를 남기는 커뮤니케이션은 (일부 발화자에게는 재미나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줄지 모르나) 대개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그들로 하여금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대응을 하게 만들며, 때론 게임 바깥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현피, 고소 등)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멀티 플레이어 게임들은 시스템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채팅창에 아예 욕설을 입력할 수 없게 하거나, 긍정적이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을 한 플레이어에 대한 다른 플레이어들의 신고가 누적되면 제재(채팅 금지, 접속 금지 등)를 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물론 시스템으로 강제하는 법칙이 아니라 해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매너를 지키는 것은 일종의 약속된 규칙이다. 하지만 게임 내 많은 상황에서 특정 플레이어들은 참지 못한다. 일부 플레이어들은 고의로 긍정적이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을 남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언어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심지어 시스템적으로 언어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게끔 설계된 게임, 그리고 조롱·모욕·비방을 위한 표현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위주의 게임에서조차 반사회적 행동의 여지를 남기는 커뮤니케이션은 행해진다. 어떤 상황에서든 플레이어들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도 그 방법은 상대에게 먹히고, 곧 게임 내에서 통용된다.

 

명시적인 언어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맥락적이다. 그렇기에 잘 발견되지 않고, 시스템적 제재도 덜 받거나 받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게임 내에서 통용되고 문법화된다는 것은, 그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언어 커뮤니케이션만큼이나 명시적인 트롤링(trolling) 기법이 됨을 의미한다. 트롤링이란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불편하거나 화를 낼만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해서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행위를 말한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특히 그 중에서도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모욕하거나 비방하는 등 긍정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살피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왜 그리고 언제 이뤄지는지, 트롤링과의 연관 속에서 발생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게임 안과 밖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논의하고자 한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왜 그리고 언제 이뤄지는가

 

게임에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경우는 세 가지 정도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세 경우는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며, 특정 상황에서 연결되거나 둘 이상의 유형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언어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이뤄지는 경우다. 많은 멀티 플레이어 게임들이 문자·음성 채팅과 같은 언어 커뮤니케이션뿐 아니라, 짧은 감정 표현, 이모티콘 등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을 제공한다. 이 때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커뮤니케이션까지는 필요 없거나 언어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특정 감정이나 정보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주로 사용된다.

 

둘째,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려운 경우다. 긴박한 상황이거나, 양손과 온 신경을 항상 써야 하는 상황에서 짧은 감정 표현, 인장, 스마트 핑(packet internet groper: ping)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보다는) 긴 메시지를 함축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끔 돕는다. FPS(first person shooter)나 AoS(aeon of strife) 같은 게임류, 그리고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레이드(raid)와 같은 특정 게임 상황에서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물론 이 때 게임 안에서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만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 바깥으로는 음성 채팅을 활용한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하는 일 또한 가능하다. 첫째 경우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언어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냄으로써 게임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둘째 경우는 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빈 곳을 메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셋째, 플레이어 간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경우다. 시스템적으로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데 특정 상황에 의해 하지 못하는 것과, 애초에 시스템적으로 언어 커뮤니케이션이 막혀 있고 비언어 커뮤니케이션만이 허용되는 것에는 차이가 있으며 이는 후자에 한한 이야기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구현하기 위한 작업과는 반대 축에서, 게임 디자이너들은 플레이어(들) 간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기 위한 작업에도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노력은 대체로 플레이어 간에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하게 하는 일이, 서사 진행에 방해가 되거나 플레이에 적합하지 않거나 플레이어(들) 기분에 악영향을 줄 확률이 높은 게임들을 위한 것이었다. 가령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에서 플레이어는 얼라이언스와 호드라는 적대적인 두 진영 중 하나를 선택해 캐릭터를 만들게 되는데, 각기 다른 진영 플레이어 간에는 언어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 오직 제스처를 통해서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디자인은 두 진영 사이에 서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하지만 전술한 바와 같이 플레이어(들) 간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는 게임을 할 때조차도, 플레이어들은 부정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방법을 찾아낸다.

