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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의 관점에서 본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

05

GG Vol. 

22. 4. 10.

* 이 글의 영어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gamegeneration.or.kr/board/post/view?pageNum=2&match=id:107 



3일간의 얼리 억세스 기간이 지난 2022년 2월 11일 〈로스트 아크〉가 서구의 백만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 출시되었다. 한국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Smilegate)가 제작하고 서구의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Amazon Game Studios)가 배급을 맡은 〈로스트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여년 간 몇몇 한국산 게임이 서구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음에도, 게임 분야에서 뚜렷한 일본산 게임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한국 게임'에 대한 개념은 아직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서구권에서의 성공을 도모하기 위한 게임의 운영관리 방침, 유명 콘텐츠 제작자들의 참여, 그리고 한국의 〈로스트 아크〉 커뮤니티의 역할 등을 통해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기대를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놓여있다.  



우리가 사랑했던 예전 한국 게임들에게 


〈로스트 아크〉가 서구권 플레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초의 한국 게임인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여러 편의 한국산 MMO게임이 상대적으로 소수의 헌신적인 플레이어들과 공명해왔다. 〈라그나로크 온라인(그라비티 인터랙티브, 2003)〉, 〈메이플스토리(위젯, 2003)〉, 〈리니지(NC소프트, 1998, 2003)〉시리즈를 비롯해서 비교적 최근작인 〈블레이드 앤 소울(NC소프트, 2012), 〈검은 사막 온라인(펄어비스, 2014)〉 등이 헌신적인 플레이어를 확보했던 한국산 MMO게임들이었다. 이들 게임 중 상당수는 좋든 싫든 서구 MMO 시장의 영원한 리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의 그늘에 놓여있었다. 


전(前) WoW 플레이어의 관점에서 〈로스트 아크〉의 출시는 2009년에 출시됐던 한국산 MMO 〈아이온(NC소프트)〉를 연상시키는 것이었다. WoW는 종종 콘텐츠 고갈을 겪었는데, 패치 또는 확장팩이 나오기 전까지 플레이어들이 동일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피로를 느끼곤 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은 종종 새로운 MMO 게임에 끌리곤 했다. 'WoW 킬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새로운 게임들은 피로감에 찌든 MMO 플레이어들을 위해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시스템, 향상된 그래픽, 새로운 지역들, 새로운 직업과 새로운 몬스터 등 많은 것을 약속하면서 출시되곤 했다. 출시와 함께 플레이어들은 이 새로운 게임이야말로 자신이 새롭게 수년을 쏟아부을 만한 바로 그 게임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플레이했다. 〈아이온〉이 바로 그러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자주 보아왔듯 이 게임의 전성기는 짧게 지나갔고, WoW가 새로운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플레이어들은 실패한 'WoW킬러'를 뒤로 한 채 익숙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로스트 아크〉의 상황 또한 비슷할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출시 때 스팀차트에서 기록했던 백삼십만 플레이어의 50% 이상이 빠져나간 한편, 타 MMO게임이었다면 말살되었을 WoW의 최신 확장팩 패치에도 불구하고 〈로스트 아크〉는 살아남았다. 현 시점에서 〈로스트 아크〉는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의 운영에 따라 가라앉을 수도, 살아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로스트 아크〉가 고유의 장점을 통한 성공과 실패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가운데, 현 시점에 이 게임은 기존의 한국산 MMO게임이 성취했던 바를 넘어서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의 위치에 와 있다. 


