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Back

Beyond the K-Game

09

GG Vol. 

22. 12. 10.

K-게임은 어찌하여 호K호형 하지 못하는 신세로... 


접두사 ‘K-’가 붙는 단어들이 있다. K-웹툰, K-드라마, K-POP, K-영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닮은 점이 있다. 컨텐츠라는 점이다.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안으로는 국민에게 사랑받고, 해외로는 우리의 자랑거리다. 그러나 K로 시작하는 컨텐츠임에도 저기에 끼지 못한 서자가 있다. 이름하여 K-게임이다.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대중에게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는 항변할 것이다. K-게임은 컨텐츠 수출을 견인하는 산업일꾼이란 주장이다. 업계종사자 중에서는 억울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게임은 다른 K-게임과 다르다는 이유다. 맞다. 인정한다. 컨텐츠 수출액의 70%를 점하는 효자이고, 국내와 해외에서 사랑받는 K-게임도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 수출역군의 일등공신도 BM(비즈니스 모델)이고, 대중에게 배척받는 이유도 BM이다.   


예상하듯이, 그 BM은 확률형 아이템을 주 기반으로 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여러 자리에서 주장해 왔기에 ‘확무새’라고 지겹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주 독자층이 주로 ‘게임高관여층’일 것이기에 또 한번 쓸 수 밖에 없다. 태풍의 눈에 있으면 태풍의 세기를 체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지극히 일반적인 게이머들의 생각을 되풀이해서 들어야 한다. 



랜덤박스와 P2W의 결합: 게임사엔 최고의 궁합, 이용자는 최악의 조합


확률형 아이템 그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는 게임의 본질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한 달에 한 번 매직 더 개더링 카드팩을 살 수 있었다. 그 날은 매월 가장 설레는 날이었다. 카드팩을 뜯을 때 나던 그 특유의 카드 냄새, 드물게 나오는 레어카드의 기쁨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 'Mirri, Cat Warrior'. '매직 더 개더링'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템페스트 블록’중 엑소더스에 등장한 레어 카드. 당시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던 녹색 생물이다. 이 카드를 뽑고선 15년 인생 중 가장 큰 짜릿함을 경험했다.

문제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이 ‘Pay to Win’(이하 P2W) 과 만났을 때다. P2W 시스템은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에 필요한 핵심 조건, 즉 캐릭터 능력치나 아이템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행위 및 이것을 유도하는 게임구조를 말한다.


이용자는 P2W을 통해 남들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하여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어찌 보면 참 편리한 시스템이다. 아울러 P2W 이 게임 밸런스를 과하게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살짝만 곁들여지면 게임의 재미를 더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매운 맛을 좋아한다고 음식에 캡사이신 소스를 뿌려대면 응급실행이다. 마찬가지로 P2W이 과하면 게임을 해치는 독이 된다.  대다수의 P2W 아이템이 확률형 아이템 BM을 통해서만 획득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문제다. 더 좋은 P2W 아이템일수록 더 낮은 획득 확률이고, 자연스럽게 사행심도 함께 부추겨진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낮은 확률을 뚫고 어렵사리 아이템을 구해도 안심할 수 없다. P2W 아이템을 계속해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먼저, 어렵게 획득한 P2W 아이템보다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확’풀어 버린다. 그리고선 보다 높은 등급의 희귀 P2W 아이템을 랜덤박스로 내놓는다. 즉, 인위적으로 아이템 성능의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기존 아이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주로 대규모 패치에서 이루어지는데, 이 주기가 짧을수록 잦은 과금을 해야 한다. 



지상 낙원을 꿈꿨던 랩처, 그러나 그 끝은 파국만이 있었다


“회사의 제1원칙은 수익 창출이다. 따라서 민간의 영리활동에 정부나 국회가 과하게 개입해선 안된다.”


업계의 논리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자유와 방종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바이오쇼크'라는 게임시리즈가 있다. 심오한 세계관과 뛰어난 연출로 평론가, 이용자 모두에게 극찬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07년에 출시된 '바이오쇼크 1'은 명작 중의 명작이다.