 

대표적인 방법이 ‘감정 표현’을 활용하는 것이다. TCG(trading card game) <하스스톤(Hearth Stone)>에서 플레이어는 본인이 선택한 영웅을 클릭(PC로 플레이하는 경우)하거나 터치(모바일로 플레이하는 경우)함으로써 간단한 감정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자세한 메시지는 영웅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기본적으로 메시지는 ① 감사, ② 칭찬, ③ 인사, ④ 감탄, ⑤ 이런!, ⑥ 위협의 6가지 감정 표현을 담아낸다. 혹자는 그 메시지 자체가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운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플레이어가 직접 입력하는 것이 아니며, 세부 내용을 고르거나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클릭/터치 한 번으로 발화자가 기재하지 않은 메시지를, 그것도 특정 감정에 대한 것만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하스스톤>의 인스턴트 감정 표현은 한 단어로 적은 이모티콘이자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6개의 감정 표현에는 사실상 ‘⑥ 위협’ 정도를 제외하고는 부정적 메시지가 존재한다 보기 어렵다. 하지만 특정 맥락에서 플레이어는 6개 중 한 개 이상의 감정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을 조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 플레이어 턴에서 시간이 지연될 때 ‘③ 인사’를 연타하면, 그것은 상대에 대한 재촉을 나타낸다. 상대가 실수하거나 상대에게 큰 피해를 준 후 ‘① 감사’ 표현을 하는 일은 누가 봐도 조롱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전사 캐릭터 중 하나인 ‘정신 나간 천재 박사 붐(이하 ‘붐’)’은 반말은 기본이고 특유의 길면서도 도발적인 어휘(예를 들어, ① 감사: “고마워! 넌 마지막에 처리해줄게”)와 (심지어) 억양으로 인해 그 어떤 다른 캐릭터들보다도 상대 플레이어의 짜증을 유발한다. (앞선 두 번째 사례를 붐이 한다고 생각해보자...)

 

AoS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에서도 챔피언들 감정 표현이 존재한다. 컨트롤(Ctrl) 버튼 1부터 4까지를 누름으로써 각각 농담, 도발, 춤, 웃음을 사용할 수 있다. 동작이 큰 챔피언은 감정 표현을 하지 않을 곳에서 감정 표현을 (연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소위 ‘인성질(게임 플레이에서 나쁜 매너를 보이는 행위)’을 할 수 있다. 게임이 안 풀리는 상대방을 향해 시끄럽게 웃어대거나 촐싹대는 움직임을 반복하는 행위는 상대 플레이어(들) 기분에 아주 큰 타격을 주기도 한다. 이유는 알기 어렵지만 <LoL>에서 시스템적으로 상대의 감정 표현을 차단할 수 있게끔 해놓기는 했다.

 

‘인장’을 통한 인성질도 빼놓을 수 없다. 인장은 게임 내 승패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상대 플레이어를 도발하고 조롱하는 데에는 유용하게 쓰인다. <LoL> 라인전 시작 전 머리 위에 숙련도 인장을 띄우며 선전포고하는 것부터 시작해, 죽은 상대 챔피언 앞에서 인장을 연속으로 펼치는 행위, 심지어 e스포츠(e-Sports) 대회에서 상대 플레이어의 전 소속팀이나 승리 팀의 인장을 사용하는 행위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AoS 장르 게임들에서 자유 사용되는 ‘스마트 핑’을 반복적으로 날림으로써 특정의 긍정적이지 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 핑이란 팀원에게 특정 메시지(공격, 수비, 경고, 지원 요청 등)와 관련된 신호를 보내 플레이를 원활하게 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핑을 날리면 모든 파티원들이 그 신호를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핑 남발을 막기 위한 회수 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Heroes of the Storm>에서는 플레이나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같은 편 플레이어(들)에게 반복적으로 핑을 찍음으로써, 해당 플레이어(들)의 부족한 실력이나 그(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플레이 방식을 바꿈으로써 같은 편이나 상대 편 플레이어(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부러 대충 플레이하거나, (특히 턴제 게임에서) 천천히 플레이하거나, 진행 중인 게임을 중간에 종료하거나(물론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 이 경우에는 대체로 시스템적 제재가 가해진다), (특히 RTS(real-time strategy)에서) 동일 진영을 공격하는 행위 등이, 굳이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사용하지 않고도 상대 플레이어(들)을 자극하는 방법들이라 하겠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만 사용 가능한 게임들에서, 경기가 끝난 후 상대방에게 친구 요청을 보내 (상대방이 요청을 받으면) 본격적(?)인 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들도 있다. 그 밖에도 부정적 의미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며, 끝없이 새롭게 개발되고 통용된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과 트롤링, 그 의미

 

그렇다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트롤링은 게임 안과 밖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첫째,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트롤링은 게임의 시스템적 디자인과 플레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이 어떻게 서로 얽히고 충돌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사례다.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는 시스템적으로 허용되든 그렇지 않든,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허용되기만 한다면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대폭 제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친근하고 편안한 커뮤니케이션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게임 디자이너들의 목표와는 노골적으로 배치된다. 메시지 내용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떠나 생각해본다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새로운 맥락이나 용도로 바꿔 쓰는 일은 플레이 차원에서 게임 내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진화는 안 되는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상대에게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마려는 플레이어(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상대에게 받아들여지고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지의 과정을 고찰할 수 있게끔 해준다는 것이다.