〈로스트 아크〉 외에 서구권에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있어 이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PUBG, 2017)가 유일하다. 출시 후 삼백만 유저를 기록한 뒤 현 시점 스팀차트 상 사십만명이 넘는 유저를 유지하고 있는 〈배틀그라운드〉는 성공한 한국 게임으로서 지난 몇년 동안 게임 분야 내 매우 중요한 시기를 만들어냈다. 〈H1Z1(Daybreak Company, 2015)〉과 함께 배틀로얄 시대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PUBG의 한국산 게임으로서의 입지는, 배틀로얄 장르의 선도자로서 거둔 경제적 성공과 업계에 끼친 영향력에 비하면 무색한 수준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저서 〈이미지의 수사학(The Rhetoric of the Image)〉에서 '이탈리아성(Italianicity)'이라는 용어를 통해 특정한 기호 - 이탈리아 국기의 색깔, 특정한 이탈리아식 단어와 이름, 재료의 조합(토마토, 버섯, 피망 등) - 을 조합해서 이탈리아의 문화라는 인식/개념을 표현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1) 문화적 스테레오 타입을 바탕으로 구축된 이와 같은 이미지들은 - 그것이 실제로 이탈리아의 것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 이탈리아를 표현하는 어떤 것들로서 쉽게 읽힌다. 다시 게임으로 돌아와, 만약 한국 게임에 '한국성'이란 게 있다면 아마도 주로 초기 한국 MMO 게임들을 통해 주로 구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랬다 할지라도 그 게임들이 서구 게임문화권 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PUBG는 성공했지만, 그 게임에는 일반적인 플레이어가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한국 게임이라는 특정한 흔적이나 한국 게임 개발사 고유의 독특한 특징 같은 것이 없다. 또한 한국산임을 마케팅하여 게임의 인기가 확산됐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의 게임으로서 전례 없는 놀라운 성공과 영향력을 달성했음에도 〈배틀그라운드〉가 서구 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으로서 인식되지 못한 이유는, 열성 플레이어들 외에 이 게임이 한국의 게임이라는 사실이 명확하게 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PUBG와는 달리, 서구의 많은 게이머들은 〈로스트 아크〉를 한국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다. 2019년에 한국에서 〈로스트 아크〉가 출시된 후 전 세계 게이머들은 각 권역에 게임이 출시되기 전부터 VPN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북미와 유럽 출시가 예상되면서 유튜버나 스트리머들이 타 권역의 〈로스트 아크〉를 메타적으로 분석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 명인 유튜버 캐논(Kanon)은 북미/유럽의 플레이어들을 위한 티어 리스트를 위해 적극적으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영상을 제작했다.2) 수많은 북미나 유럽권 게이머들이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전부터 사람들은 이미 이 게임이 한국의 게임임을 명확히 인지했던 것이다. 


게임이 출시된 뒤에는 출시 때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포함되어있던 오리지널 한국어 음성팩에 대해 상당한 수요가 있었다. 이는 적지 않은 수의 북미/유럽 게이머들이 한국의 게임으로서 〈로스트 아크〉를 플레이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한 게임의 기원을 미처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게임이 한국산임을 알려주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북미와 유럽에서 출시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이 시점에 〈로스트 아크〉 공식 포럼이나 커뮤니티 게시판, 인-게임 채팅 등에선 북미/유럽 버전에서의 콘텐츠 롤아웃 전략을 한국의 서버에서의 상황과 비교하는 대화나 글을 자주 볼 수 있다. 여하튼 〈로스트 아크〉는 한국의 게임으로서 명확히 자리잡은 모양새다. 



〈로스트 아크〉와 한국 게임의 '한국성'


분명한 한국의 게임으로서 서구의 수용자들에게 다가간 〈로스트 아크〉의 궤적에 있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게이머들에게 한국 게임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감을 형성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모두 〈로스트 아크〉를 꽤 많이 플레이했는데, 우리 중 한 명은 북미 서버 내 엔드 게임까지 완료했을 정도다. 이 여정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보스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전투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판타지 세계를 표방하는 〈로스트 아크〉지만, 타 MMO게임과 비교할 때 낯설고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측면 또한 존재한다. 예컨대 드워프가 거주하는 욘 대륙에서는 검의 주조 장면을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일로 연출한 놀라운 장면을 볼 수 있다.   


〈로스트 아크〉는 이와 같은 남다른 느낌의 다양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러한 것들이 게임 내에서 맥락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 또한 게임 세계 내 여러 크리처들은 다른 데서는 볼 수 없었던 귀여움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어로서 볼 때 게임의 이와 같은 특성들 중 어떤 것이 한국 게임 전반을 대표적인 속성인지, 혹은 스마일게이트나 트라이포드 스튜디오가 만들어온 게임의 고유한 속성인지 알아채기는 어렵다. 사실 한국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게이머들은 대체로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은 게임 요소들을 스마일게이트나 트라이포드 스튜디오의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한국적인 상황이나 경향으로 해석하곤 한다. 〈로스트 아크〉의 이와 같은 속성들은 - 실제 여부와 무관하게 - 전체적으로 한국식 게임디자인의 전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나아가 서구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한국성'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로스트 아크〉가 '한국성'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는 있지만, 초창기 MMO게임들로부터 확산되어간 기존의 '한국성' 개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서구 담론장에서 한국 게임은 과도한 노가다(grindy)에 대한 평이 많은데, 이는 사소한 보상이나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매일 같이 똑같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지나친 반복성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 - 〈로스트 아크〉로서는 불행하게도 - '연마(honing)'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연마는 일련의 재료를 모아 무기와 갑옷을 업그레이드 하는 시스템으로, 초기에는 업그레이드 성공이 확실하고 재료를 모으는 작업도 꽤 단순하지만, 게임이 진행이 될수록 필요한 재료의 수가 증가하고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낮아진다.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이는 〈로스트 아크〉가 'Pay to Win(P2W)' 게임임을 의미하는데, 서구의 게이머들은 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개별적으로 투자한 시간을 무용하게 하고 플레이어 스킬을 약화시키는 불공정한 어드밴티지를 허용함으로써 게임의 진정성을 훼손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스트 아크〉의 이와 같은 P2W적 속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동영상이나 포럼, 혹은 게임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게임의 많은 옹호자들이나 비평가들은 이 p2w을 활용하거나 덮으면서 팬들에게 게임을 권하거나 혹은 멀리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 플레이어들은 〈로스트 아크〉에서의 페이 투 윈에 대해 게임 속 채팅창에서 논의하곤 한다.