'바이오쇼크1'은 수중도시 랩처가 배경 무대다. 이 곳은 앤드류 라이언이라는 자유지상주의자에 의해 건설된 도시다. 랩처엔 특징이 있다. 그 어떤 규제도, 간섭도, 책임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순도 100%의 자유로만 채워진 공간이다. 언뜻 들으면 낙원 같기도 하다.


* 초기 랩처의 유토피아 모습.

그러나 랩처의 끝은 파멸이었다. 예정된 수순이었다.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기본적인 규범과 도덕마저 부재했다. 욕망을 한껏 부추기는 환경은 즐비했지만, 제동장치는 없었다. 결국 랩처의 주민들은 광기에 빠져 공멸했고, 도시는 폐허로 변했다.


* 방종으로 파멸한 랩처.  

우리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BM의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개선의 기회도 충분히 주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업계에 자율규제를 맡겼다. 수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목도했다. 전 세계 초유의 게임이용자 집단 연쇄시위 사태, 이를 통한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업계의 대응 방식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되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국회 문체위 모든 의원실에 입장문을 전달하는 협회의 모습에서 랩처의 그림자가 겹쳐보였다. 마치 랩처처럼, 협회는 게임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규제,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조치마저 거부했다. 그런가 하면 타 의원실을 통해 청부 입법하기도 했다. 자율규제를 유지·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끝에 결국 법안은 철회되었다. 그런가하면 민간 자율기구에서 사실을 왜곡하여 의원실을 폄훼하기도 했다.



업계 대응방식의 부작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다시 '바이오쇼크 1' 이야기다. 스플라이서라는 존재들이 있다. 본래 평범했으나, 마약성 유전자 변형제인 '아담'에 중독되어 그 부작용으로 괴물화된 랩처의 주민이다. 


업계 대응방식의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에 대해 여론이 돌아섰다. 질병코드 문제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2019년 당시와 지금을 놓고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3년 전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업계편에 서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전에서도 등재 찬성측을 압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랜덤박스 규제에 대한 업계의 대응을 보고 게이머들의 마음이 식어버렸다. 한번 차가워진 여론은 되돌리기 어렵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분노를 넘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게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바라기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고 나서는 게임 이용자들도 여럿 보이는가 하면,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게임을 도박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실제로 최근 질병코드 등재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의 업보’라며 조소어린 관망세를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게임업계의 대응은 스플라이서와 쌍둥이 꼴이었다. 본인의 선택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고 있다.



원코인 남은 심정으로..


지난 2년 동안 K-게임환경은 지각변동이 있었다. 연쇄 트럭시위, 마차 시위, 집단 소송은 물론 여러 정부 기관에 민원 제기까지, 이제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게임업계는 이용자의 집단화를 두려워하고 피해야할 대상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도 애정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던 애정마저 식으면 K-게임의 엔딩은 ‘배드 루트’뿐일 것이다. 


우리의 게임 실력이 가장 빛을 발할 때가 있다. 원코인, 즉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상황에서 절박한 심정으로 플레이 할때다. 다양한 BM을 도입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해야 한다. 다행히 그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인디 게임을 위한 플랫폼을 만들었다. 넥슨은 참신한 도전을 위해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다. 심지어 여기서 만들어진 ‘데이브 더 다이브’는 스팀 인기 순위 1위에도 등극했다. 네오위즈 ‘P의 거짓’은 게임스컴 어워드 3관왕에 올랐다. 하면 된다. ‘Here comes a new challenger’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거듭된 패배에 굴하지 않고 다시 동전을 넣던 정신이 필요한 시기다.  



* Here comes a new challenger!!!

Tags:

글이 맘에 드셨다면 ​공유해보세요.

이경혁.jpg

(국회 보좌관)

역대 국회 게임 관련 법안 최다 발의·최다 통과 시킨 것이 자부심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자부심은 와우에서 리치왕 하드모드 서버 퍼스트킬 한 것과 카오스 유명 클랜인 RoMg에서 샤먼을 했다는 사실입...

이경혁.jpg

bottom of page