 

둘째,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보내는 플레이어와 그것을 받는 플레이어를 보다 입체적으로 상상할 필요가 있다. 맥락 바깥의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감정 표현이나 스마트 핑을 반복하는 행위가 아무 것도 아닌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특정 게임 내에서만 작동하는 관습과 코드에 익숙하지 않거나 그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커뮤니케이션처럼 명시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플레이어에 따라 특정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민감도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범위가 다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보내는 플레이어의 의도도 다양하다. 어떤 플레이어(들)은 상대 플레이어(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려 한다. 또 다른 플레이어(들)은 상대 플레이어(들)을 조롱·모욕·비방하는 데서 재미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플레이어는 극소수이거나, 아주 특정한 맥락에서만 그런 느낌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부정적 커뮤니케이션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플레이 과정에서 느낀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이지 못한 감정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얼핏 언어 커뮤니케이션만큼 노골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정 맥락에서는 언어 커뮤니케이션이 할 수 없는 표현을 가능케 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획득하게 될 수 있다. 플레이어(들)에 따라, 그들이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와 관련되는 의도와 수용도에 따라 보내는 메시지와 받는 메시지의 효과와 의미가 더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다.

 

마지막으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 플레이어(들)을 조롱하거나 모욕하거나 비방하는 등 긍정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위를 ‘트롤링’으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재고가 요구된다. 글 말미에 어울리지 않는 말일 수 있겠다. 트롤링은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불편하거나 화를 낼만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해서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행위를 총칭할 뿐이며, 그 범위가 당연히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부정적 커뮤니케이션을 보내는 플레이와 그것을 받는 플레이어 간 메시지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점은 차치하고)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커뮤니케이션보다 모호한 만큼, 그 커뮤니케이션의 자장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 간 관습과 코드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며, 기본적으로 중의적이다. 의도는 있을지언정, 그 반응은 의도와 같지 않을 수도 있다. 항상 반응을 의도하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을 발신하는 일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다. 게임에서의 트롤은 놀이로서의 플레이 진행을 방해하는 존재들인데,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언제나 게임 플레이를 게임 플레이 답지 않게 만든다고도 보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트롤링으로 칭하는 일이 적절하든 그렇지 않든, 그리고 앞으로 계속 그렇게 칭해지든 그렇지 않든,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도 게임 내에서 죽 이어지거나 어쩌면 더욱 활발하게 가시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류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게임의 시스템적 디자인과 플레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 사이의 충돌, 커뮤니케이션이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수 있는 게임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역동성 혹은 진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낳는 메시지 의미에 관한 플레이어 간의 합의 또는 협상 문제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이 반드시 풍부한 시스템적 설계나 정보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 이는 긍정적인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나아가 언어 커뮤니케이션과의 조화 속에서 언제나 함께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을, (게임이나 플레이어의 폭력성이나 가학성을 드러내는 것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게임 시스템 활용의 하나이자, 전체 플레이의 맥락 속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실천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레이어(들)이 허용하는 적정선 하에서, 이런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은 게임 커뮤니케이션의 일부이자 플레이의 일부다.

 


Tags:

하스스톤, 핑, 스마트핑, 트롤링,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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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

게임, 방송, 만화, 팬덤 등 미디어/문화에 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서브컬처 비평〉(2020), 〈아이피, 모든 이야기의 시작〉(2021, 공저), 〈서드 라이프: 기술혁명 시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2020, 공저), 〈게임의 이론: 놀이에서 디지털게임까지〉(2019, 공저) 등이, 논문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소비하는 팬덤: 아이돌 팬 플랫폼과 팬덤의 재구성’(2022), ‘‘현질’은 어떻게 플레이가 되는가: 핵납금 게임 플레이어 심층인터뷰를 중심으로’(2022, 공저), ‘게임화하는 방송: 생산자적 텍스트에서 플레이어적 텍스트로’(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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