〈로스트 아크〉의 P2W 측면은 가장 최근의 분기점에 있어 핵심적인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3월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엔드게임 보스가 등장했는데, 많은 플레이어들이 엔드 게임의 진행을 위해 현금을 써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고, 그 격차가 도저히 대처 불가하다고 느낀 일부 플레이어들은 게임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 선택의 문제는 한국 게임에 대한 서구 게이머들의 인상이 형성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지 게임의 형식과 콘텐츠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개발자들이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로스트 아크〉에 있어 이는 복잡한 문제인데, 왜냐하면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모두 게임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의 플레이어들에게 각기 상이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로스트 아크〉의 출시를 앞두고 이루어진 책임자 골드 리버(Gold River, 금강선 디렉터)의 공식 인터뷰는 게이머 커뮤니티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3) 반대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게임의 단점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특히 유럽 서버의 과도한 대기시간이 문제가 됐다. 게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에 대한 결정의 주체가 누군지 라는 보다 큰 질문을 상기할 때, 지금까지 게임과 관련된 비판에 있어 스마일게이트는 상당부분 비켜간 반면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는 불만족한 플레이어들의 펀치백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응하는데 있어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운영하는 측 사이에서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가 끊임없이 소통을 해왔음은 중요한 부분이다. 한 레딧 유저는 골드 리버가 〈로스트 아크〉의 '요시P(Yoshi P)'라고 언급했는데, 요시P란 게임 커뮤니티의 관심사를 자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이널 판타지 XIV〉 디렉터 나오키 요시다를 뜻한다. 그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셀럽 같은 인물인데, 서구권에서 요시P와 비슷한 인물로는 〈오버워치〉의 디렉터였던 제프 캐플란(Jeff Kaplan)을 들 수 있다. 그 또한 〈오버워치〉 커뮤니티 내에서 셀럽의 지위에 올랐는데, 포럼 같은 곳이나 유튜브상에 개발자 업데이트 영상을 통해 플레이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제작자/감독의 역량은 문화 상품이 대중적으로 어떻게 인식될 지에 있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 게임에 대한 대중적 인식에 대해 생각해볼 때, 골드 리버는 플레이어들이 단지 〈로스트 아크〉 뿐이 아니라 한국 게임 전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입장벽 높은 장르의 실용주의 플레이어들


"한국성"이나 과도한 노가다, 또는 p2w적인 요소 외에, 〈로스트 아크〉가 진입장벽 높은 장르의 게임에 새롭게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입장을 제공한다는 것 또한 언급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MMO게임의 출시는 - 그것이 서구의 것이든 비서구권의 것이든 - 서구에서 언제나 다른 MMO게임으로부터의 대규모 이주를 발생시킨다. 저자 중 한 명이 〈로스트 아크〉에 매혹되었던 이유 중 하나도 MMO 게임을 그라운드 제로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로스트 아크〉는 게임(그리고 아마도 장르 그 자체)를 처음 접한 플레이어에게 아케시아의 세계를 안내해주는 광범위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로스트 아크〉가 단순화된 MMO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간단히 말해, 새롭게 출시되는 MMO에 참여하는 것을 WoW 처럼 십년이 넘어가는 콘텐츠와 스토리, 변화상, 헌신적인 플레이어 기반을 지닌 오래된 MMO 게임을 시작하는 것과 비교해볼 때, 이 장르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로스트 아크〉라는 게임이 매력적일 수 있다. 즉, 〈로스트 아크〉는 MMO게임 플레이에 흥미를 가진 완전한 초보 플레이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결여된 것은, 앞서 말했듯이, 명백히 한국의 것인 MMO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역사적 디자인 지식과 경험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로스트 아크〉의 운영 주체인 스마일게이트와 아마존 게임 스튜디오 앞에 놓인 과제는 자신들이 게임 운영에 대한 우려를 듣고 있다는 믿음을 플레이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유명 작품으로서 〈로스트 아크〉는 서구 게이머들이 한국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장 부정적인 측면을 제대로 각인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스트 아크〉가 지닌 모든 매력과 게임플레이에 있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만약 반복적인 노가다와 p2w요소로 인해 서구 플레이어들의 장기적인 참여 확보에 실패한다면, 이는 서구 게이머들이 지닌 선입견의 고착화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한 요소들이 여전히 게임 내 주요 부분으로서 제공되면서 이용자 수가 유지된다 할지라도, 〈로스트 아크〉가 지닌 그 밖의 보다 독특한 측면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산 게임에 대한 전반적인 관점을 바꾸는데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보았듯, 서구에 진출한 한국산 게임은 매우 소수이며, 따라서 한국 게임 및 '한국성'에 대한 서구의 인식은 매우 제한된 접촉 경험에 따라 형성된 것이다. 〈로스트 아크〉가 한국 게임에 대한 서구의 흥미를 제고하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서구 플레이어들의 인식을 바꾸거나 개선할 수 있는 정도는 딱 그 정도에 그칠 것이다. 궁극적으로 서구 게이머들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많은 명작 한국 게임 - 그것이 과거의 한국산 MMO게임 스타일이든, PUBG 타입이든, 〈로스트 아크〉 같든, 또는 새로운 어떤 것이든 간에 - 이다. 


서구의 게이머들은 그 플레이가 어떤 것일지 기존의 경험을 통해 개념화 되어있을지라도, 예상 밖의 "새로움"을 기꺼이 시도할 의향이 있어 보인다. 의심할 여지 없이 서구식 게임 플레이나 게임 디자인의 전형성이 넘쳐나는 가운데, 그러한 서구의 게임들이 실제로 한국의 시장에 침투할 때 그 "서구성"의 개념이 어떠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문화 교환에 있어 비대칭적 상황을 볼 수 있다. 서구의 게이머들은 한국의 게임과 게임문화 그리고 게이머들에 대해 정형화된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그러한 시각이 항상 한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다(예를 들어 〈오버워치〉의 디바를 보라). 서구 게이머들의 한국 게임에 대한 경험은 한정적이며 따라서 그들이 서구와 한국의 시장을 비교하거나 관련된 보다 큰 담론장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견고하게 구축된 규범과 담론장을 지닌 일본 게임 시장의 그 거대한 규모와 비교해보면 한국 시장은 왜소해 보인다. 그에 따라 저자들은 지금까지 게이머들 사이에서 구축되어온 한국산 게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더 많은 한국의 게임들이 서구 시장에 출시되어 파고 들기를 희망해본다. 




1) Barthes, Roland and Stephen Heath. Image, Music, Text. New York: Hill and Wang, 1977
2) Youtube Video “LOST ARK EXPOSED - PVE Interview with KR’s BEST (Jiudau) (accessed March 28th, 2022) https://www.youtube.com/watch?v=_8_kHtaXy8o&t=2919s
3) Reddit Thread, “The Man the Myth, the Legend GOLD RIVER (Accessed March 22nd, 2022) https://www.reddit.com/r/lostarkgame/comments/sn80q4/the_man_the_myth_the_legend _gold_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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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Barthes, Roland and Stephen Heath. Image, Music, Text. New York: Hill and Wang,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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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연구자)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 온라인 게임의 독성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삼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공평하고 즐거운 놀이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으로 게임 내에서 더 많은 긍정적인 조건을 들어내기 위한 독성 현상에의 이해를 추구한다. 스팀 마켓플레이스와 DOTA 2에 관한 논문을 작성한 바 있고 곧 출시될 '트위치 마이크로스트리밍'의 공동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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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연구자)

캐나다 몬트리올 콩코디아대학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 재학중인 게임디자이너. 시리어스 게임에서의 의미발생 과정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이며, 게임디자인에서 플레이어와 디자이너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오버워치에서의 커뮤니티 구성 및 운영에 관한 블리자드의 접근방식을 개발자 및 게임커뮤니티에 관한 조사를 통해 풀어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게임과 게임 플레이어, TAG(Technoculture Arts and Games)를 연구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 전념하는 공간인 mLab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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